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국립묘지 후기


오늘 당일치기로 518 망월동 국립묘지에 다녀왔다. 매년 한 번씩은 꼭 간다. 수능 공부할 때 한국사 선생님께서 한번 가보라고 말씀하셔서 재작년에 처음 간 게 시작이었다.


정말 한 번만 가볼 생각으로 여러 책을 읽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그만 비문 몇 개 읽고 무너졌다. 눈이 엄청 많이 왔었는데, 가져온 우산을 부여잡고 펑펑 울었다. 지금도 그 비문들이 잊히지 않고 계속 아른거린다.


그곳엔 7~8백여 개의 묘비가 있고 그 비문들을 다 읽는 게 목표다. 그래서 앞으로 적어도 4번은 더 가야 한다. 앞서 두 번 왔을 땐 기준 없이 여기저기 다니며 읽었다가 오늘에서야 비로소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제1묘역과 제2묘역을 다 읽었다. 그리고 주옥같은 비문들과 식별 번호를 적어두었다.


그러다 새 인연을 만났다. 제2묘역을 다 돌고, 제1묘역을 조금 돌다가 젊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단체를 보았다. 한 묘(눈으로 위치를 대강 짐작건대 윤상원 열사 묘였던 것 같다) 앞에서 다 같이 큰 소리로 노래 부르더라. 임을 위한 행진곡 같았다. 


광주에서 온 학생 단체인 것 같아, 그들 중 한 분에게 비문 속 광주 사투리의 뜻을 물었는데 이쪽 출신이 아무도 없어 모른단다. 같이 온 사람 수가 10명이 넘어 보이는데 광주에서 온 사람이 없다니.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 계속 물었다. 연세대에서 왔단다. 나도 서울시립대에서 왔음을 밝히고 한 분과 계속 말을 이었다. 연세대에선 기행단을 꾸려 매년 5월마다 여길 온단다. 매번 올 때마다 혼자고, 오늘도 역시 혼자라 내심 부러웠다. 참 좋은 분 같고 반가워서 내 연락처를 드렸다. 그래서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기차 시간 때문에 비문을 얼마 못 보고 나왔다. 그래도 온 김에 방명록도 쓰고 리본도 묶고자 리본 부스에 갔다. 부스 관리하시는 할머니께서 어디서 왔는지 물으시길래 서울이라 말씀드렸다. 할머니께선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씀하시더니, 관광안내소에서 뱃지 하나를 헐레벌떡 가지고 나오셨다. 그리고 그 뱃지를 내게 건네주셨다. 


작년에 만든 건데, 이제 얼마 없어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말씀드리니, 멀리서 아무 연고 없이 혼자 온 게 대단하고 특별한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무엇이 그리 고마운 건지… 오늘 온종일 고맙단 말을 계속 들어 머쓱하다. 


시간이 너무 없고 버스 시간을 놓쳐 택시를 탔는데 인연이 어떻게 또 닿았는지, 할머니와 합승했다. 택시 안에서도 할머니와 계속 얘길 하고 명함도 받았다. 그런데 명함을 받고 보니 유족협회 임원이셨다…. 그제야 할머니께서 내게 보여주셨던 일련의 호의들이 이해되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기사분께서도 할머니와 내 대활 계속 들으시고 내가 기특하신지 자타공인 광주 맛집도 알려주시고 택시비도 깎아주셨다.


새로운 인연과 뜻깊은 경험은 언제나 반갑다. 다음에 갈 땐, 다른 누구와도 이 경험을 꼭 나누고 싶다.



5월 26일 2018년

토요일 오후 11시,

ITX- 새마을 1118, 1호차 8D. 

아래는 내가 오늘 적은 비문 일부다.



#

당신의 찬 머리로 헤어한 뜻 생각하고

네 눈 맘에 보고 열어 사랑했던 꽃누린데

이젠 더 목놓아 울어 줄 그리움 가고 없다. 


#

여보 당신은 천사였소.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


#

원망 분노 슬픔. 울고불고 이젠 지쳐버린 당신의 아내 오늘도 울고, 당신 만날 날 기다리며 ㅇㅇ, ㅁㅁ 소중히 지키렵니다.


#

아빠! 내가 태어난 지 3일 만에 돌아가셨지만 제 가슴속엔 언제나 아빠가 살아계셔요. 딸 ㅇㅇ. 


#

꽃잎처럼 지는 것을 슬퍼하진 마소서.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 있지만.

좋은 세상, 통일된 조국에서. 

다시 만나리…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최연소 안장자의 비문. 


