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강


처음 카톡으로 나눴던 대화를 본다. 써야 해서 쓰는 편지라서, 글감이 부족해서, 억지로 짜낸 추억팔이 때문은 결코 아니다. 단지 우리가 서로 알게 된 시간이 워낙 짧아서 무리 없이 그 전부를 돌아볼 수 있는 까닭에 재미 삼아 볼 뿐이다. 얼마 없을 거로 생각하고 다시 보니 얼마 있다. 꽤 된다. 손가락으로 열댓 번 스크롤 해 올려 보니, 나 참 말 많다. 네게 듣고 싶었던 말들이 그만큼 많았던 바람의 흔적이 아닐까.


말 그대로 네게 얼마간 기대했다. 사람 잘 보는 내 안목을 자신했고, 학원 복도를 지나며 간간히 보아온 인상도 한몫했다. 결과는 역시나, 기대가 아깝지 않았다. 너는 생각보다 똑똑했고 재밌었다. 일도 어찌나 잘하던지, 더더욱 부려먹을 심산이었는데 파티에 못 온다 하길래 관둬버렸다.


이 편지를 건네는 오늘은 2월 2일이지만 너는 이 자리에 없다. 어째서일까. 이 파티를 기획하는 데에, 네 생각이 닿지 않았던 곳이 얼마 없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너는 아쉽지 않을까. 괜스레 그랬으면 좋겠단 심술도 든다.


파티 스텝을 매개로 만났으니 이 일을 끝으로 헤어지는 것이 낯선 그림은 아니다. 이 파티의 성격부터가 뒤풀이이니 더 이상의 '뒤풀이'는 없다. 그러니 이제 꼭 다시 볼 일은 없다. 영화 Oceans 13의 마지막 장면에서의 명대사, "See you when I see you."가 제격인 날이다.



2월 2일 2017년

파티 속에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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