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2,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2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12월 16일 ~ 12월 17일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3장: 잠자는 호랑이

1. "대장의 단련과 졸개의 단련은 근본부터 달라야 해. 어때, 다케치요도 차라리 누군가의 부하가 되는 게?"

다케치요는 대답하지 않았다.

"부하가 되면 마음편하지. 목숨도 입도 주인에게 맡기면 되니까. 그런데 대장이 되면 그렇게 안되거든. 무술은 물론 학문을 닦아야 하고 예의도 지켜야 해. 좋은 부하를 가지려면 내 식사를 줄여서라도 부하를 굶주리게 해서는 안되지."


2. "가신들에게 빚이 있는 주군은 암군(暗君), 가신들이 의지하고 그 믿음에 응하는 주군은 명군(明君)이라고 이 모토타다는 생각합니다. 이래도 저더러 대신 만나라고 분부하시고 빚을 더 쌓아가시렵니까?"

다케치요는 슬며시 모토타다의 시선을 피해 얼굴을 돌렸다. 그렇다. 그저 위함만 받아서는 빚이 된다. 의지하고 매달릴 가치가 있는 주군이라야 진정한 주군이리라.



제 14장: 난세의 모습

1. "할아범, 내 결심은 이미 정해져 있어. 이야기해 줄 테니 말내면 안돼."

"결심…… 이라니요?"

"나는 처자에게 속박되지 않겠다. 그 영역에서는 이미 벗어났어."

사카이는 얼굴을 바짝 가까이 하고, 모토야스의 번뜩이는 눈에 비치는 별을 응시했다.

"나를 속박하는 것은 단 하나, 오카자키에 남은 가신들이 오늘날까지 해온 인내다. 알겠나, 내 말을?"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슨푸 성을 떠난 순간부터 그대들 것이 되리라. 아내도 생각하지 않겠다. 자식도 버리겠다……."

"주군!"

"그것으로 나를 용서해 줘. 그리고는 싸울 뿐이야."

"……예."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겠다. 승패며 생사에 대한 것을 인간 힘으로 어쩌겠는가. 이것만은 내 힘이 미치지 못하고, 요시모토나 노부나가의 힘도 미치지 못한다. 할아범! 하늘을 봐."

"예."

"숱한 별이 반짝이고 있잖나."

"예."

"봐, 또 하나 떨어졌어. 저 속의 어느 것이 내 별인지 그대는 아는가?"

사카이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지. 나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 떨어질지 모르면서 다만 반짝이고 있을 뿐이다."

"할일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리시겠다는 분부이신지."

"아니, 할일을 다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하는 것임을 깨우치라는 거야."

"예."

"살아남으려고 떨어지는 순간까지 저마다의 지혜만큼, 힘만큼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는 게 인강의 본성이지. 나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믿어줘. 그리고 나에게 지혜도 힘도 없다면, 그때는 모두 함께 죽을 결심을 해 줘."


제 21장: 오케 골짜기 전주(前奏)

1. 모든 인생을 걸고 하는 도박만큼 상쾌한 것은 없다. 더욱이 그렇게 하리라 여겼던 노부나가가 예상한 대로 주사위를 던지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도키치로 역시 온갖 지혜를 쥐어짜 이 승부에 임해야 한다. 그는 죽을 때까지 달릴 터인 노부나가라는 폭주마(暴走馬)에 자기 생애를 걸었던 것이다.


제 22장: 용호(龍虎)

1. 노래를 마치자 작은북을 치고 있는 북잡이에게 부채를 휙 내던지듯 건네고 노부나가가 칼로 베는 목소리로 물었다.

"원숭이! 깨우러 왔냐!"

"예."

"도키치로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마루네는 이미 떨어지고 와시즈는 고전하고 있다 합니다."

노부나가는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물었다.

"요시모토의 본대는?"

"오늘 아침 구쓰카케를 출발, 오타카 성으로 향하는 게 확실하다고……야나다의 부하가 가져온 정보입니다."

노부나가는 싱긋 웃으며 거듭 세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홑옷 웃통을 홱 벗고 벌거숭이 배를 탁 치며 노호(怒號)같은 소리를 질렀다.

"갑옷을 가져와!"

세 측실은 깜짝 놀라 얼굴을 마주보았지만, 노히메 부인만은 과연 사이토 도산이 '형제자매 가운데 으뜸'이라고 사랑해 온 딸이니만큼 무릎을 세우고 야무지게 명했다.

"준비해 놓은 갑옷을 어서 이리로 가져오너라."

"예."

두 근위무사가 튕기듯 일어나 나간다.

노부나가는 배를 탁 치며 우뚝 선 채 다시 외쳤다.

"밥!"

"저,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아침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으므로 오루이 부인이 되물었을 때, 끝자리의 미유키가 구르다시피 일어나려 했다.

"이봐요……."

노히메는 그 미유키를 제지하고 시녀에게 말하듯 엄하게 지시했다.

"중대한 출전이니 준비한 술과 승리를 기원하는 밤을 잊어선 안돼요."

