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국립묘지 후기


오늘 당일치기로 518 망월동 국립묘지에 다녀왔다. 매년 한 번씩은 꼭 간다. 수능 공부할 때 한국사 선생님께서 한번 가보라고 말씀하셔서 재작년에 처음 간 게 시작이었다.


정말 한 번만 가볼 생각으로 여러 책을 읽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그만 비문 몇 개 읽고 무너졌다. 눈이 엄청 많이 왔었는데, 가져온 우산을 부여잡고 펑펑 울었다. 지금도 그 비문들이 잊히지 않고 계속 아른거린다.


그곳엔 7~8백여 개의 묘비가 있고 그 비문들을 다 읽는 게 목표다. 그래서 앞으로 적어도 4번은 더 가야 한다. 앞서 두 번 왔을 땐 기준 없이 여기저기 다니며 읽었다가 오늘에서야 비로소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제1묘역과 제2묘역을 다 읽었다. 그리고 주옥같은 비문들과 식별 번호를 적어두었다.


그러다 새 인연을 만났다. 제2묘역을 다 돌고, 제1묘역을 조금 돌다가 젊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단체를 보았다. 한 묘(눈으로 위치를 대강 짐작건대 윤상원 열사 묘였던 것 같다) 앞에서 다 같이 큰 소리로 노래 부르더라. 임을 위한 행진곡 같았다. 


광주에서 온 학생 단체인 것 같아, 그들 중 한 분에게 비문 속 광주 사투리의 뜻을 물었는데 이쪽 출신이 아무도 없어 모른단다. 같이 온 사람 수가 10명이 넘어 보이는데 광주에서 온 사람이 없다니.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 계속 물었다. 연세대에서 왔단다. 나도 서울시립대에서 왔음을 밝히고 한 분과 계속 말을 이었다. 연세대에선 기행단을 꾸려 매년 5월마다 여길 온단다. 매번 올 때마다 혼자고, 오늘도 역시 혼자라 내심 부러웠다. 참 좋은 분 같고 반가워서 내 연락처를 드렸다. 그래서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기차 시간 때문에 비문을 얼마 못 보고 나왔다. 그래도 온 김에 방명록도 쓰고 리본도 묶고자 리본 부스에 갔다. 부스 관리하시는 할머니께서 어디서 왔는지 물으시길래 서울이라 말씀드렸다. 할머니께선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씀하시더니, 관광안내소에서 뱃지 하나를 헐레벌떡 가지고 나오셨다. 그리고 그 뱃지를 내게 건네주셨다. 


작년에 만든 건데, 이제 얼마 없어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말씀드리니, 멀리서 아무 연고 없이 혼자 온 게 대단하고 특별한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무엇이 그리 고마운 건지… 오늘 온종일 고맙단 말을 계속 들어 머쓱하다. 


시간이 너무 없고 버스 시간을 놓쳐 택시를 탔는데 인연이 어떻게 또 닿았는지, 할머니와 합승했다. 택시 안에서도 할머니와 계속 얘길 하고 명함도 받았다. 그런데 명함을 받고 보니 유족협회 임원이셨다…. 그제야 할머니께서 내게 보여주셨던 일련의 호의들이 이해되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기사분께서도 할머니와 내 대활 계속 들으시고 내가 기특하신지 자타공인 광주 맛집도 알려주시고 택시비도 깎아주셨다.


새로운 인연과 뜻깊은 경험은 언제나 반갑다. 다음에 갈 땐, 다른 누구와도 이 경험을 꼭 나누고 싶다.



5월 26일 2018년

토요일 오후 11시,

ITX- 새마을 1118, 1호차 8D. 

아래는 내가 오늘 적은 비문 일부다.



#

당신의 찬 머리로 헤어한 뜻 생각하고

네 눈 맘에 보고 열어 사랑했던 꽃누린데

이젠 더 목놓아 울어 줄 그리움 가고 없다. 


#

여보 당신은 천사였소.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


#

원망 분노 슬픔. 울고불고 이젠 지쳐버린 당신의 아내 오늘도 울고, 당신 만날 날 기다리며 ㅇㅇ, ㅁㅁ 소중히 지키렵니다.


#

아빠! 내가 태어난 지 3일 만에 돌아가셨지만 제 가슴속엔 언제나 아빠가 살아계셔요. 딸 ㅇㅇ. 


#

꽃잎처럼 지는 것을 슬퍼하진 마소서.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 있지만.

좋은 세상, 통일된 조국에서. 

다시 만나리…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최연소 안장자의 비문. 


#

죽음을 앞두고 전화로 식구들을 안심시키던 네가 주검으로 돌아온 아침, 에미 가슴도 이 나라 정의도 무너지더니 17년 세월 끝에 이제 너를 내 가슴에서 보낼 수 있게 됐구나. 에미가.


#

ㅇㅇ아! 행여 올까 하는 기다림 속에서 너는 오지 않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내가 너를 찾을 때가 되었구나. 엄마가. 


#

ㅇㅇ아 살아남은 자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갈게. 너의 숭고한 정신 이 땅의 민주화에 길이 빛나리라.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너를 죽도록 사랑하는 형과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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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이벤트 후기


안녕하세요. 늦게 인사드려요. 어제 어버이날 이벤트를 진행했던 사람이에요.


여러분의 편지와 선물은 오늘 오전 9시 20분 즈음에 학생회관 3층 간이 휴게실에서 출근 준비하시던 어머니께 전달했어요.


썬크림 바르시다 말고 난데없는 방문을 맞으셨는데 아마 어제 얘길 못 들으신 것 같더라고요. 어디서 하는 거냐고 물으시길래, 우리 시립대 학생들 하나하나가 모여 한 거라고 이벤트 취지를 말씀드리니 정말 좋아하셨어요.