#

죽음을 앞두고 전화로 식구들을 안심시키던 네가 주검으로 돌아온 아침, 에미 가슴도 이 나라 정의도 무너지더니 17년 세월 끝에 이제 너를 내 가슴에서 보낼 수 있게 됐구나. 에미가.


#

ㅇㅇ아! 행여 올까 하는 기다림 속에서 너는 오지 않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내가 너를 찾을 때가 되었구나. 엄마가. 


#

ㅇㅇ아 살아남은 자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갈게. 너의 숭고한 정신 이 땅의 민주화에 길이 빛나리라.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너를 죽도록 사랑하는 형과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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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이벤트 후기


안녕하세요. 늦게 인사드려요. 어제 어버이날 이벤트를 진행했던 사람이에요.


여러분의 편지와 선물은 오늘 오전 9시 20분 즈음에 학생회관 3층 간이 휴게실에서 출근 준비하시던 어머니께 전달했어요.


썬크림 바르시다 말고 난데없는 방문을 맞으셨는데 아마 어제 얘길 못 들으신 것 같더라고요. 어디서 하는 거냐고 물으시길래, 우리 시립대 학생들 하나하나가 모여 한 거라고 이벤트 취지를 말씀드리니 정말 좋아하셨어요.


또, 어제 어떤 분께서 댓글로 우려하셨던 말도 같이 전해드렸어요. 정말 절대 그럴 일 없겠지만, 세상이 흉흉하니 만에 하나라도, 혹시 좀 그렇고 그런 말이 적혀 있으면 절대 신경 쓰지 마시고 바로 버리시라고 말씀드렸어요.


어머니께선 정말 고맙다고 모두에게 꼭 좀 전해달라고, 그리고 앞으로 학생회관을 더 이쁘게 관리하시겠다고도 말씀하셨어요.


지금까지 댓글이나 쪽지로 응원해주신 분들, 그리고 바쁘신 와중에 먼 걸음 내서 고마움을 나눠주신 분들께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5월 9일 2018년

수요일 오후 9시 19분

에브리타임,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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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이벤트 2


안녕하세요. 어제 이벤트 글 올렸던 사람이에요. 먼저, 댓글로 호응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총 세 분께서 쪽지를 주셨는데 그중 한 분께서 계좌번호 보내면 돈 보태줄 테니 이벤트에 써달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전 단순 참여형 이벤트를 생각한 것뿐이라 정중히 사양했어요. 그렇지만, 말씀만으로도 정말 고마웠고 든든했단 말씀을 다시 전하고 싶어요. 


방금, 우리 학생회관을 이쁘게 관리해주시는 선생님께 허락 맡고 왔어요. 선생님께선 1층에서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는데, 같이 준비하는 사람도 부족하고 너무 볼품없어 보이면 당신들께 죄송해서 예정대로 3층에서 진행할게요. 


간단한 안내문과 포스트잇 그리고 필기도구를 준비했으니, 당신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으신 분들은 마음만 들고 와주시면 됩니다!


일시: 오늘 정오부터 ~ 오늘 퇴근하실 때까지.

장소: 서울시립대학교 학생회관 3층 게시판 옆.

준비물: 소소한 선물이나 편지 혹은 쪽지.



5월 8일 2018년

화요일 오전 11시 17분

에브리타임,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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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이벤트 1


내일 점심, 학생회관 3층. 

남녀 화장실 사이 간이 휴게실. 


편치 않은 환경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 편의를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 고마움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려 합니다.


저는 카네이션 하나와 편지 한 통을 문 앞에 두거나 붙일 생각이에요. 


저와 따로 또 같이, 간단한 간식이나 고마움이 담긴 편지 한 통 준비하실 분을 구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가 문득 걱정 하나가 들어요. 


당신들께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시며 일하시는 걸 텐데, 혹여나 맘 불편하시진 않으실까요? 


물론 존경하는 선생님께 드리는 감사 편지와 비슷한 이유로 하려 합니다.


노파심에 여러분의 의견을 묻습니다. 


괜찮을까요?



5월 7일 2018년
월요일 오후 1시 27

에브리타임,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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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국장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서울시립대학교 제54대 총학생회 교육국장 손유린입니다.


지난 3월에 써 올렸던 ‘여자 화장실 못 구멍 메우기’의 글쓴이입니다. 그동안 언론사를 비롯한 우리 학교 커뮤니티에서 캠페인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뜻대로 잘 안 됐습니다. 그러다 새로 선출된 총학생회로부터 교육국장 제안이 와,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 자리를 맡았습니다.