갑옷을 내오자 노부나가는 도키치로조차 눈을 둥그렇게 뜰 만큼 재빠른 속도로 그것을 입었다.

슨푸의 용은 이미 오와리에 이르고 있었다. 기요스의 호랑이는 끓어오르는 투지를 누르며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호랑이는 들에 있는 것, 구름 속의 용에게 싸움걸지 않고 그가 먼저 지상에 내려설 때를 기다려 도약을 개시한다. 적도 아군도 농성하는 것으로 믿게 해놓고서.

갑옷을 입고 나자 노히메 부인이 옆에서 물었다.

"칼은 어느 것을?"

"미쓰타다(光忠), 구니시게(國重)!"

그 응수는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도 빈틈없는 마음의 합일(合一)이 느껴진다.

노히메가 묻고 노부나가가 대답하자, 오른팔이 없는 하세가와가 어느새 미쓰타다 소도를 내밀고 있었다.

"예, 미쓰타다는 여기에."

노부나가는 싱긋 웃으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구니시게는?"

"아마 그것일 거라고 짐작하고, 구니시게도 여기에."

"하하하……."

노부나가는 높다랗게 웃었다.

"이겼다, 원숭이!"

"예."

"하세가와까지 건방지게 내 마음을 읽었어. 이겼다, 이 싸움은!"

애도 하세베 구니시게를 받아 옆에 놓자, 미유키가 날라온 작은 상이 노부나가 앞에 놓였다.

그러나 그는 갑옷궤에 걸터앉으려 하지 않고 우뚝 서 있었다. 그것을 보고 노히메는 재빨리 잔을 내밀어 자기 손으로 술을 따랐다.

"자, 잔을."

노부나가는 단숨에 마시고 이번에는 오루이가 바치는 밥공기를 들었다. 그리고 네 아리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전쟁이란 이렇게 하는 거다. 잘 봐둬."

역시 꾸짖는 말투였으므로 기묘마루만이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겁먹은 듯 유모에게 착 달라붙었다.

"하하하……."

노부나가는 순식간에 두 공기를 먹고 젓가락을 놓는 것과, 투구를 잡는 것과, 고둥을 불라고 명령하며 칼을 움켜잡는 것과 내전을 달려나가며 외치는 것이 동시였다.

"원숭이, 따르라!"

도키치로는 깡충 뛰다시피 노부나가의 앞장을 섰다.

"타실 말은 질풍이다! 출전이시다. 서둘러라, 서둘러."

고함치며 도키치로는 문득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 불 같은 성미로 열흘 가까이 자신을 꾹 억눌러온 노부나가의 심정을 생각하자 일종의 감동이 번갯불처럼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여기까지 할 수 있는 상대라면, 이 도키치로 역시 죽어도 좋다…….'

뒤에서 고동이 연거푸 울리고 있었다.

"출전이다! 주군이 벌써 말에 오르셨다."

회의실로 모여들던 여러 장수들이 허둥지둥  무장을 갖추고 있을 무렵, 노부나가는 벌써 애마인 질풍을 몰아 성문에 이르고 있었다.


제 23장: 질풍

1. 노부나가는 난세를 바로잡는 것은 모든 게 '힘-'하나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신하들을 다스리는 것은 덕입니다."

히라테 마사히데가 살아 있을 때 그렇게 간언하자 노부나가는 코웃음치듯 웃었다.

"난세란 낡은 도덕이 가치를 상실했을 때 생겨나는 것이다. 덕이란 뭔가. 덕이란……앗핫핫하."

노부나가는 '덕'이란 무엇인지 윗사람도 아랫사람도 모두 깨닫게 될 때 난세가 끝난다고 비웃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힘으로 처리했다. 하나하나 사람의 의표를 찔러 혈육 사이의 다툼도 중신의 배신도 벌벌 떨도록 만들어 굴복시켰다.

그래서 지금 노부나가의 영내에는 도둑마저 종적을 감추고 있었다. 위로는 엄하고 아래로는 너그러운 것도 원인이지만, 도둑의 무리까지 노부나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제 29장: 주춧돌

이 두 사람이 말고삐를 나란히 기요스 성문을 나설 때 두 집안의 근시들은 이미 으르렁대지 않았다. 노부나가에게는 이와무로 시게요시와 하세가와 쿄스케. 모토야스에게는 도리이 모토타다와 혼다 헤이하치로. 두 사람씩 근시를 거느리고 아무 불안도 없는 명랑한 표정으로 노부나가와 모토야스는 아쓰타로 향했다.

"우리 둘만이 되고 싶었소."

수행원을 일부러 뒤에 떨어지게 하고 노부나가가 싱긋 웃자 모토야스도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와와 오와리의 국경 말인데."

"분명하게 정해 놓아야 되겠지요."

"내 쪽에서는 다키가와 가즈마스와 하야시 사도를 보내겠소. 그대 쪽은?"

"이시카와 가즈마사와 고리키 기요나가를."

"장소는 어디가 좋겠소?"

"나루미 성이 어떨까요?"

