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

심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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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유문(春香遺文)

서정주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에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가 되어 퍼부을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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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2014년

화월선


나는 너희를 통해 나 자신과 세상을 바로 보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느끼고 생각해온 모든 것들을 너희에게 비춰봄으로써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게 된다. 

고로, 너희는 내 자화상임에 동시에

이 넓은 세상을 헤쳐나감에 필요한 등대이기도 하다.


2월 26일 2014년

수요일 오후 7시

송슬아 이용구 이로빈에게,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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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 2014년

화월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니

모든게 꿈만 같고 아련해지네. 


그만큼 행복했기에 

벌써 추억이 된것이겠지.  


추억으로서 돌아보니 

이만큼 또 슬퍼지고,


내일 다시 생각하면

또 웃기도 울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난 좋아.

고마워 얘들아. 


2월 2일 2014년

일요일 오후 11시

오남리에서,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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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아무 일 없이 편지를 잘 받았다니 다행이다.

그 소식을 기다렸던 지난 열흘은, 기다림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것은 여느 기다림과 달리 매우 특별한 것이었는데, 특히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고 난 뒤의 그 느낌은 활시위를 막 떠나는 화살을 보는 것 같이 아쉬움만이 가득하였다. 그리고 나서 바로, 너로부터 들려올 좋은 소식이 기대돼 내 마음은 이내 '기다림'으로 다시 채워졌다. 마치 내일 소풍 가는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듯이, 그날 밤은 오랫동안 내 마음을 설레게 해주었다.


5월 20일 2013년

월요일 오전 3시 40분

부러진 화살을 보고,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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