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맞이단 후기

 

작년에 새내기 배움터(이하 새터)에 못 가 생긴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새내기 맞이단(이하 새맞단)에 지원했다. 당연히 붙을 줄 알고, “나 새터 간다!”고 여기저기에 떠벌리고 다녔는데 불합격 통지를 받고 한참 동안 당황했다. 아쉬운 맘을 이내 조금씩 정리하다가, 난데없는 추가합격 전화를 받고 결국 새터에 가게 되었다.

 

새터 첫날은 사흘 중 가장 정신없었지만, 제일 많이 생각나는 날이다. 그만큼 일이 고되고 많았으며 느낀 점 또한 많았던 까닭이다. 아침 7시에 대강당에서 우리 6팀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튿날 새벽 6시 야간근무가 끝날 때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적어본다.

 

야간 근무 시작 전 휴식 시간에 분위기 좀 내보려고 산책하다 설산에 올랐다. 조명은 은은했고 경사는 적당했으며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근처에 움직이는 거라곤 아득히 먼 거리의 정설차 한 대뿐이었으니 분위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일하러 와서 이래도 되는 걸까.’ 걱정돼 멀리 가진 못 하고 가장 가까운 언덕 위를 맴돌며 시간을 보냈다.

 

음악으로 「想望」를 들으며 지나온 날들과 친구들을 한참 생각했다.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는 감정을 맘속 깊이 다시 새기고 포근하며 서늘한 새벽 공기를 맘껏 마셨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맘속 부스럼이 다소 아문 시간이었다.

 

이튿날엔 쉴 시간이 훨씬 더 많았지만, 쌓인 피로 때문인지 온종일 맥없이 보냈다. 그리고 야간 근무 때 자융대 사람들이 즐겁게 노는 걸 보고 재학생들이 참 부러웠다. 나도 후배들 좀 보고 싶은데 첫날은 용기가 부족해서, 둘째 날은 근무시간이 겹친 탓에 그럴 수 없었다.

 

가뜩이나 아쉬운데 셋째 날, 쓰레기 제대로 안 버렸다고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 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좀 더 예쁜 말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즐기자고 온 새터의 마무리를 내 경솔함으로 덧칠한 것 같아 속상함이 가시질 않는다. 때 늦은 사과만큼 덧없는 게 또 있을까. 그래도 전하고 싶다. 나 때문에 맘 상한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새터를 위해 고생한 분들 얘길 안 할 수 없다. 새맞단, 총학생회, 그리고 각 단과대 학생회 등등 사흘 내내 이들이 보여준 헌신을 생각하면, 이번 새터가 성공적이었단 뭇 사람들의 반응이 자못 당연하게 여겨진다.

 

무전 치면 언제 어디서나 수 초 이내 바로 응답하던 우리 단장단만 해도, 이들에게 쉬는 시간이 과연 있긴 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사흘 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쪽잠 잤을 그들 모습이 그려지는 순간이다. 우리 단원들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몸 사리지 않고 언제나 맡은 일 꿋꿋이 해낸 이들이 내 동료라는 사실이 참 든든하고 반가웠다. 새터가 끝난 지금도 흰 롱패딩을 보면 인사하고 싶어 손짓이 머뭇거리는 까닭이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함께한 새맞단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우리 6팀에겐 한 번 더, 그리고 단장단엔 두 번 더 전하며 이 글을 줄인다.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건강 그리고 행복. 이미 이루신 것은 더욱더. 부족한 것은 올해엔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2 28 2018

수요일 오후 730

서울시립대학교 새내기 배움터(2 19~21)

새내기 맞이단 6팀 팀원,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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