선본에도 참여 않고 학생자치 경험도 전혀 없던 제가 국장으로 전격 발탁된 이유를 제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남자로서 알기 쉽잖은 여성 문제들을 귀담아들어 해결 방안까지 도출했던 소통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총학생회 아홉 국장 중 마지막에 발탁됐지만, 중요도로 따지면 교육국이 단연 첫째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국이 우리 학우분들의 교육권을 지키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으로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제기되었지만 방치된 민원 상당수가 설문 표본이 적다는 이유로 반려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을 끌려 이 글을 쓴 까닭이기도 합니다. 설문 참여율이 저조한 까닭을 학우분들 탓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학생자치 참여 독려도 총학생회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교육국장으로서 새로운 일을 진행할 때마다 학우분들에게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구하겠습니다. 문제와 그 원인을 어떻게 인식해 해결방안을 도출했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여러분께 빠짐없이 보고하겠습니다. 아울러, 제 글에 달리는 모든 댓글에 빠짐없이 답변드릴 것을 모든 학우분께 약속드립니다. 여러분의 정당한 교육권을 위해 교육국이 함께하겠습니다.


*총학생회 집행부 면접 중, 공약집에서 인상적인 공약 하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많은 면접자가 <여자 화장실 못 구멍 메우기>를 꼽았다고 합니다. 화장실 스티커 캠페인 제안서를 작성하다 소중한 얘기를 나눠준 분들에게 바나나 우유 기프티콘을 전달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그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4월 11일 2018년

수요일 오후 4시 30분

서울시립대학교 제54대 총학생회 교육국장,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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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제안_여자 화장실 구멍



얼마 전, 여학우 세 명에게 학생자치에 뭘 바라는지 물었습니다. 5초 정도 생각하다 한 명이 여자 화장실 구멍 얘길 꺼내고, 듣고 있던 두 명도 단번에 그렇다며 맞장구치더라고요.


여자 화장실 칸막이마다 구멍이 송송 뚫려있단 얘기였어요. 그것도, 몰래카메라가 설치되기에 딱 좋은 위치에 말이죠.


문고리나 휴지 걸이를 바꿔 달다 생긴 구멍이라 착각할 법해서, 제가 바로 남자 화장실을 돌아보니 신기하게도 그런 구멍이 없거나 적더라고요.


다시 여학우들에게 돌아와 물어보니 사실 이게, 비단 우리 학교 화장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하철, 관공서, 상가 등등 대다수 화장실 문제라 익숙하다네요.


그래서 볼일을 볼 때, 칸막이에 들어가 구멍이 있나 여기저기 살핀 뒤, 구멍이 있으면 휴지로 틀어막고 볼일을 본다더라고요. 살면서, 언제 한 번쯤은 반드시 찍혔을 거란 자조 섞인 농담까지 하면서요….


그래서 총학생회 정후보에게 제안했어요. 실리콘이나 뭐로 화장실 칸막이 구멍을 메꾸면 어떨까 해서요. 정후보도 제 친구들 얘기를 듣고 바로 수긍해 공약으로 넣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아직 안 한 얘긴데 이 글에 덧붙여 처음으로 제안합니다. 사실, 학교 화장실 문제는 우리 학생자치 힘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교 밖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화장실 스티커 캠페인은 어때요? 남학우, 여학우 할 것 없이 모두 다 받아가서, 당장은 우리 학교 주변부터, 멀리는 이 세상 모든(공용 포함) 화장실까지!!! 모든 불순한 시선들을 다 막아보자구요!!!


*다른 제안이 있다면 여러분도 말해주세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총학에 전달되지 않을까요?


*첨부된 사진은 우리 학교 화장실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여자 화장실 구멍이란 키워드로 검색해 얻은 사진입니다.


*이 글은 스물세 명가량의 여학우들의 제보와 검수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솔직한 얘기를 나눠준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3 23 2018

금요일 오전 1

동아리방에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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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맞이단 후기

 

작년에 새내기 배움터(이하 새터)에 못 가 생긴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새내기 맞이단(이하 새맞단)에 지원했다. 당연히 붙을 줄 알고, “나 새터 간다!”고 여기저기에 떠벌리고 다녔는데 불합격 통지를 받고 한참 동안 당황했다. 아쉬운 맘을 이내 조금씩 정리하다가, 난데없는 추가합격 전화를 받고 결국 새터에 가게 되었다.

 

새터 첫날은 사흘 중 가장 정신없었지만, 제일 많이 생각나는 날이다. 그만큼 일이 고되고 많았으며 느낀 점 또한 많았던 까닭이다. 아침 7시에 대강당에서 우리 6팀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튿날 새벽 6시 야간근무가 끝날 때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적어본다.

