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엔.


안녕하세요. 미래엔 교과서가 간절히 필요한 늦깎이 학생입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로 유학 갔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귀국했었습니다. 그 뒤, 한국에서 어영부영 아무것도 안 하며 세월만 보내다가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 싶어 2014년 9월부터 수능을 준비했습니다. 몇 년 만에 책을 펼치고 연필을 잡았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공부가 잘 안 되다가 어느 정도 공부습관을 들이고 그해 12월에 기숙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모든 과목이 처음이라 쉬운 과목 하나 없었고 특히 수학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정상적으로 중고등학교를 6년 다닌 아이들 수준에 맞춘 수업을 따라가기엔 제 수준은 상상 그 이하여서 중등수학부터 공부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늘 교과서의 중요성을 역설하셨는데 그때의 저는 그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가 9월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지만, 수능을 바로 코앞에 둔 그 시점에서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부담스러워 아쉬움을 접어 넣고 하던 대로 공부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부터라도 교과서를 보며 기초를 한 번 더 다졌어야 했는데, 후회됩니다. 그래서 재수합니다. 한 해가 더 지났으니 이제 제 나이 26. 수능을 준비하기에 절대 적지 않은 나이지만 다시 해보렵니다. 작년의 아쉬움을 교훈 삼아 교과서를 구하려는데 몇 시간을 들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가 보아도, ktbook.com에 문의해 봐도 2월 전까지는 절대 안 된답니다. 이미 제 마음은 11월 수능을 향하고 있는데, 2월까지라니 가혹합니다. 물론 까짓거 한 달간 다른 교재로 공부해도 되긴 하지만, 제가 만난 모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교과서의 중요성을 젖혀두기엔 제 마음이 너무 간절합니다.


제가 많고 많은 대한민국 교과서 출판사 중에 미래엔 교과서를 꼽은 이유는 한때 교직에 계셨던 학원 선생님의 추천 덕분입니다. ‘교육부 검인정을 받을 정도면 다 믿을 만하지만, 그래도 하나 말해보자면 미래엔 교과서가 제일 믿을 만하지 않을까.’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귀사께 편지를 써봅니다. 괜찮으시다면 교과서를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외부와의 연락이 제한된 기숙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양손에 뭐라도 들고 귀사에 직접 찾아가 이것저것 여쭈며 책들을 얻어오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예의 없이 이렇게 서면으로 부탁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제가 필요한 교과서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맞는 교과서입니다.


과목은 수학I, 수학II, 미적분I, 확률과 통계, 경제, 동아시아사, 한국사입니다.


p.s. 결코, 공짜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책값을 몰라 5만 원을 동봉해 보냅니다. 저에게 도움을 주시기 어려우시다면 반송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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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아에게.


지금 편지를 읽고 있을 너의 표정이 짐작이 간다. 전화도 뜻밖인데 난데없는 편지는 오죽할까. 이제는 그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오래된 벗의 편지를 읽어도 좋다. 


나의 기억 속의 너는 참, 깊은 친구였다. 처음에는 그저 만사에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친구인 줄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내가 밤늦게 집에 가다가 심심해서 너에게 전화를 걸고 마디로 '여보세요' 아닌 '모시모시' 적이 있었는데, 네가 불같이 화를 내더라. , 다른 우리 나이 또래들은 장난이고 농담이라 치부할 그런 잘못에 분개하는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 또래 중에 이런 깨어있는 생각을 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 반대로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이후로 나는 사소한 말도 함부로 하지 않게 되었고 글을 때도 단어 글자 글자 신중히 선택해 적는다. 이렇게,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발전의 계기를 너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너는 우리 중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 주변 환경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속속들이 꿰차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나에게 이런 교훈을 친구가 너라는 사실은 새삼 당연하게 느껴지고, 그러하기에 나는 지금의 네가 무척 궁금하다. 지금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무슨 책들을 읽는지. 또한, 앞으로 네가 꿈꾸는 일은 무슨 일인지 말이다. 본래 나는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에 굉장히 무심한 편이고 친구에 대해서라 할지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마는, 기억 속의 모습을 생각하면 궁금증을 참을 없기에 이런 식이라도 실례를 범해 물어보고자 한다. 