또, 어제 어떤 분께서 댓글로 우려하셨던 말도 같이 전해드렸어요. 정말 절대 그럴 일 없겠지만, 세상이 흉흉하니 만에 하나라도, 혹시 좀 그렇고 그런 말이 적혀 있으면 절대 신경 쓰지 마시고 바로 버리시라고 말씀드렸어요.


어머니께선 정말 고맙다고 모두에게 꼭 좀 전해달라고, 그리고 앞으로 학생회관을 더 이쁘게 관리하시겠다고도 말씀하셨어요.


지금까지 댓글이나 쪽지로 응원해주신 분들, 그리고 바쁘신 와중에 먼 걸음 내서 고마움을 나눠주신 분들께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5월 9일 2018년

수요일 오후 9시 19분

에브리타임,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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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이벤트 2


안녕하세요. 어제 이벤트 글 올렸던 사람이에요. 먼저, 댓글로 호응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총 세 분께서 쪽지를 주셨는데 그중 한 분께서 계좌번호 보내면 돈 보태줄 테니 이벤트에 써달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전 단순 참여형 이벤트를 생각한 것뿐이라 정중히 사양했어요. 그렇지만, 말씀만으로도 정말 고마웠고 든든했단 말씀을 다시 전하고 싶어요. 


방금, 우리 학생회관을 이쁘게 관리해주시는 선생님께 허락 맡고 왔어요. 선생님께선 1층에서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는데, 같이 준비하는 사람도 부족하고 너무 볼품없어 보이면 당신들께 죄송해서 예정대로 3층에서 진행할게요. 


간단한 안내문과 포스트잇 그리고 필기도구를 준비했으니, 당신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으신 분들은 마음만 들고 와주시면 됩니다!


일시: 오늘 정오부터 ~ 오늘 퇴근하실 때까지.

장소: 서울시립대학교 학생회관 3층 게시판 옆.

준비물: 소소한 선물이나 편지 혹은 쪽지.



5월 8일 2018년

화요일 오전 11시 17분

에브리타임,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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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이벤트 1


내일 점심, 학생회관 3층. 

남녀 화장실 사이 간이 휴게실. 


편치 않은 환경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 편의를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 고마움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려 합니다.


저는 카네이션 하나와 편지 한 통을 문 앞에 두거나 붙일 생각이에요. 


저와 따로 또 같이, 간단한 간식이나 고마움이 담긴 편지 한 통 준비하실 분을 구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가 문득 걱정 하나가 들어요. 


당신들께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시며 일하시는 걸 텐데, 혹여나 맘 불편하시진 않으실까요? 


물론 존경하는 선생님께 드리는 감사 편지와 비슷한 이유로 하려 합니다.


노파심에 여러분의 의견을 묻습니다. 


괜찮을까요?



5월 7일 2018년
월요일 오후 1시 27

에브리타임,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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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화월선

영원이란 시간 속에서 

인생이란 참으로 한순간. 


그러니 단 하날 위해 

천이고 만이고 다 내던지는 게 

결코 이상한 게 아냐. 


망설이지 마. 

수수께끼 미궁도 뚫을 만물의 열쇠, 

진심뿐이다.



7월 26일 2018년

목요일 오전 1시

윌리엄 터너를 보고,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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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슬픔마다

화월선

오가는 슬픔마다 별 하날 그려

내 맘 가득 천만 개의 별들이 차면

검은 바다 타고 건너 너에게 갈게. 



7월 11일 2018년

화요일 오전 2시. 

July12,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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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비가 되고

화월선

눈물이 

비가 되고 못이 되어

넘쳐 흘러 강이 되고

굽이굽이 몰아쳐 산을 가른다.


한숨 같은 바람은

서리로 내려

철렁이는 바닷강도

다 꽁꽁 얼려버리고


날카로운 뾰족 말은

산짐승을 찢겨 울려

피칠갑한다.



7월 10일 2018년

화요일 오전 1시.

July12,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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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국장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서울시립대학교 제54대 총학생회 교육국장 손유린입니다.


지난 3월에 써 올렸던 ‘여자 화장실 못 구멍 메우기’의 글쓴이입니다. 그동안 언론사를 비롯한 우리 학교 커뮤니티에서 캠페인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뜻대로 잘 안 됐습니다. 그러다 새로 선출된 총학생회로부터 교육국장 제안이 와,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 자리를 맡았습니다.


선본에도 참여 않고 학생자치 경험도 전혀 없던 제가 국장으로 전격 발탁된 이유를 제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남자로서 알기 쉽잖은 여성 문제들을 귀담아들어 해결 방안까지 도출했던 소통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총학생회 아홉 국장 중 마지막에 발탁됐지만, 중요도로 따지면 교육국이 단연 첫째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국이 우리 학우분들의 교육권을 지키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으로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제기되었지만 방치된 민원 상당수가 설문 표본이 적다는 이유로 반려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을 끌려 이 글을 쓴 까닭이기도 합니다. 설문 참여율이 저조한 까닭을 학우분들 탓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학생자치 참여 독려도 총학생회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교육국장으로서 새로운 일을 진행할 때마다 학우분들에게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구하겠습니다. 문제와 그 원인을 어떻게 인식해 해결방안을 도출했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여러분께 빠짐없이 보고하겠습니다. 아울러, 제 글에 달리는 모든 댓글에 빠짐없이 답변드릴 것을 모든 학우분께 약속드립니다. 여러분의 정당한 교육권을 위해 교육국이 함께하겠습니다.


