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에게.


준호야 받아라. 편지 보낸다. 쓴다 쓴다 해놓고 두 달 만에 쓰는구나. 변명하자면 수능이 끝난 후 우리가 너무 자주 연락을 해왔던지라 지난날의 소회를 제외하곤 별로 할 말이 없어 쓰질 못했다. 작년, 네 일기장에 잠깐 쓸 때 다 못 적은 이유 또한 그와 비슷하리라. 이렇게 갇혀 있어 너와 얘기를 못 하니 절로 편지지와 펜에 손이 가는구나. 하하. 매일 밤, 도서관을 나와 누구보다 제일 먼저 널 찾아 전화를 걸었던 한 달 전 그때 그 밤처럼 읊어본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생활-학과 선생님들께서도 대부분 그대로 계시고, 너희 다 가고 나 홀로 남아 새로운 38명과 새해를 맞이한 것 빼고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새로운 애들도 괜찮아. 정말 놀랍도록 전부 괜찮아. 분위기 흐리는 애들도 없고 공부할 때는 정말 매섭게 공부하고 쉴 때는 대학 얘기하며 쉰다(; 처음 들었을 때 소름. 표준점수 520 넘는 애들이 수두룩하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난 올해도 꼴찌로 시작한다. 작년의 3반, 올해의 1반. 괜찮아. 재밌어. 행복해. 만화 속 주인공 같잖아.


가끔 애들 사이에서 네 이름이 나온다. 그리고 나에게 묻지. 박준호는 어떤 사람이었느냐고. 나는 이렇게 답해. ‘올해 나의 본보기’라고. 매 하루를 벽면에 붙은 네 이름을 보며 시작한다. 기쁘다. 네가 잘 된 일. 내 일도 아닌데 이렇게 내 기분이 흐뭇한 것을 보면, 내가 널 좋아하긴 하나보다. 이 편지 또한 그래서 쓰고 있는 것이겠지.


언제나 열심히 사는 네가 좋다. 지난 세월 모든 힘 다 쏟아부었던 대망의 수능이 끝난 뒤에도, 넌 언제나 그랬듯 소리소문없이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지. 감탄스럽다. 대단해. 훌륭해. 존경스럽다. 올해가 끝나갈 무렵, 나 또한 너처럼 할 수 있을까 싶다. 고대 철학과라면 네가 꿈꾸는 법조인도 문제없겠구나. 그렇게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면 노력하는 대로, 바라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또, 언제나 네가 너이길 바란다.


p.s. 네가 대신 어머니 아버지께 안부 전해드려 줘.


1월 9일 2016년

토요일 오전 6시 30분

2015 인문P2 박준호를 생각하며,

너의 친구,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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