편지를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서두만큼이나 즐겁고 정겹게 쓰려 했는데 처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문체와 내용이 딱딱해진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런대로 진심은 담긴 같아 다행이고, 너는 좀체 웃지를 않았는데, 지금 편지를 읽고 있는 오늘을 기념하여 하루에 번씩 거울을 보며 바보처럼 웃는 연습을 하도록 하자.


5 2 2013

목요일 오후 5 30

저녁을 기다리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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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이에게.


쫑파티에서 직접 말하려 했는데 네가 못 오게 돼서 이렇게 전해. 3월 어느 날, 우리 반 조용히 만드는 내 서툰 방식이 자꾸 눈에 밟혔는지 너는 나에게 쪽지를 줬어. 그것은 누구에게도 받아본 적 없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피드백이었고 나는 바로 고맙다 말하고 싶었지만, 그때 그 상황에선 할 수 없었어. 선생님께서 남녀대화 금지를 나에게 준엄히 요구하셨고, 고지식한 나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마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했어. 고마워. 많이 늦었네. 그때 정말 고마웠어. 쫑파티에 왔었으면 좀 더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 


내가 캐나다에서 매일 마시던 음료, Strawberry Frapuccino를 같이 보낼게. 즐겁게 대학 생활 하길 바라고 그럼 안녕. 


그때 그 사과문

www.July12.net/57


12월 22일 2015년

화요일 오후 11시

잠잘 준비를 하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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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에게.


안녕 민지야. 잘 지내니. 네가 걱정해주던 쫑파티는 무사히 잘 끝났어. 너도 지영이도 왔었으면 더 재밌었을 텐데, 아쉽네. 아쉬워. 나는 지금 12월 27일에 학원 다시 들어갈 준비 하고 있어. 마음의 준비. 끝내 네 글을 못 읽고 들어가는구나. 하하…. 작년 이맘때엔 별생각 없이 학원 들어갔었는데 올해는 좀 다르네. 재수라 그런가 힘들어. 더욱더 다부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네.


이렇게 작년의 각오를 되새기면서 인간관계 정리도 같이하고 있어. 그러니까 이 편지 또한 쓰고 있지. 청주에서 고마웠어. 간단한 식사 한 끼라 치부하기엔 내가 깨달은 것들이 너무 값져서 쉽게 넘길 수 없네. 기억하니? 2인용 간이 책상을 이용한 유연한 사무실 공간 활용법. 내 미래의 사무실에 큰 도움이 될 거야. 고마워. 그리고 덧붙여, 네가 쫑파티에 못 온다고 내게 말할 때 미안하다고 열 번은 말했잖아. 오히려 내가 네 덕 봤는데 네가 계속 그렇게 말하니 더 미안하더라. 늦었지만 네 값진 선물에 대한 부족한 답례, 이 편지에 얹어 보낼게. 우리 다시 보기 힘든 사이니 부담 없이 받을 수 있겠지? 즐겁게 대학 생활 잘하길 바라고 그럼 안녕. 


12월 22일 2015년

화요일 오후 11시 30분

잠잘 준비를 하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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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규에게.


태산 같은 등짝에 기대어

일 년을 하루처럼 보내고

당차게 이루어지고 싶었다.

이런 가슴에 불씨 하나 지펴 놓고

어딜 가려 하느냐.


불편히 간다 하기에

놓아 불러 외칠 없는 처지에

눈물 고이 접어 담아 보낸다.


보낸다

이별의 인사.

받아라

약속의 불씨.


하던 대로

조금만 진지하게

조금만 절박하게


꿈이라도 꾼다면 이루어져라.

하늘이 있다면 하늘이 도와

반드시 이루어져라.


3 31 2015

화요일

이틀 만에 싸며, 손유린



명규가 퇴소한다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화장실에서 휘갈겨 쓴 편지. 생각나는 대로 쓴 거라 여기저기 짜깁기의 흔적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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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쿨 지영이에게.


반가워요. 동생 표현을 빌려 쓰자면 나는 유린쓰라 해요. 아마 동생은 내가 누군지 모르겠죠. 하지만 놀라지 마세요. 어제저녁을 먹고 2층을 걷다 편지 장을 주웠는데, 우연히도 불행히도 편지가 바로 동생 편지였던 거죠. 화정이와 나영이가 편지를 읽었으면 좋으련만, 나는 모르겠네요. 동생이 혹시 실망할까 싶어 외박 나가는 남자아이 틈에 편지를 끼워 보네요.


