4월 20일 2016년

 

형 노릇 하고 싶지 않다. 완장질도, 오빠 놀이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대로 나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나는 당당한 손유린이고 싶다. 그 어떤 수식어로도, 손유린이란 이름이 아니면 날 설명할 수 없다. 나는 손유린이다.

 

만인, 만인 앞에서 당당하려면 헐벗고 굶주린 채로 나서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만이 영원한 것이다. 나의 진심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것. 꾸미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들이받는다.

 

가끔은 슬프고, 자주 또 슬프다. 꽃은 나비를 부르고 나비는 꽃을 탐낸다. 눈을 감으면 네가 보인다. 잠깐의 값싼 연민과 동정으로는 세상과 널 바꿀 수 없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나는 누군가를 만나고 모아, 그 누군가를 대표할 텐데, 분명 버거울 텐데, 가끔은, 아니 자주 도망치고 싶을 텐데. 슬프다. 너무 먼 미래가 아닌 그 날이 오늘은 아니라야 한다. 아니라야 한다.

 

할 수 있을까. 감당할 수 있을까. 의연하고 대범하게. 어려운 일이다. 바람 불지 않는다. 혼자다. 외롭다. 나에 대한 회의감이 넘쳐 흐른다. 내게 기대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그 영광의 족쇄들. 바라보지 않는다. 눈을 감아라. 네가 보인다.

 

꽃이 아니면 바라지 않고

달이 아니면 그리지 않는다

비루한 어둠이 되어 별을 비춘다.

 

4월 20일 2016년

수요일 오후 1시 30분

외진 나가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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