 

야간 근무 시작 전 휴식 시간에 분위기 좀 내보려고 산책하다 설산에 올랐다. 조명은 은은했고 경사는 적당했으며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근처에 움직이는 거라곤 아득히 먼 거리의 정설차 한 대뿐이었으니 분위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일하러 와서 이래도 되는 걸까.’ 걱정돼 멀리 가진 못 하고 가장 가까운 언덕 위를 맴돌며 시간을 보냈다.

 

음악으로 「想望」를 들으며 지나온 날들과 친구들을 한참 생각했다.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는 감정을 맘속 깊이 다시 새기고 포근하며 서늘한 새벽 공기를 맘껏 마셨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맘속 부스럼이 다소 아문 시간이었다.

 

이튿날엔 쉴 시간이 훨씬 더 많았지만, 쌓인 피로 때문인지 온종일 맥없이 보냈다. 그리고 야간 근무 때 자융대 사람들이 즐겁게 노는 걸 보고 재학생들이 참 부러웠다. 나도 후배들 좀 보고 싶은데 첫날은 용기가 부족해서, 둘째 날은 근무시간이 겹친 탓에 그럴 수 없었다.

 

가뜩이나 아쉬운데 셋째 날, 쓰레기 제대로 안 버렸다고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 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좀 더 예쁜 말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즐기자고 온 새터의 마무리를 내 경솔함으로 덧칠한 것 같아 속상함이 가시질 않는다. 때 늦은 사과만큼 덧없는 게 또 있을까. 그래도 전하고 싶다. 나 때문에 맘 상한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새터를 위해 고생한 분들 얘길 안 할 수 없다. 새맞단, 총학생회, 그리고 각 단과대 학생회 등등 사흘 내내 이들이 보여준 헌신을 생각하면, 이번 새터가 성공적이었단 뭇 사람들의 반응이 자못 당연하게 여겨진다.

 

무전 치면 언제 어디서나 수 초 이내 바로 응답하던 우리 단장단만 해도, 이들에게 쉬는 시간이 과연 있긴 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사흘 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쪽잠 잤을 그들 모습이 그려지는 순간이다. 우리 단원들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몸 사리지 않고 언제나 맡은 일 꿋꿋이 해낸 이들이 내 동료라는 사실이 참 든든하고 반가웠다. 새터가 끝난 지금도 흰 롱패딩을 보면 인사하고 싶어 손짓이 머뭇거리는 까닭이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함께한 새맞단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우리 6팀에겐 한 번 더, 그리고 단장단엔 두 번 더 전하며 이 글을 줄인다.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건강 그리고 행복. 이미 이루신 것은 더욱더. 부족한 것은 올해엔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2 28 2018

수요일 오후 730

서울시립대학교 새내기 배움터(2 19~21)

새내기 맞이단 6팀 팀원,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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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대하여 3


언제부터 꽃을 좋아했던가. 그 기억이 제법 낯설다. 꽃에 대한 내 기억은 중학교 교실에 늘 붙어 있던 김춘수의 시 <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시가 좋았을 뿐, 그 당시 난 꽃에 별 관심이 없었다. 나에게 꽃이란 그저 풀때기 식물이었다.


그러다 늦봄에 벚꽃이 흩날리는 광경을 처음 보았다. 가지에서 바닥까지 너울너울 흩날리는 그 꽃잎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그때부터였다. 꽃이 좋아지기 시작한 게.


하지만, 모든 꽃을 좋아한 건 아니었다. 꽃의 여러 모습 가운데, 오로지 떨어지는 찰나의 가장 화려한 꽃만을 사랑했다. 그리고 거의 10년 동안 내 인생의 기조도 떨어지는 꽃잎처럼 ‘오늘을 즐기자.’가 되었다. 


그러다 3년 전, 직접 꽃을 피웠던 경험이 꽃에 대한 내 마음과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꽃잎이 흩날리는 마지막 순간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다림의 소중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밤새 나 몰래 피진 않았을까, 피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텃밭에 나가면서 두근두근 설레이는 그 마음을 사랑했다.


씨앗에서 싹트고 망울이 열릴 때까지, 꽃은 66일 동안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계속 자랐다. 내 인생의 기조도 그에 맞춰, ‘어제보다 오늘 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자.’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지금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더 낫다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인지 내 마음속 이견이 분분하다) 


꽃은 몇 달이 지나더라도 한 번 싹트고 물과 볕만 제때 주면 언젠가는 반드시 핀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봄이 오고 싶다. 꽃이 보고 싶다.


2월 23일 2018년

금요일 오전 0시 30분

얼마 전 입대한 

영제를 위해,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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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대하여 2


꽃을 좋아한다고 믿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정말 꽃을 좋아하는지 궁금해 직접 텃밭에 심어봤다. 때는 봄이었고 심은 것은 코스모스였다. 매일매일 물을 주니 싹도 트고 줄기는 곧게 자라, 심은 지 약 두 달 만에 처음 꽃이 피었다.