바깥세상은 어떤가요. 편지를 받아 읽고 있을 즈음이면 비가 정도는, 좋은 날이면 눈도 정도는 내렸을 테죠. 나는 매년 눈이 세차게 때마다 눈사람을 만들곤 해서 또한 곳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예쁜 눈사람을 만들려 했는데 선생님들께서 못하게 막아 안타까웠었죠.


동생 편지를 유심히(; 미안해요) 읽어보니 아직 3 같군요. , 친구들과 산책도 수다도 좋아하는 같구요. 나이만 다를 나도 그래요. 먹을 때도, 숙제 때도, 언제나 친구들과 얘기하고 싶어지고, 시작하면 봇물 터지듯 끝없이 쏟아내죠. 이것은 비단 나만의 즐거움일 뿐만 아니라 모두의 즐거움일 테죠.


재훈이와 준용이를 좋아하나 봐요. 어떤 점이 좋은지 궁금하네요. 사진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동생도 알다시피 곳에서는 인터넷을 없죠. 그저 동생 이름 자와 우연히 읽게 편지 장으로 동생의 얼굴과 동생이 좋아하는 것들을 상상해 뿐이에요나는 파스타를 좋아해요. 봉골레도 좋고 까르보나라도 무척 좋아해요. 친구들과 한참 수다 떨며 먹다 보면 어느새 접시는 비어 있고, 그리고 우리는 딸기 케이크나 (; 가끔 초콜릿도 먹어요) 슈크림 빵을 먹으러 가죠. 달달한 케이크나 슈크림 그리고 라떼나 모카 잔을 같이 마시면 뭐가 부러울 있을까요. ,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파스타도, 케이크도, 슈크림도 그리워요. 동생은 밖에서 모든 것을 먹을 있겠죠. 부러워요. 앞으로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생각도 번씩 해주길 바라요.


지영이는 지난 동안 견디고 열심히 해서(; 그랬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예쁘고 착해요. 지영이가 노력한 만큼, 혹은 이상의 보상이 반드시 주어질 것이에. 언제 어디서든 힘내요. 감기도 조심하구요. 매일 말로서 응원하고 속으로도 기도할게요. 편지 보내고 싶으면 보내주세요. 그래도 따분하고 심심한데 손편지 하나 제대로 써줄까요.

그럼, 지내요. 안녕.


2 1 2015

오전 9 일요일

편지 속의 동생을 생각하며, 인문 손유린



윈터스쿨 애들이 쓰던 교실을 산책하다 우연히 그네들의 편지를 주웠고

그 편지를 가지고 어떤 장난을 할까 고민하다가 '그 편지의 주인에게 여자인척 편지 보내서 답장받기'를 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여자였 적이 없어서

여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춘향유문(春香遺文)의 서정주 시인처럼 나도 수려한 여성 화자를 갖고 싶었다.

그래서 연습삼아 이렇게 여자인척 편지를 썼고, 외박 나가는 룸메이트에게 대신 편지 부쳐달라 부탁했지만

시간이 안 맞아 부치질 못했고 그렇게 전하지 못한 편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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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욱이에게.


어느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지난 4년에 대해 후회하느냐 묻는다면,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유는 내가 세월을 성실히 보냈기 때문이 아니고(; 시절의 나는 하루가 12시간이어도 충분했을 정도로 게을렀다.) 책을 많이 읽어서도 아니다내가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 까닭은 지금 내가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길을, 조금 넘어지고 넘어져서 여기까지 뿐이다. 분명, 험한 여정이긴 했어도 순전히 나의 의지만으로 옳은 선택(지금 내가 믿고 있기를)을 해 지금  자리에 앉아 있다앞으로도 내가 어떤 잘못이나 실수를  똑같은, 아니 어쩌면 험난한 고행길에 오른다 해도 결국에는 스스로 정답을 찾아낼 것이라는 확신을, 나는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자신감이오, 자존감이다. 너 스스로 믿고 행하라. 네가 무얼 하든 내일의 너는 오늘의 너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자신감의 용기로, 자존감의 이름으로.


