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내가 진다는 것은 누군가가 나로 인하여 이긴다는 것이다. 내가 못났다는 것은 누군가가 나로 인하여 잘났다는 것이다. 그 어떤 누구든, 내 손을 잡고 내 곁에 서기만 하면 키 크고 잘 생기고 똑똑하게 된다. 나는 그야말로 완벽한 킹메이커다. 나는 사람 보는 안목이 있다. 왕/여왕이 될 그릇, 아름다움을 품을 만한 그릇, 내게는 보인다. 나는 그들을 어둠 속에서 찾아내 별로 만들려 한다. 저 밤하늘 위 별들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둠이 별을 비춘다고 생각한다. 어둠이 있어야 별이, 더 밝게 빛날 수 있으니까. 나는 그래서 비루한 어둠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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