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유문(春香遺文)

서정주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에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가 되어 퍼부을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에요.

'애송 & 영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명의 서: 일장, 유치환  (0) 2015.12.06
그 날이 오면, 심훈  (0) 2015.12.06
춘향유문(春香遺文), 서정주  (0) 2015.12.06
꽃, 김춘수  (0) 2014.04.07
사모, 조지훈  (0) 2014.04.05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0) 2014.04.0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