그리고 그 꽃을 작은 병에 담아 제일 존경하는 선생님께 갖다 드리며 말씀드렸다. 꽃이 사글거든 괘념 말고 바로 버리시라고. 꽃에 담긴 제 맘이 당신께 스민 것이니 맘 편히 그러시라고. 떨어지는 꽃잎이 못내 섭하시거든, 추억으로 봐주시라고도 말씀드렸다.


꽃 피길 기다리는 두어 달 동안 들꽃을 보며 내 꽃을 상상했다. 그리고 내 꽃이 피었을 때, 다른 꽃들에 비해 내 꽃만 유달리 이뻐 보인단 걸 깨달았다. 꽃에 대한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장미가 그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그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라고 말했다. 꽃 피길 기다렸던 66일간의 시간은 내게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텃밭에 나가 물을 주고 이따금 말도 걸던 기억이 지금도 내 가슴에 선하다. 내가 내 꽃을 사랑하는 까닭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누군가를) 길들여지면(사랑하면), 눈물 흘릴 일이 생긴다는 여우의 말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비록 시들었지만, 내 연분홍빛 코스모스는 내 맘속뿐만 아니라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 맘속에도 지금까지 고이 피어있을 거라 믿는 까닭이다.



2월 18일 2018년

일요일 오전 0시 30분

어린 왕자를 다시 읽고,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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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대하여 1


3년 전 어느 봄날, 아직 피지도 않은 들꽃을 손수 만든 꽃병에 담아 교실 안으로 들여온 아이가 있었다. 언제 죽을까 싶었던 그 가냘픈 꽃봉오리는, 놀랍게도 다음날 단 하루 만에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만개했다. 


학원 사람들 누구나 길가에 핀 들꽃을 보긴 본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느낀 그 아름다움을 다른 누구와 나누는 것까지 하지는 못한다. 덧붙여, 미개(未開)한 꽃 너머 만개(滿開)한 꽃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무료한 일상으로 점철된 잿빛 교실 안으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들여와, '모두에게 하나뿐인 스무 살의 봄이 우리에게도 분명 있었음'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대학에 와서 똑같은 일을 한 사람을 보았다. 동아리에서 몇 번 안 본 사이라 제법 어색했지만, 설렌 마음으로 꽃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단번에 아니란 답을 들었다. 꼭 물어보리라 벼르던 질문이 하나 더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날로부터 또 1년이 다 되어간다.


올해는 어떨까. 꽃 좋은 이를 만나는 일이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 이따금 보이는 꽃집만큼 내 주변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것이다. 다만 길가에 핀 민들레처럼 자연스레 만나 진심으로 묻고 싶다. 그리고 그랬을 때 돌아오는 답이 급히 지어낸 말이 아니라 적어도 언제 한 번쯤은 생각해봤던 답이길 빈다.



2월 15일 2018년

목요일 오전 0시

료마전을 보고, 손유린.



2018/02/18 - [수필] - 꽃에 대하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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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게임 1



오늘 간식 시간에 이미지 게임을 했다. 건의로 하게 됐는데, 때는 기분이 좋았는데 하고 나서의 뒷맛이 씁쓸하다. 건의하지 말았어야 했다. 후회한다. 


하기 같다.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세상 어디든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다수와 소수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뉜다. 오늘도 명암을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미지 게임의 질문지가 12개였는데, 나와 문석이가 각각 4관왕, 3관왕을 했다. 그리고 내가 여겨 사실 하나로, 질문지 , 36명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명이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길/드러나길 굳이 원치 않는다면 상관없을 텐데. 그건 둘만 뿐이다.


나중에, 내가 맘에 사람들만 모아 파티를 또한,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질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쩔 없는 이라 말하며 무시해야 할까. 소외당하는 사람들 수가 너덧 명, 열댓 명, 사오 명이라면. 힘들겠지만 홀로 그들 전부를 책임질 있겠지만, 수를 넘어서면 어떻게 해야 할까. 훗날이 아니다. 당장 7 12일만 해도, 십 명이 참가할 텐데


나만 해도 이러한데 정치인은 어떨까. 만에서 십만의 지역구 주민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소외계층을 바라볼까. 슬프다. 지금,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울어줄 감성을 갖고 있구나. 사업가로서 실격이다. 날카로운 이성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내가 모를 불특정 다수는 차치하고서라도, 손을 잡고 나와 같이 나아가는 사람들만이라도 온전히 챙길 있으려면, 잠깐의 눈물보다 냉엄한 눈빛이 필요할 것이다. 정진하자. , 나의 사람들을 위하여.



