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글을 남긴 지 1년하고도 반 정도가 지났습니다. 계절이 다섯 번이나 바뀌는 긴 시간이죠. 예전에 쓴 글 말마따나, 이 곳에 꾸준히 글을 쓰려 했지만, 고질병을 이겨내지 못해 단 두 개의 글[각주:1]만을 올리고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조금씩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더는 연락이 닿지 않는 옛 친구들을 수소문하여 만나기도 하고, 또 겨우 알아볼 법한 서투른 글씨로 꾸밈없는 진심을 담아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여전히 단어 하나하나 남기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인터넷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무얼 말하고 싶은지를 틈틈이 적어두었습니다. 다시 여러 사람 앞에 나설, 언제 올지 모를 그날을 위해 잊지 않으려 적어두었죠.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습니다. 세상과 등지고 자신을 옭아매어 밀실 안에 가두는 것은 오늘까지 해두고, 이제 당당히 광장으로 나가려 합니다. 광장은 저 혼자만이 아닌 모두의 공간이다 보니, 좋든 싫든, 많은 일을 겪게 되겠죠. 따스한 햇볕 아래 꽃내음을 맡으며 유유히 걷는 좋은 일도 있을 것이고, 새 찬 비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좋지 못한 일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뭐가 되었든, 혼자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연하게도, 청명[각주:2]이 시작되는 오늘은 출사표를 내기에 참 좋은 시기입니다. 겨우내 꽁꽁 언 땅을 녹이고 싹을 틔워줄 봄비가 내리기 전에 논밭을 갈며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이죠. 이렇게 지금의 제 상황과 비슷한 것을 보면, 하늘조차 제 뜻을 반기는 것만 같습니다. 농부가 한 곳에 터를 잡아 일 년 내내 땀 흘려 일할 논밭을 일구는 것처럼, 저 또한 오늘부로 그럴 것입니다.


[각주:3]


4월 5일 2014년


  1. 9월 25, 26일 2012년 [본문으로]
  2. 24절기 중 하나로 춘분과 곡우 사이에 든다. 이 날 부터 날이 풀리기 시작해 화창해지기 때문에 청명이라고 한다. 농가에서는 이 무렵 바쁜 농사철에 들어간다. [네이버 지식백과] 청명 [淸明] (두산백과, 두산백과) [본문으로]
  3. 논갈이, 김홍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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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화월선 유한나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어떤 꽃이 되길 바라느냐.


곧 멀리 날아갈 민들레 같은 너에게

난 꽃이기보단 바람이고 싶어라.



한국에 들어온 지 3년 차. 아토피가 어느 정도 호전되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지 말지 고민을 하던 차.

문답으로 같이 지은 내 인생 최고의 시.

가장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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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감기 일지


하루 11월 30일 토요일

발열, 콧물

열이 조금 나며, 이따금 콧물이 나온다.


이틀 12월 1일 일요일

발열, 콧물, 두통, 몸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 콧물이 많이 나오며 몸살 동안 심해 일어나기조차 어렵다.


사흘 12월 2일 월요일

발열, 콧물, 기침, 옅은 가래

콧물이 많이 나오며, 기침이 시작되어 말을 길게 하지 못한다. 옅은 가래도 조금씩 나온다. 


나흘 12월 3일 화요일

발열, 콧물, 기침, 짙은 가래

콧물은 많이 나오지 않지만, 대신 기침이 잦고 가래의 색도 짙다.


닷새 12월 4일 수요일

발열, 콧물, 잦은 기침, 짙은 가래

콧물이 많고 기침이 잦으며 가래의 색도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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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졌다. 벌써 겨울이 온 것만 같다.


10월 11일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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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월선


너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우며

언제나 보이는 그대로 화사하다. 


너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조차 향기롭고

네가 바라보는 시선 또한 따스하다. 


모두가 이성에 눈이 멀어 침묵할 때. 

너 홀로 눈물 흘려 일깨우고


모두가 감성에 미쳐 울부짖을 때

너 홀로 두 팔 벌려 감싸 안으니


너는 나의 신이고. 만인의 여신이다.


오 신이시여, 바라옵건데 들어주소서.

오늘 당장 헤어지고 

내일 바로 잊혀질

우리 사이가 아닐 것임을.

내가 기억하고 네가 잊지 아닐 것임을.


오 신이시여, 바라옵건대 들어주소서.



2월 07년부터 지금까지(12월 15년) 써오고 있는 시.

한 사람을 바라보며 썼으나 지금은 잊혀지고

시상이 메말라 도무지 진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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