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국립묘지 후기


오늘 당일치기로 518 망월동 국립묘지에 다녀왔다. 매년 한 번씩은 꼭 간다. 수능 공부할 때 한국사 선생님께서 한번 가보라고 말씀하셔서 재작년에 처음 간 게 시작이었다.


정말 한 번만 가볼 생각으로 여러 책을 읽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그만 비문 몇 개 읽고 무너졌다. 눈이 엄청 많이 왔었는데, 가져온 우산을 부여잡고 펑펑 울었다. 지금도 그 비문들이 잊히지 않고 계속 아른거린다.


그곳엔 7~8백여 개의 묘비가 있고 그 비문들을 다 읽는 게 목표다. 그래서 앞으로 적어도 4번은 더 가야 한다. 앞서 두 번 왔을 땐 기준 없이 여기저기 다니며 읽었다가 오늘에서야 비로소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제1묘역과 제2묘역을 다 읽었다. 그리고 주옥같은 비문들과 식별 번호를 적어두었다.


그러다 새 인연을 만났다. 제2묘역을 다 돌고, 제1묘역을 조금 돌다가 젊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단체를 보았다. 한 묘(눈으로 위치를 대강 짐작건대 윤상원 열사 묘였던 것 같다) 앞에서 다 같이 큰 소리로 노래 부르더라. 임을 위한 행진곡 같았다. 


광주에서 온 학생 단체인 것 같아, 그들 중 한 분에게 비문 속 광주 사투리의 뜻을 물었는데 이쪽 출신이 아무도 없어 모른단다. 같이 온 사람 수가 10명이 넘어 보이는데 광주에서 온 사람이 없다니.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 계속 물었다. 연세대에서 왔단다. 나도 서울시립대에서 왔음을 밝히고 한 분과 계속 말을 이었다. 연세대에선 기행단을 꾸려 매년 5월마다 여길 온단다. 매번 올 때마다 혼자고, 오늘도 역시 혼자라 내심 부러웠다. 참 좋은 분 같고 반가워서 내 연락처를 드렸다. 그래서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기차 시간 때문에 비문을 얼마 못 보고 나왔다. 그래도 온 김에 방명록도 쓰고 리본도 묶고자 리본 부스에 갔다. 부스 관리하시는 할머니께서 어디서 왔는지 물으시길래 서울이라 말씀드렸다. 할머니께선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씀하시더니, 관광안내소에서 뱃지 하나를 헐레벌떡 가지고 나오셨다. 그리고 그 뱃지를 내게 건네주셨다. 


작년에 만든 건데, 이제 얼마 없어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말씀드리니, 멀리서 아무 연고 없이 혼자 온 게 대단하고 특별한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무엇이 그리 고마운 건지… 오늘 온종일 고맙단 말을 계속 들어 머쓱하다. 


시간이 너무 없고 버스 시간을 놓쳐 택시를 탔는데 인연이 어떻게 또 닿았는지, 할머니와 합승했다. 택시 안에서도 할머니와 계속 얘길 하고 명함도 받았다. 그런데 명함을 받고 보니 유족협회 임원이셨다…. 그제야 할머니께서 내게 보여주셨던 일련의 호의들이 이해되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기사분께서도 할머니와 내 대활 계속 들으시고 내가 기특하신지 자타공인 광주 맛집도 알려주시고 택시비도 깎아주셨다.


새로운 인연과 뜻깊은 경험은 언제나 반갑다. 다음에 갈 땐, 다른 누구와도 이 경험을 꼭 나누고 싶다.



5월 26일 2018년

토요일 오후 11시,

ITX- 새마을 1118, 1호차 8D. 

아래는 내가 오늘 적은 비문 일부다.



#

당신의 찬 머리로 헤어한 뜻 생각하고

네 눈 맘에 보고 열어 사랑했던 꽃누린데

이젠 더 목놓아 울어 줄 그리움 가고 없다. 


#

여보 당신은 천사였소.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


#

원망 분노 슬픔. 울고불고 이젠 지쳐버린 당신의 아내 오늘도 울고, 당신 만날 날 기다리며 ㅇㅇ, ㅁㅁ 소중히 지키렵니다.


#

아빠! 내가 태어난 지 3일 만에 돌아가셨지만 제 가슴속엔 언제나 아빠가 살아계셔요. 딸 ㅇㅇ. 


#

꽃잎처럼 지는 것을 슬퍼하진 마소서.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 있지만.

좋은 세상, 통일된 조국에서. 

다시 만나리…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최연소 안장자의 비문. 