1 22 2015

목요일

大器晩成욱이를 생각하며, 손유린



성욱이에게 퇴소 권유를 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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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


안녕하세요. 손유린입니다.  이름을 말할 만큼은 누구보다 당당하고 싶어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렇게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부끄러움을 감출 없어 야속하네요.


여러분은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매일 조용히 하라고 화내고 소리치고 명령하는 저에 대해 말이에요사실 대강은 알고 있어요. 저도 눈치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보면 느껴져요. ‘, 친구가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는구나.’라고요심지어 누가 나를 싫어한다더라. 어떤 욕을 한다더라. 이런 얘기조차 귀에 들려옵니다. 듣고 싶어 듣는 게 아니라 그냥 여기저기서 알려줘요저도 그런 가지고 뭐라 해요. 해서도 안 되고요. 그게 당연한 아니까요. 대통령도 욕먹고 심지어 여기 선생님들도 먹는 마당에 제가  안 는다는 정말 말도 되는 일이니까요그리고 만큼이나 조언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냥 하면서 윽박지르세요.’부터 하던 대로 해라 구체적인 문제 요인과 해결방안까지 묶어서 친구도 있어요너무 명령조로 하지 말고 청유 조로', ‘말로 하지 말고~” 정숙 분위기를 유도'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거나. 고맙단 말을 하지 못했는데, 거에요. 화나서 무시한 아니라 하고 싶었지만 하면 되니까. 해서는 되니까. 없으니 겁니다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친구는 문제 요인을 말투로 꼽았는데 여러분들이 말투를 권위적으로 받아들였나 봐요. 그러나 저는 권위주의를 혐오해요. 그리고 저는 나이 관념이 별로 없어요. 나이를 물어보는 모르겠어요. 억지로 서열 세우려고 물어보는 건가 싶어요저에게 있어서 아래 5살 차는 그냥 친구예요. 두 살 먹는다고 차이가 있을까요. 나이 많은 또라이도 많은데 말이죠실제로 저는 저보다 서너 살 어린 친구가 있어요. 3 많은 여자친구도 있고요. 여자 친구에겐 야라고 편히 불렀고남자 친구도 저를 편히 대해줬어요. 그렇다고 지내진 않았어요. 친구 사이라도 지켜야 예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킬 것은 지켜요 말투는 거기에서 나온듯해요. 하지만 이제 바꿔야겠죠.


제가 이렇게 나와 말씀드리는 것도 정말 그냥 단순히 관심받고 싶어서가 아니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관종 아닙니다. 아니에요하나하나 계획된 전략이었어요. 조용히 시키다 보면, 전체에 손유린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일 밖에 없는데 남지 친구들 같은 경우는 쉬는 시간에 가서미안해, 아까는 내가 심했어. 착한 내가 알고 모두가 아는데 내가 욱했어. 미안하다. 못난 네가 이해해줘라. 부탁한다.’ 하면 대부분 풀려요. 전부는 되겠지만. 그런데 여자 친구들에겐 그게  돼. 그리고 전체 한 명 한 명씩 토닥토닥 할 수도 없는 거고요. 그래서 눈치로 저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였다 싶으면 기회 봐서, ‘나도 똑같은 수험생이고 우린 같은 목표를 지향한다. 미안하고 같이 으쌰으쌰 해보자.’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즉흥적으로 급하게 하다 보니까 중간에 실수도 하고 되려 오해가 생겨 역효과도 나서 많이 당황했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교실에 들어오기 전에 매번 크게 내쉬고, 마음속으로 주문도 걸고, 각오 다시 한 번 새기고 들어왔어요.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틸 있기를’이라고.


