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제목: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 유시민

출판사: 아름다운사람들

초판 1쇄: 2013년 3월 13일

초판 25쇄: 2017년 12월 27일

독서 기간: 3월 31일 ~ 4월 1일 2018년

추천인: 서영제


소감: 

(프롤로그를 읽고)

어째 나는 정치인도공인도 아니면서 정치적 자기 검열 습관을 갖고 있는가…. 이젠 너무 익숙해 벗어 던질 수 없다글자 하나하나 적는 게 이리도 힘든데계속 적고는 싶다모순이 앞뒤로 치민다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줄곧반대 하나 달기 쉽지 않은 글만 써왔다이제 좀 나도 내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더러는 비난할 것이오또 더러는 비난할 것이다그 빗발치는 비난을 감내할 만한 글감과 열정을 잃지 않길 소원한다생채기 좀 나도 좋다내가내 목소리를 내는데 한 치의 주저도 없길 다시 한번 소원하는 바이다.

인상 깊은 구절: 

1: 어떻게 살 것인가

#1 바람이 불면 사물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쳐 제각기 색깔이 다른 삶을 산다.

 

#2 청년기의 핵심 과제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3 기득권과 더불어 살면서도 그 달콤함과 안일함에 젖지 말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불의와 타협하거나 악에 가담하지 않고 살려면 강력한 내면의 힘이 있어야 한다.

 

#4 세상이,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소망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해준다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세상을 비난하고 남을 원망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극적 선택도 선택인 만큼, 성공이든 실패든 내 인생은 내 책임이다. 그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죄악과 비천함에서 자기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악당이나 괴물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되든, 무엇을 이루든, ‘자기 결정권또는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임생을 살아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5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자유의지로 만들어낸 삶이 아니면 훌륭할 수 없다.

 

#6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 자신도 더 훌륭해져야 한다.

 

#7 재능의 본질은 즐기면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8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우리는 조금씩 죽어 간다. 죽음은 단지 삶의 이면 이면일 뿐이다. 삶과 죽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며 함께 완성도니다. 쉰다섯 해를 산 나는 이미 쉰다섯 해 죽은 것이다. 어차피 죽을 것이기 때문에 삶은 허무하다고 말하지 말자. 그것은 틀린 말이다. 그 역이 옳다.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

 

#9 인생은 그런 것이다.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인생 전체가 의미 있으려면 살아 있는 모든 순간들이 기쁨과 즐거움, 보람과 황홀감으로 충만해야 한다.

 

#10 자기의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타인의 위로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11 자기가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문제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2 이 시련을 견뎌야 하는 것은 세대가 아니다. 청년들 각자 이겨내야 한다.

 

#13 ‘왜 자살하지 않는가?’ 카뮈의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 그때 조금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면 된다. p.56

 

#14 카뮈가 주장한 바는 명확하다. 지금 이 순간 자유로운 존재로서 있는 힘을 다해 살라는 것이다.

 

#15 가난은 가난한 아이의 책임이 아니다. 그렇지만 가난한 아이들은 흔히 가난을 부끄럽게 여긴다.

 

#16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은 사랑, , 놀이이다. 사람들은 이 셋 말고도 연대solidarity’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17 삶과 세상에 대해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적은 수의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세상과 민중에 대한 추상적 사랑보다는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몸으로 껴안는 실체적인 사랑을 더 많이 나누고 싶다.

 

 

2: 어떻게 죽을 것인가

 

#1 이천 서씨의 집성촌 종가 맏며느리로 살면서 ~ 정체 모를 두려움과 슬픔이 밀려왔다. Pp.68~69.

 

#2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3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젊은 사람들과 수평적으로 대화한다.

 

#4 나름 의미는 있겠다 싶었지만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았다. 설렘이 없으니 열정이 솟을 리 없었다. 마음의 설렘이 없는 일에 인생을 쓰고 싶지 않았다.

 

#5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시민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었던 것이다.

 

#6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고 도저히 이겨낼 수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시련은 아이들을 죽인다.

 

#7 사람은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조차 지킬 수 없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8 누구도 가벼운 마음으로 자살하지 않는다.

 

#8 자존감을 회복할 수 없는 양상으로 파괴할 때, 인간적 존엄성을 회복할 수단이 남아 있지 않다고 느낄 때 자살은 탈출구가 된다.

 

#9 많은 사람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주는 제도와 관습, 문화는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치지 않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도와 관습, 문화를 바꾸려면 투쟁해야 한다. ‘투쟁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투쟁하면서 즐거울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투쟁이 성공하면 혜택은 모두가 함께 누리지만, 드는 비용과 스트레스는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10 공부의 출발은 호기심이지만 그 과정은 의심이다. 공부한 모든 사상을 다 받아들인다면 누구도 특정한 주의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11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12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죽음은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지성적 자아의 소멸을 의미한다.

 

#13 세상은 그대로 있는데 의 존재만 무로 바뀐다는 것, 이것보다 더 처절한 상실이 있을까.

 

#14 인간의 의식과 행동의 밑바닥에는 현실의 사회제도나 문화양식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생물학적 본능이 도사리고 있다. 제도를 바꾸어도 이것은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15 다윈 또한 인간이 단지 이기적 욕망만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며, 진화 과정에서 이타 행동을 하는 사회적 재능을 획득했다고 보았다.

 

#16 자기 자신을 로 인식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주체, 지성을 가진 자아는 언제나 단 한 번만 존재한다.

 

#17 태양계 두 번째 행성인 금성은 지구에서 보이는 천체 에 해와 달 다음으로 밝다.

 

#18 눈비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떨어지듯, 치매도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19 지는 해가 만드는 낙조는 일출만큼 눈부시지 않다. 하지만 아름다움으로 치면 낙조가 일출을 능가할 수 있다.

 

#20 2011년 기준, 사망자 열 명 가운데 일곱은 병원이나 요양 병원에서, 두 명은 집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나머지 한 명이 사망한 장소는 사회복지시설, 도로, 일터 등 병원도 집도 아닌 곳이었다. 아픈 사연이 많은 죽음일 것이다.

 

#21 2011년 한 해 동안 16천여 명, 하루 평균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2 10대 사망자는 넷 중 하나, 20대 사망자는 둘 중 하나, 30대 사망자는 셋 중 하나가 자살이었다.

 

#23 김옥경 할머니 유족은 생명과 죽음 가운데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존엄을 선택했을 뿐이다.

 

#24 유언장은 써두는 것이 좋겠다.

 

#25 어떤 것의 가치는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하는지, 인정한다면 얼마만큼 높게 평가하는지에 좌우된다. 그러나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은 가치를 따질 수 없다. 도덕적 차원을 가진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의 선택을 나타내는 것만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인간다움, 존엄성이 그런 것이다. 인간 존엄성의 필수 조건은 자유의지이다.

 

3: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1 훌륭함, 존엄, 품격이란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가치이고 쓸모는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타인의 상대적 가치 평가이다.

 

#2 천부적 재능이란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3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가 빚어내는 인생의 비극을 어린아이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4 ‘축구는 그만하고 공부나 해라.’ ~ 충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Pp.169~170

 

#5 아이들은 마음대로 꿈을 정한다.

 

#6 결단이 너무 늦는 법은 없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이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쪽으로 직업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바람직하다고 본다.

 

#7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회피하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이다. 재능이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면 제일 좋다. 그러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기만 하다면,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되는 만큼 하면서 살면 된다.

 

#8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평생 해도 즐거울 것 같은 일을 찾는 것이다.

 

#9 무슨 일을 하든 사람들과 소통을 잘해야 하니 스스로 글쓰기 훈련을 하라.

 

#10 남들과 잘 소통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그 자체가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직무를 잘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11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층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혁신의 동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옳은 개혁도 실패한다.

 

#12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가치관이 뚜렷하고, 정책에 밝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기본일 뿐이다. 정치를 잘하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자기의 마음을 잘 다스려 다른 사람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13 뜻이 아무리 옳아도 사람을 얻지 못하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14 연대는 아픔과 기쁨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사회적인 선과 미덕을 실현하는 행위이다.

 

#15 정치는 본질적으로 이상과 비전, 정책과 아이디어 경쟁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인 것은 아니다. 정치는 열정과 탐욕, 소망과 분노, 살수와 암수가 밪부딪치는 권력투쟁이기도 하다.

 

#16 갑작스럽게 찾아든 영원한 이별에 대한 상상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색깔과 맛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다.

 

#17 가족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책임 의식으로 맺어진 어른과 아이들의 생활공동체이다.

 

#18 사랑하면 주고 싶다. 깊이 사랑하면 무엇이든 줄 수 있다.

 

#19 따지고 드는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일찍 발달하는 아이일수록 지적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 말을 하기 전에 아이들은 먼저 말을 알아듣는다. 뱃속에 들어 있을 때부터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완전한 문장으로 아이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21 자녀를 사랑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 사람은 아주 작은 일에도 쉽게 행복을 느끼게 된다. P.218

 

#22 어떤 경우에도 딸 아들과 손녀 손자들이 좋아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 언제나 정치적으로 청년들의 편에 설 것이다.

 

#23 누군가를 지지하는 것은 그 후보가 패배할 가능성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24 정치가 해야 할 일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폭력을 선용함으로써 사람들이 저마다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25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이 측은지심을 발휘하면 만인의 삶을 고통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26 저녁 무렵 구로공단 진입로와 이화여대 앞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목격할 수 있었던 강렬한 콘트라스트contrast.

 

#27 진보주의를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라고 말한다.

 

4: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1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신념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대하는 태도이며 그 신념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신념이 잘못된 것이 아닌 경우에도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잘못 선택하면 삶이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2 신앙이나 이념은 훌륭할 수 있다. ~ 자연이 준 본성과 욕망을 긍정적으로 표출하고 실현하면서 영위하는 기쁜 삶이다. P.275

 

#3 신념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4 헬렌 켈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보거나 만질 수 없으며 오로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5 행운에 대해서는 감사하되 불운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6 무엇인가를 새로 알게 될 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7 기쁜 삶,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삶의 유한성과 관련한 허무 의식을 이겨내야 한다.

 

#8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 세운 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그것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하라.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에필로그

#1 연암 박지원은 노환으로 거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약을 물리치고 술상을 차려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친구들이 말하고 웃는 소리를 들으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2 미국의 유명한 회계법인 KPMG 회장이었던 유진 오켈리는 삶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편지와 전화로 작별 인사를 했다.

 

#3 고백하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써 남는 자의 삶과 떠나는 자의 죽음이 더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4 해와 달, 밤하늘의 별, 풀과 나무와 물과 바람에게로 돌아가게 하자. 내 몸과 우주의 모든 것들이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5 내가 죽은 후에 남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진 나에 대한 기억과 느낌뿐이라고 생각한다.

 

#6 내 자식들은 촛불을 켜고 음식을 차린 제사상 앞이 아니라 새가 노래하고 바람이 숨 쉬는 자연의 품에서 그런 기회를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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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경험


제목: 보통의 경험

작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출판사: 이매진

초판 1쇄: 2011년 4월 13일

독서 기간: 2월 24일 ~ 2월 26일 2018년


소감: 

인상 깊은 구절:

내가 겪은 일의 가장 확실한 목격자는 바로 나라는 점을 스스로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통 역시 피해 경험자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내 마음속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고 기쁨과 해방감을 되찾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이죠.


내 몸도 주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내 판단과 선택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경험자가 제일 정확히 알고 있고, 해결의 방향을 가장 깊이 고민하며, 그 안에 진실을 품은 힘이 있구나.


삽입만 안 당하면 별거 아니고, 당하면 인생 끝이라는 '저렴한' 통념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실제 피해자는 자신을 위해 순간순간 수많은 판단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은 동등하다는 인권의 명제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싸워 얻은 것입니다.


'술을 먹었는데도? 기억이 안 나는데도? 상대도 좋아했던 것 같은데......' 등 계속 질문을 하면서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고 싶어 합니다. 그럴 때 상담소에서는 제삼자의 말로 면제를 받으려고 하기 전에 상대방이 어떻게 느꼈는지 먼저 들어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성폭력을 쉽게 경험하게 되는 이유는, 성폭력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강간, 추행, 성폭행 등으로 불리던 것을 묶어 '성폭력'이라고 부르게 된 까닭은 행위 자체보다 그것이 폭력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행위들 사이에서 더 심한 것, 가벼운 것, 더 주요하고 덜 중요한 것을 제삼자가 멋대로 판단하지 말자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법을 대할 때 두 가지 태도가 필요합니다. 현재의 법을 잘 알고 활용하는 태도와 현행법에서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태도입니다.


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이끌거나 적어도 사회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고요.


한국성폭력상담소 2009년 상담 통계를 보면 사례 중 85%가 아는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였습니다.


이상하거나 특수한 사람이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가족, 직장, 연애, 부부 관계 등 평범한 공간 속의 권력 관계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사건 자체보다 나중에 날아오는 이런 비난이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와 충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것을 2차피해라고 합니다.


술 때문에 범행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범행을 위해 술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폭력은 성욕을 억제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억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무리해서 다 호응하다가 나중에 펑크를 내는 사람보다 정확하게 거절한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되는 법입니다.


흔히 상담자는 '피해자보다 지나치게 앞서가지도, 뒤에 있지도 말라'고 합니다. 이것은 '피해자 중심'이라는 해결 원칙을 지키면서도 피해자에게 시의적절한 도움을 주자는 이야기입니다. 즉, 주변 사람은 피해자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가 돼줘야 합니다.


설령 상대를 어느 정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강제로 원치 않는 행위를 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해자를 의심하지 않은 마음과 거기에서 오는 배신감, 상처 등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믿음을 이용했다고 반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법적 해결이나 제도적 해결과 비교해 개인적인 해결 시도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고죄란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리거나 증거가 허위로 판명된 경우, 수사력을 낭비시킨 죄를 묻는 것입니다.


직장 내 성폭력을 없애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조직 사회와 노동 환경에 만연한 성차별적 문화,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말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라는 말을 기억합시다.


자신의 감정을 왜곡하거나 억누르지 마세요. 피해자가 느끼는 불쾌함과 불편함은 결코 잘못되거나 틀린 감정이 아닙니다.


피해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응할 권리가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불쾌함을 제대로 살피고 잘 돌보는 것부터 성폭력에 맞서는 일이 시작됩니다.


회사에서 생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것 역시 커리어에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폭력은 대부분 회사 전체의 문화와 위계의 문제이니, 사실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회사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할 필요도 있지만, 개인의 고유한 공간과 시간, 감정을 돌보며 너와 나 사이의 거리를 유지할 필요도 있습니다.


나에게 위해를 가한 남자친구나 애인을 '가해자'라고 명명해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꼭 필요한 일입니다. 가해자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비로소 가해자가 나에게 저지른 폭력의 성질이 확실히 보이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니까요.


진지한 태도로 내가 어떤 피해를 보았으며, 앞으로 가해자와 단절하거나 지금까지와 다른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을 설명하면 주변 사람들도 내 생각과 감정에 공감할 것입니다.


내 애인이 나쁜 놈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 그 의심을 묻어두지 말아야 합니다. 위험 신호를 발견하면 빨간 불을 켜야지요. 폭력을 눈감아주면 더 큰 폭력을 부르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한다면, 위기 상황에서 나를 지켜주고 내 상처와 아픔을 위로해줄 것입니다.


가해자가 두렵다고 자꾸 가해자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달래는 형태로 협상하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가해자와 맺고 있는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가끔 가해자와 협상만 잘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가해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거나 나의 사랑으로 가해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구원 심리에 빠지기도 하지만, 많은 상담 사례를 볼 때 그것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가해자와 관계를 지속하는 동안 우리 자신은 계속해서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자기 소유물이기 때문에 통제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일은 오롯이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이면서, 많이 하면 할수록, 잘하면 잘할수록 좋은 일입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안에 사랑이 가득한 사람은 밖에서 사랑을 구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 것이겠지요.


외로움은 인간적인 감정이지만, 외로움을 잘 견디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나쁜 상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폭력적인 상대에게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연애가 잘 풀리는 상태라도, 모든 시간과 공간을 애인과 함께 보내지 말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분산 투자'라는 개념을 기억하면 도움이 되겠죠.


성 문제는 단순히 욕구나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정체감과 깊이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


세상에 수많은 형태의 다양한 가족이 있습니다. '정상 가족'이라 불리는 가족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많고, '정상 가족'으로 분류되지 않는 가족 안에서 행복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편협한 가족의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나만의 새로운 가족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험한 일을 겪은 대상으로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 대신, 피해자가 외롭지 않게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탄탄한 사회적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확한 인식을 가진 보호자라면, 피해자를 가해자와 분리하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안심시키며 치유를 도우려고 애쓸 것입니다.


만약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부끄러워하면서 숨기려고 한다면, 네 잘못이 아니며 놀라고 아팠던 마음은 나눌수록 작아지는 거라고 말해줘야겠지요.


상처받은 어린 내가 울고 있는 걸 알아차린다면, 이제는 모른 척하지 말고 안아주세요. 잊어버리라고, 털어버리라고 하기 전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먼저 물어봐 주세요.


내가 고민하는 크고 작은 문제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함께 경험하고, 고민하고, 바꾸려 하는 수많은 여성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입니다. 내가 걷는 속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힘들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닙니다.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미해결 과제이죠.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을 해친 가해자와 싸우기보다 소중한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믿고 있던 사람에게 기대에 어긋난 말을 들으면 더욱 마음이 아프지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내 마음이 어떻게 찢어져 나뉘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어떤 부분이 날 힘들게 하는지 스스로 알아차려야 하지요.


'경험'은 그대로 '기억'이 되지 않습니다. 경험이 기억이 될 때는 마음속에서 많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나지만, 가해자가 나를 어떻게 대우했든 나는 변함없이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대가 없이 무작정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용서가 아닙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진실한 사과와 노력을 해야 하며,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고 치르려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나와 친밀한 사람이라도 나에게 나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여전히 나에게 소중한 사람일지 몰라도 그 '행동'은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내가 힘들다면 그것은 별거 아닌 게 아닙니다.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나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지금 하는 작업은 성폭력의 기억을 온전히 끄집어내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입니다. 이것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성폭력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사건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분노'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분노'에 관해 잘 이해하지 못해서입니다.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며 더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합니다.


성폭력은 가해자가 나의 인격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나의 자존감을 해치려 한 부당한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피해자의 '정당한 분노'는 자신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고,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공동체에 용서를 구할 것을 촉구합니다.


분노를 표현할 필요가 있을 때는 내 느낌과 생각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전달합시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인 로라 데이비스는 "섣부르게 용서하라고 피해자에게 권고하는 것은 모욕"이라고 말합니다. 용서가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도 용서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선택이며, 다른 사람이 강요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치유를 위해 애를 쓰듯, 가해자는 당연히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자신을 보호하고 사랑하고 다치지 않게 하려는 모든 움직임은 중요합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려 노력하는 것이니까요.


가해자에게 보상을 받는 것은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이고, 가해자가 자기 잘못을 시인하게 하는 일입니다.


치유의 길에는 다 각자의 속도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상처받은 내가 잘 따라오고 있나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배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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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제목: 어린 왕자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옮긴이: 베스트트랜스

출판사: 더클래식

초판 1쇄: 4월 25일 2012년

독서 기간: 2월 17일 2018년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어린 왕자
1. 어른들 모두 처음에는 어린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른들이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2. 아이들은 어른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우리에게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3. "오직 하나뿐인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수백만 개의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예요. 그는 마음속으로 '내가 사랑하는 꽃이 저 별 어딘가에 있겠지.......' 생각할 테니까요."

4. "하지만 불행하게도 양이 그 꽃을 먹어 버린다면 그에게는 세상의 모든 별이 빛을 잃어버린 기분일 거라고요!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요?"

5. "그때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꽃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주고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어요. 떠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단순한 거짓말 뒤에 숨긴 연약한 마음을 알았어야 했어요. 꽃이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지....... 그때 난 너무 어려서 꽃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어요."

6. 내 감기는 그리 심하지 않아요. 서늘한 밤공기를 맞으면 오히려 좋을 거예요. 난 꽃이니까요."