*총학생회 집행부 면접 중, 공약집에서 인상적인 공약 하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많은 면접자가 <여자 화장실 못 구멍 메우기>를 꼽았다고 합니다. 화장실 스티커 캠페인 제안서를 작성하다 소중한 얘기를 나눠준 분들에게 바나나 우유 기프티콘을 전달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그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4월 11일 2018년

수요일 오후 4시 30분

서울시립대학교 제54대 총학생회 교육국장,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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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 울던 밤

화월선

후문 어귀 괭이 울던 밤

비를 긋다 너를 만났다. 


만나기 힘든 세상 속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야. 


빗소리 각별한 오늘

맘속 깊이 너를 그린다. 



4월 9일 2018년

월요일 오전 1시

실크로드에서,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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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제목: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 유시민

출판사: 아름다운사람들

초판 1쇄: 2013년 3월 13일

초판 25쇄: 2017년 12월 27일

독서 기간: 3월 31일 ~ 4월 1일 2018년

추천인: 서영제


소감: 

(프롤로그를 읽고)

어째 나는 정치인도공인도 아니면서 정치적 자기 검열 습관을 갖고 있는가…. 이젠 너무 익숙해 벗어 던질 수 없다글자 하나하나 적는 게 이리도 힘든데계속 적고는 싶다모순이 앞뒤로 치민다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줄곧반대 하나 달기 쉽지 않은 글만 써왔다이제 좀 나도 내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더러는 비난할 것이오또 더러는 비난할 것이다그 빗발치는 비난을 감내할 만한 글감과 열정을 잃지 않길 소원한다생채기 좀 나도 좋다내가내 목소리를 내는데 한 치의 주저도 없길 다시 한번 소원하는 바이다.

인상 깊은 구절: 

1: 어떻게 살 것인가

#1 바람이 불면 사물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쳐 제각기 색깔이 다른 삶을 산다.

 

#2 청년기의 핵심 과제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3 기득권과 더불어 살면서도 그 달콤함과 안일함에 젖지 말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불의와 타협하거나 악에 가담하지 않고 살려면 강력한 내면의 힘이 있어야 한다.

 

#4 세상이,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소망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해준다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세상을 비난하고 남을 원망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극적 선택도 선택인 만큼, 성공이든 실패든 내 인생은 내 책임이다. 그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죄악과 비천함에서 자기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악당이나 괴물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되든, 무엇을 이루든, ‘자기 결정권또는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임생을 살아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5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자유의지로 만들어낸 삶이 아니면 훌륭할 수 없다.

 

#6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 자신도 더 훌륭해져야 한다.

 

#7 재능의 본질은 즐기면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8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우리는 조금씩 죽어 간다. 죽음은 단지 삶의 이면 이면일 뿐이다. 삶과 죽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며 함께 완성도니다. 쉰다섯 해를 산 나는 이미 쉰다섯 해 죽은 것이다. 어차피 죽을 것이기 때문에 삶은 허무하다고 말하지 말자. 그것은 틀린 말이다. 그 역이 옳다.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

 

#9 인생은 그런 것이다.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인생 전체가 의미 있으려면 살아 있는 모든 순간들이 기쁨과 즐거움, 보람과 황홀감으로 충만해야 한다.

 

#10 자기의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타인의 위로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11 자기가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문제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2 이 시련을 견뎌야 하는 것은 세대가 아니다. 청년들 각자 이겨내야 한다.

 

#13 ‘왜 자살하지 않는가?’ 카뮈의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 그때 조금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면 된다. p.56

 

#14 카뮈가 주장한 바는 명확하다. 지금 이 순간 자유로운 존재로서 있는 힘을 다해 살라는 것이다.

 

#15 가난은 가난한 아이의 책임이 아니다. 그렇지만 가난한 아이들은 흔히 가난을 부끄럽게 여긴다.

 

#16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은 사랑, , 놀이이다. 사람들은 이 셋 말고도 연대solidarity’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17 삶과 세상에 대해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적은 수의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세상과 민중에 대한 추상적 사랑보다는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몸으로 껴안는 실체적인 사랑을 더 많이 나누고 싶다.

 

 

2: 어떻게 죽을 것인가

 

#1 이천 서씨의 집성촌 종가 맏며느리로 살면서 ~ 정체 모를 두려움과 슬픔이 밀려왔다. Pp.68~69.

 

#2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3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젊은 사람들과 수평적으로 대화한다.

 

#4 나름 의미는 있겠다 싶었지만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았다. 설렘이 없으니 열정이 솟을 리 없었다. 마음의 설렘이 없는 일에 인생을 쓰고 싶지 않았다.

 

#5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시민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었던 것이다.

 

#6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고 도저히 이겨낼 수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시련은 아이들을 죽인다.

 

#7 사람은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조차 지킬 수 없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8 누구도 가벼운 마음으로 자살하지 않는다.

 

#8 자존감을 회복할 수 없는 양상으로 파괴할 때, 인간적 존엄성을 회복할 수단이 남아 있지 않다고 느낄 때 자살은 탈출구가 된다.

 

#9 많은 사람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주는 제도와 관습, 문화는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치지 않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도와 관습, 문화를 바꾸려면 투쟁해야 한다. ‘투쟁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투쟁하면서 즐거울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투쟁이 성공하면 혜택은 모두가 함께 누리지만, 드는 비용과 스트레스는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10 공부의 출발은 호기심이지만 그 과정은 의심이다. 공부한 모든 사상을 다 받아들인다면 누구도 특정한 주의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11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12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죽음은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지성적 자아의 소멸을 의미한다.

 

#13 세상은 그대로 있는데 의 존재만 무로 바뀐다는 것, 이것보다 더 처절한 상실이 있을까.

 

#14 인간의 의식과 행동의 밑바닥에는 현실의 사회제도나 문화양식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생물학적 본능이 도사리고 있다. 제도를 바꾸어도 이것은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15 다윈 또한 인간이 단지 이기적 욕망만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며, 진화 과정에서 이타 행동을 하는 사회적 재능을 획득했다고 보았다.