###[각주:1]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여러분들 혹시 노인정이나 보육원 같은 곳에서 사회복지 봉사활동 꾸준히 사람 있어요아마 착한 사람일 거예요왜냐하면,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람을 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강자 앞에서 비굴한 사람이 절대다수라면 약자에게 베푸는 사람 또한 절대 소수예요. 제가 얼마 동안 노인정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 말벗 해드리면서 자신에게 느낀 게 있는데요, 저는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착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에요. 저는 저 자신을  알아요. 그곳에서 말벗 해드리는 동안,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기쁨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갔느냐면, 사람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저는 사람을 믿지 않아요. 저 자신 빼고는. 가족 포함해서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하지만 저도 사람을 믿고 싶어요. 믿고 싶지만 믿을 없어서 끊임없이 의심해요. 라이어게임의 아키야마가 말한 것처럼 조건 없는 신뢰는 무책임한 것으로 생각하고, 굳센 신뢰 이전에는 반드시 철저한 의심이 선행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서 갔어요. 가서 제가 느꼈던 소회를 말씀드리자면,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똑같은 사람이었어요. 꿈이 있으시냐고 여쭈면 처음에는 무르시다가 할머니들은 자식 걱정 하시고, 할아버지들은비행기 타보고 싶다’, ‘금강산 가보고 싶다였는데 남녀를 막론하고 대부분 똑같이 하신 말씀이빨리 죽고 싶다였어요. 제가 느끼기로 농이 아니라 진짜였어요. 자식에게 해 끼치기 싫다는 이유로.


이제 끝내겠습니다. 205호인가 203호에서는 주번을 주번이라 부르지 않고 섬김이라 부르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생활담임 선생님께서 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줄로만 알았는데 오늘이 와서야 비로소 참뜻을 깨달은 같아요반장이란 허울뿐인 이름 뒤에는 매일 주번이란 이름이 있다고 생각해요그리고 주번이란 섬김이란 이름처럼 하루 종일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고생해야 하는 것을 보면 반장 또한 '매일 섬김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앞으로는 화내고 소리치고 명령하는 분위기보다 섬기는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40 전부가 저를 좋아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 40 전부를 사랑할 있고, 그럴 겁니다. 저는 그만한 능력이 있고 의지 또한 있으니까요.


3월 15일 2015년

일요일

모두의 앞에서, 손유린

  1. 검열삭제 돼서 말하지 못한 부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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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훈 선생님께


달이 차면 기울듯

또한 만개하는 순간부터

시들어 갑니다.


우린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내일 다시 피어오르기 위하여

마음을 하여 흩날리는 꽃잎처럼 

까지 함께 갑시다.


내가 그대에게

그대가 나에게

잊혀지지 않을 하나의

넋으로 기억될

우리를 위하여.


5 14 2015

목요일 오후 8

수열의 극한을 풀다가,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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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수 선생님께.


되돌아보면

대부분 필요할 때만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인사말조차 없이

바로 부탁 먼저 여쭙던 적도 더러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드릴 역시

선생님의 안녕 진심으로 바란 또한

드물었습니다.


늦게나마.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건강, 그리고 사랑.

이미 이루신 것은 더욱.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은

남은 해에, 늦었다면 이듬해엔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5 15 2015

금요일 오전 10 

스승의 날에,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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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문


선물은 가장 소중한 것으로 한다.

가장 소중한 나의 무엇을 떠나보내는 슬픔보다

당신께 건넴으로서 되돌아오는  기쁨이

땅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적실만큼 지대하기에

나에게도 당신께도, 선물은 가장 소중한 것으로 한다.


가진 하나 없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의 이름이며

나의 , 수필, 그리고 편지 따위가 다음이다.

나의 선물, 모든 마음 다하여 당신께 보내니,

이름 모를 너의 그것.

그것에 준하는, 아니 어쩌면 값질지 모를 그것.

바라만 보아도 아름다운 그것. 함께 하.


나의 눈물. 너의 웃음.

줌씩만 나눠 보태기만 하량이면

하해와도 같이 넓은 은혜

하루가 멀다 하고 채워지리라.

능히 우리는 그럴만하다.

하나의 꽃으로 서른 여덟가지의 향기로.


5 14 2015

목요일 오전 8 30

가시지 않는 졸음을 무르며, 손유린



스승의 날 롤페이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쓴 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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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어버이께.


천리도 타향인 이곳에서 설을 쇤지

벌써 여러 달이 지났습니다.

당신께서 담아주신 떡국과 봄나물을 먹고나서야 비로소

겨우내 오지 않던 봄이

몰래 왔음을 알았습니다.

수릿날 절편도 삼복날 더위도

높은 가을 하늘 아래 장엄한 저녁노을도

당신의 손길을 거쳐 제게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가고

날이 오면,

하루, 절대 오지 않을 같았던

날이 오면

저는 하해와 같은 어버이의 품을 떠나

이루어질 것입니다.

