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문


선물은 가장 소중한 것으로 한다.

가장 소중한 나의 무엇을 떠나보내는 슬픔보다

당신께 건넴으로서 되돌아오는  기쁨이

땅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적실만큼 지대하기에

나에게도 당신께도, 선물은 가장 소중한 것으로 한다.


가진 하나 없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의 이름이며

나의 , 수필, 그리고 편지 따위가 다음이다.

나의 선물, 모든 마음 다하여 당신께 보내니,

이름 모를 너의 그것.

그것에 준하는, 아니 어쩌면 값질지 모를 그것.

바라만 보아도 아름다운 그것. 함께 하.


나의 눈물. 너의 웃음.

줌씩만 나눠 보태기만 하량이면

하해와도 같이 넓은 은혜

하루가 멀다 하고 채워지리라.

능히 우리는 그럴만하다.

하나의 꽃으로 서른 여덟가지의 향기로.


5 14 2015

목요일 오전 8 30

가시지 않는 졸음을 무르며, 손유린



스승의 날 롤페이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쓴 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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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어버이께.


천리도 타향인 이곳에서 설을 쇤지

벌써 여러 달이 지났습니다.

당신께서 담아주신 떡국과 봄나물을 먹고나서야 비로소

겨우내 오지 않던 봄이

몰래 왔음을 알았습니다.

수릿날 절편도 삼복날 더위도

높은 가을 하늘 아래 장엄한 저녁노을도

당신의 손길을 거쳐 제게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가고

날이 오면,

하루, 절대 오지 않을 같았던

날이 오면

저는 하해와 같은 어버이의 품을 떠나

이루어질 것입니다.

저는 멀리 이루어지며

하나의 아들과 딸이

하나의 어버이를 것입니다.

어머니, 아들 왔어요!’

잘생긴 아들이 왔어요!’


5 8 2015

금요일 오후 12 30

강대기숙 식당
어버이의
만수무강을 소원하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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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勇氣)

화월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몸을 던져 희생하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네 마음속 태풍을 잠재우는 것 또한 위대한 용기다


12월 8일 2015년

화요일 오후 9시

권세훈 선생님을 뵙고

옛 연습장을 들춰보며,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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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서: 일장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그 날이 오면

심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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