 

#16 자기 자신을 로 인식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주체, 지성을 가진 자아는 언제나 단 한 번만 존재한다.

 

#17 태양계 두 번째 행성인 금성은 지구에서 보이는 천체 에 해와 달 다음으로 밝다.

 

#18 눈비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떨어지듯, 치매도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19 지는 해가 만드는 낙조는 일출만큼 눈부시지 않다. 하지만 아름다움으로 치면 낙조가 일출을 능가할 수 있다.

 

#20 2011년 기준, 사망자 열 명 가운데 일곱은 병원이나 요양 병원에서, 두 명은 집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나머지 한 명이 사망한 장소는 사회복지시설, 도로, 일터 등 병원도 집도 아닌 곳이었다. 아픈 사연이 많은 죽음일 것이다.

 

#21 2011년 한 해 동안 16천여 명, 하루 평균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2 10대 사망자는 넷 중 하나, 20대 사망자는 둘 중 하나, 30대 사망자는 셋 중 하나가 자살이었다.

 

#23 김옥경 할머니 유족은 생명과 죽음 가운데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존엄을 선택했을 뿐이다.

 

#24 유언장은 써두는 것이 좋겠다.

 

#25 어떤 것의 가치는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하는지, 인정한다면 얼마만큼 높게 평가하는지에 좌우된다. 그러나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은 가치를 따질 수 없다. 도덕적 차원을 가진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의 선택을 나타내는 것만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인간다움, 존엄성이 그런 것이다. 인간 존엄성의 필수 조건은 자유의지이다.

 

3: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1 훌륭함, 존엄, 품격이란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가치이고 쓸모는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타인의 상대적 가치 평가이다.

 

#2 천부적 재능이란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3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가 빚어내는 인생의 비극을 어린아이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4 ‘축구는 그만하고 공부나 해라.’ ~ 충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Pp.169~170

 

#5 아이들은 마음대로 꿈을 정한다.

 

#6 결단이 너무 늦는 법은 없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이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쪽으로 직업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바람직하다고 본다.

 

#7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회피하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이다. 재능이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면 제일 좋다. 그러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기만 하다면,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되는 만큼 하면서 살면 된다.

 

#8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평생 해도 즐거울 것 같은 일을 찾는 것이다.

 

#9 무슨 일을 하든 사람들과 소통을 잘해야 하니 스스로 글쓰기 훈련을 하라.

 

#10 남들과 잘 소통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그 자체가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직무를 잘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11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층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혁신의 동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옳은 개혁도 실패한다.

 

#12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가치관이 뚜렷하고, 정책에 밝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기본일 뿐이다. 정치를 잘하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자기의 마음을 잘 다스려 다른 사람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13 뜻이 아무리 옳아도 사람을 얻지 못하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14 연대는 아픔과 기쁨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사회적인 선과 미덕을 실현하는 행위이다.

 

#15 정치는 본질적으로 이상과 비전, 정책과 아이디어 경쟁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인 것은 아니다. 정치는 열정과 탐욕, 소망과 분노, 살수와 암수가 밪부딪치는 권력투쟁이기도 하다.

 

#16 갑작스럽게 찾아든 영원한 이별에 대한 상상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색깔과 맛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다.

 

#17 가족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책임 의식으로 맺어진 어른과 아이들의 생활공동체이다.

 

#18 사랑하면 주고 싶다. 깊이 사랑하면 무엇이든 줄 수 있다.

 

#19 따지고 드는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일찍 발달하는 아이일수록 지적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 말을 하기 전에 아이들은 먼저 말을 알아듣는다. 뱃속에 들어 있을 때부터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완전한 문장으로 아이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21 자녀를 사랑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 사람은 아주 작은 일에도 쉽게 행복을 느끼게 된다. P.218

 

#22 어떤 경우에도 딸 아들과 손녀 손자들이 좋아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 언제나 정치적으로 청년들의 편에 설 것이다.

 

#23 누군가를 지지하는 것은 그 후보가 패배할 가능성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24 정치가 해야 할 일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폭력을 선용함으로써 사람들이 저마다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25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이 측은지심을 발휘하면 만인의 삶을 고통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26 저녁 무렵 구로공단 진입로와 이화여대 앞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목격할 수 있었던 강렬한 콘트라스트contrast.

 

#27 진보주의를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라고 말한다.

 

4: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1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신념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대하는 태도이며 그 신념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신념이 잘못된 것이 아닌 경우에도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잘못 선택하면 삶이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2 신앙이나 이념은 훌륭할 수 있다. ~ 자연이 준 본성과 욕망을 긍정적으로 표출하고 실현하면서 영위하는 기쁜 삶이다. P.275

 

#3 신념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4 헬렌 켈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보거나 만질 수 없으며 오로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5 행운에 대해서는 감사하되 불운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6 무엇인가를 새로 알게 될 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7 기쁜 삶,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삶의 유한성과 관련한 허무 의식을 이겨내야 한다.

 

#8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 세운 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그것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하라.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에필로그

#1 연암 박지원은 노환으로 거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약을 물리치고 술상을 차려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친구들이 말하고 웃는 소리를 들으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2 미국의 유명한 회계법인 KPMG 회장이었던 유진 오켈리는 삶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편지와 전화로 작별 인사를 했다.

 

#3 고백하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써 남는 자의 삶과 떠나는 자의 죽음이 더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4 해와 달, 밤하늘의 별, 풀과 나무와 물과 바람에게로 돌아가게 하자. 내 몸과 우주의 모든 것들이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5 내가 죽은 후에 남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진 나에 대한 기억과 느낌뿐이라고 생각한다.