저는 멀리 이루어지며

하나의 아들과 딸이

하나의 어버이를 것입니다.

어머니, 아들 왔어요!’

잘생긴 아들이 왔어요!’


5 8 2015

금요일 오후 12 30

강대기숙 식당
어버이의
만수무강을 소원하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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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아무 일 없이 편지를 잘 받았다니 다행이다.

그 소식을 기다렸던 지난 열흘은, 기다림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것은 여느 기다림과 달리 매우 특별한 것이었는데, 특히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고 난 뒤의 그 느낌은 활시위를 막 떠나는 화살을 보는 것 같이 아쉬움만이 가득하였다. 그리고 나서 바로, 너로부터 들려올 좋은 소식이 기대돼 내 마음은 이내 '기다림'으로 다시 채워졌다. 마치 내일 소풍 가는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듯이, 그날 밤은 오랫동안 내 마음을 설레게 해주었다.


5월 20일 2013년

월요일 오전 3시 40분

부러진 화살을 보고,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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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지난 10월 28일에 지나간 세월 탓에 느려지고 액정이 깨져 언제나 나에게 불편함을 주던 핸드폰을 뒤로하고 새 아이폰을 가지고 대리점을 나올 때는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언제와도 같이 무료했던 세상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화사하고 신비로워 보였다. 집으로 돌아와 연락을 더 이상 주고받지 않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들을 정리하는데, 남은 사람들이 얼마 없다는 것을 본 순간, 아이폰을 손에 처음 쥐었을 때 느꼈던 청아함은 저 멀리 날아가고, 오직 공허만이 내 가슴에 남아 쓸쓸함이 가득하였다.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 그 공허를 오랫동안 가슴 깊이 새기고,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 하나하나를 천천히 다시 보았는데, 그들 대부분이 나와 피로 맺어져, 죽을 때까지, 혹은 죽어서도 서로 안부를 묻고 지낼 친척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에게 친척이 아닌 친구는 거의 없다고 해야겠다.


너는 그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분명히 나의 친구로서, 텅 빈 내 가슴을 환하게 밝히는 등불로서 존재한다. 나는 그 어떤 영화나 책을 읽더라도, '친구'라는 단어를 듣거나 보게 된다면, 반드시 너를 내 가슴에 담아둘 것이다. 그러하기에 지금 너에게 이 편지를 쓰는 것이며, 너 또한 그러하기에 이 편지를 읽고 있는 것이다.


친구여, 나에게도 네 가슴 속 빈자리 하나 내어다오.

너 좋을 때 멀리서 웃음 한 줌 보탤 수 있게

너 힘들 다가가 내 작은 품 내어줄 수 있게

네 가슴 속 빈자리 하나 내어다오.

누구보다 자신 있고 당당하게

나 그 한 자리, 해낼 수 있소.


11월 3일 2013년

일요일 오후 4시

여행을 준비하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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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P


반갑습니다. 저는 22살 남자 대학생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사람처럼 저 역시나 어렸을 때부터 온천이 좋다 하여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고 심지어 금강산 관광 또한 치료 목적으로 다녀올 정도로 치료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아토피가 왜 아토피(Atopy)겠습니까. 그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비정상적인 반응', '기묘한', '이유를 알 수 없는'이란 그리스어로 해석되는데, 그 말마따나 지금 내가 하는 이 치료법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도 모른 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수없이 많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이리저리 새 치료 방법을 찾아다녔습니다만, 아토피가 호전되지 아니한 것은 당연했고, 오히려 악화될 때도 숱하게 많았습니다.


제 나이 열 일곱, 중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학업과 아토피 치료를 병행하고자 청운의 꿈을 품고 캐나다 유학길에 올랐습니다만, 저 스스로의 몫인 몸관리가 뜻대로 안 돼 흉측한 몰골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대학병원을 꾸준히 다니며 아토피 치료에 일신 전념하고 있습니다. 치졸하고 옹졸한 변명이오. 부끄러워 감추고 싶을 핑계이기도 합니다만, 제 잘못은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알지 못하고, 애매한 것을 애매하게 알고 있기에 옳고 그름의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하기에 지금 저에게는 귀사의 '아토피 혁명'이 절실합니다. 제 나이 이제 스물 둘. 귀사의 '아토피 혁명'에 도전합니다. 분명 이러한 도전은 처음이 아닙니다. 또한, 마지막이 아니 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정도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또 하나의 도전'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걸 잘 압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필연, 그리고 운명으로 귀결되듯이

이러한 실낱같은 '아토피 혁명'과의 우연을

아름다운 운명으로 끝맺음할 수 있도록 귀사께서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

분명 대한민국의 스물둘의 나이는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나갈 나이니까요.


