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시여 2

화월선

하늘이시여

이 긴긴밤 다 가고

내일이 오면

밤새 고이 품었던

그 별빛들 다 제게 주소서.

 

님으로 말미암은

제 뜻도 살펴주시고

스물세 날 중 하루는

꼭 제게 웃어주소서.

 

그 밖의 모든 날들엔

제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굽어살펴주소서.

 

 

3 31 2018

토요일 오후 7 30

드뷔시의 달빛을 듣고,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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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제 3

 

안녕, 영제야. 오랜만에 네 목소리가 참 반가웠다. 핸드폰 너머에서 들리는 네 목소리에 생기가 가득해 혹시라도 거기 사는 게 수월찮진 않을까 했던 걱정을 고이 접었다. 다행이다.

 

네가 고른 세 권 가운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지금 막 다 읽었다. 쉽게 술술 읽힐 책을 골랐는데 역시 예상대로 평이했다. 작가는 삶의 다른 말은 곧 죽음이라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죽음에 대해 줄곧 해왔던 내 생각과 비슷해 반가웠다.

 

작가는 언젠가 반드시 맞이할 죽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 지난 생일에 난 유서를 썼다. 죽으려 쓴 게 아니다. 나 몰래 소리 없이 올지 모를 죽음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내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추억하기 위함이었다. 유서 첫 문장을 쓸 땐 참 비장했는데, 마지막 서명을 할 땐 마음이 가벼웠다. 값진 경험이었다. 앞으로 매년 의례 할 것 같다.

 

앞으로 보낼 책들엔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옆에 뜻을 따로 적고, 맘에 드는 문장엔 밑줄을 그어 내 생각을 적어 보낸다. 그래서 네게 보내는 책들 모두, 내가 적어도 한 번은 꼭 읽은 것들이리라. 다음에 만날 땐, 그동안 읽은 책들 얘길 하면 좋겠다.

 

내가 쓴 수필 세 편을 같이 보낸다. 내가 깨달은 것들에 대한 소회이다. 너와 더불어 살 날을 그린다. 함께하자, 영제야.

 

 

412018

일요일 오후 11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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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제안_여자 화장실 구멍



얼마 전, 여학우 세 명에게 학생자치에 뭘 바라는지 물었습니다. 5초 정도 생각하다 한 명이 여자 화장실 구멍 얘길 꺼내고, 듣고 있던 두 명도 단번에 그렇다며 맞장구치더라고요.


여자 화장실 칸막이마다 구멍이 송송 뚫려있단 얘기였어요. 그것도, 몰래카메라가 설치되기에 딱 좋은 위치에 말이죠.


문고리나 휴지 걸이를 바꿔 달다 생긴 구멍이라 착각할 법해서, 제가 바로 남자 화장실을 돌아보니 신기하게도 그런 구멍이 없거나 적더라고요.


다시 여학우들에게 돌아와 물어보니 사실 이게, 비단 우리 학교 화장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하철, 관공서, 상가 등등 대다수 화장실 문제라 익숙하다네요.


그래서 볼일을 볼 때, 칸막이에 들어가 구멍이 있나 여기저기 살핀 뒤, 구멍이 있으면 휴지로 틀어막고 볼일을 본다더라고요. 살면서, 언제 한 번쯤은 반드시 찍혔을 거란 자조 섞인 농담까지 하면서요….


그래서 총학생회 정후보에게 제안했어요. 실리콘이나 뭐로 화장실 칸막이 구멍을 메꾸면 어떨까 해서요. 정후보도 제 친구들 얘기를 듣고 바로 수긍해 공약으로 넣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아직 안 한 얘긴데 이 글에 덧붙여 처음으로 제안합니다. 사실, 학교 화장실 문제는 우리 학생자치 힘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교 밖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화장실 스티커 캠페인은 어때요? 남학우, 여학우 할 것 없이 모두 다 받아가서, 당장은 우리 학교 주변부터, 멀리는 이 세상 모든(공용 포함) 화장실까지!!! 모든 불순한 시선들을 다 막아보자구요!!!


*다른 제안이 있다면 여러분도 말해주세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총학에 전달되지 않을까요?