7. 세 번째 별에는 술꾼이 살았다. 술꾼은 짧게 만났지만 어린 왕자를 몹시 우울하게 만들었다. 어린 왕자는 한 무더기의 빈 병과 술이 가득 찬 병을 앞에 두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술꾼에게 물었다.
"아저씨! 지금 뭘 하고 계신 거죠?"
몹시 우울한 표정으로 술꾼이 답했다.
"술을 마시고 있잖니."
어린 왕자가 물었다.
"왜 술을 마셔요?"
술꾼이 대답했다.
"잊기 위해서란다."
어린 왕자는 왠지 술꾼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뭘 잊고 싶은데요?"
술꾼이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부끄러움을 잊고 싶단다."

8. '가로등을 켜는 것은 마치 별 하나 꽃 한 송이를 탄생시키는 것과 마찬가지고, 가로등을 끄면 꽃이나 별을 잠들게 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유익한 일이야.'

9. "그리고 꽃도 한 송이 있어요."
"그래? 하지만 우리는 꽃을 기록하지 않는단다."
"왜요? 얼마나 이쁜 꽃인데요."
"꽃은 한순간일 뿐이잖니."
"한순간이라뇨? 그게 무슨 뜻이죠?"
"지리책은 아주 중요한 책 중의 하나지. 변하지 않는. 산이 자리를 옮긴다는 건 극히 드문 일이고, 바다가 마르는 일도 무척이나 드물잖니. 우리는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만 기록한단다."
"그런데 한순간이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말이란다."
"그럼, 내 꽃도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이지."
어린 왕자는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했다.
'내 꽃은 한순간일 뿐인데,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곤 네 개의 가시가 전부인 꽃을 별에 혼자 남겨 두고 떠나오다니.......'

10. "언제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별이 빛나는 것일까? 내 별을 봐. 내 머리 위에서 반짝이고 있어....... 하지만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아."

11. "사람들은 어디에 있니? 사막은 좀 외로운 것 같아."
뱀이 말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12. 모든 길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13. "그래. 지금 너는 나에게 수많은 아이와 다름없는 작은 소년에 지나지 않아.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물론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지. 나도 너에게 수많은 여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한테 너라는 존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 거고, 너한테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거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많이 달라질 거야. 그러면 수많은 발소리 중에 네 발소리를 구별하게 될 거야. 다른 소리는 나를 땅속 깊이 숨게 하지만, 네 발소리는 마치 음악 소리처럼 나를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좋아하지 않아. 밀은 나에게 아무 필요가 없거든. 그래서 밀밭을 바라봐도 나는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어. 그건 슬픈 일이지. 하지만 아름다운 황금빛 머리카락을 지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밀밭은 내게 아주 근사한 광경으로 보일 거야. 밀밭이 황금물결을 이룰 때 네가 기억날 테니까. 그러면 나는 밀밭을 스쳐 지나는 바람 소리마저도 사랑하게 될 거야."

14.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여우가 대답했다.
"인내심이 필요해. 일단은 나와 좀 떨어진 풀밭에 앉아. 내가 하는 것처럼 이렇게. 내가 너를 살짝 곁눈질로 쳐다보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 말은 수많은 오해의 원인이 되거든.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넌 내게 조금씩 다가오게 될 거야."
다음 날, 어린 왕자는 여우를 찾아갔다.
여우가 말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오는 게 좋을 거야.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4시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마침내 4시가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그러면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돼. 그런데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언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잖아. 그래서 의식이 필요한 거라고."
"의식이 뭐야?"
여우가 대답했다.
"이것도 많이 잊은 건데, 의식이라는 것은 어느 날을 평소와 다르게, 어느 시간을 평소의 시간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거야. 예를 들면 나를 쫓는 사랑꾼들에게도 의식이 있어. 그들은 매주 목요일이 되면 마을의 아가씨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내게 편안한 날이야. 그날은 포도밭으로 산책하러 갈 수도 있어. 사냥꾼들이 매일 춤을 춘다면 항상 그럴 거야. 그러면 나도 그날이 그날이고 휴가라는 것도 없어질 테지."

15. 둘이 헤어질 날이 다가오자 여우가 말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네 잘못이야. 나는 네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길들여 주길 원했잖아."
"그래. 그랬어."
"그런데 너는 자꾸 울려고 하잖아."
"그래. 맞아."
"길들여서 좋을 게 없어."
어린 왕자의 말에 여우가 대답했다.
"아니야. 그래도 좋은 게 있어. 밀밭의 황금빛을 사랑하게 되었잖아."
여우가 이어 말했다.
"장미들에게 다시 가 봐. 너의 꽃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다시 내게 와서 작별 인사를 해 줘. 그때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16. 어린 왕자는 다시 장미들을 찾아가서 말했다.
"너희는 나의 꽃과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는 아무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도 길들지 않았으니까. 너희는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와 같아.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도 수많은 여우와 같았어. 하지만 이제 나의 친구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었지."
어린 왕자의 말을 듣고 장미들은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어린 왕자가 이어 말했다.
"너희는 아름답지만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위해 죽을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내 꽃도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너희와 똑같아 보이겠지. 하지만 너희 모두보다 내 꽃 하나가 내게는 더 소중해. 내가 그 꽃에게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 줬으니까. 바람막이로 꽃을 가렸고 벌레를 잡아 줬으니까. 물론 두세 마리 벌레는 나비가 되라고 놓아 주긴 했지만....... 그리고 꽃이 투덜대거나 잘난  체를 해도 받아 줬고, 가끔 말을 하지 않을 때도 곁에서 지켜봤으니까. 내 꽃이었기 때문에!"

17.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하고 여우에게 돌아갔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잘 있어."
여우가 말했다.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안녕, 잘 가."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잊지 않기 위해 되풀이해 따라 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이번에도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잊지 않으려고 따라 말했다.
"내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너는 잊어서는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으니까. 너는 네 장미를 책임져야 해."
"나는 내 장미를 책임져야 해."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되풀이해 웅얼거렸다.

18. 그때 세 번째 기차가 요란하게 지나갔다.
"저 기차 손님들은 처음 지나간 기차 손님들을 쫓아가는 거예요?"
"그들은 쫓아가는 게 아니란다. 기차 안에서 자거나 하품을 하고 있겠지. 아이들만이 유리창에 코를 바짝 붙이고 창밖을 내다볼 뿐이지."
"아이들은 알고 있는 거예요.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말이에요. 아이들은 봉제인형 하나를 찾느라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인형은 아이들에게 아주 소중하니까요. 그래서 인형을 빼앗으면 우는 거예요."
철도원이 말했다.
"아이들은 좋겠구나."

19. 별이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20. 나는 달빛 아래 펼쳐진 모래 언덕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어린 왕자가 덧붙였다.
"사막은 무척 아름다워요."
사실 그랬다. 나는 언제나 사막을 사랑했다. 모래 언덕 위에 앉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침묵 속에서도 반짝이는 무언가가 숨어 있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나는 사막이 신비롭게 빛나는 이유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21. '잠든 어린 왕자가 내게 이토록 감동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꽃 한 송이를 향한 그의 간절한 마음 때문일 거야. 마치 불꽃 같은 장미가 그의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어.'

22. 우리는 축제를 맞이한 사람들처럼 즐거워했다. 그 물은 분명히 우리가 먹던 물과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별빛 아래를 행진한 끝에 찾아낸 도르래의 노래와 내 두 팔의 노력으로 얻은 물이었다. 그것은 마치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유년 시절에도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린 반짝이는 불빛, 자정 예배 때 울려 퍼지던 음악, 사람들의 다정한 미소들이 있었기에 크리스마스 선물이 더 값지게 느껴지지 않았던가.

23.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마음으로 찾아야 해요."

24. "혹시 일 년이 되어 돌아가려고 했던 거니?"
어린 왕자는 내가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얼굴을 붉혔다. 아마도 내 말이 맞는 듯했다.
"아, 나는 겁이 난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저씨는 이제 일을 해야 하잖아요. 아저씨의 기계가 있는 곳으로 가요. 나는 여기서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내일 저녁에 다시 와요."
나는 두려웠다. 어린 왕자가 들려주었던 여우 이야기를 생각났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길들면 눈물 흘릴 일이 생긴다는.

25. "꽃도 마찬가지예요. 아저씨가 어느 별에 있는 꽃 한 송이를 사랑하게 된다면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어느 별에나 꽃은 필 테니까요."

26. "밤마다 별을 바라보세요.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줄 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게 더 좋을 거예요. 그래야 아저씨가 어떤 별을 바라보든 즐거울 테니까요. 밤하늘의 모든 별이 아저씨의 친구가 될 거예요. 이제 아저씨에게 선물을 하나 줄게요."
이렇게 말하고 어린 왕자가 웃었다.
"아! 그래. 난 네 웃음소리가 좋아."
"내가 주려던 선물이 바로 그거예요. 물과 같은 거예요."
"그게 무슨 뜻이지?"
"사람들은 누구나 별을 바라보지만, 모두에게 같은 의미는 아니에요.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빛일 뿐이지만 여행객에게 별은 길잡이가 돼주잖아요. 학자에게는 연구 대상이고 장사꾼에게는 별이 황금과도 같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별은 말이 없어요. 아저씨는 누구도 갖지 못한 별을 갖게 될 거예요."
"그건 또 무슨 말이니?"
"아저씨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때 그 별 중 하나에 내가 살고 있을 테니 말이에요. 또 내가 그 별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 아저씨는 모든 별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러면 아저씨는 미소 짓는 별을 갖게 되는 거잖아요."
어린 왕자가 또 웃었다.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무뎌지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아저씨도 언젠가 슬픔이 지나가면 나를 알게 된 것이 기쁨이 되겠지요. 아저씨는 언제까지나 내 친구로 남을 거고, 나와 함께 웃고 싶어질 거예요. 그래서 가끔 괜스레 창문을 열게 되겠지요. 아저씨가 밤하늘을 보고 웃음 짓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놀라면 '저 별들은 항상 나를 웃음 짓게 해.' 하고 말해 주세요. 친구들은 아저씨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내가 아저씨에게 아주 짗궂은 장난을 친 게 되겠네요."
그리고 그는 또 웃었다.
"끄건 별 대신에 웃을 줄 아는 조그만 방울을 잔뜩 준 셈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 어린 왕자는 또 웃었다. 그러더니 곧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밤에는....... 오지 마세요."
"난 네 곁에 있고 싶어."
"난 무척 아파 보일 거예요. 죽어 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오지 마세요. 올 필요 없어요."
"난 네 곁을 떠나지 않아."
그러나 어린 왕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아저씨에게 오지 말라고 하는 건 뱀 때문이기도 해요. 뱀이 아저씨를 물면 안 되니까. 뱀은 아주 심술궃어서 장난삼아 아저씨를 물 수도 있거든요."
"그래도 네 곁을 떠날 수는 없어."
그러나 어린 왕자는 조금 안심이 된다는 듯 말했다.
"하긴 뱀이 두 번째 물 땐 독이 없긴 하지."
그날 밤 나는 어린 왕자가 떠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는 조용히 떠나 버렸다. 내가 어린 왕자의 뒤를 쫓았을 때 그는 빠른 발걸음으로 서슴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아! 아저씨 왔네요."
그러고 나서 내 손을 잡으며 걱정했다.
"아저씨가 여기 온 건 잘못이에요. 많이 힘들 텐데....... 내가 죽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저씨도 알다시피 내 별은 아주 멀어요. 이 몸으로 갈 수가 없어요. 너무 무겁거든요."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몸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껍데기처럼 보일 거예요. 낡은 껍데기만 남았다고 슬퍼할 건 없어요."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조금 풀이 죽어 보였다. 하지만 곧 힘을 냈다.
"정말 근사할 거예요. 나도 별들을 바라볼 거예요. 모든 별이 도르래가 있는 우물로 보이겠지요. 모든 별이 나에게 마실 물을 줄 거예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재밌을 거예요. 아저씨는 5억 개의 작은 방울들을 갖고, 나는 5억 개의 우물을 갖게 될 거니까요."
그리고 그도 입을 다물었다. 그는 울고 있었다.
"저기예요. 이제 혼자 갈게요."
어린 왕자는 무서웠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저씨...... 난...... 내 꽃에게 책임이 있어요. 내 꽃은 아주 연약하고 순진해요. 하찮은 가시 네 개로 자신을 지키려고 해요."
나도 더는 그대로 서 있을 수가 없어 주저앉았다. 그가 말했다.
"자...... 이제 다 끝났어요......"
어린 왕자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 한 발 한 발 발을 내디뎠다. 나는 꼼짝할 수 없었다.
순간, 어린 왕자의 발목에서 노란빛이 반짝였다. 그는 잠시 그대로 서 있었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무가 쓰러지듯 어린 왕자는 스르르 무너졌다. 모래밭이어서 작은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27. 벌써 여섯 해 전의 일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친구들은 내가 살아 돌아와서 기쁘다고 했다. 나는 몹시 슬펐지만, 친구들에게는 그저 피곤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제는 슬픔도 웬만큼 무뎌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슬픔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무사히 돌아갔다고 확신한다. 다음 날 해가 떴을 때, 그의 몸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의 몸은 그다지 무겁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나는 밤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별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것들은 5억 개의 작은 방울 소리를 낸다.
그런데 요즘 문득 떠올랐다. 어린 왕자에게 그려 준 양의 입마개에 가죽끈을 다는 걸 깜빡 잊었다. 끈이 없으면 양을 매 둘 방법이 없다. 궁금했다.
'어린 왕자의 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양이 꽃을 먹어 버렸을까?'
어떤 때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럴 리 없어. 어린 왕자가 밤이면 밤마다 꽃에게 유리 덮개를 씌워 주고, 양도 잘 돌보고 있을 테니까.'
그러면 나는 행복해진다. 그리고 밤하늘의 모든 별이 내게 미소 짓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구나 가끔 방심할 때가 있잖아. 그러면 큰일인데. 어느 날 밤 유리 덮개를 씌우는 걸 잊었는데, 양이 밤에 소리 없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그러면 작은 방울이 눈물방울로 변한다. 참으로 신기하다.
정말 수수께끼 같은 일이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여러분이나 나나 잘 알지 못하는 양 한 마리가 장미를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상상하는 것에 따라 세상이 아주 달라 보이니 말이다.

28. 하늘을 올려다보라. 양이 장미를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대답에 따라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것이다. 이 그림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풍경이다. 어린 왕자가 이 세상에 왔다가 간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자세히 봐 두었다가 언젠가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하게 되면, 이와 똑같은 풍경을 꼭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혹시 그곳을 지나게 되거든 부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별빛 아래서 기다려 보라.
그때, 한 아이가 다가와 미소 지으면, 그 아이가 황금빛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면 내게 친절을 베풀어 내가 마냥 슬퍼하고 있지 않도록 한 통의 편지를 보내 주길 부탁한다.
그가 다시 돌아왔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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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8,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8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2월 16일 2018년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상중의 잉어

1. "이시다님, 세상에는 새하얀 사람도 새까만 사람도 없소. 하지만 아녀자는 억지로 그렇게 정하며 상대하고 싶어하지. 기타노만도코로님이 만일 명백하게 이에야슨느 적이라든지 자기 편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다면, 여성으로서 뛰어난 분별이 있으신 분......반신반의라도 좋소. 반신반의라면 뒷일의 대비에 소홀함이 없을 것이고, 만약 실수가 있더라도 잘못이 반으로 끝나오. 그렇지 않소?"


구름 움직이다

1. "저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중장님 아내입니다."


2. "호랑이 입에 뛰어들 때까지 토끼는 자신의 약함을 모르는 게 아닐까요."


3. "칭찬할 만한 인물은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아. 그런데 칭찬하는 건 마음에도 없는 아부, 상대에 대한 모욕이다."


4. "사람은 결코 사람을 얕잡아 보아선 안돼. 자신감을 잃게 하는 욕설이나 꾸지람도 삼가야 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칭찬만 하는 것도 무책임한 짓. 칭찬하면 사람들은 대게 강아지처럼 꼬리치겠지. 다이코는 그 호흡을 잘 알고 있어서 인심을 모으는 데 이를 곧잘 썼다. 그러나......나는 달라. 칭찬하지 않는다. 뜻없이 칭찬을 늘어놓는 것은 상대를 모욕하는 일로 보기 때문이야."


5. "지금의 나는 달이라고 했어. 여기저기에 구름이 낀 하늘의 달 말이야."

"하늘의 달......이란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구름에 따라 초생달로도 보이고, 저물어가는 그믐달로도, 열흘쯤 된 달로도 보일 거야. 하지만 보름달로는 보이지 않아, 구름이 많으니까."


에도의 각오

1. "돈으로 말미암은 고생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2. 기회는 아직 거기까지 무르익지 않았다.


스쳐서 울리는 것

1. 경계와 당황이 엇갈리는 감정을 어떻게 억누를지 초조해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소데도 잠자코 있었다. 이러한 경우 더 이상 추구하면 위험했다. 남을 용서하지 않는 성격인 남자의 약점은 곧잘 이치의 옳고 그름을 초월한 노여움이 되어 터져나오는 법이다.


2. '만일 그 엄동의 대지에 새 봄의 싹틈을 기대하며 헛되이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하나의 결의

1. "이미 살 수 없다, 십중팔구 베어져 죽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말할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그런데 살려줄 테니 이야기하라구요. 호호......살려준다고 하는데 어찌 미움받을 참된 소리를 하겠어요. 그런 계산도 못하는 분이야, 대감님은......"


찻잔의 마음

1. "인간은 곤혹의 밑바닥에서 이따금 혼잣말을 중얼대는 법이다. 그러나 그것이 혼잣말인 한 자기 사색의 울타리 안에서 좀처럼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런데 들어주는 이가 있어 때로 대꾸하며 맞장구쳐 주면 크게 창문이 열리는 경우도 있다. 지금의 오소데와 고에쓰의 대화는 그 역할을 한 모양이다. 결국 오소데는 고에쓰가 되돌려주는 메아리에 의해 자신을 비판하고 자기의 지혜를 꺼내온 모양이다.


기회 무르익다

1. 그날 밤 두 사람은 밤늦도록 이별을 아쉬워했다. 어느 쪽이나 주량이 넘도록 마시고 50년에 걸친 과거를 회상하며 서로 흠뻑 취했다. 도리이 모토타다는 벌써 엄숙히 죽음을 내다보고 있다.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이에야스도 마찬가지였다. 생사를 초월한 경지에서 자신은 분명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히데요시가 세상떠난 뒤 반년만에 어지러워진 천하를 그의 손으로 다시 굳건히 할 수 있느냐? 아니면 50여년의 은인자중(隱忍自重), 괴로움을 쌓아온 귀중한 생애를 마쓰나가 단조나 아케치 미쓰히데처럼 헛된 수고로 끝장낼 것이냐......

'과연 이것은 큰 도박임에 틀림없다......'

이따금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맞잡고 울고 웃었다.


2. 개인의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새로운 계획은 봄눈보다 더 허무하다고 술회하듯 의견을 말했다.


3. 기회가 이미 무르익었다고 판단하여 시위에서 화살을 날려보냈으나, 이에야스에게 이번 계획은 무조건 낙관적인 것은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이마가와 요시모토며 다케다 신겐과 같은 최후를 맞을지도 모른다. 59살된 육체의 피로는 싸움터에서 지내기에 적합지 않으며, 도중에 한가롭게 들놀이삼아 즐기던 히데요시도 히젠에서 나고야까지 가는 동안 눈에 띄게 부쩍 늙어가던 모습을 눈으로 똑똑히 보아왔다. 그러므로 똑똑한 세상사람들에게 이렇게 보이게 되는 게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무엇이 좋아서 이제 새삼 그따위 싸움을 하러 가는가......"

간토 8주가 손 안에 있고 가문이 멸망할 염려는 이제 없다. 만족할 줄 아는 자라면 은퇴해 여생을 즐기는 게 인생의 명인(名人)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새삼 모든 것을 걸고 결전을 벌이려 한다. 아마 세상에서는 이에야스를 끝없는 야심가라고 평하리라. 그 가운데 누구보다도 깊이 히데요시를 이해하고 있는 고다이인의 이렇듯 은근한 성원은 캄캄한 밤에 비쳐드는 한 줄기 빛처럼 여겨졌다.


