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


반갑습니다. 저는 22살 남자 대학생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사람처럼 저 역시나 어렸을 때부터 온천이 좋다 하여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고 심지어 금강산 관광 또한 치료 목적으로 다녀올 정도로 치료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아토피가 왜 아토피(Atopy)겠습니까. 그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비정상적인 반응', '기묘한', '이유를 알 수 없는'이란 그리스어로 해석되는데, 그 말마따나 지금 내가 하는 이 치료법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도 모른 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수없이 많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이리저리 새 치료 방법을 찾아다녔습니다만, 아토피가 호전되지 아니한 것은 당연했고, 오히려 악화될 때도 숱하게 많았습니다.


제 나이 열 일곱, 중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학업과 아토피 치료를 병행하고자 청운의 꿈을 품고 캐나다 유학길에 올랐습니다만, 저 스스로의 몫인 몸관리가 뜻대로 안 돼 흉측한 몰골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대학병원을 꾸준히 다니며 아토피 치료에 일신 전념하고 있습니다. 치졸하고 옹졸한 변명이오. 부끄러워 감추고 싶을 핑계이기도 합니다만, 제 잘못은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알지 못하고, 애매한 것을 애매하게 알고 있기에 옳고 그름의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하기에 지금 저에게는 귀사의 '아토피 혁명'이 절실합니다. 제 나이 이제 스물 둘. 귀사의 '아토피 혁명'에 도전합니다. 분명 이러한 도전은 처음이 아닙니다. 또한, 마지막이 아니 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정도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또 하나의 도전'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걸 잘 압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필연, 그리고 운명으로 귀결되듯이

이러한 실낱같은 '아토피 혁명'과의 우연을

아름다운 운명으로 끝맺음할 수 있도록 귀사께서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

분명 대한민국의 스물둘의 나이는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나갈 나이니까요.


3월 17일 2014년

금요일 오후 4시

스물 둘, 대한민국의 청춘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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