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밀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저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을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저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사람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장단점 둘 다를 보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사람들이 제 단점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렵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을지라도 저는 그것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동안 제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저의 선한 모습만 보이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 앞에서 쓸데없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 언행을 최대한 절제하고 단점을 감추며 말이죠. 그렇다고 해도, 특별히 장점을 내세우지도 않았습니다. 장점이란, 스스로 내보였을 때 모양새가 썩 보기 좋지 않기도 하고, 스스로 내보이지 않아도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제 비밀과 고민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위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오랜 시간 살아오다 보니, 저 자신에게 여러 가지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서툴러진 사교성 편협해진 주변 대인 관계


사교성이 서툴러지다 보니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껄끄러워지고, 기존의 대인 관계 또한 점점 좁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 조차하지 않으려는 멍청한 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조차 저는 이 글을 수십, 수백 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단 한 사람도, 이 익명의 글이 제가 쓴 것이라고 알 수 없을 텐데 말이죠. 예전에는 제 나름대로 시와 글을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제일 행복한 일이었는데, 그때의 제 모습과 비교해보면, 참 멀고도 먼 길을 온 것 같습니다.


글 쓰는 것이 마냥 즐겁고 매사에 밝았던 과거의 나를 향하여

오늘부로 이 먼 길을 되돌아가려 합니다. 

이 먼 여정의 끝에서 미소 지으며 기다리고 있을 미래의 나를 위하여.


9월 25일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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