"좋소, 그렇게 정하지! 딱딱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그치세."

겨우 몇 초 동안에 그들의 교섭은 모두 끝났다.

어느덧 나고야 성 망루가 남빛 겨울하늘 속에 뚜렷이 떠오르고, 햇볕을 받은 덴오 사 기와지붕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것은 꼭 한 번 물어보려고 생각한 일이었는데."

"무엇이오? 사양하지 말고 말하오."

"노부나가님은 덴카쿠 골짜기 싸움 뒤 어떤 순서로 가신을 칭찬하셨습니까?"

노부나가는 웃었다,

"후후후, 교활한 사내로군, 그대는. 그것을 묻는 건 노부나가의 수법을 모조리 알아내려는 거겠지. 그러나 숨기지 않겠소. 난 첫째로 야나다 마사쓰나를 칭찬해 주었소."

"어째서지요?"

"그의 척후가 때를 놓쳤다면 승리도 없었을 거요."

"둘째로는?"

"맨먼저 창을 들이댄 핫토리."

"목을 친 모리는?"

"셋째."

"흠."

두 사람의 문답은 여기서 끊어졌다. 이것만으로도 모토야스는 노부나가의 부하 다루는 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목을 치지 못하는 것은 시운(時運)이고, 맨먼저 창을 들이댄 용맹이야말로 그 위에 두어야 하는 것.


제 38장: 쌍학도

1. "스즈키."

"예."

"싸움터에서 목숨을 버린다면 또 모르되, 잉어 한 마리 때문에 죽는다는 것이……분하지 않나, 그대는?"

스즈키는 다시 눈을 뜨고 이에야스를 쳐다보았다. 맑은 심경임을 환히 알 수 있는 잔잔한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주군! 싸움터에서 죽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평소의 충성에 목숨을 거는 것은 퍽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아버님에게 가르침받았습니다."

"그것을 묻는 게 아니야. 잉어 한 마리 때문에 베이는 게 충성이냐고 묻는 거다."

"허참, 잘못이라고 여겼다면 진작 달아났겠지만, 충성이라고 생각하므로 목을 내밀고 있는 것입니다."

"깊이 생각한 뒤의 일이란 말이지?"

"스즈키가 베이지 않는다면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차라리 사소한 일, 중대한 일은 그게 아닙니다."

"건방진 소리. 말해 봐, 생각하는대로."

"두렵게 여기는 상대에게서 보내져온 선물이면, 잉어 한 마리와 가신 한 사람의 값어치 계산도 못하게 되는 그런 주군이라면 큰 뜻을 이룰 수 없습니다. 잉어를 거느리고 싸움을 할 수 있습니까? 스즈키의 죽음은 주군께 그것을 생각하게 하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충성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어떤 분이 주신 것이든 기물(器物)은 기물, 잉어는 잉어일뿐 인간 이상의 것이 아님을 아십시오."

이에야스는 긴칼을 겨누어든 채 희미하게 볼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그러나 그것과 이것은 다르니, 주군께서 해선 안된다고 말씀하신 명을 어긴 저의 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를 처벌하시고, 앞으로는 소홀하신 명을 내리지 마시도록 한결같이 부탁드리는 바입니다……그럼, 베십시오."

"나이토!"

이에야스는 다시 나이토를 부른 다음 말을 이었다.

"벨 것까지 없다. 이 칼을 저기 넣어둬라."

"예."

"스즈키."

"옛!"

"내가 잘못했다. 내가 미숙했어. 앞으로는 취소해야 할 명령은 내리지 않겠다. 오늘의 취소는 웃어넘겨다오."

스즈키는 홱 물러나듯하여 꿇어엎드렸다.

"비록 어떤 분이 주신 것이더라도 잉어는 잉어……라고 잘 말했다. 이것은 노부나가님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심정 다음에 곧 있어야만할 중대한 마음가짐! 내가 미숙했어. 좋아, 앞으로 잉어는 잉어로 다루라."

말하고 나서 이에야스는 곧 마루로 올라갔으나 스즈키는 여전히 땅바닥에 엎드린 채 있었다.

별빛으로는 그 어깨의 흔들림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울고 있어 얼굴을 들지 못하는 것임을 잘 알 수 있었다.


제 39장: 암독수리 성

1. 그녀의 마음은 이제 알았다. 조용히 농성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차례차례 가신들을 망명시키고 마지막으로 자결할 게 틀림없다.

이에야스는 생각했다.

'얄미운 여자다-'

항복하여 이에야스 가까이에서 살아가기보다는 열렬한 향기를 남기고 죽는 편이 훨씬 더 이에야스의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도 이에야스는 평생 동안 그녀를 잊을 수 없게 되리라.

"벨 것 ㄲ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망 4, 야마오카 소하치  (0) 2017.01.30
대망 3, 야마오카 소하치  (0) 2017.01.29
대망 1, 야마오카 소하치  (0) 2017.01.06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3, 박세길  (0) 2017.01.06
빼앗긴 오월, 장우  (0) 2017.01.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