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죽은 사랑을 싣고

화월선


나 오늘 하루 속 편히 보낼 수 있었던 까닭은

그대가 밤을 지새우며 정성 들여 끓여준

호박죽 한 그릇 때문이리라.


그대가 나를 생각함에

한 점의 망설임도 없었듯

나 또한 이 마음을 전함에 있어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고백하노라.


꽃 같은그대의 고운 얼굴과 마음씨,

고이고이 간직하길 바라고

바라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바라며

내 마음을 담아 보내노라.



남몰래 호박죽을 챙겨 준 영양사 누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쓴 편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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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서시(序詩)

화월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 해결이 될까.

하지만 시간을 되돌리지는 못한다.

그래도 어찌어찌하여

우리들의 세상에 조금이라도

남아있을지도 모를 기적이 일어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나는 내가 지금 바라는 대로

행복해 질 자신이 없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이

로마의 영웅들을 존경하고

서태지의 음악을 좋아하며

단 하나의 사랑에 목메 사는

손유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다 하더라도,

내 마음은 아직도 간절히

이제는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그때로 돌아가길 원하나 보다.

이제서야 나는

그때의 그리움을 사랑하고

그때의 슬픔마저 추억으로

간직할 준비가 된 것이겠지.


자, 지금부터 나는 기적을 만나러 가겠다.



내 미래의 유서 혹은 죽음이 임박했을 황혼기에

마지막으로 쓸 수필의 서시. 고1 무렵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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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出師表)


내 꿈은 세계정복이다.

벌써부터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지 마라.

그렇다고 또 불가능하게 '보인다'고도 하지 마라.

그렇게 가능성만을 운운하다가는

이만한 가치가 있는 꿈을 죽을 때까지

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

나는 너희와 다르게 이만한 꿈을 품었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이 세계를 제패해

너희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다.

그리고 몇 년 뒤에 세계의 패권을 잡았던 나도

지는 태양이 되어 왕좌에서 내려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는 몇십 년 전에 내가 했던 맹세를,

몇십 번을 실패해도 이것 하나만큼은

죽어도 지키겠다는 이 꿈의 맹세를,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다시 되뇌겠지.


"나 손유린은 지금 이 순간부터

돈에 대한 열정과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을

내 인생을 걸고 맹세합니다."


1월 16일 2008년

수요일 오후 7시



고1, 사업을 천직으로 삼고 비장한 각오로 첫 사업에 임하며 쓴 출사표.

공자가 15세에 학문에 뜻을 둔 것을 본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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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요. 

이젠 안녕이야. 

전국 일주 9 10. 

언제를 돌아봐도

기억나는 웃음뿐이야. 

고마워요. 고마워.


경상남도 양산시

김성수 윤여준 안지혁 김정환 김진우 이준헌 홍수민

부산광역시

이준헌 홍수민

경상남도 창원시

서창건

경상북도 김천시

박준호

충청북도 청주시

허석정 변민지 박준호 서창건

서울특별시

양준용


12월 2일 2015년

수요일 오후 6시

사릉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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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P


반갑습니다. 저는 22살 남자 대학생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사람처럼 저 역시나 어렸을 때부터 온천이 좋다 하여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고 심지어 금강산 관광 또한 치료 목적으로 다녀올 정도로 치료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아토피가 왜 아토피(Atopy)겠습니까. 그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비정상적인 반응', '기묘한', '이유를 알 수 없는'이란 그리스어로 해석되는데, 그 말마따나 지금 내가 하는 이 치료법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도 모른 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수없이 많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이리저리 새 치료 방법을 찾아다녔습니다만, 아토피가 호전되지 아니한 것은 당연했고, 오히려 악화될 때도 숱하게 많았습니다.


제 나이 열 일곱, 중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학업과 아토피 치료를 병행하고자 청운의 꿈을 품고 캐나다 유학길에 올랐습니다만, 저 스스로의 몫인 몸관리가 뜻대로 안 돼 흉측한 몰골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대학병원을 꾸준히 다니며 아토피 치료에 일신 전념하고 있습니다. 치졸하고 옹졸한 변명이오. 부끄러워 감추고 싶을 핑계이기도 합니다만, 제 잘못은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알지 못하고, 애매한 것을 애매하게 알고 있기에 옳고 그름의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하기에 지금 저에게는 귀사의 '아토피 혁명'이 절실합니다. 제 나이 이제 스물 둘. 귀사의 '아토피 혁명'에 도전합니다. 분명 이러한 도전은 처음이 아닙니다. 또한, 마지막이 아니 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정도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또 하나의 도전'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걸 잘 압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필연, 그리고 운명으로 귀결되듯이

이러한 실낱같은 '아토피 혁명'과의 우연을

아름다운 운명으로 끝맺음할 수 있도록 귀사께서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

분명 대한민국의 스물둘의 나이는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나갈 나이니까요.


3월 17일 2014년

금요일 오후 4시

스물 둘, 대한민국의 청춘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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