4. 생각해 보면 기요스의 후쿠시마를 비롯하여 이들 여러 장수들은 모두 이에야스를 누르기 위해 배치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한결같이 이에야스 편이 되어 있다. 그 옛 영지를 다스려 보고 비로소 이에야스의 숨은 일면을 깨달아 깊이 탄복한 게 틀림없으리다.


파멸의 진리

1. 요시쓰구는 숨도 쉬지 않고 있는 듯 조용히 물었다.

"그럼, 내대신을 적으로 삼을 생각이시오?"

"짐작하시는 대로."

"미쓰나리님."

"무슨 말씀이오?"

"귀하는 설마 다이코 전하의 말씀을 잊지 않았을 테지요."

"그렇소. 이에야스와는 태생이 다르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소."

"다이코 전하는 우리들에게 늘 이런 말씀을 하셨소......이에야스를 예사 인물로 보아서는 안된다. 내가 볼 때 그야말로 진정 지용(智勇)이 겸비된 자, 그대들은 이에야스를 좋은 상담역으로 생각하여 언제나 친숙하게 지내라고 하셨소."

"그런 말씀을 분명 하신 적 있었지요."

"미쓰나리님......귀하는 그 이에야스를 상대로 싸우면 모든 일이 끝장날 것으로 생각지 않으시오? 다이코 전하도 손대지 못했던 분에게 싸움걸어 이기려 생각한다는 것은 미친 노릇이라고 여기는데, 어떻소......?"

미쓰나리는 순간 유록빛 천에 싸인 눈없는 얼굴을 지그시 지켜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겠지요."

"그럼, 질 줄 알면서 싸우겠다는 거요?"

"그렇소."

"그리하여 편드는 사람들에게 떳떳하리라고 생각하오?"

"떳떳치 못하겠지요."

요시쓰구는 비로소 낮게 신음했다.

"흠. 그럼, 떳떳하지 못하더라도 싸우겠다는 거요?"

"그렇소."

"편들 사람이 적을 거요. 이에야스님은 가문으로 보나 관직으로 보나 귀화와 비교도 되지 않소. 지금 일본 땅에서는 겨룰 자 없는 대영주, 간토 8주 300만 석의 정병을 거느렸으며 귀화와 정반대로 영주들은 물론 미천한 자를 길에서 만나셔도 일일이 극진하게 인사하시오. 귀하는 거만하고 언동이 모날 뿐 아니라 자기 편도 곧 적으로 돌리는 성품......이런 때 지는 게 뻔한 싸움을 벌인다면 어떻게 되겠소? 마침내 내 편에서 목이 잘려 후세에까지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말하는 편도 대답하는 편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것도 각오하고 있소."


2. 요시쓰구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지는 것도 각오, 자기 편에 폐를 끼치는 일도 각오, 스스로 어떤 치욕을 받는 것도 각오하고 있다고 잘라말하는 데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충고는 일체 필요없다고 거만하게 버티어 보였던 지난날 미쓰나리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런 때 미쓰나리는 한 조각의 이성도 갖지 못한 감정덩어리로 보였었다. 이 괴이한 성격 때문에 얼마나 많은 적을 만들어온 것인지.


3. "그렇지요. 모리 가문에 유리한 일이 못되면 편들 수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도요토미 가문을 위해, 대의를 위해......라는 것은 이를테면 말의 꾸밈새로, 이것도 불필요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세상의 찬성을 얻기 위해서는 이 꾸밈새도 중요한 무기의 하나지요. 그러나 꾸밈새만으로 싸움을 할 수는 없습니다. 심술궃은 것 같지만 한 번 그 꾸밈새를 벗기고 생각해 보는 것도 대사를 치르는 데 긴요한 일이지요."


동행서탐

1. 나오카쓰도 가쓰시게도 후지타의 꾸밈없는 발언에 온싱경을 지그시 모으고 있다.

"이거 참, 놀라운 질문을 하십니다. 칼가게에 칼을 사러 갔다가 좋은 칼과 나쁜 칼을 내놓는다면 누구든 좋은 칼이 탐날 것입니다."

"그럼, 그대는 나를 좋은 칼로 여긴단 말이지. 그 이유를 말해 보게."

똑바로 질문받고 후지타의 둥근 얼굴이 순간 벌개졌다.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더듬거리며 그는 말했다.

"저는......내대신님처럼 큰 도박을 용감히 하시는 분을 본 적 없습니다."

"허, 도박이라니 뜻밖이로군. 도박이라면 나보다 미쓰나리나 가네쓰구 편이 더 잘하는 도박사 아닌가."

후지타는 고개를 흔들며 가로막았다.

"아니지요! 도박의 크기가 다릅니다. 가네쓰구는 고작해야 가게카쓰의 고집에 걸고, 미쓰나리는 도요토미 가문과 자기 야심에 걸지요. 그러나 내대신님께서 걸고 계시는 건 신불의 뜻에 맞느냐 안맞느냐는 것. 맞지 않는다면 어디서든 벌을 내려다오!......라는, 도박의 크기와 용감성이 비교도 안됩니다."

"허, 그렇다면 내가 큰 도박을 하고 있다는 건가. 그럼, 그대는 내가 우에스기, 이시다 쌍방에서 공격받더라도 내 쪽에 걸 텐가......"

"내대신님, 그 일이라면 염려마십시오. 가게카쓰와 이시다가 양편에서 내대신님을 칠 리 없습니다. 그러니 물론 내대신님에게 걸지요......"


2. "사람의 한평생에 눈 앞의 승패나 야심을 떠나 움직이는 일이 한두 번은 있어도 좋은 법이야."


서쪽의 도전

1. 모토타다는 반쯤 쉰 목소리로 담담하게 모두들을 둘러보았다. 비장감은 때로 조용한 담소 속에 한결 깊어지는 경우가 있다. 모토타다의 목소리며 표정에는 조금도 동요하는 데가 없다. 그것이 오히려 모두들의 머리 위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펼쳐가는 것 같았다.


돌풍 전야

1. 어떤 종류의 불평이나 반항심은 같은 인간이면서 자기 쪽이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싹튼다. 자기에게 상대보다 더 재능이 있다고 믿으면서 그 상대에게 눌린다고 생각하는 만큼 불행한 생활은 없다.


2. 이것을 이면에서 보면 마음의 가난에서 비롯되는 열등감에 지나지 않는다.


3. "지금의 말씀을 듣는다면 장수들은 아마 모두 눈물을 흘리며 용기가 솓겠지요. 승부는 이제 참으로 결판났다고 하고 싶군요. 미쓰나리와 요시쓰구 같은 무리는 대감님에게 불원천리 달려오려는 사람들을 억지로 오사카에 붙들어놓았습니다. 그와 반대로 대감님은 이곳에 계신 분들에게까지 마음대로 돌아가라고 하시오. 이 두 사람이 지닌 각오의 차이도 모를 만큼 어리석은 무장이 와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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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7,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7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2월 15일 2018년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7장: 에도(江戶)의 마음
1. "신념없는 행동만큼 세상일을 그르치게 하는 것은 없다. 요리토모는 무서운 신념으로 살았다. 그러므로 혈육 사이에서 불행한 문제가 잇따라 일어났지만 그가 연 막부는 16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어쨌든 가마쿠라 무사의 유풍과 치적을 남겼다. 그런데 그뒤 일어난 아시카가 씨에게는 그게 없었다. 오직 천하를 손아귀에 넣는 일에만 급급한 나머지 인간의 욕심에 의지했다. 이익을 미끼로 낚으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뒤 그 욕심 때문에 하극상의 난세를 스스로 초래하여 자리를 빼앗겨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에야스는 엄격한 사람이다. 상은 내리지 않겠다. 그러나 능력있는 자에게는 능력을 뻗을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에도에 들어가거든 저마다 능력을 발휘해 보아라.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모두들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날 새 영지는 256만 석에 이를 것이다."

인생승부
1. 일찍이 사람과 대결하여 져본 기억이 없는 히데요시였다. 강하면 부드럽게, 부드러우면 강하게, 노하면 웃고, 울면 위로해 반드시 상대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자부하는 히데여시였다.

구름과 용을 부르다.
1. "두쿠가와님이 정토로 가버리시면 정토로 갈 수 없는 백성들은 모두 도쿠가와님과 헤어져 지옥에 떨어져버릴 게 아닙니까? 그래서는 너무 몰인정하지 않을까요?"
"허, 참으로 묘한 말씀이시군. 그럼,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요?"
"신이 되십시오."
그 말투가 너무도 솔직하고 거침없었으므로 이에야스는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묻겠는데, 신과 부처는 어떻게 다르오?"
"신은 무한하게 백지로 창조를 되풀이할 것입니다. 결코 나 혼자 정토로 가서 구원받을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끈질기게, 아침에 나와 저녁에 저무는 태양같이 나날이 번성하도록 끊임없이 생성의 위업을 되풀이하지요. 어떤 사태, 어떤 비극이 일어나더라도 다음에 올 밝은 그 날을 위해 지상의 만물, 생성의 과업과 영위를 버리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뒤 덴카이는 이에야스의 얼굴에 나타나는 반응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도쿠가와님이 3만 석, 5만 석짜리 작은 영주라면 모르되 지금의 신분으로 내 일신만의 극락행을 도모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래가지고는 정토에도 갈 수 없을걸요. 어떻습니까?"
"불교에는 여덟 종파가 있습니다. 신사(神社) 수도 무척 많지요. 그러나 그 일종(一宗) 일신(一神)에 구애되어 내 한 몸의 구원을 그런 곳에서 찾으려는 심정으로는, 커다란 포부를 펴볼 도리가 없을 거라는 말씀입니다. 이를테면 수많은 가신들 중에는 선을 선봉하는 사람, 정토종 신사, 니치렌 신자, 예수교 신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 가운데 어떤 자와도 충돌하지 않고 저마다의 생성을 따뜻하게 돌봐줄 수 있는 풍요롭고 너그러운 마음을 간직하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에 부는 바람
1. 쓰루마쓰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히데요시 한 사람만이 아니고 기타노만도코로 또한 낙담 끝에 몸져누웠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낙심은 히데요시의 그것보다 아름다운 거라고 이에야스는 생각했다.

2. 한때는 슬하에서 기르다 도로 빼앗겨버리고 만, 요절한 쓰루마쓰를 위해 몸져누울 정도로 슬퍼한다는 것은 그녀의 애정이 얼마나 사사로움 없고 아름다운지 증명하고도 남았다.

출진

1. "오히려 10년 전에 이런 생각을 했어야 하는 것을......사람의 걸음걸이란 참으로 느려서......"


고뇌하는 다이코

1. 영원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본다면 인간의 일생이란 참으로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히데요시가 술회한 것처럼 오만도코로와 히로이는 이미 조그마한 차이로 엇갈려버리고 말았다. 그렇듯 만나기 어려운 한순간에 서로 만나는 인간들의 이상한 인연이 지금 히데요시를 사로잡고 있었다.


요시노 참배

1. 그대의 생각과 내 말 사이에는 간격이 있어.


파국

1. "나는 자신의 출세나 녹봉을 위해 일한 게 아니다. 나는 이에야스에게 반했어. 사나이는 말이야, 자신이 반한 사나이를 위해서는 이해를 떠나 일하는 법이거든."


2. "...참된 사나이란 샛별보다 귀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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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앤테이크


제목: 기브앤테이크

지은이: 애덤 그렌트

옮긴이: 윤태준

출판사: 생각연구소

초판 1쇄: 2013년 6월 1일

독서 기간: 2017년 6월 23일

추천인: 장서영



소감:

인상 깊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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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제목: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지은이: 정석

출판사: 효형출판

초판 1쇄: 2013년 5월 25일

초판 3쇄: 2013년 11월 30일

독서 기간: 2017년 6월 22일

추천인: 허석정

소감:

인상 깊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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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400억 원의 빚을 진 남자


지은이: 유자와 쓰요시

옮긴이: 정세영

출판사: 한빛비즈 출판사

초판 1쇄: 

전자책 발행: 2016년 10월 20일

독서 기간: 2017년 6월 22일

추천인: 

소감: 경영학원론에서 배웠던 STP Strategy의 중요성을 보았다.

인상 깊은 구절: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 그런 깨달음을 얻은 나는 항상 '일반화'를 염두에 두었다. 다양한 사항에서 귀납적으로 교훈을 추출하였다. 일반화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없다. 또한 고유한 사례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아무리 좋은 성공 체험이라도 재현성이 없는 가르침이 되고 만다.


화와 복은 꼬여 있는 새끼줄과 같다

# 의리와 정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세계를 정말이지 지긋지긋할 정도로 경험했다. 술집의 정리를 도와주거나, 끈덕지게 찾아가서 오로지 열정으로 상품을 파는 등 과학적인 마케팅이나 논리와는 동떨어진 부분에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좁히다, 결정하다, 흔들리지 않다

#자원이 한정된 중소기업이니만큼, 약점이나 자신에게 없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강점이나 이미 갖고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했다. 약한 자일수록 자신의 강점과 장점을 강화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포지셔닝이 우리 매장의 생명줄

#어떻게든 살아남아 지금에 이른 가장 큰 요인은 이 포지셔닝에 있다. 자사의 강점에 집중하여 장점을 살린다. 그리고 모두 점차적으로 통합해간다. 일생일대의 승부에서 보기 좋게 참패한 끝에 이것을 배운 것이다.

#일점돌파 후 전면전개


어필 작전

#고객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1순위 선택지가 아니더라도, '와봤던 사람'을 만들면 된다. 이 깨달음이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한다.'는 우리 회사 방침으로 이어졌다.

#이 역시 경험에서 오는 선입견 가운데 하나인데, 음식점 직원들은 고객이 예약 방법을 자세히 알고 있다고 단정 짓는다. 직원들은 아무래도 단골손님과 대화하는 일이 많다 보니 고객이 자신의 가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메뉴북도, 장식용 채소도 필요하지 않다

#그날의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준다면 그것으로 추운했다. 직접적인 매출 상승이 아니라 우리 가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주목적이었다. 말장난을 재미있게 응용하려 한 기획이 썰렁한 아재 개그가 된 것도 있었지만, '참치의 날'을 비롯한 몇 가지 이벤트는 이제 고객들이 가게를 찾는 목적으로 자리 잡았다.

#서비스 면에서는 고객, 즉 메인 타겟인 중장년 남성이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모두 폐지했다. 대표적인 예가 메뉴판 개편이었다. 손님들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니 중장년 남성은 여성들과 달리 메뉴판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음식점 컨설팅을 받으면 대게 멋들어진 메뉴북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저씨들에게 몇 페이지나 되는 메뉴는 괴로울 따름이다. 실제로 남자들 대부분은 가게에 들어와 첫 주문을 할 때 메뉴를 대충 훑어보고 단번에 주문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다시 메뉴판을 보는 일은 거의 없고 "규스지 있나?"하고 직접 물어봐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우리가 팔고 싶은 상품의 판매를 늘렸다. 기린맥주에서 배운, 소매점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인 '인스토어 머천다이징' 방식을 이자카야에서 활용한 것이었다.


축소 균형책으로 수익을 확보하다.

#은식에 관해 초짜였던 나의 무긴느 고객을 천천히 관찰하는 것, 내 입장이나 가게 입장에서가 아니라 사실을 사실로써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었다. 그 무렵에는 내 역할을 '고객의 대변인'이라 간주하며 직원들을 이끌었다.

#이자카야에는 패스트푸드 등과는 달리 고객의 체류시간이 길어서 서비스하는 직원의 수준에 따라 고객 만족도와 매출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인재가 경영의 핵심이고, 사람이 이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직원들과 나눈 대화를 메모하다

#그 무렵에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정보 파일도 만들었다. 매장을 돌면서 직원과 이야기한 내용을 'XX씨 부모님은 농사를 지어서….'라든가 'XX씨는 작년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와 같이 메모해두고 틈이 날 때마다 읽어 보곤 했다.


역대 최고 이익 달성과 대형은행 부채 완납

#일기와 상환 실적표도 잠들지 못하는 밤의 위안이었다. 나는 지금도 일기를 빠뜨리지 않고 쓴다. 괴로운 일이 있을 때면 더 힘겨운 상황을 극복했던 지난날의 일기를 읽으며 눈앞에 닥친 문제와 맞설 용기를 얻었다. 매일 쓰다보니 어느새 힘든 일이 있었던 날의 일기에는 마지막에 '이 일 역시 꼭 극복할 수 있다.'라고 쓰는 게 습관이 되었다. 일기와 함께 '상환 실적표'도 직접 만들었다. 이제까지 내가 걸어온 길, 조금씩이라도 이루어져 온일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괴로울 때면 그것을 보면서 다음 달에도 힘내자며 기운을 북돋우곤 했다. 400억 원을 또박또박 갚아온 그간의 발자취가 담긴 실적표였다. 빚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자 월말마다 상환 실적표에 직접 입력하는 작업이 즐거워졌다. 앞서 말한 일일 달력과 마찬가지로 입력하는 일 자체가 낙이 되었다. 이렇게 극복해온 120억 원만큼의 나날을 마침내 보상받는 것이었다.


제정신을 유지하는 방법

#첫 번째로 늘 내 심리 상태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나는 어떤 심리 상태인가, 어떤 감정이 생겼는가. 이런 부분을 항상 객관적으로 의식하려 했다. 예를 들어, 거울을 들여다보며 머리나 옷매무새를 점검하듯이 나 자신의 심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면 '지금 어떤 감정이 생겨났는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려 했다. 그 감정을 '몸 밖'으로 끄집어내어 관찰하는 것이다.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지만 '아, 불안해졌구나'라든가, '오늘은 우울하구나.'라든가, '화가 났구나.'라고 언어화하면 그것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기감정을 인식하면 평온해진다. 이것은 분명하다.

#두 번째 노력은 말투다. 당시 내가 처한 환경에서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부정적인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안 돼."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무슨 일언 말 같지도 않은!" "이제 제발 그만." 이런 말을 입 밖에 낼 때마다 마음이 약해지고 피해의식이 강해졌다. 왜냐하면 내 말을 가장 잘 듣는 사람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긍정적인 대처가 불가능해지므로 말투에도 상당히 조심했다. 허세이든, 억지이든, 오기이든 뭐라도 상관없이 긍정적인 말만 했다.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말이 튀어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바꿔 말할 정도로 진지하게 임했다.

#세 번째로 보는 것, 듣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예를 들면 책이나 영화를 보며 망므의 평온을 얻는 것이다. 애독서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학도병들의 유서를 모은 유고집은 <들어라, 해신의 목소리를>에서 꽤 오랫동안 위안을 얻었다. 여러 권을 사서 사무실과 집, 전화기 옆, 자동차 안 등 이곳저곳에 두었다. 괴로워질 때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손을 뻗어 펼쳐보기 위해서였다. 그 책에 실린 유서를 보며 그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 나의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졌다. 엄청난 빚이 있고 은행에서 굴욕적인 말을 듣난다 한들 그게 어쨌다는 말인가. 그분들의 억울함에 비하면 내 처지를 한탄하는 것은 사치였다. 비즈니스 서적을 읽을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는 정말 많은 격려를 받았다. 음악은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곡이 아니라 의욕을 북돋워주는 곡만 골라 들었다.

#네 번째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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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들어올려라


제목: 바위를 들어올려라

지은이: 이나모리 가즈오

옮긴이: 유윤한

출판사: 서울문화사

초판 1쇄: 4월 27일 2015년

초판 8쇄: 7월 26일 2016년

독서 기간: 6월 20일 ~ 6월 21일

추천인: 임지성

소감: 경영학원론이 종강한 뒤 밀려오는 허무함에 못 이겨 읽을 책을 찾다 추천받았다. 교수님 강의를 계속 듣는 착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원론 수강 중 못한 일과 못 한 일들이 계속 떠올라 서럽게 울었다.