*첨부된 사진은 우리 학교 화장실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여자 화장실 구멍이란 키워드로 검색해 얻은 사진입니다.


*이 글은 스물세 명가량의 여학우들의 제보와 검수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솔직한 얘기를 나눠준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3 23 2018

금요일 오전 1

동아리방에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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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제 2

 

편지가 왔다. 영제가 왔다. 반갑다, 영제야. 그 힘든 곳에서도 잘 지낸다지. 껌과 레모나를 보낼 때도 걱정 좀 했는데 잘 받았다니 여간 다행이 아니다. 사실, 편지 하나 딸랑 보내 놓고 늦는 답장에 심술 나던 찰나, 네 편지를 받아 부끄러움이 한가득이다. 그래서 이번 편지엔 고마움 위에 미안함도 조금 더 담아 보낸다.

 

영제야,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 먼저 사랑을 한다지. 나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말하는아름다운 사람은 조건 없이 나누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엔 그런 사람이 보이질 않으니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오랜 생각은 아니다. 기껏해야 이번 겨우내 찬찬히 한 것뿐이다.

 

한참이나 부족한 내 탓이겠지만, 이전에도 내 주변엔 그런 사람이 드물었거나 아예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그릇이 될 만한 젊은 친구들도 얼마 못 본 것 같다. 하지만 영제야, 나는 그런 사람을 정말 만나고 싶다. 한두 명이 아니라 두 손, 두 발 전부로도 다 못 셀 만큼 많이 만나고 싶다. 또 나는, 그 많은 사람에게 내줄 만큼 널찍한 품도 갖고 싶다. 영제 너도 그런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젠 일상 얘기다. 면접까지 봤는데멋쟁이 사자처럼에 떨어졌다. 경쟁이 치열했나 보다. 그런데 문득 면접 때 날 당혹게 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그 질문에 답할 때너무 내 신념을 고집한 건 아닌가란 생각도 잠깐 든다.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 거짓을 말할 순 없다. 언제나 진심만을 말하려 노력할 뿐이다.

 

요새,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들의 고백이 잇따르고 있어 그분들을 위한 칼럼 하나를 쓰고 있다. 어디서 다른 누구와 하는 건 아니고 나 혼자 하고 있다. 어려운 주제라 꽤 골치 아프지만, 내 글이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희망이 돼주었으면 좋겠단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내 소소한 바람이다.

 

‘LG 글로벌 챌린저란 팀 단위 공모전도 준비 중인데, 그동안 갈아엎은 주제만 오늘로 벌써 두 개째이다. 뭐 좀 하려고 하면 누가 이미 하고 있어서 막다른 길의 연속이라 영 시원찮다. 그래도 끝까지 해보련다.

 

봉사도 하고 있다. ‘동행이라고 한번 들어봤을는지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은 방과 후 초등학교 1~3학년 애들을 돌보는 일이다. 목요일마다 지금까지 두 번 했는데, 첫날은 힘들었던 기억뿐이다. 내 상상 속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은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기운 뿜뿜 활기찬 애들뿐이었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게, 나랑 같이 봉사하는 친구도 나도, 첫날엔 어지간히 고생했지만, 신기하게도 둘째 날엔 그렇지 않았다. 첫날에 그렇게 날 괴롭히던 아이 두 명이 글쎄 내 그림을 그렸지 뭐냐. 자기와 친구 얼굴을 그리는 미술 시간에, 그리라는 친구 얼굴은 안 그리고 내 얼굴을 그렸다. 지금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로 그 그림이다. 일주일을 꼭 건너 날 위해 그린, 오래 간직할 그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바쁘고 어려운 일들뿐이다. 하지만, 먼 곳에서 땀 흘리며 고생하는 네 것만 할까. 다시 한번, 부끄럽고 고마운 맘이다. 보고 싶다 영제야. 사랑한다 영제야.

 

 

3 17 2018

토요일 오후 11

너의 친구,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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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20 17:20

    비밀댓글입니다

돌아오는 길

화월선


왜 그런 걸까.

왔던 길보다 돌아오는 길이

언제나 더 먼 까닭은. 


아마 그건 한참을 서성이다

미처 돌아오지 못한 

내 맘 때문이리라.



3월 17일 2018년

토요일 오전 8시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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