3월 17일 2014년

금요일 오후 4시

스물 둘, 대한민국의 청춘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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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편지.


전하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같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두서없이 갈겨써 보낸다.


내가 아버지 노트북을 살 때, 마치 네 아버지 일인 것처럼 나보다도 더 열심히 알아봐 줘서 고맙다. 끝내 내가 네 의견을 따르진 않았는데, 내가 아직 모자라 그런 것이니 너그러이 봐주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나는 네 그런 모습이 참 좋았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하여 잠깐의 미운 소리를 할 줄 아는 네가 내 제일 소중한 친구라는 점이 자랑스럽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지금 수능 준비하는 것도 전부 네 덕 아니냐. 정말 너는 내 삶의 은인이라 칭해도 조금의 부족함이 없다.


내가 누군가를 이긴다는 것은, 누군가가 나로 인하여 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다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 나는 세상을 다 가질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믿고, 믿는 대로 행하기 위해서, 나는 세상을 다 가질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내 사람이라면 의미 없다. 내가 이기나 내 사람이 이기나 결과는 zero-sum으로 마찬가지니 말이다. 덧붙여, 만일 그 대상이 너라면, 내 가장 소중한 친구인 너라면, 나는 너를 위하여 몇 번이라도 즐겁게 지고 또 질 것이다. 나에게 너는 넉넉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지독하리만큼 사람을 믿지 않는다. 아버지께서 사업하시다 하도 많이 사기당하셔서 그런 탓도 있지만, 애초에 나는 의심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안 그래도 째진 나의 작은 눈으로, 더 부릅뜨고 세상 사람들 모두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진 않는다. 라이어게임의 아키야마가 말한 것처럼 나 또한 조건 없는 신뢰는 무책임한 것으로 생각하고, 굳센 신뢰 이전에는 반드시 철저한 의심이 선행된다고 믿는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너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의심밖에 하질 못했다. 천성이 그런지 가정사 때문에 그런지 지독한 애정결핍으로, 나는 신뢰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관심만을 갈구하며 미쳐 날뛰는 망아지였다. 그런 나에게 너는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하기에 부족할 만큼 소중하다.


여기서 어쭙잖게 진부한 질문을 던져본다. 오늘 하루 살고 내일 당장 죽는다면, 오늘 하루 무얼 하며 보낼 것인가?

내가 만난 대부분 사람들(;그렇다고 얼마 되지도 않지만)은 여행을 가든 일기를 쓰든 뭘 하든 죽음이 임박한 마지막 순간은 친지와 함께하길 희망한다. 나는 다르다. 내가 만일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가방 하나 메고 바로 내 무덤 파러 간다. 내가 그러는 이유는 실리를 추구해서도 아니고 뭐 뭐해서도 아니라 사람을 믿지 못해서이다. 내 가족이라 해도 말이다. 이렇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상상하고 또 묻는 이유는 사람을 쉽사리 믿지 못하는 내 성향과 죽음에 대한 내 의견을 개진하고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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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껏 수천만 번 죽음을 들여다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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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알다시피 서양에선 문학을 체계화해서 배운다. 셰익스피어

비극을 통해 운명 앞에서의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고

희극을 통해 인생의 낭만을 향유할 수 있도록[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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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죽음을 들여다봐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수천만 번 죽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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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라. 너는 나의 목표다.


12월 28일 2014년 

일요일 오전 2시 짐정리 하다가, 손유린



강남대성 기숙학원 선행반에 입소하는 당일 새벽

가장 소중한 친구에게 쓴 편지

쓸 주제는 많았지만 시간이 부족해 절반도 다 쓰지 못했다.

  1. 문학이란 무엇인가, 김대행, 문학사상사, p.17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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