인상 깊은 구절:


머리말

#1 경영을 잘하려면 나 자신의 사고방식, 인생관, 철학부터 갈고닦아야 한다

#2 인생(일의 결과) = 사고방식 x 열정 x 능력

#3 목표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사고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4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노력이란 쉬지 않고 달려드는 '열정'을 말한다. 그리고 이런 열정은 본인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5 회사는 리더의 기량이나 인격만큼 성장한다. 회사를 성장시키고 자신의 인생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면 인격을 갈고닦아 좋은 인품을 갖추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제1부 멋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제1장 마음을 닦는다

p45 우주의 의지와 조화를 이루는 마음

#1 상대편을 이기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살아기기 위해, 자신의 회사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여유가 있어 자신의 회사를 훌륭하게 키우는 동시에 다른 회사도 성장시킬 수 있다면 더 좋다. 어쨌든 열심히 일해 자신의 회사부터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p55 깨끗한 마음으로 소망을 그려본다

#2 경영자가 전 직원의 행복을 염두에 두고 바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기업은 망한다.


p59 솔직한 마음을 품는다

#3 경영 철학처럼 아주 진지한 것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인만큼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솔직한 마음을 품고 있는 듯하다. '솔직한 마음'이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더욱 노력하는 겸허한 자세이다.


p62 항상 겸손해야 한다

#4 솔직함과 동시에 겸손함도 학습의 원천이 된다.

#5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전 직원의 힘을 한데 모아 서로 마음 맞는 좋은 분위기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p66 항상 밝게 살아간다.

#6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려는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며 밝게 행동해야 한다.


제2장 보다 좋은 일을 한다

p73 동료를 위해 애쓴다

#1 인격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타적인 행동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2 월급이나 보너스 등 금전적으로 보상하지 않는다. 그 집단에겐 칭찬과 찬사가 있을 뿐이다.

#3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동료들을 위해 애쓰는 것이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하다.


p78 신뢰 관계를 쌓아간다

#4 전 직원이 위로 여행을 가는 것은 함께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들 간의 유대와 신뢰를 강화시키기 위해서이다. 상사와 부하라는 단순한 관계에서 벗어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지로서 관계를 튼튼히 하기 위해 마련한 여행이다.

#5 회사에서 신뢰 관계의 시작이자 끝은 서로를 잘 아는 것이다.

#6 회식은 아주 중요한 의식이다. 직원 각자가 이 의식을 통해 교세라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체험하기 때문이다.


p82 항상 완벽을 추구한다

#7 세상에는 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것이 훨씬 많다. 또 당장은 지워진다 해도, 한번 저지른 잘못은 이미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8 아무리 최고로 좋은 제품이라해도 흠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쓸모없어집니다.

#9 기능은 물론 뛰어나야 하고, 명인이 만든 것에는 마음이 녹아들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만큼 오라를 발산해야 한다.

#10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 즉 제1자질은 사물을 깊이 생각하는 능력과 학식과 덕망이 두터운 인격이다.


p97 작은 노력을 꾸준히 쌓아간다

#11 독창적인 궁리는 사소한 일을 반복할 때 느끼는 지루함을 없애는 차원을 넘어 더 큰 도약의 계기가 된다.

#12 기술은 대학 같은 제도 교육 안에서보다는 현장의 대가 밑에서 보고 들으며 배울 때 더 큰 발전이 따른다.

#13 늘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독창적인 답을 찾는 과정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p103 열정이 저절로 샘솟는다

#14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열정이 저절로 솟는 사람으로 키울까 하는 것이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다.

#15 스스로의 열정으로 타오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지시나 명령을 받고 일하지 않는다.

#16 '승부욕'과 '적극성'을 갖춘 사람이 일을 좋아하면 저절로 열정이 솟구친다.

#17 사명감이나 책임감도 내면에 열정이 타오르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p112 세상사의 본질을 꺠닫는다

#18 끊임없는 노력으로 한 가지 재주에 통달한 사람은 결국 세상사의 본질에도 통달하게 된다.

#19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따라 인격이 변해 간다.


p118 소용돌이의 중심이 된다

#20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서 해나가는 사람 주위로 동료들이 모여드는 법이다.

#21 비록 신입사원이라 해도 어떤 주제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었기 때문에 리더로서 자격이 있다. 그저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동했다면 소용돌이의 중심이 되어 일을 추진할 자질이 충분하기 떄문이다.


p121 솔섬수범한다

#22 리더라면 적절하게 전방과 후방을 오가는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p127 스스로를 극단으로 내몬다

#23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어 필사적이되면 어느 순간 신의 계시 같은 것이 찾아온다.

#24 멋진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순간은 궁지에 몰려 절박한 심정으로 연구할 때 찾아옵니다.

#25 온 힘을 다해 노력한 뒤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라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그 뒤에는 하늘에 맡기면 된다. 일단은 삶과 죽음을 초월해 마음의 편안함을 얻는 안심입명(安心立命)에 이를 때까지 스스로를 극단으로 내몰며 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p134 씨름은 씨름판 한가운데에서 해야 한다

#26 여유가 있을 때 전력을 다한다. 큰 기술을 걸려거든 모든 상황이 좋을 때 시작하라. 늦어도 시험 보기 일주일 전이면 모든 공부를 마치도록 계획을 짰다.


p146 진심을 담아 솔직하게 부딪치면 통한다

#27 서로 진심을 담아 솔직하게 부딪치며 잘못된 것은 바로 지적해야 한다.

#28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문제에 부딪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설령 격렬한 토론을 벌이는 일이 생기더라도 진실을 드러내는 일을 피해서는 안 된다. 단, 상대의 약점을 들추는 등의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인가'를 자문하며 진심을 담아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토론을 해야한다.


p149 사심 없이 판단한다

#29 '동기가 선하고 사심이 없었는가?'라고 스스로를 엄하게 추궁하는 버릇이 생겼고, 나 자신에게만 유리한 판단보다는 객관적으로 바른 판단을 하려고 노력했다.

#30 나도 상대방도 아닌 제3자의 눈으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판단하라. 경영자에겐 사심 없는 판단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p152 균형 잡힌 인격을 갖춘다

#31 균형 잡힌 인격이란 과학적인 합리성과 풍부한 인간성을 고루 갖추고 있어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것이다. 특히 경영자는 양쪽을 모두 갖고 있어야 한다.

#32 기업 활동에서 모든 사항은 정확한 원인과 결과로 증명되어야 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현상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33 이타주의도 합리주의와 균형을 이루어 경영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34 경영자라면 삶의 균형을 맞출 줄 알아야 한다. 폭넓게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없다면 일류 경영자가 되기는 힘들다.


p154 경험으로 얻은 지식을 중시한다

#35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경험'으로 체득한 것이 있으므로, 그가 하는 말을 구분해서 들어야 한다.

#36 지식을 아는 것과 그것을 응용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37 실천을 통해 경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신입사원은 현장 경험을 통해 이론을 확인하고 보강하면서 더 큰일을 이룰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38 이론대로 해본 뒤 경험을 통해 지식을 쌓아온 사람의 이야기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p158 항상 창조적으로 일한다

#39 매일 '이대로 좋은가'와 '왜?'라고 자문하며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추구해보라. 주어진 일에 대해 끊임없이 개선하고 개량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40 여러 가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생각을 짜내야 합니다.

#41 '창조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매일매일 작은 것 하나라도 개선하려는 자세이다.

#42 독립해서 창업해보고 싶습니다.

#43 실망과 좌절에 빠져 있는 대신, '이것을 어떻게든 이용할 수 없을까?'하고 창조적으로 궁리하기 시작했다.

#44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창의적으로 연구하다보니 새로운 분야가 눈에 들어왔고, 그때마다 과감하게 도전했을 뿐이다.


제3장 바른 판단을 한다

p173 이타심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1 이기심으로 판단해 일을 추진하면 다른 사람의 협력을 얻기 어렵다.

#2 다른 사람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시야가 넓어져 좀 더 지혜로운 판단을 한다.

#3 주위를 배려하는 이타심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4 본능적인 판단은 자신에게는 유리할지 모르나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

#5 '작은 선행은 큰 악과 닮았다'는 말의 의미는 사소한 선행을 베푼 것이 오히려 나중에 커다란 악이 된다는 뜻이다.

#6 큰 선행은 비정함과 닮았다.

#7 이타심으로 어떤 일을 할 때에는 '작은 선행과 큰 선행'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나서 판단하기를 바란다.

#8 이타심으로 판단하면 욕심에 눈이 머는 일을 피할 수 있다.

#9 '모두에게 과연 좋은 일일까?'라는 질문에도 흔쾌히 '네'라고 답할 수 있을 때 거래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보자.


p185 대담함과 세심함을 겸비한다

#10 경영자나 리더라면 무서울 정도의 대담함과 감질날 정도의 세심함이라는 양극단을 모두 고르게 갖추고 있어야 한다. 

#11 대담함이 필요할 때와 세심함이 필요할 때를 각각 구분해 그때마다 필요한 카드를 적절하게 내밀 줄 알아야 한다.

#12 경영자는 사람이 너무 좋아도 안 되고 너무 나빠도 안 된다. 따뜻한과 냉혹함을 두루 갖춘 사람이라야 한다.

#13 최고 일류 지성이란 양극단의 사고방식을 동시에 가지고, 그 둘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사람이다

#14 한 사람이 양극단의 성질을 모두 겸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동반자나 참모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p191 집중하는 습관으로 판단력을 기른다

#15 훌륭한 경영자나 리더는 재빨리 바른 판단을 할 능력이 있어야 해.

#16 아무리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도 진지하게 주의를 기울여 생각해보자.

#17 날이 설 정도로 예민한 감각으로 신속하게 판단하려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항상 진지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아 한다.

#18 평소 진지하게 의식을 집중하고 생각하는 훈련을 했기에 두뇌 회전이 그만큼 빨라져 가능한 일이다.

#19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평소에 의식을 집중해 진지하게 사고하는 훈련이 얼마나 되어 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20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의식을 집중해야 한다.

#21 특히 경영자는 자신의 판단에 10명이 되든 100명이 되든 전 직원과 회사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기 바란다.


p197 언제나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임한다

#22 누구라도 부정을 건설적인 관점에서 정확하게 지적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p203 공사 구별을 중요시 한다.

#23 업무상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보내온 명절 선물은 회사 전체가 나누어 가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4 기업의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무리 엄격하게 굴어도 지나치지 않다.

#25 '이 사람은 회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니까 출퇴근할 때라도 일에 대해서만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하자'라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차를 내주는 것이다.


제4장 새로운 일을 이루어낸다

p213 잠재의식까지 스며드는 강하고 지속적인 소망을 품는다

# 순수하고 강렬한 소망을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잠재의식까지 스며들게 된다.

# 잠재의식에까지 스며든 절실한 소망이 삶을 주도하며 힘을 발휘한다.

# 아무리 강렬한 소망이라 해도 지속적일 때 효과가 있다.

# 새로운 계획의 성취는 결코 흔들리거나 꺾이지 않는 단 하나의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꿈꾸며 당당하고 품위 있게 한길로만 걸어라.


p223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신뢰한다

# '어려우니까 안 될 거야'하고 포기하는 일만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

# 항상 창조적으로 일하며 작은 노력을 쌓아가면 능력은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다.

# 비장감만으로는 의욕이 꺾이기 쉽기 때문에 낙천적인 마음이 필요하다.


p232 도전 정신을 가진다

# 도전한다는 것은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현상을 부정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나간다는 의미이다.

# 곤경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용기,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인내, 꾸준한 노력이 뒤따라주어야 한다.

# 수많은 도전을 해야 하는 경영자는 남들보다 갑절은 더 큰 인내심을 가져야 하고, 누구보다 지독한 노력가여야만 한다.

# '무슨 일이 었어도 이것만은 해내고야 말겠다'는 야만인에 가까운 투쟁심이 필요하다.


p234 개척자가 된다

# 평생 길이 아닌 길을 걸을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마땅하다.


p.238 포기하고 싶을 때가 진정으로 시작할 때이다

#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을 때에도 얼마든지 새로운 각오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여유가 없는 빈주먹이라 해도 얼마든지 필사적인 노력은 할 수 있다.

# 어떤 일을 하든 가장자리로 밀리기 전에 힘을 쓸 수 있도록 항상 여유를 확보해두어야 한다. 하지만 어쩌다 가장자리로 밀려났다면 빈주먹으로라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서 노력을 계속하는 배짱도 필요하다.


p243 신념을 끝까지 지킨다

# 높은 이상을 담은 사훈이나 경영 이념이 필요하다.

#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육체에 깃든다'라는 말처럼, 용기도 어떤 의미에서는 육체의 강인함과 비례한다.


p 253 낙관적으로 구상하고 비관적으로 계획하고 다시 낙관적으로 실행한다

# 어떤 일을 처음으로 구상하고 추진하려면 무모할 정도로 낙관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우선은 시작을 해야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 실제로 업무 계획을 짤 때에는 시니컬하고 무엇이든 냉철한 시선으로 보려는 직원을 주전 선수로 기용해야 한다.

# 일을 처음 구상할 때에는 낙관적, 계획을 짤 때에는 비관적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행에 옮길 때에는 다시 낙관적이 되어야 한다.

#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해서 성과를 얻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있고, 그 과정마다 적절한 인재를 골라서 배치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5장 역경을 이겨낸다

p265 진정한 용기를 낸다

# 경영자에게는 쉬운 길이나 핑계거리를 찾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 처음엔 소심하고 주눅이 들어 있다가 경험을 쌓으며 능숙함과 함께 용기를 얻어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이렇게 몸에 벤 용기는 물러설 때나 나아갈 때를 분별하는 지혜를 지는 '진정한 용기'라고 할 수 있다.

# 리더로서 아랫사람이 어려움에 빠지는 걸 못 본 척해선 안 된다.

# 싸움의 승패는 힘이 아니라 배짱으로 결정된다.

# 사람은 지켜야 할 신앙, 신념, 결의, 책임감, 사명감 등이 있으면 죽음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용기가 생기는 법이다.


p271

# 우리가 가져야 할 투쟁심이란 포기하려는 자신과 끝까지 싸우며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는 마음가짐이다.


p273 자신이 걸어갈 길을 스스로 개척한다

# 전 직원이 경영자 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것만큼 강한 회사도 없다.

# 아메바마다 독립채산제로 운영한다.


p278 보일 때까지 생각한다

# 연구 개발은 물론이고 어떤 일을 하든 이 정도로 철저하게 미리 생각한 끝에 임해야 큰 실수 없이 성공에 이른다.

# 항상 주의 깊게 모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어떤 일을 하든 이미 한 번 다녀본 길인가 싶을 정도로 시뮬레이션을 하며, 성공이 미리 보일 때까지 철저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제6장 인생을 생각한다

p293 인생(일의 결과) = 사고방식 x 열정 x 능력

# 좋은 마음은 항상 적극적이고 건설적이어야 한다.


p319 미래를 꿈꾼다

#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암울한 일투성이라 해도 마음까지 병들어선 안 된다.

# 먼 미래의 일을 생각할 때에는 막연한 꿈을 꾸어도 좋지만 경영자라면 지금 꾸려가는 사업체에 대해 구체적인 꿈을 꾸어야 한다. 기업 경영의 현실적인 목적과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정해야 한다.


p322 동기가 선하고 사심이 없어야 한다

# 매일 밤 6개월 정도 아무리 술을 마시고 취한 날이라 해도 잠들기 전에 '동기가 선한가? 사심이 없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p333 반성하는 삶을 산다

# 매일 반성하는 자세는 겸허함을 필요로 한다.

# 훌륭한 인격을 유지하기 위해 늘 겸허하게 반성하는 자세로 사는 사람인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제2부 경영의 마음가짐

p345 어떤 경우에도 고객 제일주의를 지킨다

#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객을 기쁘게 하는 것은 상거래의 기본이다.


p.347 대가족주의로 경영한다

# 대가족주의 경영에는 경영자와 직원, 자본가와 노동자를 대립 관계로 보지 않고, 부모 자식이나 형제 같은 긴밀한 유대 관계로 묶어 회사를 이끌어가려는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p349 철저하게 실력을 중시한다

#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이란 뛰어난 직무 능력과 함께 인간적으로도 존경받으며 모두를 위해 자신의 힘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 리더를 뽑을 때에는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난지, 인간성이 존경과 신뢰를 받을 만한지를 보고 선택해야 한다.


p350 파트너십을 중시한다

# 배신당해도 좋다. 내가 그들을 믿으면 그들도 나를 믿을 것이다


p355 직원 모두 경영에 참여한다

# 교세라의 전통인 전원 경영 참여가 시작된 데에는 거창한 동기보다는 리더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결단이 있었다

# 적극적인 사람은 스스로 경영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실현시켜보고자 노력하는 자세를 보인다.

# 서로의 사고방식이 같은 수준에 있으면 노사 간 교섭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 내가 회사의 행사나 모임에 전원 참가하기를 주장하는 것도 서로의 사고방식을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이다.

# 경영 지식이든 경영 능력이든 모든 면에서 직원들의 수준이 경영자와 동등하면 노사 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경영자와 노동자 사이에 의식 차이가 생길수록 노사 분쟁이 심해진다.


p362 나아갈 방향을 맞춘다

#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그 직원이 생각을 바꿀 때까지 끈질기게 설득했다.

# 별로 크지도 않은 기업에 경영 방침과 사고방식이 맞지 않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전체 분위기를 흐리고 만다.


p365 독창성을 중시한다

#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고 주어진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보라. 하나하나의 경험이 쌓여 자신의 능력이 된다.


p377 공명정대하고 투명하게 경영한다

# 경영에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리더에겐 "나는 공명정대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박력이 필요하다.

#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경영자로서 추진력이 생긴다. 이런 공명정대한 태도는 경영자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내면에 용기가 끓어오르게 만든다.

# 공명정대하고 투명하게 행동함으로써 직원들을 힘차게 이끌어갈 수 있는 박력, 자신감, 용기를 지키는 쪽이 훨씬 지혜롭다.

# 경영자가 노고를 다하고 역할에 충실했다면 그에 걸맞은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 자기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공명정대한 사회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경영자이다.


p382 목표를 높게 세운다

# '세계 제일이 되자'라고 허황된 이야기를 했지만 현실을 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현실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냉철하게 깨어 있으려고 노력했다.

# 스스로도 허황된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세계 제일이라는 꿈을 완전한 몽상으로 여긴 적은 한 번도 없다.

# 목표를 늘 염두에 두지만 우선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임하면 직원들은 지레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다.

# 높은 목표를 세우되, 한 걸음 한 걸음 발밑의 현실을 보면서 착실하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 높게 제시한 목표는 잠재의식에 넣어두고 하루하루 착실하게 걸어가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제3부 직원 모두가 경영자인 회사

p392 가격 결정이 경영을 좌우한다

# 제품의 가치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판매량과 이익의 폭을 곱했을 때 그 값이 극대치에 이르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이 지점은 기업과 고객이 동시에 행복해질 수 있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 가격 결정은 '비싸기 때문에 나쁘고 싸기 때문에 좋다'는 단순 논리가 아니라 어떤 전략을 바탕으로 하는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 '건강을 지키는 산업이기에 야쿠르트 판매에 나섰다'는 대의명분을 직원들의 마음에 심어주면서 가격 결정에도 반영하고 있다.