4 17 2016

일요일 오후 11 40

이미지 게임을 끝내고,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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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내가 진다는 것은 누군가가 나로 인하여 이긴다는 것이다. 내가 못났다는 것은 누군가가 나로 인하여 잘났다는 것이다. 그 어떤 누구든, 내 손을 잡고 내 곁에 서기만 하면 키 크고 잘 생기고 똑똑하게 된다. 나는 그야말로 완벽한 킹메이커다. 나는 사람 보는 안목이 있다. 왕/여왕이 될 그릇, 아름다움을 품을 만한 그릇, 내게는 보인다. 나는 그들을 어둠 속에서 찾아내 별로 만들려 한다. 저 밤하늘 위 별들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둠이 별을 비춘다고 생각한다. 어둠이 있어야 별이, 더 밝게 빛날 수 있으니까. 나는 그래서 비루한 어둠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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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하여 2


꿈에 대한 집착이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처절하게 죽음만을 갈구하며 달을 바라볼 때 처음 꿈을 품었다. 흉측한 몰골로 도망치듯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괴물의 몸으로 4년간 독방에 살 때도, 절대 꿈에 대한 열망을 접은 적이 없었다. 비루하고 남루한 내 인생에서 꿈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생명줄이었다. 매 순간 눈을 감을 때마다, 몸이 부서지고 무너져 내리는 고통을 느껴도, 살고 싶었다. 꿈을 이룰 순 없어도 남들처럼 당당히, 아니면 유유히라도 내 꿈을 좇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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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대하여(미완 쓰는 중)


#광고란, 일반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급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그림책을 통하여 전 세계 만인의 공감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기르고자 한다. 

#정치 경제 군사 역사 문화 사회 종교 지리 언어 예술을 막론하고 만인 공통으로 공감할 수 있다. 

#문자 독해 능력도 참 중요하지만, 그림 해석 능력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How-To

그림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며, 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같은 활자 인쇄물이라도 신문, 소설, 수필, 시를 읽는 법이 전부 다르듯, 그림책 또한 그림책만의 접근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글자를 먼저 읽지 말고 그림을 먼저 봐서 그림 속 상황, 배경, 인물들을 복사/붙여넣기를 하듯이 그대로 머릿속으로 옮겨 닮아라. 상상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까지도 상상해라.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한 장의 그림이 누군가에겐 그냥 의미 없이 난해한 동굴 벽화로, 한 폭의 그림이, 사진이, 또 누군가에겐 한 편의 영화로, 또 누군가에겐 더없이 아름다운 대 서사시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책이다.



글자

어른들과는 다르게 아기들은 글자보다 그림을 먼저 본다. 어른들이 그림책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유는 글자 때문이다. 11짜리 글자 크기에 갇혀 제한적인 사고만 한다. 예를 들면, 하늘을 나는 코끼리에 대한 그림책이 있다고 하자. 어른들은 종이를 넘기며 글자인, "남태평양 상공을 날아다니는 분홍색 코끼리"를 먼저 읽고 그 글자들에 맞춰 그림을 해석한다. 바다를 찾고, 하늘을 찾고, 분홍색을 찾고, 코끼리를 찾는다. 앞서 언급한 글자 요소들을 사실적 '사건'으로 상상해 찾기 때문에, 추상적 '그림'으로 이루어진 삽화가 불편해지는 것이다. 


반면, 어린이들은 그림을 먼저 보고, 각각 그림 요소들에 맞춰 글자를 읽기 때문에 코끼리만 보더라도, '다리가 긴 코끼리', '날개 달린 코끼리', '예쁜 코끼리', '화난 코끼리' 등등 글자에 얽매이지 않은 채 훨씬 더 폭넓은 상상을 한다. 그것도 오로지 '나만의' 상상으로.


한 문장으로 요약 정리하자면, 

"서사와 인과의 연결고리를 끊을 때 비로소 그림책은 내 것이 된다."


9월 13일 2016년

화요일 오후 8시 30분

가을 하늘 아래 밝은 달을 바라보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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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현대 사회에서는 굳이 '나의'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이 다양한 대중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쏟아지는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과 오랫동안 대화할 수 있다. 오늘 아침에 고속도로 23중 추돌사고, 점심에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인사청문회, 저녁에 연예인 K모 양 섹스 스캔들. 하루 24시간 종일 이야기 해도 다 못 할 정도로 정보량이 넘친다. 하지만 남는 건 없다. 누가 누구랑 사귀든 나랑 아무 상관 없다. 미국 드라마 Game of Thrones에서 Ygritte이 Jon에게 "It's you and me that matters to me and you."라 말한 것처럼, 내가 누구고 네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남는다.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서로의 서로에 대한 인식으로 분명히 기억된다.