 

#6 내 자식들은 촛불을 켜고 음식을 차린 제사상 앞이 아니라 새가 노래하고 바람이 숨 쉬는 자연의 품에서 그런 기회를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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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시여 2

화월선

하늘이시여

이 긴긴밤 다 가고

내일이 오면

밤새 고이 품었던

그 별빛들 다 제게 주소서.

 

님으로 말미암은

제 뜻도 살펴주시고

스물세 날 중 하루는

꼭 제게 웃어주소서.

 

그 밖의 모든 날들엔

제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굽어살펴주소서.

 

 

3 31 2018

토요일 오후 7 30

드뷔시의 달빛을 듣고,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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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제 3

 

안녕, 영제야. 오랜만에 네 목소리가 참 반가웠다. 핸드폰 너머에서 들리는 네 목소리에 생기가 가득해 혹시라도 거기 사는 게 수월찮진 않을까 했던 걱정을 고이 접었다. 다행이다.

 

네가 고른 세 권 가운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지금 막 다 읽었다. 쉽게 술술 읽힐 책을 골랐는데 역시 예상대로 평이했다. 작가는 삶의 다른 말은 곧 죽음이라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죽음에 대해 줄곧 해왔던 내 생각과 비슷해 반가웠다.

 

작가는 언젠가 반드시 맞이할 죽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 지난 생일에 난 유서를 썼다. 죽으려 쓴 게 아니다. 나 몰래 소리 없이 올지 모를 죽음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내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추억하기 위함이었다. 유서 첫 문장을 쓸 땐 참 비장했는데, 마지막 서명을 할 땐 마음이 가벼웠다. 값진 경험이었다. 앞으로 매년 의례 할 것 같다.

 

앞으로 보낼 책들엔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옆에 뜻을 따로 적고, 맘에 드는 문장엔 밑줄을 그어 내 생각을 적어 보낸다. 그래서 네게 보내는 책들 모두, 내가 적어도 한 번은 꼭 읽은 것들이리라. 다음에 만날 땐, 그동안 읽은 책들 얘길 하면 좋겠다.

 

내가 쓴 수필 세 편을 같이 보낸다. 내가 깨달은 것들에 대한 소회이다. 너와 더불어 살 날을 그린다. 함께하자, 영제야.

 

 

412018

일요일 오후 11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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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제안_여자 화장실 구멍



얼마 전, 여학우 세 명에게 학생자치에 뭘 바라는지 물었습니다. 5초 정도 생각하다 한 명이 여자 화장실 구멍 얘길 꺼내고, 듣고 있던 두 명도 단번에 그렇다며 맞장구치더라고요.


여자 화장실 칸막이마다 구멍이 송송 뚫려있단 얘기였어요. 그것도, 몰래카메라가 설치되기에 딱 좋은 위치에 말이죠.


문고리나 휴지 걸이를 바꿔 달다 생긴 구멍이라 착각할 법해서, 제가 바로 남자 화장실을 돌아보니 신기하게도 그런 구멍이 없거나 적더라고요.


다시 여학우들에게 돌아와 물어보니 사실 이게, 비단 우리 학교 화장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하철, 관공서, 상가 등등 대다수 화장실 문제라 익숙하다네요.


그래서 볼일을 볼 때, 칸막이에 들어가 구멍이 있나 여기저기 살핀 뒤, 구멍이 있으면 휴지로 틀어막고 볼일을 본다더라고요. 살면서, 언제 한 번쯤은 반드시 찍혔을 거란 자조 섞인 농담까지 하면서요….


그래서 총학생회 정후보에게 제안했어요. 실리콘이나 뭐로 화장실 칸막이 구멍을 메꾸면 어떨까 해서요. 정후보도 제 친구들 얘기를 듣고 바로 수긍해 공약으로 넣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아직 안 한 얘긴데 이 글에 덧붙여 처음으로 제안합니다. 사실, 학교 화장실 문제는 우리 학생자치 힘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교 밖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화장실 스티커 캠페인은 어때요? 남학우, 여학우 할 것 없이 모두 다 받아가서, 당장은 우리 학교 주변부터, 멀리는 이 세상 모든(공용 포함) 화장실까지!!! 모든 불순한 시선들을 다 막아보자구요!!!


*다른 제안이 있다면 여러분도 말해주세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총학에 전달되지 않을까요?


*첨부된 사진은 우리 학교 화장실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여자 화장실 구멍이란 키워드로 검색해 얻은 사진입니다.


*이 글은 스물세 명가량의 여학우들의 제보와 검수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솔직한 얘기를 나눠준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3 23 2018

금요일 오전 1

동아리방에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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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제 2

 

편지가 왔다. 영제가 왔다. 반갑다, 영제야. 그 힘든 곳에서도 잘 지낸다지. 껌과 레모나를 보낼 때도 걱정 좀 했는데 잘 받았다니 여간 다행이 아니다. 사실, 편지 하나 딸랑 보내 놓고 늦는 답장에 심술 나던 찰나, 네 편지를 받아 부끄러움이 한가득이다. 그래서 이번 편지엔 고마움 위에 미안함도 조금 더 담아 보낸다.

 

영제야,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 먼저 사랑을 한다지. 나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말하는아름다운 사람은 조건 없이 나누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엔 그런 사람이 보이질 않으니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오랜 생각은 아니다. 기껏해야 이번 겨우내 찬찬히 한 것뿐이다.

 

한참이나 부족한 내 탓이겠지만, 이전에도 내 주변엔 그런 사람이 드물었거나 아예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그릇이 될 만한 젊은 친구들도 얼마 못 본 것 같다. 하지만 영제야, 나는 그런 사람을 정말 만나고 싶다. 한두 명이 아니라 두 손, 두 발 전부로도 다 못 셀 만큼 많이 만나고 싶다. 또 나는, 그 많은 사람에게 내줄 만큼 널찍한 품도 갖고 싶다. 영제 너도 그런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젠 일상 얘기다. 면접까지 봤는데멋쟁이 사자처럼에 떨어졌다. 경쟁이 치열했나 보다. 그런데 문득 면접 때 날 당혹게 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그 질문에 답할 때너무 내 신념을 고집한 건 아닌가란 생각도 잠깐 든다.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 거짓을 말할 순 없다. 언제나 진심만을 말하려 노력할 뿐이다.