# 상업자본이 산업자본보다 강하다.

# 당장 생산해야 할 제품에 대 한 혁신적인 개선은 대단한 발명이나 발견만큼 중요하다.


p420 매출을 극대로, 경비를 극소로 한다

# 상식을 깨고 나와야만 독자적인 경영으로 눈에 띄게 발전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

# 경비 항목이 세분화된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도록 했고, 그것을 들고 다니며 현장 담당자들과 경비 절감 방안을 모색했다.

# 세분화된 경비 항목을 보여주면 본인들이 확실히 이해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경비 절감에 참여한다. 항목의 세분화야말로 경비를 줄이기 위한 지름길이요,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p428 매일 채산을 맞춘다

# 지난달 경영 자료를 바탕으로 이번 달 경영을 하려면 매출이든 경비든 월말에 확실히 마감해야 한다.


p432 건전 자산의 원칙을 지킨다

# 경영자는 스스로 재고 조사에 발 벗고 나서 불필요한 물건을 처분해야 한다.

# 두 회사가 똑같이 3퍼센트 이익을 내고 있다고 해도 건전 자산만 있는 3퍼센트와 불량 자산을 품은 3퍼센트는 하늘과 땅 차이다.

# 사람이란 원래 물건이 조금 모자랄 정도로 있어야 아껴서 소중하게 쓴다.


p447 능력을 미래진행형으로 본다

#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 미래를 발전으로 이끌려는 사람에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

# 현재의 능력만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멈추도록 하라. 능력이란 미래를 향해 발전하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런 미래의 발전을 위해 오늘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능력을 미래진행형으로 보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자세이다.


p455 목표를 구성원 모두에게 철저하게 알린다

# 회사가 작을수록 말단 직원까지 경영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경영 목표를 직원 모두에게 철저하게 알려야 한다.

# 경영자를 포함한 전 직원이 터놓고 대화하며, 모두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교세라의 노사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온 비결이었다.



제4부 하루하루 일을 해나가는 자세

p460 채산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

# 공장 구석에 쌓인 불량품이나 바닥에 흘린 원료들이 돈으로 보일 때까지 직원 모두가 채산 의식을 높여가야 한다.

# 간부 직원은 물론이고 신입사원에게도 '채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 적어도 유능한 경영자라면 일상의 한순간이라도 막연히 보내지 말아야 하며, 언제 어디서나 원가를 의식해야 한다.

# "여러분의 급여는 6분당 250엔입니다. 따라서 6분마다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회사 경영은 적자가 납니다"

# 반드시 회사에서만이 아니라 호텔 식당이든 라면 가게를 가든 언제 어디서나 '이 가게는 채산이 맞을까?'라는 의문을 품으며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산기를 두드리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 경영자라면 일을 할 때든 쉬고 있을 때든 항상 원가 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보아야 한다.

# 원가에 민감한 직원이 한 사람이라도 많아질수록 회사의 채산도 그만큼 더 좋아질 것이다.

# 나사 하나를 잃어버리면 얼마나 손실이 나는지를 알아야만 업무 태도가 채산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개선되기 때문이다.


p466 절약을 가장 중시한다

#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고, 미래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기울이는 노력의 결과'라고 믿는다. 따라서 지금 절약하려는 노력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 경영자는 조금도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하며, 잠시라도 자만심이 들어 일탈하면 안 된다.

# 절약하는 노력을 우습게 보는 순간부터 회사는 성장을 멈추기 시작한다. 요즘같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성장을 멈춘다는 것은 곧 뒤처지고 도태된다는 뜻이다.

# 회사가 점점 커나간다면 경영자든 직원이든 더더욱 초심을 잃지 말고 늘 절약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p473 철저하게 현장주의를 따른다

# 현장은 보물이 묻힌 산이다. 현장을 유의주의하는 자세로 끊임없이 돌아다녀보라.

# 때로는 행동이 말보다 몇 배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법이다. 이처럼 현장에는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보물 같은 진리가 널려 있다.


p481 멋지고 완벽한 제품을 만든다

# 극락정토에 이르기 위해 실천해야 할 여섯 가지 덕목을 '육바라밀'이라고 한다.

# 보시: 불전에 바치는 돈을 포함해 족너 없이 다른 사람을 돕는 모든 행위

# 지계: 계울을 잘 지킨다는 뜻

# 여섯 가지 번뇌 '탐, 진, 치, 만, 의, 악견'

# 정진: 꾸준히 노력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

# 인욕: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

# 선정: 마음을 통일해 고요한 정신 상태에 이르는 것

# 지혜: 우주 삼라 만상을 지배하는 근본 원리를 알게 되는 깨달음의 경지

#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목표라 강조했다.


p489 제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 제품이 말을 걸어온다고 느껴질 만큼 제품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제품에 대한 끝없는 애정, 예를 들어 제품을 끌어안고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정을 기울이지 않으며 좋은 제품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아주 작은 흠 때문에 가격이 반으로 깎인다는 생각을 하면 모든 공정에서 제품을 취급할 때 조심하고 또 조심할 수밖에 없다.

# "결과가 잘 나와서 그것을 재현해보고 싶다면 똑같은 조건에서 해봐야 해. 예를 들어 결과가 잘 나온 날 아침, 집을 나설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잘 생각해보게. 부인과 싸우고 나왔다면 다시 싸워보게. 그때랑 똑같은 심리 상태를 만들라는 말이지. 내 말은 물리적 조건만이 아니라 정신적 조건까지 똑같지 않으면 똑같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뜻이야. 알겠나?"

# 관찰하는 사람의 감도가 다르기 떄문이다.

# 이 정도 예민함은 가지고 생활하도록 권하고 싶다.

# 책상 위에 물건이 여기저기 흩어진 게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면 그만큼 조화가 깨진 것을 알아차리는 감각도 떨어진다는 뜻이다.

# 균형이 맞지 않고 조화가 깨진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감각으로는 불량이나 이상을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정리 정돈을 시끄러울 정도로 강조하며, 직우너들이 사소한 것에서부터 조화를 찾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했다. 조화로움에 대한 감각이 발달한 사람은 '제품 이야기'에 귀 기울여 문제점이나 해결책을 찾는 데도 뛰어날 것이다.


p505 일대일 대응 원칙을 지킨다

# 전표 없이 돈이나 물건이 움직이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 된다. 이와 관련해선 하나의 예외도 용납하지 않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 전표는 나중에 모아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때그때 일대일로 대응시켜 처리하도록 원칙을 정해놓아야 한다.

# 일대일 대응 원칙은 부정을 일으키지 않는 동시에 깨끗하고 투명한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p517 이중 확인 원칙을 지킨다

# 사람은 누구나 우발적으로 잘못된 마음을 먹기 쉽다. 따라서 그런 마음을 막을 법한 환경을 만들어준 관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 선한 사람이 죄를 짓지 않도록 '이중 확인' 장치로 보호해주어야 한다.

# 이중, 삼중으로 대표자 도장을 취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두면 직원들이 실수하거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p521 상황을 단순하게 파악한다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고방식과 발상을 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이다.

# 복잡한 현상은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핵심은 언제나 단순한 것을 알아야 한다.

# 정말 머리 좋은 사람은 복잡한 것도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다.

#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물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단순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신중하게 문제의 핵심을찌르는 경영을 해나갈 수 있다.


대망 6,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6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1월 23일 ~ 1월 26일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2장: 허허실실
1. "그런 싸움을 하는 건 필부의 용기지."

제 7장: 시대의 흐름
1. "그러면 이번 난세의 종식까지 크게 나누어 세 가지 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소? 그 하나는 모든 인습을 세차게 타파해 나가는 오다 우대신의 시대. 그리고 다음으로 그 파괴된 세상에 비로소 한 줄기 새로운 길을 열어 대지에 씨를 뿌리는 간파쿠 히데요시님 시대. 그리고 셋째는, 뿌린 씨앗의 성장을 기다렸다가 수확을 시작하는 누군가의 시대……그 사람이 누군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요. 그러나 도쿠가와님은 아마 여기에……자신을 적용시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오. 그렇지요, 자야님, 그렇게 안보입니까?"

제 18장: 동쪽을 향해
1. 나무나 풀꽃들은 마음이 아무리 쓰라리고, 간절히 원하는 게 있어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야 그렇지만……."
"그리고 봄이 오면 모자라는 것은 모자라는 대로 힘을 다하여 꽃을 피웁니다."

제 24장: 남과 여
1. "육친의 애정도 때로는 자연의 섭리에 질 때가 있다. 남자와 여자……이것은 아무래도 나이며 지위, 의리며 사려에 있는 것 같구나.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사람에게서 사람이 계속 태어나고 있는 것이겠지."

제 27장: 아내 아닌 어머니
1. 인간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견디는 슬픈 숙명을 지니고 있다.

제 29장: 인생의 가시
1. 꼭대기 다음에 있는 것은 하늘이다. 하늘로 오르려고 발버둥칠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의 여느 길인 영광 쪽으로 걸음을 옮길 것인가? 몇십 명의 애첩을 거느려도, 그 어떤 향연 속에 몸을 내던져도 누구 하나 탓하는 자가 없다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소름끼치는 인간의 위기였다.

제 31장: 입정야화(立正夜話)
1. 이에야스의 가신들이 강한 까닭은 그 자신의 소박검소함에 있었다. 그는 결코 신하들 누구보다 사치하지 않았다. 아니, 사치한 자들의 통솔력은 속이 들여다보인다. 더욱 잘 통솔하기 위해 더욱 사치하게 되고, 녹을 늘려주지 않으면 필시 감당할 수 없게 마련이다. 더 줄 땅이 무한정 있지 않은 한 이 통솔력은 머잖아 한계점에 이르러 힘없이 허물어지고 만다.
이에야스가 요리토모 이후의 가마쿠라 역사에서 배운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이었다. 스스로 검소함을 보여 부족한 것을 불평하지 못하게 하는 데에서 단결과 희망이 생긴다. 불평이란 어떤 경우에도 정체와 분열의 원인이 된다. 젊은 고에쓰가 이것을 '입정안국-'이라는 말로 분명히 설명한 것은 기쁜 일이었다.

제 32장: 오다와라의 계산
1. "그 말씀을 그대로 귀하의 내일에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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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5,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5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12월 30일 ~ 12월 31일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8장: 사쿠마, 무너지다
1. 시즈가타케의 일곱 자루 창-가토 기요마사, 후쿠시마 마사노리 등 9명(7명이 아니다)

제 9장: 고집의탑
1. "이치를 설복하고 이익을 주어서 움직이는 자는 조금도 무섭지 않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취하려 하지 않고 고집을 관철하려는 자만큼 성가신 게 또 있을까."

제 31장: 파도치는 성(城)
1. 다시 하나, 둘, 능숙치 못한 솜씨로 쏘더니 이윽고 마지막 화살을 잡았다. 집어들어 활시위에 대자 마음놓인 것은 역시 이것으로 끝난다는 어린애다운 기쁨에서였으리라.
그때였다. 바로 뒤에서 부드럽지만 엄한 목소리로 부른 자가 있었다.
"기다려, 나가마쓰."
이에야스였다.
나가마쓰마루는 당황하여 돌아보고 절했다.
"너는 지금 마지막 화살을 집어들며 무슨 생각을 했느냐? 뭔가 생각한 것이 있을 게다."
이에야스는 엄격한 표정으로 말하고 뒤에 따라와 있는 도리이 마쓰마루를 돌아다보았다.
"마쓰마루, 화살을 20개 더."
"예."
마쓰마루는 놀란 듯 나가마쓰마루와 이에야스를 번갈아보며 시키는 대로 화살을 채웠다.
"나가마쓰."
"예."
"5석, 10석 받는 무사라면 그래도 좋다. 그러나 너는 좀더 쏘아야 해. 계속하여라."
"예."
"마쓰마루, 걸상을 가져와. 나도 여기서 나가마쓰의 솜씨를 보겠다."
나가마쓰마루는 순순히 절하고 다시 서툰 솜씨로 활쏘기를 계속했다. 뒤에 아버지의 시선이 있다……고 생각하니 먼저보다 얼마쯤 긴장되어 감각이 없어진 손 끝으로 화살을 떨어뜨리는 일이 많아졌다.
이에야스는 이즈음 점점 더 뚱뚱해진 몸으로 걸상에 앉아 묵묵히 이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채워놓은 20개의 화살이 마지막 하나 남자 또 말했다.
"20개 더."
"예."
"나가마쓰."
"예."
"졸개대장이라면 그래도 좋다. 그러나 너는 좀더 쏘지 않으면 안돼."
"예."
그러나 이번에는 네 개째부터 과녁에 미치지 못한 화살이 나오기 시작 했다. 그때마다 나가마쓰마루는 뒤쪽에 신경쓰며 동요했다. 꾸중듣지나 않을까 조그만 가슴을 죄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가마쓰마루는 더욱 신중하게 태세를 갖추어 다음 화살은 문제없이 다다르게 했다. 그러나 다음 것은 또 한 칸쯤 앞에서 땅에 꽂혀 그대로 힘없이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이제 나가마쓰마루의 힘이 지쳐버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나가마쓰마루에게 딸린 시종은 이따금 이에야스 쪽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 20개가 끝나자 이에야스는 또 물같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20개 더."
"예."
"5만 석, 10만 석의 무사대장 같으면 그래도 좋다. 그러나 너는 좀더 쏘지 않으면 안돼. 계속하라."
그때 이미 나가마쓰마루의 얼굴을 새빨개져 있었다. 아마 어깨가 부어오륵 있는 지도 모른다. 화살은 거의 모두라 해도 좋을 만큼 도중에 떨어지고 그대신 조그마한 앞머리 언저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났다.
그렇게 그 20개를 끝내자, 이에야스는 비로소 걸상에서 일어나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나가마쓰, 대장이란 괴로운 것이지. 어때, 대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냐? 쏘라고 하면 평생토록이라도 계속 쏘아야 하는 게 대장이다."
그리고는 곧장 그 자리를 떠나가버렸다.

2. "대장이란, 존경받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잘못이 없는지 부하들에게 언제나 탐색당하고 있는 거야.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깔보이고, 친밀한 것 같지만 외면당하고, 좋아하는 것 같지만 미움받고 있는 거지."
나가마쓰마루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벌써 이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무엇에 쫓기는 듯 말을 계속했다.
"그러므로 부하란 녹으로 붙들어도 눈치를 봐서도 안되고, 멀리 해서도 가까이 해서도 안되며, 화내게 하거나 방심시켜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럼……어떻게 해야 좋은가요?"
"잘 물었다! 부하란 반하게 하지 않으면 안돼. 다른 말로 심복이라고도 하는데, 심복은 사리를 초월한 데서 생겨나온다. 감탄시키고 감복시켜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들어야 해."
"예."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행동거지가 가신들과 다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좋은 가신을 히데요시에게 빼앗기게 될 테니까."
들으면서 마쓰마루는 흠칫했다. 이에야스가 신경쓰고 있는 것의 '정체'를 그제야 번쩍 깨달았던 것이다.
'그렇구나, 히데요시에게 구애되고 계시는구나……!'
"가신들이 쌀밥을 먹으면 너는 현미나 보리밥을 먹어라. 부하들이 5시에 일어나면 너는 4시에 일어나라. 이번에 너를 매사냥에 데려가 몇십리나 걷는지 시험해 보겠다. 체력도 가신보다 뛰어나야 한다. 참을성과 아끼는 것도 가신보다 더하고, 생각하는 바도 가신을 넘어서야……가신은 가까스로 너에게 반하고 너를 존경하여 떠나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알겠나? 그 대장 수업을 엄격하게 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제 33장: 저항
1. 울부짖고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위신도 체면도 모조리 버리고, 그것은 분명 한 마리의 사마귀가 하늘을 도려내려고 광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제 34장: 큰 병환
1. "인간의 생애에는 중대한, 중대한 위기가 세 번은 있지."
"세 번……입니까?"
"그래. 아이에서 어른이 될 무렵의 무분별한 색정……. 그리고 장년기의 혈기만 믿는 투쟁심. 그것으로 끝나는가 여겼더니 또 하나 있었어. 불혹을 넘어서 나는 이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자만심……."

2. 생명이 지닌 덧없음과 신비스러움이 새삼스럽게 모두들의 가슴을 죄어댔다. 건강할 때는 거의 있는 줄 몰랐던 생명이, 꺼져가려 하고 보니 무한한 힘으로 저마다의 마음을 내리 압박한다. 싸움터에서 생각하는 '생명'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싸움터에서는 칼날을 쳐들고 나서는 순간 삶도 죽음도 가벼워지고 있는 것이란 오로지 격렬한 투쟁심뿐이지만, 병상에서 보는 그것은 땅거죽에 눌어붙어 벗겨낼 수 없는 큰 바위나 나무 같았다. 아니, 어쩌면 대지 깊숙이 뿌리내려진 불가사의한 덩어리로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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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4,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4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12월 24일 ~ 12월 25일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19장: 대지(大地)의 소금
1. '사랑은 또한 언제나 위대한 전략'

2. "우스꽝스러운 내 꼴 또한 흥취가 되리다."

제 24장: 해지기 전후
1. 이에야스는 쉽게 사람을 믿는 성품이 아니었다. 반년만 지나면 만 40살이 되는 그가 생애를 통해 관찰해 온 인간의 모습에는 대략 네 가지 면이 있었다. 그 가운데 두 가지가 결점이고 나머지 두 가지가 장점이라면 괜찮은 인물이지만, 결점 셋에 장점 하나인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장점이 하나도 없는 인간은 없으며, 장점이 없어 보이는 것은 상대가 장점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기 때문으로 믿고 있었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의 싸움은 그 결점의 충돌로 시작되고 사람의 화합은 장점이 만나는 곳에서 생겨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노부나가와 미쓰히데의 충돌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우려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세 가지 결점을 지녔으면서도 하나의 장점으로 뭇사람들 위에 군림했다. 탁월한 그 장점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이에야스 또한 자신의 아들 노부야스의 자결을 요구받았을 때 노부나가와 정면으로 충돌했을 게 틀림없었다. 그때 이에야스가 자신을 꾹 억누를 수 있었던 것은, 노부나가의 유일한 장점이 '난세의 종식'이라는 만백성의 염원에 집약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천하 통일은 지금 노부나가 한 사람의 야심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만백성의 소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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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3,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3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12월 18일, 12월 21일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27장: 히데요시라는 인물
1. 어떤 때에도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점에 있어 노부나가 다음가는 히데요시였다. 상대가 누구든 제멋대로 큰소리쳐놓고 조금도 거리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 노부나가 속에는 매서운 반골(叛骨) 의지가 드러나보이지만, 히데요시는 꾸밈없는 맑음으로 뒤에 반감을 남기지 않았다. 타고난 그릇으로 말하면 히데요시가 노부나가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한베에였다. 따라서 미쓰나리의 말이 아니어도 히데요시가 변한 것은 한베에의 눈에 먼저 비쳐왔다.

2. "과연 떨어지는 저녁해보다 새벽의 아름다움을 사랑해야만 했어."

3. 하늘은 삶이냐, 죽음이냐의 갈림길을 헤매는 사나이에게 외곬으로 순결한 사랑을 쫓을 여유 따위 주지 않았다. 만약 그것을 쫓고 있었다면 아마도 그 뒤의 히데요시는 큰 일을 하지 못했을 게 틀림없다.

제 30장: 쌍거울
1. "첫째도 책략, 둘째도 책략이라면 서글픈 일. 모든 행동이 하늘의 뜻에 어긋난다면 언젠가는 책략 때문에 쓰러지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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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2,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2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12월 16일 ~ 12월 17일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3장: 잠자는 호랑이

1. "대장의 단련과 졸개의 단련은 근본부터 달라야 해. 어때, 다케치요도 차라리 누군가의 부하가 되는 게?"

다케치요는 대답하지 않았다.

"부하가 되면 마음편하지. 목숨도 입도 주인에게 맡기면 되니까. 그런데 대장이 되면 그렇게 안되거든. 무술은 물론 학문을 닦아야 하고 예의도 지켜야 해. 좋은 부하를 가지려면 내 식사를 줄여서라도 부하를 굶주리게 해서는 안되지."


2. "가신들에게 빚이 있는 주군은 암군(暗君), 가신들이 의지하고 그 믿음에 응하는 주군은 명군(明君)이라고 이 모토타다는 생각합니다. 이래도 저더러 대신 만나라고 분부하시고 빚을 더 쌓아가시렵니까?"

다케치요는 슬며시 모토타다의 시선을 피해 얼굴을 돌렸다. 그렇다. 그저 위함만 받아서는 빚이 된다. 의지하고 매달릴 가치가 있는 주군이라야 진정한 주군이리라.



제 14장: 난세의 모습

1. "할아범, 내 결심은 이미 정해져 있어. 이야기해 줄 테니 말내면 안돼."