통일은 대박이라 부르짖는 것보다

꿈이 뭐냐 물었을 때 욕을 입에 달고 살던 친구의

잠시 머뭇거리며 수줍게 '노무사'라 답하는

순수함을 난 더 사랑한다.


9월 어느날 2015년

강대기숙학원 인문P2에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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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폭


인간관계의 폭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내가 쓴 생각의 폭과 마찬가지로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인간관계의 폭은 '자기보다 상대적 약자를 얼마만큼 포용할 수 있는지'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에게 마음이 가고 똑똑하고 당찬 사람에게 눈이 간다. 하지만 추남 추녀에게 정을 주는 사람은 흔치 않고, 멍청하고 소심한 사람을 가까이하는 사람 또한 더더욱 없다. 


이렇게 누구나 다 강자를 좋아한다면, 인간관계의 폭은 결국 '자기보다 상대적 약자를 얼마만큼 포용할 수 있는지'로 결정되지 않을까. 그런데 강하고 약한 것은 상대적 개념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누군가에게 약자이며 동시에 강자다. 또한,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 우리는 어릴 때 약자였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강자가 되고, 또 늙어서 다시 약자로 돌아간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회가 되면 어학연수든 여행이든 뭐든 외국으로 꼭 나가보라 권한다. 문견을 넓힌다는 이점 외에도, 외국인으로서의 처절한 약자의 입장을 단 한 번이라도 체감해봤으면 좋겠다 싶어서다.


고등학교 1학년일 때 미국에서 처음 접한 게이 개그는 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오늘과는 다르게 10년 전 그때 한국에서 게이 같은 성적 소수자는 그 누구에게도 존중받을 수 없는 정신병자 같은 존재였다. 나는 무서웠다.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조차 도 그냥 막연히 두렵고 불쾌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그네들을 아무 이유 없이 싫어하는 나 자신이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용기를 내 하루종일 퀴어 영화만 찾아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게이여본 적이 없으므로 내가 그들을 100% 완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위와 같이 노력한 덕분에 그들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내 인간관계의 폭이 퀴어까지 넓어진 것이다.


흑인에 대해서도, 장애인에 대해서도, 그 다른 누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묻고 치열하게 노력한다.

나는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12월 22일 2015년

화요일 오후 5시 30분 

오남도서관에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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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하여


회색 잿빛 건물에 둘러싸여 매일 같이 컴퓨터에 시름 하느라 잊고 있지만, 잠깐만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면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린다. 더 창문 가까이 다가서면 안 보이던 나뭇가지 위 새싹이, 봄바람에 꽃내음이, 재잘대는 새소리가 들린다. 자연은 늘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한다. 다만, 저마다 바쁘다는 갖가지의 핑계로 잠시 잊혀진 것뿐이다. 


계절은 분명 네 개뿐이지만 따로 묻거나 찾지 않아도 절로 오는 탓인지, 평소에도 관심을 두는 사람은 흔치 않다. 올해 가을 어느 날, 학원 급식으로 어묵탕이 나왔던 적이 있었는데 석정이는 그것을 보고 좋아하더라. 내가 아는 석정이는 해산물을 싫어해서 왜 어묵탕을 좋아하는지 물었고 석정이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뭐,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어묵을 보니 겨울이 온 것만 같잖아요. 하하…."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어묵을 떠먹을 때, 석정이는 그 속에서 겨울을 본 것이다. 이런 하나하나의 소소한 즐거움이 쌓여 행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 올해 어느 봄날, 아직 피지도 않은 들꽃을 손수 만든 꽃병에 담아 교실 안으로 들여온 아이가 있었다. 언제 죽을까 싶었던 그 가냘픈 꽃봉오리는 놀랍게도, 다음날 단 하루 만에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만개했다. 학원 사람들 누구나 다 눈이 달려있으니 길가에 핀 들꽃을 보긴 본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느낀 그 아름다움을 다른 누구와 나누는 것까지 하지는 못한다. 덧붙여, 미개(未開)한 꽃을 보면서 동시에 만개(滿開)한 꽃의 아름다움까지 상상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무료한 일상으로 점철된 빛 교실 안으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들여와, '모두에게 하나뿐인 스무 살의 봄이 우리에게도 분명 있었음'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시간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말이 있다. 계절도 자연도 마찬가지다. 밤하늘 위 저 달이 나에게만 아름다울까. 아니다. 아마도 아닐 것이다. 오늘 처음 출근하는 슬아에게도, 조선 제이 장도 장인인 남중이에게도, 대학에 합격해 좋아하는 준호에게도 여지없이 저 달은 아름다울 것이다. 