 

요새,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들의 고백이 잇따르고 있어 그분들을 위한 칼럼 하나를 쓰고 있다. 어디서 다른 누구와 하는 건 아니고 나 혼자 하고 있다. 어려운 주제라 꽤 골치 아프지만, 내 글이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희망이 돼주었으면 좋겠단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내 소소한 바람이다.

 

‘LG 글로벌 챌린저란 팀 단위 공모전도 준비 중인데, 그동안 갈아엎은 주제만 오늘로 벌써 두 개째이다. 뭐 좀 하려고 하면 누가 이미 하고 있어서 막다른 길의 연속이라 영 시원찮다. 그래도 끝까지 해보련다.

 

봉사도 하고 있다. ‘동행이라고 한번 들어봤을는지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은 방과 후 초등학교 1~3학년 애들을 돌보는 일이다. 목요일마다 지금까지 두 번 했는데, 첫날은 힘들었던 기억뿐이다. 내 상상 속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은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기운 뿜뿜 활기찬 애들뿐이었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게, 나랑 같이 봉사하는 친구도 나도, 첫날엔 어지간히 고생했지만, 신기하게도 둘째 날엔 그렇지 않았다. 첫날에 그렇게 날 괴롭히던 아이 두 명이 글쎄 내 그림을 그렸지 뭐냐. 자기와 친구 얼굴을 그리는 미술 시간에, 그리라는 친구 얼굴은 안 그리고 내 얼굴을 그렸다. 지금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로 그 그림이다. 일주일을 꼭 건너 날 위해 그린, 오래 간직할 그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바쁘고 어려운 일들뿐이다. 하지만, 먼 곳에서 땀 흘리며 고생하는 네 것만 할까. 다시 한번, 부끄럽고 고마운 맘이다. 보고 싶다 영제야. 사랑한다 영제야.

 

 

3 17 2018

토요일 오후 11

너의 친구,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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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화월선


왜 그런 걸까.

왔던 길보다 돌아오는 길이

언제나 더 먼 까닭은. 


아마 그건 한참을 서성이다

미처 돌아오지 못한 

내 맘 때문이리라.



3월 17일 2018년

토요일 오전 8시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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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경험


제목: 보통의 경험

작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출판사: 이매진

초판 1쇄: 2011년 4월 13일

독서 기간: 2월 24일 ~ 2월 26일 2018년


소감: 

인상 깊은 구절:

내가 겪은 일의 가장 확실한 목격자는 바로 나라는 점을 스스로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통 역시 피해 경험자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내 마음속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고 기쁨과 해방감을 되찾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이죠.


내 몸도 주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내 판단과 선택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경험자가 제일 정확히 알고 있고, 해결의 방향을 가장 깊이 고민하며, 그 안에 진실을 품은 힘이 있구나.


삽입만 안 당하면 별거 아니고, 당하면 인생 끝이라는 '저렴한' 통념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실제 피해자는 자신을 위해 순간순간 수많은 판단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은 동등하다는 인권의 명제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싸워 얻은 것입니다.


'술을 먹었는데도? 기억이 안 나는데도? 상대도 좋아했던 것 같은데......' 등 계속 질문을 하면서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고 싶어 합니다. 그럴 때 상담소에서는 제삼자의 말로 면제를 받으려고 하기 전에 상대방이 어떻게 느꼈는지 먼저 들어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성폭력을 쉽게 경험하게 되는 이유는, 성폭력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강간, 추행, 성폭행 등으로 불리던 것을 묶어 '성폭력'이라고 부르게 된 까닭은 행위 자체보다 그것이 폭력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행위들 사이에서 더 심한 것, 가벼운 것, 더 주요하고 덜 중요한 것을 제삼자가 멋대로 판단하지 말자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법을 대할 때 두 가지 태도가 필요합니다. 현재의 법을 잘 알고 활용하는 태도와 현행법에서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태도입니다.


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이끌거나 적어도 사회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고요.


한국성폭력상담소 2009년 상담 통계를 보면 사례 중 85%가 아는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였습니다.


이상하거나 특수한 사람이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가족, 직장, 연애, 부부 관계 등 평범한 공간 속의 권력 관계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사건 자체보다 나중에 날아오는 이런 비난이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와 충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것을 2차피해라고 합니다.


술 때문에 범행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범행을 위해 술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폭력은 성욕을 억제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억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무리해서 다 호응하다가 나중에 펑크를 내는 사람보다 정확하게 거절한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되는 법입니다.


흔히 상담자는 '피해자보다 지나치게 앞서가지도, 뒤에 있지도 말라'고 합니다. 이것은 '피해자 중심'이라는 해결 원칙을 지키면서도 피해자에게 시의적절한 도움을 주자는 이야기입니다. 즉, 주변 사람은 피해자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가 돼줘야 합니다.


설령 상대를 어느 정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강제로 원치 않는 행위를 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해자를 의심하지 않은 마음과 거기에서 오는 배신감, 상처 등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믿음을 이용했다고 반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법적 해결이나 제도적 해결과 비교해 개인적인 해결 시도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고죄란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리거나 증거가 허위로 판명된 경우, 수사력을 낭비시킨 죄를 묻는 것입니다.


직장 내 성폭력을 없애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조직 사회와 노동 환경에 만연한 성차별적 문화,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말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라는 말을 기억합시다.