"결심…… 이라니요?"

"나는 처자에게 속박되지 않겠다. 그 영역에서는 이미 벗어났어."

사카이는 얼굴을 바짝 가까이 하고, 모토야스의 번뜩이는 눈에 비치는 별을 응시했다.

"나를 속박하는 것은 단 하나, 오카자키에 남은 가신들이 오늘날까지 해온 인내다. 알겠나, 내 말을?"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슨푸 성을 떠난 순간부터 그대들 것이 되리라. 아내도 생각하지 않겠다. 자식도 버리겠다……."

"주군!"

"그것으로 나를 용서해 줘. 그리고는 싸울 뿐이야."

"……예."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겠다. 승패며 생사에 대한 것을 인간 힘으로 어쩌겠는가. 이것만은 내 힘이 미치지 못하고, 요시모토나 노부나가의 힘도 미치지 못한다. 할아범! 하늘을 봐."

"예."

"숱한 별이 반짝이고 있잖나."

"예."

"봐, 또 하나 떨어졌어. 저 속의 어느 것이 내 별인지 그대는 아는가?"

사카이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지. 나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 떨어질지 모르면서 다만 반짝이고 있을 뿐이다."

"할일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리시겠다는 분부이신지."

"아니, 할일을 다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하는 것임을 깨우치라는 거야."

"예."

"살아남으려고 떨어지는 순간까지 저마다의 지혜만큼, 힘만큼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는 게 인강의 본성이지. 나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믿어줘. 그리고 나에게 지혜도 힘도 없다면, 그때는 모두 함께 죽을 결심을 해 줘."


제 21장: 오케 골짜기 전주(前奏)

1. 모든 인생을 걸고 하는 도박만큼 상쾌한 것은 없다. 더욱이 그렇게 하리라 여겼던 노부나가가 예상한 대로 주사위를 던지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도키치로 역시 온갖 지혜를 쥐어짜 이 승부에 임해야 한다. 그는 죽을 때까지 달릴 터인 노부나가라는 폭주마(暴走馬)에 자기 생애를 걸었던 것이다.


제 22장: 용호(龍虎)

1. 노래를 마치자 작은북을 치고 있는 북잡이에게 부채를 휙 내던지듯 건네고 노부나가가 칼로 베는 목소리로 물었다.

"원숭이! 깨우러 왔냐!"

"예."

"도키치로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마루네는 이미 떨어지고 와시즈는 고전하고 있다 합니다."

노부나가는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물었다.

"요시모토의 본대는?"

"오늘 아침 구쓰카케를 출발, 오타카 성으로 향하는 게 확실하다고……야나다의 부하가 가져온 정보입니다."

노부나가는 싱긋 웃으며 거듭 세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홑옷 웃통을 홱 벗고 벌거숭이 배를 탁 치며 노호(怒號)같은 소리를 질렀다.

"갑옷을 가져와!"

세 측실은 깜짝 놀라 얼굴을 마주보았지만, 노히메 부인만은 과연 사이토 도산이 '형제자매 가운데 으뜸'이라고 사랑해 온 딸이니만큼 무릎을 세우고 야무지게 명했다.

"준비해 놓은 갑옷을 어서 이리로 가져오너라."

"예."

두 근위무사가 튕기듯 일어나 나간다.

노부나가는 배를 탁 치며 우뚝 선 채 다시 외쳤다.

"밥!"

"저,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아침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으므로 오루이 부인이 되물었을 때, 끝자리의 미유키가 구르다시피 일어나려 했다.

"이봐요……."

노히메는 그 미유키를 제지하고 시녀에게 말하듯 엄하게 지시했다.

"중대한 출전이니 준비한 술과 승리를 기원하는 밤을 잊어선 안돼요."

갑옷을 내오자 노부나가는 도키치로조차 눈을 둥그렇게 뜰 만큼 재빠른 속도로 그것을 입었다.

슨푸의 용은 이미 오와리에 이르고 있었다. 기요스의 호랑이는 끓어오르는 투지를 누르며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호랑이는 들에 있는 것, 구름 속의 용에게 싸움걸지 않고 그가 먼저 지상에 내려설 때를 기다려 도약을 개시한다. 적도 아군도 농성하는 것으로 믿게 해놓고서.

갑옷을 입고 나자 노히메 부인이 옆에서 물었다.

"칼은 어느 것을?"

"미쓰타다(光忠), 구니시게(國重)!"

그 응수는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도 빈틈없는 마음의 합일(合一)이 느껴진다.

노히메가 묻고 노부나가가 대답하자, 오른팔이 없는 하세가와가 어느새 미쓰타다 소도를 내밀고 있었다.

"예, 미쓰타다는 여기에."

노부나가는 싱긋 웃으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구니시게는?"

"아마 그것일 거라고 짐작하고, 구니시게도 여기에."

"하하하……."

노부나가는 높다랗게 웃었다.

"이겼다, 원숭이!"

"예."

"하세가와까지 건방지게 내 마음을 읽었어. 이겼다, 이 싸움은!"

애도 하세베 구니시게를 받아 옆에 놓자, 미유키가 날라온 작은 상이 노부나가 앞에 놓였다.

그러나 그는 갑옷궤에 걸터앉으려 하지 않고 우뚝 서 있었다. 그것을 보고 노히메는 재빨리 잔을 내밀어 자기 손으로 술을 따랐다.

"자, 잔을."

노부나가는 단숨에 마시고 이번에는 오루이가 바치는 밥공기를 들었다. 그리고 네 아리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전쟁이란 이렇게 하는 거다. 잘 봐둬."

역시 꾸짖는 말투였으므로 기묘마루만이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겁먹은 듯 유모에게 착 달라붙었다.

"하하하……."

노부나가는 순식간에 두 공기를 먹고 젓가락을 놓는 것과, 투구를 잡는 것과, 고둥을 불라고 명령하며 칼을 움켜잡는 것과 내전을 달려나가며 외치는 것이 동시였다.

"원숭이, 따르라!"

도키치로는 깡충 뛰다시피 노부나가의 앞장을 섰다.

"타실 말은 질풍이다! 출전이시다. 서둘러라, 서둘러."

고함치며 도키치로는 문득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 불 같은 성미로 열흘 가까이 자신을 꾹 억눌러온 노부나가의 심정을 생각하자 일종의 감동이 번갯불처럼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여기까지 할 수 있는 상대라면, 이 도키치로 역시 죽어도 좋다…….'

뒤에서 고동이 연거푸 울리고 있었다.

"출전이다! 주군이 벌써 말에 오르셨다."

회의실로 모여들던 여러 장수들이 허둥지둥  무장을 갖추고 있을 무렵, 노부나가는 벌써 애마인 질풍을 몰아 성문에 이르고 있었다.


제 23장: 질풍

1. 노부나가는 난세를 바로잡는 것은 모든 게 '힘-'하나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신하들을 다스리는 것은 덕입니다."

히라테 마사히데가 살아 있을 때 그렇게 간언하자 노부나가는 코웃음치듯 웃었다.

"난세란 낡은 도덕이 가치를 상실했을 때 생겨나는 것이다. 덕이란 뭔가. 덕이란……앗핫핫하."

노부나가는 '덕'이란 무엇인지 윗사람도 아랫사람도 모두 깨닫게 될 때 난세가 끝난다고 비웃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힘으로 처리했다. 하나하나 사람의 의표를 찔러 혈육 사이의 다툼도 중신의 배신도 벌벌 떨도록 만들어 굴복시켰다.

그래서 지금 노부나가의 영내에는 도둑마저 종적을 감추고 있었다. 위로는 엄하고 아래로는 너그러운 것도 원인이지만, 도둑의 무리까지 노부나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제 29장: 주춧돌

이 두 사람이 말고삐를 나란히 기요스 성문을 나설 때 두 집안의 근시들은 이미 으르렁대지 않았다. 노부나가에게는 이와무로 시게요시와 하세가와 쿄스케. 모토야스에게는 도리이 모토타다와 혼다 헤이하치로. 두 사람씩 근시를 거느리고 아무 불안도 없는 명랑한 표정으로 노부나가와 모토야스는 아쓰타로 향했다.

"우리 둘만이 되고 싶었소."

수행원을 일부러 뒤에 떨어지게 하고 노부나가가 싱긋 웃자 모토야스도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와와 오와리의 국경 말인데."

"분명하게 정해 놓아야 되겠지요."

"내 쪽에서는 다키가와 가즈마스와 하야시 사도를 보내겠소. 그대 쪽은?"

"이시카와 가즈마사와 고리키 기요나가를."

"장소는 어디가 좋겠소?"

"나루미 성이 어떨까요?"

"좋소, 그렇게 정하지! 딱딱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그치세."

겨우 몇 초 동안에 그들의 교섭은 모두 끝났다.

어느덧 나고야 성 망루가 남빛 겨울하늘 속에 뚜렷이 떠오르고, 햇볕을 받은 덴오 사 기와지붕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것은 꼭 한 번 물어보려고 생각한 일이었는데."

"무엇이오? 사양하지 말고 말하오."

"노부나가님은 덴카쿠 골짜기 싸움 뒤 어떤 순서로 가신을 칭찬하셨습니까?"

노부나가는 웃었다,

"후후후, 교활한 사내로군, 그대는. 그것을 묻는 건 노부나가의 수법을 모조리 알아내려는 거겠지. 그러나 숨기지 않겠소. 난 첫째로 야나다 마사쓰나를 칭찬해 주었소."

"어째서지요?"

"그의 척후가 때를 놓쳤다면 승리도 없었을 거요."

"둘째로는?"

"맨먼저 창을 들이댄 핫토리."

"목을 친 모리는?"

"셋째."

"흠."

두 사람의 문답은 여기서 끊어졌다. 이것만으로도 모토야스는 노부나가의 부하 다루는 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목을 치지 못하는 것은 시운(時運)이고, 맨먼저 창을 들이댄 용맹이야말로 그 위에 두어야 하는 것.


제 38장: 쌍학도

1. "스즈키."

"예."

"싸움터에서 목숨을 버린다면 또 모르되, 잉어 한 마리 때문에 죽는다는 것이……분하지 않나, 그대는?"

스즈키는 다시 눈을 뜨고 이에야스를 쳐다보았다. 맑은 심경임을 환히 알 수 있는 잔잔한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주군! 싸움터에서 죽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평소의 충성에 목숨을 거는 것은 퍽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아버님에게 가르침받았습니다."

"그것을 묻는 게 아니야. 잉어 한 마리 때문에 베이는 게 충성이냐고 묻는 거다."

"허참, 잘못이라고 여겼다면 진작 달아났겠지만, 충성이라고 생각하므로 목을 내밀고 있는 것입니다."

"깊이 생각한 뒤의 일이란 말이지?"

"스즈키가 베이지 않는다면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차라리 사소한 일, 중대한 일은 그게 아닙니다."

"건방진 소리. 말해 봐, 생각하는대로."

"두렵게 여기는 상대에게서 보내져온 선물이면, 잉어 한 마리와 가신 한 사람의 값어치 계산도 못하게 되는 그런 주군이라면 큰 뜻을 이룰 수 없습니다. 잉어를 거느리고 싸움을 할 수 있습니까? 스즈키의 죽음은 주군께 그것을 생각하게 하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충성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어떤 분이 주신 것이든 기물(器物)은 기물, 잉어는 잉어일뿐 인간 이상의 것이 아님을 아십시오."

이에야스는 긴칼을 겨누어든 채 희미하게 볼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그러나 그것과 이것은 다르니, 주군께서 해선 안된다고 말씀하신 명을 어긴 저의 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를 처벌하시고, 앞으로는 소홀하신 명을 내리지 마시도록 한결같이 부탁드리는 바입니다……그럼, 베십시오."

"나이토!"

이에야스는 다시 나이토를 부른 다음 말을 이었다.

"벨 것까지 없다. 이 칼을 저기 넣어둬라."

"예."

"스즈키."

"옛!"

"내가 잘못했다. 내가 미숙했어. 앞으로는 취소해야 할 명령은 내리지 않겠다. 오늘의 취소는 웃어넘겨다오."

스즈키는 홱 물러나듯하여 꿇어엎드렸다.

"비록 어떤 분이 주신 것이더라도 잉어는 잉어……라고 잘 말했다. 이것은 노부나가님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심정 다음에 곧 있어야만할 중대한 마음가짐! 내가 미숙했어. 좋아, 앞으로 잉어는 잉어로 다루라."

말하고 나서 이에야스는 곧 마루로 올라갔으나 스즈키는 여전히 땅바닥에 엎드린 채 있었다.

별빛으로는 그 어깨의 흔들림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울고 있어 얼굴을 들지 못하는 것임을 잘 알 수 있었다.


제 39장: 암독수리 성

1. 그녀의 마음은 이제 알았다. 조용히 농성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차례차례 가신들을 망명시키고 마지막으로 자결할 게 틀림없다.

이에야스는 생각했다.

'얄미운 여자다-'

항복하여 이에야스 가까이에서 살아가기보다는 열렬한 향기를 남기고 죽는 편이 훨씬 더 이에야스의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도 이에야스는 평생 동안 그녀를 잊을 수 없게 되리라.

"벨 것 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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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12월 13일 ~ 12월 16일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4장: 봄볕

1. "오, 또 꾀꼬리가 우는군. 유리, 고자사. 들었느냐?"

"네."

두 사람은 귀를 기울였다.

"지불당(持佛堂) 성벽 밖에서 우는가 봅니다."

"그래, 그 언저리인 것 같아……. 저 꾀꼬리는 어째서 저 담장 밖에 오는 것일까?"

"매화가 만발해 있기 때문이겠지요."

"유리-"

"네, 마님?"

"너는 매화가 꾀꼬리를 부르는 것을 보았느냐?"

유리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 매화는 그저 가만히 피어 있을 뿐……. 꾀꼬리를 부르지는 않아. 오다이도……."

그리고는 천진스럽게 고개를 갸웃했다.

"웃어도 괜찮겠지, 응, 유리?"

"마님."


2. 상대의 불행을 기뻐하는 오히사와, 마음을 비운 슬기로움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오다이의 슬픔이 히로타다의 가슴에 아름다움과 추한 그늘을 선명하게 만들어갔다.


3. 유리와 스가가 놀라며 그를 맞았으나 히로타다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입을 꾹 다물고 침실로 들어갔다.

"다이!"

불러놓고 히로타다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하얀 이불깃 속에서 검은 머리만이 내다보이고 그것이 세차게 물결치고 있다. 아직 14살 밖에 안 되는 소녀였다.

"다이……."

히로타다는 그 머리맡에 살며시 몸을 굽히고 말했다.

"용서해라, 내가 나빴어."

별안간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히로타다는……. 술버릇이 나쁜 모양이야. 앞으로는 삼가도록 하지, 용서하라."

이불이 더 한층 세차게 떨리더니 거기서 살며시 오다이의 얼굴이 내다보였다. 눈언저리가 젖어 있다. 입매는 감정을 억누르려는 의지로 슬프게 일그러져 있었다.

"울지 마, 이제 그만 울어."

"네…… 네."

"내가 나빴어, 울지마."

이 대화는 옆방에 있는 유라와 스가에게도 손에 잡힐 듯 들렸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누가 먼저인지 모르게 발그레 볼을 물들이며 즐거운 미소로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봄볕이 마침내 꽃을 품은 모양이다…….


제 7장: 덫과 덫

일그러진 시대는 그대로 일그러진 사람을 만든다. 이미 혈육의 살상을 도리에 어긋나는 일로 여기지 않는 난세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갖 모략이 필요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하루의 양식을 위해 허덕이는 농민이나 영주나 모두 평등했다. 그처럼 역사상 보기드문 난세에 태어난 것이다. 오다 편에 붙는 게 살아남는 길이라고 믿는 노부모토로서는, 만일 오다 쪽에 가담하기로 결정되면 자기를 벨지도 모르는 아우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베지 않으면 안될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제 9장: 아즈키 고개

"기원 하자. 올해는 범해야. 범처럼 늠름하고 강한 자식을 점지해 주십사고 신불에게 기원하자. 내 자식에게는 이토록 분한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네……."

"이마가와에 의지하지 않고, 오다에게 굴하지 않고 혼자서 유유히 천하를 걸어갈 수 있는 자식……."

히로타다는 자신에게 부족한 꿈을 그리며 마침내 오다이의 손을 잡았다.

'이 싸움에서 어쩌면 전사할지도 모른다…….'

이마가와가 이기든, 오다가 그것을 물리치든 히로타다는 그 나름대로 무인의 기개를 보여주어야 했다. '죽음'은 결코 공상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자신의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히로타다는 자신의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오다이의 몸에 애절한 정을 느끼며 아무 거리낌 없이 오다이의 목덜미에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오다이…… 부탁해. 이 히로타다에게 만약의 일이 생기더라도…… 당신은 반드시 살아줘. 태어나는 자식을 위해 살아야 해."

뜨거운 목소리로 속삭인 다음, 도톰한 오다이의 귓볼에 입술을 가져갔다. 오다이 역시 소리내어 울음을 터뜨리며 히로타다에게 안겨들었다. 이런 때 우는 것이 히로타다의 마음을 얼마나 약하게 만드는 일인지 알면서도 억누를 수 없는 커다란 감정의 물결이 밀려들었다.


제 16장: 전국(戰國) 부부

오다이의 흐느낌이 높아지자 히로타다는 무엇에 홀린 듯 말이 빨라졌다.

"왜 이리 알아듣지 못하나? 이 히로타다는 그대보다 더 슬퍼. 그러니 참아줘! 아무튼 뜻대로 안되는 게 뜬세상 일이야. 오늘이 이 세상에서의 이별이 될지도 모르겠어. 그렇지, 이별이 될 거야. 그러나 내세가 있잖아. 저 세상이라는 곳이 있잖아. 그대가 없어지면 내 건강은 오래 가지 못하겠지. 하지만 죽은 뒤 극락이라는 연꽃받침 위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겠어."


제 18장: 별리(別籬)

"이유를 말하지 않고는 안되겠군요. 그럼, 들어보세요."

"……."

"가리야의 오빠에 대해서는 여러분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어요. 조급하고 거친 성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정도면 내 마음을 헤아려주시겠지요."

"……."

"여러분에게 만일의 일이 생긴다면 다케치요가 자란 뒤 매정한 어머니였다고 내가 원망받게 될 거예요. 그토록 뛰어난 무공을 지닌 사람들을 일시적인 슬픔에 사로잡혀 적지로 끌고 가 비참하게 목숨잃게 한 못난 어미였다는 소리를 듣게 돼요."

번쩍 정신이 든 듯 가네다가 얼굴을 들고 모두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오다이는 살그머니 눈시울을 눌렀다.

"조심은 미리 해야 하는 것……. 이것은 아버님이신, 다다마사님의 가르침이었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다케치요와 노부모토님은 외삼촌과 조카, 그 사이에 원한의 씨앗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게 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해요. 부탁이에요! 다케치요의 앞날을 위해 부디 돌아가주세요."

갑자기 남자들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의 어깨와 삿갓이 잔물결을 일으키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카이가 쥐어짜는 듯한 소리를 냈다.

"마님! 17살 나신 마님 앞에 부끄럽습니다……. 이 나이에 얼마나 어리석은지……. 그렇습니다. 성에는 우리의 소중한 다케치요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여러분! 돌아갑시다. 돌아가서 오늘 마님께서 말씀하신 이 훈계를 잊지 맙시다."

오다이의 가마는 아베 사다지가 불러온 농부 손에 맡겨졌다. 오다이의 재촉을 받고 오카자키의 중신들은 돌아보고 또 뒤돌아보며 성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오다이는 가마를 메게 했다. 비로소 온몸을 죄어오는 고독에 흐느껴우는 소리가 가마 밖까지 새어나왔다.

오다이의 언니 히로이에 부인은 이런 배려를 하지 못하여 그녀를 전송한 16명의 호송자는 노부모토에게 하나도 남김없이 살해되었다.

하늘에 한 조각의 구름도 없는 날에…….


