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제 어머님께


어머님, 유린입니다. 저번 주에 처음 뵈어 인사드리고 떠날 때 변변찮은 인사 한번 제대로 올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어머님, 그러나 이렇게 어머님께 편지 한 장 더 올려 쓰는 까닭은 참회에 있지 아니하고 감사에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지난 순천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을 순서에 상관없이 셋 꼽으라면, 하나는 창제와 영제요. 또 하나는 굴국밥이요.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어머님 댁에서의 저녁 식사라 답할 것입니다. 진귀한 요리들이 가득한 상차림과 더불어 댁 곳곳에 숭늉처럼 스민 어머님의 따뜻한 배려를 그 이유라 말할 것입니다.


어머니, 저는 창제를 좋아합니다. 창제에게도 말했지만, 저는 순천에 대해 별로 관심 없습니다. 뭐가 유명한지도 모르고 전혀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순천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창제 덕분입니다. 제가 비록 창제를 그리 오래 보아온 것은 아니지만, 기숙 1년에서의 창제는 저에게 단 한 번도 동생이라 느껴진 적이 없었을 정도로 듬직한 친구였습니다. 어머님께서도 아시다시피, 그곳은


피붙이 하나 없는 남들의 세상.

남 좋은, 쓴소리 마다하는 모두의 세상.


이 아닙니까. 그런 세상 속에서 빈틈없이 잘 해내온 창제입니다. 이제 창제 앞에 무수히 많은 갈림길이 놓여 있을 텐데 언제나 모쪼록 올바른 길로 인도하시고 창제의 선택을 격려해주시길 바랍니다. 창제는 별이오. 어머니는 하늘입니다. 별이 하늘 옆에서가 아니면 대체 어디에서 빛나겠습니까.


제가 이렇게 주제넘어 말씀드리는 까닭은, 창제는 어머님과 아버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고 은성이의 부끄럽지 않은 오빠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분명 제 친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님, 그럼 저는 별이 빛나는 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소원하며 부족한 편지 이만 줄입니다.



1월 31일 2017년

화요일 오후 7시 30분

개포도서관에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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