#

죽음을 앞두고 전화로 식구들을 안심시키던 네가 주검으로 돌아온 아침, 에미 가슴도 이 나라 정의도 무너지더니 17년 세월 끝에 이제 너를 내 가슴에서 보낼 수 있게 됐구나. 에미가.


#

ㅇㅇ아! 행여 올까 하는 기다림 속에서 너는 오지 않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내가 너를 찾을 때가 되었구나. 엄마가. 


#

ㅇㅇ아 살아남은 자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갈게. 너의 숭고한 정신 이 땅의 민주화에 길이 빛나리라.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너를 죽도록 사랑하는 형과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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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이벤트 후기


안녕하세요. 늦게 인사드려요. 어제 어버이날 이벤트를 진행했던 사람이에요.


여러분의 편지와 선물은 오늘 오전 9시 20분 즈음에 학생회관 3층 간이 휴게실에서 출근 준비하시던 어머니께 전달했어요.


썬크림 바르시다 말고 난데없는 방문을 맞으셨는데 아마 어제 얘길 못 들으신 것 같더라고요. 어디서 하는 거냐고 물으시길래, 우리 시립대 학생들 하나하나가 모여 한 거라고 이벤트 취지를 말씀드리니 정말 좋아하셨어요.


또, 어제 어떤 분께서 댓글로 우려하셨던 말도 같이 전해드렸어요. 정말 절대 그럴 일 없겠지만, 세상이 흉흉하니 만에 하나라도, 혹시 좀 그렇고 그런 말이 적혀 있으면 절대 신경 쓰지 마시고 바로 버리시라고 말씀드렸어요.


어머니께선 정말 고맙다고 모두에게 꼭 좀 전해달라고, 그리고 앞으로 학생회관을 더 이쁘게 관리하시겠다고도 말씀하셨어요.


지금까지 댓글이나 쪽지로 응원해주신 분들, 그리고 바쁘신 와중에 먼 걸음 내서 고마움을 나눠주신 분들께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5월 9일 2018년

수요일 오후 9시 19분

에브리타임,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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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이벤트 2


안녕하세요. 어제 이벤트 글 올렸던 사람이에요. 먼저, 댓글로 호응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총 세 분께서 쪽지를 주셨는데 그중 한 분께서 계좌번호 보내면 돈 보태줄 테니 이벤트에 써달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전 단순 참여형 이벤트를 생각한 것뿐이라 정중히 사양했어요. 그렇지만, 말씀만으로도 정말 고마웠고 든든했단 말씀을 다시 전하고 싶어요. 


방금, 우리 학생회관을 이쁘게 관리해주시는 선생님께 허락 맡고 왔어요. 선생님께선 1층에서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는데, 같이 준비하는 사람도 부족하고 너무 볼품없어 보이면 당신들께 죄송해서 예정대로 3층에서 진행할게요. 


간단한 안내문과 포스트잇 그리고 필기도구를 준비했으니, 당신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으신 분들은 마음만 들고 와주시면 됩니다!


일시: 오늘 정오부터 ~ 오늘 퇴근하실 때까지.

장소: 서울시립대학교 학생회관 3층 게시판 옆.

준비물: 소소한 선물이나 편지 혹은 쪽지.



5월 8일 2018년

화요일 오전 11시 17분

에브리타임,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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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이벤트 1


내일 점심, 학생회관 3층. 

남녀 화장실 사이 간이 휴게실. 


편치 않은 환경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 편의를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 고마움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려 합니다.


저는 카네이션 하나와 편지 한 통을 문 앞에 두거나 붙일 생각이에요. 


저와 따로 또 같이, 간단한 간식이나 고마움이 담긴 편지 한 통 준비하실 분을 구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가 문득 걱정 하나가 들어요. 


당신들께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시며 일하시는 걸 텐데, 혹여나 맘 불편하시진 않으실까요? 


물론 존경하는 선생님께 드리는 감사 편지와 비슷한 이유로 하려 합니다.


노파심에 여러분의 의견을 묻습니다. 


괜찮을까요?



5월 7일 2018년
월요일 오후 1시 27

에브리타임,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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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화월선

영원이란 시간 속에서 

인생이란 참으로 한순간. 


그러니 단 하날 위해 

천이고 만이고 다 내던지는 게 

결코 이상한 게 아냐. 


망설이지 마. 

수수께끼 미궁도 뚫을 만물의 열쇠, 

진심뿐이다.



7월 26일 2018년

목요일 오전 1시

윌리엄 터너를 보고,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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