제 25장: 붉은 단풍

여기까지 말하고 셋사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문득 뜰의 녹음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 녹음 속에 단 한 그루 붉은 단풍이 섞여 있지요?"

게요인은 의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거기에는 새싹 때부터 붉은 날개를 펼친 것처럼 새빨갛던 단풍잎의 붉은 색이 뚜렷이 눈에 어려보였다.

"저 단풍은 여름동안 모든 잎사귀 가운데 오직 홀로 붉은빛을 띠고 있었소. 다른 파란 잎들은 어째서 붉은색 단풍나뭇잎만 빨간 것일까 하고 웃고 있을지도 모르오. 허지만 때가 오면 주위의 나무들이 붉게 물들어 단풍나무도 언젠가 붉은색 속에 묻히게 되오. 그러면 어느 것이 단풍나무였는지 구별도 안되는 채 잊혀지고, 오히려 붉은색이 덜하다고 나무람받을지도 모르오. 나는 저 단풍이 되고 싶소! 그리고 단풍의 마음을 이어받은 무장을 얻고 싶소! 스님, 그것이 이 셋사이가 작은 안조 성에 집착하고 오카자키 가문에 특히 냉혹한 이유요. 아시겠소?"


제 30장: 서로 다가서는 자

"산노스케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다케치요가 다 먹으면 자기 몫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지."

다케치요는 눈도 깜빡이지 않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도쿠치요는 다케치요가 혼자서 다 먹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다케치요를 믿고 있었다. 즉 신(信)이 있었기 때문에 다케치요가 먹지 않으면 먹지 않으려고 했지……."

셋사이는 여기서 말을 끊고 자신의 눈빛이 다케치요의 나이를 잊고 엄격하게 변해가는 것을 의식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산노스케 역시 다케치요를 빋게 됐다. 잠자코 있어도 혼자서 다 먹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산노스케는 도쿠치요의 흉내를 낸 게 아니라 다케치요를 믿고 도쿠치요를 믿은 것이다. 알겠느냐? 신(信)이 있었기 때문에 그 얼마 안되는 식(食)이 살아나 세 사람의 목숨을 이을 수 있었던 거란다. 그런데 그 신(信)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셋사이는 여기서 다시 눈빛을 부드럽게 바꿨다.

"도쿠치요가 혼자 다 먹는다면 나머지 두 사람은 굶주리게 된다. 다케치요가 혼자 먹어도, 산놋케가 혼자 먹어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이 없어지면, 세 사람 모두 굶주림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그 식(食)이 싸움의 씨가 되어 오히려 피투성이 칼싸움으로 끌어들일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다케치요가 무릎을 탁 쳤다. 어느새 몸을 책상 위로  쑥 내밀고 눈을 보름달처럼 크게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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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3, 박세길


제목: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3

작가: 박세길

출판사: 돌베개

신판 초판 1쇄: 2015년 7월 20일

신판 초판 2쇄: 2016년 3월 18일

독서 기간:12월 9일 ~ 12월 10일

추천인: 김효진 선생님

소감:12월 11일에 광주 망월동 5.18 국립묘지를 방문하기 전에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가야 되겠다 싶어 관련 책들을 수소문했고, 김효진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읽게 되었다. 한국사 교과서로 배운 한두 줄의 암기 거리가 아닌, 우리 시대의 비극으로, 그분들이 우리에게 남기신 거룩한 유산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인상 깊은 구절:

제 6부: 항쟁의 불꽃

제 1장: 독재와 민주의 갈림길

제 1번: 군부의 재등장

1. 우리가 5.16쿠테타와 관련해 살펴보았듯이 한국에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일차적인 조건은 미국의 지지였다. 특히 미국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있는 군부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전두환[각주:1]은 바로 이 점에서도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었다.

우선 전두환은 미국 측이 마음 놓고 믿을 만한 열렬한 친미파였다. 아울러 전두환 자신 역시 일찌감치 권력에 대한 야욕을 가지면서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p. 15)


2. 널리 알려진 대로 위컴[각주:2]과 전두환은 특전부대 장교 출신으로 베트남전에서 함께 작전을 수행하며 깊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p. 16)


3. 아시아통으로 알려진 『뉴욕타임스』의 R. 헤롤런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12.12쿠테타 직후 주한 미군의 고관들이 정승화[각주:3] 직속 부하들에게 "역쿠테타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p. 19)


4. 즉, 미국은 전두환 일파를 적극 옹호하면서 아울러 군부 내에서 전두환 일파에 반항할 가능성을 적극 봉쇄하는 입장을 취했던 것이다. (p. 19)


5. 최규하 정부를 축출하고 일거에 정치권력까지 잡을 경우 박정희의 18년 독재에 강한 혐오감을 민중의 저항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18년에 걸친 박정희 군부독재는 우리 민중에게 군부독재에 대한 깊은 혐오감을 심어놓았다. 역설적이지만 박정희 군부독재가 역사에 기여한 점이 있다면 바로 이 점이다. 이 같은 박정희의 유산을 딛고 권력을 장악하자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따. 별 수 없이 전두환 일파는 좀 더디지만 확실한 길을 택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이들이 완전히 권력을 손에 넣기까지는 약 8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는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 걸릴 쿠테타'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p. 20)


6. 전두환 일파는 정권을 탈취하기 위해 다음에 나오는 세 가지 음모를 추진했다.

첫째, 민주적 개헌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둘쨰, 여론을 조작해 일반 민중 사이에서 '정국 안정을 책임질 수 있는 강력한 정부'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각계각층에 치밀한 정치공작을 전개했는데, 그 가운데 '언론조종반'이라는 것이 있었다. 언론조종반은 우선적으로 언론계의 중진들을 만나 회유공작을 실시하는 한편 보도검열단으로 하여금 조속한 민주개헌이나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는 야당, 재야, 학생운동에 대한 보도를 삭제하거나 이들의 행동이 안정을 깨뜨리는 폭력/파괴행위로 보도되도록 만들었다. 또 북한의 위협이 거듭 강조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송두리째 망해버리겠다는 위기감이 조성되었다.

셋쨰, 예상되는 저항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군대를 준비하고 훈련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실시된 것이 이른바 '충정훈련'이었다. 충전훈련은 쉽게 '폭동진압훈련'이라고도 불렸는데, 이는 민중의 혈세로 유지되는 군대를 동원해 자기 부모형제의 가슴에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쏘도록 하는 야만적 훈련이었다. (p. 21)


제 2번: 대열을 정비하는 민주 진영

1. YMCA 위장결혼식 사건은 비록 참석자들 모두가 군부쿠테타의 음모를 정확히 간파한 것은 아니었지만, 독재자 박정희가 사망한 후에도 유신체제를 떠받치던 세력이 엄연히 버티고 있으며, 그들이 유신체제의 부활 음모를 꾀하고 있음을 세상에 알린 사실상 최초의 투쟁이었다. (p. 24)


2. 학원민주화투쟁에는 광범위한 학생들의 참여가 있었으며, 일부 어용교수 퇴진과 학칙 개정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투쟁을 통해 광범위한 학생들이 투쟁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p. 26)


3. 이렇듯 대학가는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군부와 대결할 수 있는 대결을 갖출 수 있었다. 대학가의 경우 오랜 기간에 걸친 반독재투쟁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자신감을 터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동현장은 사정이 달랐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완전한 무권리상태에서 짓눌리고 뺴앗기면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왔다. 노동자들의 처절한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권력의 잔혹한 탄압에 직면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권력에 잔뜩 주눅이 들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p. 27)


4. 노동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더라도 1980년 5.17쿠테타 이전에 발생한 노동쟁의는 무려 2,168건에 이르렀다. 양적 규모도 컸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은 필요하다고 느끼면 파업/농성 등 적극적인 투쟁을 벌임으로써 요구사항의 대부분을 달성할 수 있었다. 특히 4월 8일부터 10여 일간에 걸쳐 언론과 민중의 비상한 관심을 받으며 진행된 청계피복노동조합의 농성투쟁은 마침 내 29퍼센트의 임금인상을 쟁취함으로써 노동자들의 투쟁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p. 28)


제 3번: 대격돌

1. 유신시대에 야권을 이끌던 두 지도자인 김영삼/김대중 씨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동의 적이었던 박정희가 사라지자 이들은 서로 권력을 차지하려고 끝내 갈라서고 말았다. (p. 33)


2. 5월 15일, 투쟁은 한결 규모가 확대되고 그 범위 또한 확산되었다. 이날 서울에서만도 대학생 10여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지방에 있는 26개 대학이 동시에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서울의 대학생들은 14일에 벌인 시위와는 달리 서울역 광장에 집결해 연좌농성을 벌이면서 전두환 일파와 최규하 정부를 규탄했다. 그 주위를 에워싼 시민은 줄잡아 30만 명이었다. (p. 37)


3. 시위 학생들에 대한 인근 시민의 반응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행진하는 학생들의 머리 위로 빵과 휴지와 수건이 날아들었고 지갑을 털어 학생들에게 밥을 사 먹이는 시민도 무수히 많았다. 병원에서는 시위 중에 터진 머리를 무료로 꿰매주고 민가에서는 쫓기는 학생들을 숨겨주었다. (p. 38)


4. 군부는 학생시위의 열기가 높았을 때에는 몹시 긴장해 있었다. 그들은 학생들의 투쟁열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휴교령조차 내리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5.17쿠테타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역 회군'을 통해 군부가 학생들의 약점을 간파하면서부터다. 따라서 5.17쿠테타를 허용했던 것은 학생들의 대대적인 가두진출이 아니라 어이없는 퇴각이었다고 볼 수 있다. (p. 42)


5. 그러나 이 같은 시대적 한계를 온몸으로 뛰어넘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하여 죽어가는 역사를 되살리고, 나아가 거대한 역사의 전진을 이룩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아니 뜨거운 피로써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들은 이름 없는 이 땅의 민중이었다. 바로 여기서 '항쟁의 도시 광주'가 역사의 무대 위에 오르게 된다. (p. 43)



제 2장: 광주민중항쟁

제 1번: 피로 물드는 광주

1. '휴교 시에는 오전 10시 학교 정문 앞'이라는 행동지침을 따르는 학생들이 전담대 정문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물론 특별히 지도부라 할 만한 것은 없었다. 10시가 조금 넘자 약 2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이 용감한 학생들은 수가 늘어나자 힘을 얻어 공수부대의 학교 점령을 비난하면서 구호를 외쳤다.

"비상계엄 해제하라!"

"공수부대 물러가라!"

번뜩이는 총칼 앞에서의 이 당돌한 외침은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남한 전역을 통틀어 군사쿠테타에 항거했던 유일한, 그러나 힘 있는 포효였다. 이는 분명 칠흑 같은 어둠을 가르는 한줄기 빛이었다. (p. 45)


2. 그러나 전두환 일파는 18일 광주 학생시위를 각별한 눈으로 지켜 보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광주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학생과 시민들이 총칼에 대한 두려움으로 잔뜩 겁을 집어먹고 움츠러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터져나온 광주의 시위는, 총칼의 위협 앞에서도 쉽게 굴복하지 않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전두환 일파에게는 위협적인 요소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만약 광주에서 일어난 시위를 조기에 진압하지 못한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자신감을 회복해 군부쿠테타에 대한 저항에 나설 것이 틀림없었다. (p. 46)


3. 광주가 어떤 도시인가. 광주는 박정희 독재시대에 극단적인 지역차별정책을 받아온 호남의 중심지였다. 호남은 개발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났고 호남인은 실력에 관계없이 출신지역이 문제돼 사회활동에서도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했다. 광주 사람들은 이 같은 차별정책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왔고, 그 결과 군부독재에 대한 원한이 뼛속 깊숙이 박혀 있었다. (p. 49)


4. 전옥주, 차명숙 씨 등 애국적인 여성들이 앰프를 차에 싣고 광주 시내를 돌면서 시민들의 용기를 북돋았다. 이렇게 하여 시민들의 사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그 힘 또한 놀라울 정도로 강화되어갔다. (p. 53)


5. 오후 6시경, 무등경기장을 떠난 차량 200여 대가 요란한 경적과 함께 일사분란한 대오로 도청을 향해 진격했다. 그 뒤로 시민들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행진했다. 한마디로 민중의 위대한 힘이 연출되는 장엄한 순간이었다. (p. 53)


제 2번: 마침내 무장항쟁으로

1. 5월 21일 현재 인구 73만의 광주에 투입된 병력은 3개 공수여단과 20사단을 합쳐 자그마치 2만에 육박하는 대부대였다. (p. 55)


2. 차량을 조달하기 위해 시위대의 일부가 아세아자동차 공장으로 몰려가자 그곳 노동자들이 장갑차와 차량 56대를 선뜻 내주었고 일부는 시위에도 합류했다. 이렇게 하여 전날보다 강력해진 차량시위대가 형성되자 이들을 앞세운 10만이상의 시민들이 금남로로, 도청으로 진격했다. 도청 앞 공수부대와 30여 미터 간격을 두고 시민들의 항의집회가 시작되었다. 이때가 오전 10시경. (p. 56)


3. 오후 1시 정각이었다. 느닷없이 <애국가>가 연주되면서 일제히 사격이 시작되었다. 공수부대원들이 '엎드려 쏴' 자세로 시민들을 향해 집단 발포를 시작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근처의 전일빌딩, 상무관, 도청, 수협 전남도지부 건물의 옥상에서 저격병들이 시위대열 선두에 있는 주동자들을 겨냥해 사격을 실시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격은 메가폰으로 사격중지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약 10분간 계속되었다.

금남로는 피바다를 이루었다. 시민들로 가득 찼던 거리는 순식간에 적막으로 뒤덮였고, 죽은 이들의 피와 부상자들의 신음만이 금남로의 공백을 메우고 있었다. 아우성치는 부상자들을 구하기 위해 용감한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왔지만 그들도 저격병의 표적이 되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태 앞에 넋을 잃고 분노와 공포감에 몸을 떨던 1시 30분경, 한 대의 장갑차가 텅 빈 금남로를 가로지르며 도청을 향해 질주했다. 상의를 벗고 이마에 흰 띠를 두른 청년 한 사람이 장갑차 위로 상체를 드러낸 채 태극기를 흔들며 절규하고 있었다. 그는 외쳤다.

"광주 만세!"

그 순간 청년의 몸은 공수부대의 총탄에 붉은 피로 물들었고, 주인 잃은 장갑차는 화순 방면 도로를 따라 사라졌다. (p. 57)


4. 옥상의 저격수들은 주변 건물의 창으로 이 광경을 내다보는 사람들에게도 총격을 퍼부었다. (p. 58)


5.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수많은 시민이 헌혈하기 위해 각 병원으로 달려왔다. 그러고는 끝이 보이지 않는 헌혈 대열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그중에는 술집 골목이 즐비한 황금동에서 찾아온 아가씨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p. 60)


6. 한참 후 전열을 재정비한 시민군은 도청으로 진격해 비로소 공수부대가 철수했음을 확인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감격에 겨워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희생자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 위로 해방을 맞이하는 시민의 환호 소리가 온 광주 시내를 뒤덮었다. (p. 62)


7. 목포 시민들은 23일 5만 명이 참석해 '민주헌정 수립을 위한 목포 시민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광주민중항쟁의 마지막 순간까지 투쟁을 함께했다. (p. 63)


제 3번: 해방 광주

1. 누구든지 시민군을 아군이라 부르는 데 서슴지 않았다. 아낙네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시위차량을 불러 세우고 주먹밥과 김밥을 부지런히 올려 주었다. 그들은 시민군 청년들이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얼굴로 "어떻게 싸웠느냐, 다치지는 않았느냐"묻곤 했는데, 시민군들은 자랑스럽게 자신들의 무용담을 말했다. 어떤 아넥네는 물통을 들고 나와 그들의 얼룩진 얼굴을 닦아주고 등을 다독거리며 격려하기도 했다. 모두들 자식이나 동생 같은 사람들이었다. 약국 앞을 지날 때에는 약사들이 피로회복제와 드링크제를 한두 박스씩 차량에 올려주었고, 시민군이 이제 많이 먹어서 필요 없다고 거절해도 다른 동료들에게 나눠주라고 기어코 올려놓기도 했다. 골목 어귀의 슈퍼마켓이나 가게에서는 담배도 몇 보루씩 차 위에다 올려주었다. 그러나 아무 곳에서도 술을 주고 받지 않았는데, 시민군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술을 마시거나 취한 경우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p. 64)


2. 광주 시민은 매점매석을 방지함으로써 제한된 생필품을 최대한 활용했다. 쌀집에서는 한꺼번에 두 되 이상의 쌀을 팔지 않았고, 담배 가게 주인은 한 사람에게 한 갑씩만 담배를 팔았다. 슈퍼마켓이나 식료품점도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것을 그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알아서 자발적으로 지켰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 기간에 평소 흔히 있던 강도나 절도 등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이와 함께 시민군과 학생이 주축이 되어 시내 치안과 경비를 맡았다. 교통 역시 시민군이 확보한 차량을 동원해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해결했다.

이로써 광주 시민은 인간이 투쟁을 통해 얼마나 고결해질 수 있는지를, 우리 민중이 얼마만큼 성숙된 자치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p. 65)


3. 시민들의 투쟁의식을 유지/발전시키고, 상황을 올바로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그동안 분산적으로 이루어지던 각각의 홍보활동을 하나로 통합해 소식지 『투사회보』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p. 69)


4. 전옥주, 차명숙 씨가 중심이 된 가두방송조 역시 맹렬한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시민들의 투쟁의식을 고취했다. (p. 69)


5. 오후 3시경 드디어 광주 지역 청년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10만이 넘는 시민들의 열기를 모아 '제1차 민주수호 범시민궐기대회'를 열었다.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과 <애국가>를 필두로 대회가 시작되었다. 노동자, 농민, 시민, 학생, 주부 등 그야말로 각계각층의 대표들이 단상에 올라와 각종 성명서와 결의문을 낭독하고 신군부의 야욕과 만행을 규탄하면서 '끝까지 싸워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라고 역설 했다. 이날 사회를 본 김태종(전남대 4학년) 씨가 "이 나라 민주주의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를 흘리고 싸워서 쟁취하는 것입니다"라고 열변을 토하자 시민들은 광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와 박수로 투쟁의 결의를 표시했다. 만세삼창으로 궐기대회가 끝났지만 시민들은 광장을 떠나지 않았다. 10여 명의 고등학생들이 친구의 시신이 든 관을 태극기로 덮고 <애국가>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운구행진을 시작하자 시민들은 오열을 터뜨렸다. (p. 70)


제 4번: 죽음을 딛고

1. 광주와 연결된 모든 교통망이 완전히 봉쇄되고 말았다. 그럼으로써 광주는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바다 위에 떠있는 한 점의 섬과도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광주를 봉쇄하고 있던 군부대는 광주를 왕래하는 사람을 보면 이유를 막론하고 처단했다. 그 결과 무수한 양민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p. 72)


2. 미 국방성 대변인 토머스 로스가 "존 위컴 주한 유엔군 및 한미연합군 사령관은 그의 작전지휘권 아래 있는 일부 한국군을 군중진압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 이에 동의했다"라고 밝힌 것이 5월 22일이었다. 그러니까 미국 역시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기다리지 않고 무력에 의한 진압방침을 일찌감치 결정해버린 것이다. 미국은 20사단의 광주 투입을 승인함과 아울러 오키나와에 있는 조기경보기 2대와 필리핀 수빅 만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코럴시 호를 한국 근해에 출동시켰다. 이는 전두환 일파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 표명임과 동시에 전체 한국 민중에 대한 무력시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조치는 당연히 워싱턴에 있는 최고 정책결정기관의 결정을 거친 것이다. 정확히 말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기관은 국방성, 국무성, 국가안보회의 저액위원회였다.(p. 74)


3. 마지막 결전을 함께할 사람을 선정했다. 150여 명의 지원자 중 80여 명이 군 제대자였고 10여 명이 여학생, 나머지 60여 명은 고등학생이거나 군대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었다. (p. 77)


4. 밤 10시에 항쟁 지도부의 한 사람이 항쟁과정에 동참했던 아내를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최후의 작별을 했다. 그의 아내는 시민군들이 보는 데서 껴안을 수도 안길 수도 없고, 차마 목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내뱉을 수도 없어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대고 낮게 흐느꼈다. 