자연을 향유한다는 것은 

정치, 경제, 역사, 문화, 종교, 지리, 예술을 막론하고 80억 전 인류와 나눌 공감대가 있다는 것.

과거 현재 미래를 막론하고 최고(古)이며 최고(高)인 취미를 갖는다는 것.

그리고 이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목숨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누릴 수 있다는 것.

이 아닐까 한다.


12월 21일 2015년

월요일 오후 9시

27일 강대기숙 입소를 준비하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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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현답(愚問賢答)


나는 자주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아마도 철학을 전공하신 아버지 영향이 무척 컸으리라.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고 그 이면의 무언가를 더 깊이 살펴보는 것. 

내가 아버지에게 배운 것 중 하나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두고 맹하다고 한다. 

개의치 않는다. 우문을 해야 현자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현문을 하고 현답을 들으면 좋겠지만, 나는 멍청해서 그럴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내 길을 간다.

나는 어제보다 오늘 하루 더 멍청해지고 멍청해져서 현자를 만나고

그렇게 우주 끝까지 계속 멍청해져서 

이 세상 모든 현자들의 손을 잡고 인민에게 내려와


모든 별들의 어둠으로서

모든 풀꽃의 거름으로서

만인의 달빛과 함께하리라.[각주:1]


12월 21일 2015년

월요일 오후 8시

할머니께서 주신 귤을 까먹으며, 손유린.

  1. 추월지기 http://july12.net/6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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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


뒷담화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할 때는 항상 '대상'에게 좋거나 중립적인 이야기만 하려 노력한다. 왜냐하면, 뒷담화는 대상에게, 상대방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결코 올곧지 못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재한 대상을 두고 뒷담화할 때, 대상은 그 자리에 없으니 당연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사실만 말한다 할지라도 그 대상에게는 변명은 물론이거니와 사과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이 아닌 의견을 말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실확인조차 없었던 대상에 대한 뒷말들이 뜬소문으로 드러난다면, 그동안 피해 주고 상처 받은 것들에 대한 보상과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우리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중에는 내가 직접 만난 사람도 있을 것이며, 다른 사람의 소개를 받아 만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을 소개받는 경우, 소개자의 설명이 중요하다.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로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낙타와 펭귄이 나의 소개로 만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셋이 모이기 전에 내가 낙타에게 펭귄의 칭찬을 하고 펭귄에게는 낙타의 험담을 한다면 그 둘의 관계는 안 봐도 뻔하지 않을까. 소개자인 나의 개입으로 서로가 서로에 대한 선입견이 심어져서, 만나기 이전부터 낙타는 펭귄에게 호감을 느끼고, 펭귄은 낙타에게 비호감을 갖지 않을까. 아무 선입견 없이 만났다면 그 둘의 관계는 어찌 될지 모를 텐데 말이다. 그러므로 상대방과 대상 간의 어찌 될지 모를 미래의 관계를 위해 함부로 뒷담화하지 않는다.






내 지난 짧은 인생을 돌이켜보면, 듣기 좋은 험담은 없었던 것 같다. 그때 당장의 값싼 희열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발만 뒤로 물러서서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들은 그 모든 뒷담화들이 전부 허망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대게 다른 사람의 흠을 말할 때, 혹시나 자신도 그런 흠을 가졌는지 잠시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같은 비판을 피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한다. 


다른 사람 뒤에서 몰래 험담하는 사람은 결코 좋게 보이지 않는다.


ㅏㅏㅏㅏㅏㅏㅏ

쓰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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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出師表)


내 꿈은 세계정복이다.

벌써부터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지 마라.

그렇다고 또 불가능하게 '보인다'고도 하지 마라.

그렇게 가능성만을 운운하다가는

이만한 가치가 있는 꿈을 죽을 때까지

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

나는 너희와 다르게 이만한 꿈을 품었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이 세계를 제패해

너희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다.

그리고 몇 년 뒤에 세계의 패권을 잡았던 나도

지는 태양이 되어 왕좌에서 내려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는 몇십 년 전에 내가 했던 맹세를,

몇십 번을 실패해도 이것 하나만큼은

죽어도 지키겠다는 이 꿈의 맹세를,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다시 되뇌겠지.


"나 손유린은 지금 이 순간부터

돈에 대한 열정과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을

내 인생을 걸고 맹세합니다."


1월 16일 2008년

수요일 오후 7시



고1, 사업을 천직으로 삼고 비장한 각오로 첫 사업에 임하며 쓴 출사표.

공자가 15세에 학문에 뜻을 둔 것을 본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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