자신의 감정을 왜곡하거나 억누르지 마세요. 피해자가 느끼는 불쾌함과 불편함은 결코 잘못되거나 틀린 감정이 아닙니다.


피해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응할 권리가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불쾌함을 제대로 살피고 잘 돌보는 것부터 성폭력에 맞서는 일이 시작됩니다.


회사에서 생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것 역시 커리어에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폭력은 대부분 회사 전체의 문화와 위계의 문제이니, 사실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회사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할 필요도 있지만, 개인의 고유한 공간과 시간, 감정을 돌보며 너와 나 사이의 거리를 유지할 필요도 있습니다.


나에게 위해를 가한 남자친구나 애인을 '가해자'라고 명명해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꼭 필요한 일입니다. 가해자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비로소 가해자가 나에게 저지른 폭력의 성질이 확실히 보이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니까요.


진지한 태도로 내가 어떤 피해를 보았으며, 앞으로 가해자와 단절하거나 지금까지와 다른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을 설명하면 주변 사람들도 내 생각과 감정에 공감할 것입니다.


내 애인이 나쁜 놈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 그 의심을 묻어두지 말아야 합니다. 위험 신호를 발견하면 빨간 불을 켜야지요. 폭력을 눈감아주면 더 큰 폭력을 부르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한다면, 위기 상황에서 나를 지켜주고 내 상처와 아픔을 위로해줄 것입니다.


가해자가 두렵다고 자꾸 가해자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달래는 형태로 협상하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가해자와 맺고 있는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가끔 가해자와 협상만 잘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가해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거나 나의 사랑으로 가해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구원 심리에 빠지기도 하지만, 많은 상담 사례를 볼 때 그것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가해자와 관계를 지속하는 동안 우리 자신은 계속해서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자기 소유물이기 때문에 통제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일은 오롯이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이면서, 많이 하면 할수록, 잘하면 잘할수록 좋은 일입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안에 사랑이 가득한 사람은 밖에서 사랑을 구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 것이겠지요.


외로움은 인간적인 감정이지만, 외로움을 잘 견디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나쁜 상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폭력적인 상대에게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연애가 잘 풀리는 상태라도, 모든 시간과 공간을 애인과 함께 보내지 말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분산 투자'라는 개념을 기억하면 도움이 되겠죠.


성 문제는 단순히 욕구나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정체감과 깊이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


세상에 수많은 형태의 다양한 가족이 있습니다. '정상 가족'이라 불리는 가족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많고, '정상 가족'으로 분류되지 않는 가족 안에서 행복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편협한 가족의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나만의 새로운 가족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험한 일을 겪은 대상으로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 대신, 피해자가 외롭지 않게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탄탄한 사회적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확한 인식을 가진 보호자라면, 피해자를 가해자와 분리하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안심시키며 치유를 도우려고 애쓸 것입니다.


만약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부끄러워하면서 숨기려고 한다면, 네 잘못이 아니며 놀라고 아팠던 마음은 나눌수록 작아지는 거라고 말해줘야겠지요.


상처받은 어린 내가 울고 있는 걸 알아차린다면, 이제는 모른 척하지 말고 안아주세요. 잊어버리라고, 털어버리라고 하기 전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먼저 물어봐 주세요.


내가 고민하는 크고 작은 문제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함께 경험하고, 고민하고, 바꾸려 하는 수많은 여성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입니다. 내가 걷는 속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힘들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닙니다.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미해결 과제이죠.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을 해친 가해자와 싸우기보다 소중한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믿고 있던 사람에게 기대에 어긋난 말을 들으면 더욱 마음이 아프지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내 마음이 어떻게 찢어져 나뉘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어떤 부분이 날 힘들게 하는지 스스로 알아차려야 하지요.


'경험'은 그대로 '기억'이 되지 않습니다. 경험이 기억이 될 때는 마음속에서 많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나지만, 가해자가 나를 어떻게 대우했든 나는 변함없이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대가 없이 무작정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용서가 아닙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진실한 사과와 노력을 해야 하며,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고 치르려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나와 친밀한 사람이라도 나에게 나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여전히 나에게 소중한 사람일지 몰라도 그 '행동'은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내가 힘들다면 그것은 별거 아닌 게 아닙니다.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나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지금 하는 작업은 성폭력의 기억을 온전히 끄집어내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입니다. 이것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성폭력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사건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분노'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분노'에 관해 잘 이해하지 못해서입니다.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며 더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합니다.


성폭력은 가해자가 나의 인격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나의 자존감을 해치려 한 부당한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피해자의 '정당한 분노'는 자신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고,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공동체에 용서를 구할 것을 촉구합니다.


분노를 표현할 필요가 있을 때는 내 느낌과 생각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전달합시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인 로라 데이비스는 "섣부르게 용서하라고 피해자에게 권고하는 것은 모욕"이라고 말합니다. 용서가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도 용서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선택이며, 다른 사람이 강요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치유를 위해 애를 쓰듯, 가해자는 당연히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자신을 보호하고 사랑하고 다치지 않게 하려는 모든 움직임은 중요합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려 노력하는 것이니까요.


가해자에게 보상을 받는 것은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이고, 가해자가 자기 잘못을 시인하게 하는 일입니다.


치유의 길에는 다 각자의 속도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상처받은 내가 잘 따라오고 있나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배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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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맞이단 후기

 

작년에 새내기 배움터(이하 새터)에 못 가 생긴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새내기 맞이단(이하 새맞단)에 지원했다. 당연히 붙을 줄 알고, “나 새터 간다!”고 여기저기에 떠벌리고 다녔는데 불합격 통지를 받고 한참 동안 당황했다. 아쉬운 맘을 이내 조금씩 정리하다가, 난데없는 추가합격 전화를 받고 결국 새터에 가게 되었다.