또다시 하루가 가고 항쟁 10일째이자 마지막 날인 27일이 되었다. 새벽 2시를 전후해 어둠이 짙게 깔린 광주 시내에는 여학생(박영순, 당시 숭의여전 2학년) 한 명이 처절하게 마지막 가두방송을 하고 있었다.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우리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숨져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일어나서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우리는 최후까지 싸울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때 거의 모든 광주 시민은 깨어 있었다. 그 순간 애절한 그 여학생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광주 시민의 가슴속에 박혀왔다. 이 순간의 강렬한 느낌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결코 지워지지 않았다. 어느덧 어둠과 정적뿐인 거리 저편으로 가두방송이 이어질 듯 끊어질 듯하면서 차츰 멀어져갔다. (p. 77)


5. 급박한 순간에 도청 상황실에서는 자폭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한 청년이 주먹으로 눈물을 씻으며 말했다. "고등학생들은 먼저 총을 버리고 투항해라. 우리야 사살되거나 다행히 살아남는다 해도 잡혀 죽겠지만, 여기 있는 고등학생들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산 사람들은 역사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항쟁의 마지막을 자폭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자, 고등학생들은 먼저 나가라." 청년의 눈빛이 번득였다. 장내는 숙연해졌고 수류탄을 움켜쥐고 있던 고등학생들은 흐느껴 울었다. (p. 78)


6. 광주민중항쟁은

첫째, 미국과 군부독재가 권력유지를 위해서라면 대량학살을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둘째, 군부독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결사항전의 정신을 불러일으켰다. 20여 년 전 5.16 쿠테타 당시 우리 민중은 총칼의 위협 앞에 맥없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로부터 우리 민중은 군부독재의 폭력 아래 굴종의 나날을 보냈다. 바로 얼마 전 5.17군사쿠테타를 눈앞에 두고서도 대다수 민중은 군대 투입의 위협에 그만 겁을 먹고 몸을 움츠려야만 했다.

이 지겨운 굴종의 시대는 광주민중항쟁을 통해 엄청난 피흘림을 대가(너무나 값비싼!)로 치르고나서야 끝내 자신을 마감할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우리 민중은 광주에서의 피의 항쟁을 목도하면서 비로소 고통스러운 참회에 젖어들었고, 그리하여 총칼의 위협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고 또한 필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셋째, 민중의 자치능력을 입증했다. 해방 광주, 그것은 기존의 낡은 질서가 무너진 속에서 미중 자신들의 손으로 창조되고 유지되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감격의 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지배 질서가 붕괴되면 오직 혼란만 존재한다는, 통치자들의 교설이 갖는 기만성이 낱낱이 폭로되었다. (p. 80)


7. 광주민중항쟁은 그 어둠을 몰아낼 수많은 저항의 불씨를 우리 민중의 가슴속에 뿌려놓았다. 그 불씨는 조금씩 지펴지기 시작했다. 광주 민중의 결사항전 정신을 가슴에 보듬은 채 학생들은 투쟁의 돌파구를 열어나갔고, 노동자와 농민들은 각자 자기 영역에서 투쟁의 터전을 일구었다. 그리하여 저항의 불씨는 서서히 타오르는 불꽃이 되었고 마침내 1987년 6월 민중항쟁과 7/8/9월 노동자 대투쟁의 거대한 불기둥으로 치솟아오르면서 1980년대를 투쟁과 승리의 시대로 장식했다. (p. 83)

  1. 보안사령관 겸 합동수사본부장 [본문으로]
  2. 주한 미군 사령관 [본문으로]
  3.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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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오월, 장우


제목: 빼앗긴 오월

작가: 장우

출판사: 사계절

초판 1쇄: 2015년 5월 11일

독서 기간: 12월 9일

추천인: 손현민


소감:12월 11일에 광주 망월동 5.18 국립묘지를 방문하기 전에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가야 되겠다 싶어 관련 책들을 수소문했고, 손현민이 추천해 읽게 되었다. 한국사 교과서로 배운 한두 줄의 암기 거리가 아닌, 우리 시대의 비극으로, 그분들이 우리에게 남기신 거룩한 유산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인상 깊은 구절:

작가의 말

어제는 국립5.18민주묘지에 다녀왔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와야지 했는데, 발걸음은 역시나 무거웠습니다.

그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최연소 안장자의 비문 앞에서는 같은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꽃잎처럼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마.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 있지만.

좋은 세상 통일된 조국에서.

다시 만나리…….


'지금 우리는, 아니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연분홍 꽃비가 아스팔트 위로 흩날렸습니다. 영글지 못한 망자들의 넋이 날리는 것만 같아 차를 한쪽으로 세워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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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중항쟁, 김진경


제목: 5.18 민중항쟁

작가: 김진경

출판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판 1쇄: 2004년 3월 10일

초판 3쇄: 2006년 5월 22일

독서 기간: 12월 8일

추천인: 김효진 선생님

소감: 12월 11일에 광주 망월동 5.18 국립묘지를 방문하기 전에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가야 되겠다 싶어 관련 책들을 수소문했고, 김효진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읽게 되었다. 한국사 교과서로 배운 한두 줄의 암기 거리가 아닌, 우리 시대의 비극으로, 그분들이 우리에게 남기신 거룩한 유산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인상 깊은 구절:

1장: 사람은 무엇으로 사나

1. 자신의 삶이 일회적이고 유한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귀중한 것으로 인식하고 충만하게 채워가려 한다. 그리고 상상을 통해 다른 사람도 자기와 같다는 걸 인식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삶을 존중하게 된다. (p. 10)


4장: 우리의 자기긍정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1. 밤 10시경 MBC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광주의 소식은 한 마디도 전하지 않으면서 삐끔삐끔 말도 안 되는 계엄군측의 발표만 흘리는 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드디어 폭발한 것이었다. (p. 51)


2. 광주시내 모든 병원은 총상 부상자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전남대병원, 기독교병원, 적십자병원, 각종 외과/내과 병원, 심지어는 산부인과 병원에까지 총상 사망자와 부상자들로 넘쳐났다. 아비규환의 와중에서 총상 사망자와 부상자들로 넘쳐났다. 아비규환의 와중에서 총상 환자들을 살린 것은 고급약품이나 최신기술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전력을 다한 의사와 간호사들, 병원으로 달려와 자신들의 단 한 방울의 피라도 보태겠다며 수백 미터씩 줄을 선 헌혈 행렬이었다. (p. 62)


3. 중학생부터 장년층까지 수백 명이 공수부대를 몰아내기 위해 총을 들었다. 이 무장 시위대를 광주 시민들은 시민군이라 불렀다. (p. 63)

4. 2차대전 때나 쓰이던 M1, 칼빈이었지만 그것은 단순한 총이 아니었다. 그것은 광주 시민들의 꺾일 수 없는 기개이자 자존심이었다. (p. 63)


5. 도청은 텅 비어 있었다. 드디어 시민군이 공수부대를 광주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승리를 쟁취한 것이었다.

물론 공수부대의 퇴각 조치는 신군부의 작전에 따른 것이었다. 그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광주상황을 왜곡 전파하여 광주를 고립시킨 다음 군대의 힘을 일거에 집중시켜 광주항쟁을 분쇄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군부의 의도가 어떠했든 광주 시민들에게 그것은 피로 쟁취한 승리임에 틀림없었다. (p. 65)


6. 목숨에 대한 위협을 무릅쓰고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냈다는 자긍심은 서로의 가슴에 반향을 일으키면서 무한한 신뢰에 바탕한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p. 66)


7. 5월 22일 아침 일찍부터 시민들은 금남로로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거리를 자발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말라붙은 핏자국을 물로 씻어내고, 불탄 차와 바리케이드로 썼던 전화박스, 대형화분들을 치웠다. 거리는 제법 산뜻한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계엄군의 봉쇄작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광주는 외부와 통하는 통신과 교통이 완전히 두절된 상태였다. 광주 시민들은 이러한 어려움에 현명하게 대처했다.

우선 매점매석을 방지하여 시내에 있는 생활필수품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쌀집에서는 한 번에 두 되 이상의 쌀을 팔지 않았고 담배 가게 주인은 한 사람에게 한 갑씩 만 팔았다. 모든 가게가 마찬가지였다. 또 주부들은 동별로 김밥을 만들어 시민군들에게 제공했고 가게들에서도 빵, 우유, 드링크제 등을 아낌없이 무상으로 내놓았다. 지금까지 자랑스럽게 이야기되는 사랑과 상부상조의 민중공동체를 통해 악조건을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p. 66)


8. 자발적인 시민궐기대회를 열었다. 가정주부, 상인, 농민, 종교인, 학생들이 연단에 뛰어올라 울분을 토하고 자기 나름대로 투쟁방향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p, 69)


9. 광주의 항쟁은 21일부터 목포, 함평, 무안으로, 나주, 영산포, 영암, 강진, 해남, 화순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p. 72)

10. 미국은 이러한 신군부의 광주 고립화 작전과 진압작전을 지원하고 있었다.

5월 22일 미 국방성 대변인 토머스 로스는 "존 위컴 주한 유엔군 및 한미연합사령관은 그의 작전지휘권 아래 있는 일부 한국군을 군중 진압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 이에 동의하였다"고 밝혔다. 3개 공수여단의 학살을 묵인한 데 이어 20사단의 광주 무력진압 투입을 허용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5월 23일 12시 부로 33사단 1개 대대 병력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소요사태 확대에 대비, 광주 지역 질서유지를 위해" 이양해 달라는 신군부의 요청을 즉시 받아들였다.

또한 미국은 신군부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광주 고립화를 지원하였다. 미국 행정부는 남침의 징후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5.18민중항쟁이 더 격화될 경우 남침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계속했다. 그리고 실제로 조기 경보기와 항공모함을 급파함으로써 국민 일반이 5.18민중항쟁을 불안하게 생각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럼으로써 광주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고 무력진압을 정당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p. 73)


11. 이 오인전투 직후 11공수여단 대원들은 인근 마을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ㅅ다. 부근의 동물농장에 들어가 집중사격, 칠면조 250마리를 떼죽음시켰다. 소와 나머지 가축들은 물론이고 이 총격으로 마을 주민 8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p. 77)


12. 5월 26일 새벽 5시 30분, 마침내 탱크를 앞세운 20사단 병력이 각 방면에서 광주시내를 향해 진군해 왔다. (p. 86)


13. 항쟁지도부는 궐기대회가 끝날 무렵 오늘 밤 계엄군이 공격해 올 것 같다고 발표했다. 일순 분위기가 싸늘해지면서 광장에는 비장한 침묵이 감돌았다. 궐기대회가 끝났는데도 시민들은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느 여학생이 광장의 모퉁이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는 군중 사이로 퍼져나갔다. 시민들은 누가 선두를 섰는지 모르게 시가행진을 시작했다. 

같은 시간, 도청 안에서는 몇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 수습위원들이 청년 학생들에게 같이 살아 남아야 하지 않겠냐고 무기를 버리고 투항할 것을 종용했다. 누군가가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물론 우리는 패배할 것입니다.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냥 이대로 아무 저항 없이 계엄군을 맞아들이기에는 지난 며칠 동안의 항쟁이 너무나 장렬했습니다. 누군가가 여기에 남아 도청을 사수하다 죽어야 합니다." (p. 88)


14. 광주 최후의 날인 5월 27일 새벽, 전남 도청작전에 투입된 병력은 3,7,11공수 등 3개 여단과 특공부대 병력 376명, 공격부대인 보병 2개 사단 병력 5,036명, 봉쇄부대 병력 769명 등 총 6,172명이었다. 외곽전투에 참여한 병력까지 합한다면 무려 2만여 명이었다.

이 날 아침 7시까지 광주 상공을 가득 메우며 가로질러 비행하던 헬기 숫자는 셀 수 없을 정도였으며 제트폭격기도 굉음을 내며 초계비행을 했다. 도청 옥상에 걸린 대형 스피커에서는 군가인 '승리의 찬가'가 울려 퍼졌다. 공수부대 병사들은 대오를 갖추어 힘차게 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누가 누구에게 승리했단 말인가? 한 시인의 표현대로 무등산은 차마 볼 수 없어 제 옷자락으로 얼굴을 가려 버렸다. (p.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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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제목: 소년이 온다

작가: 한강

출판사: 창비

종이책 초판 1쇄 발행 2014년 5월 19일

전자책 초판 발행 2014년 6월 5일

독서 기간: 12월 3일 ~ 12월 4일

추천인: 손현민, 김민성

소감: 12월 11일에 광주 망월동 5.18 국립묘지를 방문하기 전에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가야 되겠다 싶어 관련 책들을 수소문했고, 이 책을 제일 먼저 추천받아 읽기 시작했다. 광주 시민들이 겪은 애환이 너무 슬퍼 책 읽는 내내 거의 쉬지 않고 울어야만 했다. 한국사 교과서로 배운 한두 줄의 암기 거리가 아닌, 우리 시대의 비극으로, 그분들이 우리

에게 남기신 거룩한 유산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인상깊은 구절:

1장: 어린 새

1. 죽은 사람들의 머리맡에서 일렁이는 촛불 하나하나가 고요한 눈동자들처럼 너를 지켜보고 있다.


2.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끗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조심스럽게 네가 물었을 때, 은숙 누나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며 대답했다.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3. 그 밤 빽빽이 강당을 메운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문득 둘러보며, 마치 이곳에 집결하기로 약속한 군중 같다고 너는 생각했다. 소리치지도 움직이지도 손을 맞잡지도 않는, 지독한 시취만을 뿜어내는 군중 속을, 너는 장부를 겨드랑이에 끼운 채 빠르게 걸어다녔다.


2장: 검은 숨

1. 꿈속으로 숨을 수 있다면.

아니, 기억 속으로라도.

종례가 유난히 길던 너의 반 복도에서 서성이며 너를 기다리던 작년 여름으로. 네 담임이 앞문으로 나오는 걸 보고 얼른 가방을 고쳐들던 순간으로. 다른 애들은 다 나오는데 네가 안 보여 교실로 들어갔다가, 칠판을 지우고 있는 너를 큰 소리로 부르던 순간으로.


4장: 쇠와 피

1. 내가 함께 올라탄 트럭이 시내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습니다. 우리는 두차례 길을 잘못 들었고, 겨우 도착한 예비군 훈련소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총을 가져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가전에서 희생되었는지 난 알지 못합니다. 기억하는 건 다음 날 아침 헌혈하려는 사람들이 끝없이 줄을 서 있던 병원들의 입구, 피 묻은 흰 가운에 들것을 들고 폐혀 같은 거리를 빠르게 걷던 의사와 간호사들, 내가 탄 트럭 위로 김에 싼 주먹밥과 물과 딸기를 올려주던 여자들, 함꼐 목청껏 부르던 애국가와 아리랑뿐입니다. 모든 사람이 기적처럼 자신의 껍데기 밖으로 걸어나와 연한 맨살을 맞댄 것 같던 그 순간들 사이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이, 부서져 피 흘렸던 그 심장이 다시 온전해져 맥박 치는 걸 느꼈습니다. 나를 사로잡은 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


2. 재판장님이 입장하십니다.

서기의 말이 떨어지자 앞문이 열리며 법무장교 셋이 차례로 들어왔습니다.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습니다. 앞에서 두번째 줄 정도였습니다. 반쯤 고개를 들고 나는 앞쪽을 살폈습니다. 누군가가 소리 죽여 흐느끼듯 애국가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어린 영재라는 걸 깨달았을 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미 합창이 시작돼 있었습니다. 자력에 이끌린 것처럼 나도 따라 불렀습니다. 죽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우리들이, 땀과 피와 고름이었던 우리들이 조용히 노래하는 동안, 어째서였는지 그들은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소리치지도,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내려치지도, 위협했던 대로 벽으로 몰아 넣어 총살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가 노래를 끝마칠 때까지, 소절과 소절 사이마다 위태한 침묵이 풀벌레 소리와 함꼐, 간이재판소의 서늘한 공기 속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6장: 꽃 핀 쪽으로

1. 이름만 걸어놓고 얼굴도 한번 안 비쳤던 유족회에 처음 나간 것은, 부회장이란 엄마가 돌린 전화를 받고나서였다이. 그 군인 대통령이 온다고, 그 살인자가 여기로 온다고 해서……. 네 피가 아직 안 말랐는디.

안 그래도 잠을 깊이 못 들고 뒤척이는 날들뿐이었지마는, 그날부터 새로 잠을 못 잤다이. 네 아부지도 잠을 못 자드라마는, 평생 병치레만 하는 순한 양반이라 억지로 떼어놓고 혼자 유족회에 갔다이. 처음 보는 엄마들허고 인사를 허고, 쌀집을 하는 회장네에서 밤늦도록 현수막하고 피켓을 만들고, 모자란 것은 각자 집에 가서 더 만들어오기로 하고 헤어졌다이. 헤어질 적에 손을 잡는디, 그 차갑든 살…… 암것도 속에 없는 허재비 같은 손을 맞잡고, 허재비 같은 등을 서로 문지름스로 얼굴을 들여다봤다이. 얼굴 속에도 암것도 없고, 눈 속에도 암것도 없는 우리들이 내일 보자는 인사를 했다이.

무섭지 않았어야.

죽어도 좋다는 마음인디, 무서울 것이 어디 있겄냐. 다 같이 소복을 입고 그 살인자가 탄 승용차가 오기를 기다렸다이. 정말로 아침 일찍 그놈이 나타났다이. 소리를 맞춰서 구호를 외칠라던 계획은 엉망이 됐다이. 다들 울부짖고 졸도하고, 머리는 헝클어지고 소복은 찢어졌다이. 현수막은 펼쳤다가 바로 뺏겼다이. 경찰서에 다 같이 끌려가 넋을 잃고 앉아 있는디, 우리하고 다른 곳에서 시위하기로 했던 부상자회 청년들이 잡혀들어왔다이. 시무룩이 줄을 서서 들어오다가 우리하고 눈이 마주쳤는디, 한 청년이 갑자기 울면서 소리쳤다이.

엄마들, 여기서 왜 이러고 있소? 엄마들이 무슨 죄를 지었소?

그 순간 내 머릿속이 멍해졌어야. 하얗게, 온 세상이 하얗게 보였어야. 찢어진 소복 치마를 걷고 탁자 위로 올라갔다이. 더듬더듬 조그만 소리로 중얼거렸어야.

맞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단가.

날개가 달린 것같이 형사들 책상 위를 겅중겅중 건너갔다이. 벽에 걸린 살인자 사진을 끌어내렸다이. 밟아 부순게 발에 유리가 박혔다이. 눈물이 흐르는지도 피가 튀는지도 몰랐다이.

발에서 피가 솟은게 형사들이 나를 병원으로 싣고 가더라야. 느이 아부지가 연락받고 응급실로 왔어야. 의사하고 간호사가 내 발바닥을 갈라서 유리 조각을 뽑고 붕대를 감는디 내가 느이 아부지한테 부탁했다이. 집에 좀 댕겨오소. 어젯밤에 만들어놓고 안 가져온 현수막 하나가 농 속에 있소.

그날 해 질 녘에 느이 아부지 어깨를 짚고 절름절름 옥상에 올라갔다이. 난간에 기대서서 현수막을 길게 내리고 소리 질렀다이. 내 아들을 살려내라아. 살인마 전두환을 찢어죽이자아. 정수리까지 피가 뜨거워지게 소리 질렀다이. 경찰들이 비상계단으로 올라올 때까지, 나를 들쳐메고서 입원실 침대에 던져놓을 때까지 그렇게 소리 질렀다이.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떄,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어딘가 흡사한 태도가 도청에 남은 시민군들에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던 사람이 힘을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 입안에 가득 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올려 상대를 마주 보는 순간.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전생의 것 같은 존엄을 기억해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강제진압이 온다. 밀어붙인다, 짓이긴다, 쓸어버린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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