 

새터 첫날은 사흘 중 가장 정신없었지만, 제일 많이 생각나는 날이다. 그만큼 일이 고되고 많았으며 느낀 점 또한 많았던 까닭이다. 아침 7시에 대강당에서 우리 6팀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튿날 새벽 6시 야간근무가 끝날 때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적어본다.

 

야간 근무 시작 전 휴식 시간에 분위기 좀 내보려고 산책하다 설산에 올랐다. 조명은 은은했고 경사는 적당했으며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근처에 움직이는 거라곤 아득히 먼 거리의 정설차 한 대뿐이었으니 분위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일하러 와서 이래도 되는 걸까.’ 걱정돼 멀리 가진 못 하고 가장 가까운 언덕 위를 맴돌며 시간을 보냈다.

 

음악으로 「想望」를 들으며 지나온 날들과 친구들을 한참 생각했다.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는 감정을 맘속 깊이 다시 새기고 포근하며 서늘한 새벽 공기를 맘껏 마셨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맘속 부스럼이 다소 아문 시간이었다.

 

이튿날엔 쉴 시간이 훨씬 더 많았지만, 쌓인 피로 때문인지 온종일 맥없이 보냈다. 그리고 야간 근무 때 자융대 사람들이 즐겁게 노는 걸 보고 재학생들이 참 부러웠다. 나도 후배들 좀 보고 싶은데 첫날은 용기가 부족해서, 둘째 날은 근무시간이 겹친 탓에 그럴 수 없었다.

 

가뜩이나 아쉬운데 셋째 날, 쓰레기 제대로 안 버렸다고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 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좀 더 예쁜 말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즐기자고 온 새터의 마무리를 내 경솔함으로 덧칠한 것 같아 속상함이 가시질 않는다. 때 늦은 사과만큼 덧없는 게 또 있을까. 그래도 전하고 싶다. 나 때문에 맘 상한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새터를 위해 고생한 분들 얘길 안 할 수 없다. 새맞단, 총학생회, 그리고 각 단과대 학생회 등등 사흘 내내 이들이 보여준 헌신을 생각하면, 이번 새터가 성공적이었단 뭇 사람들의 반응이 자못 당연하게 여겨진다.

 

무전 치면 언제 어디서나 수 초 이내 바로 응답하던 우리 단장단만 해도, 이들에게 쉬는 시간이 과연 있긴 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사흘 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쪽잠 잤을 그들 모습이 그려지는 순간이다. 우리 단원들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몸 사리지 않고 언제나 맡은 일 꿋꿋이 해낸 이들이 내 동료라는 사실이 참 든든하고 반가웠다. 새터가 끝난 지금도 흰 롱패딩을 보면 인사하고 싶어 손짓이 머뭇거리는 까닭이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함께한 새맞단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우리 6팀에겐 한 번 더, 그리고 단장단엔 두 번 더 전하며 이 글을 줄인다.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건강 그리고 행복. 이미 이루신 것은 더욱더. 부족한 것은 올해엔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2 28 2018

수요일 오후 730

서울시립대학교 새내기 배움터(2 19~21)

새내기 맞이단 6팀 팀원,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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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슬픔

화월선

 

미워서 미워 화병이 나고

슬퍼서 슬퍼 눈물이 난다.

 

둘 중에 하나가 낫다면

그건 바로 슬픔이리라

 

미움은 쌓여 한이 되고

슬픔은 지쳐 날아가므로.



12 27 2017

월요일 오전 4시

이른 새벽에 일어나,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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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을 보고

화월선


우리 학교에 눈이 왔어요.

한애 한 분이 들뜨셨던데

설렘만큼은 그대로겠죠.


나이고도 싶어요.

흰 머리 송송 나 한애가 돼도

설레이고 싶어요.



11월 17일 2017년

금요일 오전 11시

첫눈을 보고,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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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대하여 3


언제부터 꽃을 좋아했던가. 그 기억이 제법 낯설다. 꽃에 대한 내 기억은 중학교 교실에 늘 붙어 있던 김춘수의 시 <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시가 좋았을 뿐, 그 당시 난 꽃에 별 관심이 없었다. 나에게 꽃이란 그저 풀때기 식물이었다.


그러다 늦봄에 벚꽃이 흩날리는 광경을 처음 보았다. 가지에서 바닥까지 너울너울 흩날리는 그 꽃잎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그때부터였다. 꽃이 좋아지기 시작한 게.


하지만, 모든 꽃을 좋아한 건 아니었다. 꽃의 여러 모습 가운데, 오로지 떨어지는 찰나의 가장 화려한 꽃만을 사랑했다. 그리고 거의 10년 동안 내 인생의 기조도 떨어지는 꽃잎처럼 ‘오늘을 즐기자.’가 되었다. 


그러다 3년 전, 직접 꽃을 피웠던 경험이 꽃에 대한 내 마음과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꽃잎이 흩날리는 마지막 순간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다림의 소중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밤새 나 몰래 피진 않았을까, 피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텃밭에 나가면서 두근두근 설레이는 그 마음을 사랑했다.


씨앗에서 싹트고 망울이 열릴 때까지, 꽃은 66일 동안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계속 자랐다. 내 인생의 기조도 그에 맞춰, ‘어제보다 오늘 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자.’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지금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더 낫다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인지 내 마음속 이견이 분분하다) 


꽃은 몇 달이 지나더라도 한 번 싹트고 물과 볕만 제때 주면 언젠가는 반드시 핀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봄이 오고 싶다. 꽃이 보고 싶다.


2월 23일 2018년

금요일 오전 0시 30분

얼마 전 입대한 

영제를 위해, 손유린.



2018/02/15 - [수필] - 꽃에 대하여 1

2018/02/18 - [수필] - 꽃에 대하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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