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제목: 어린 왕자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옮긴이: 베스트트랜스

출판사: 더클래식

초판 1쇄: 4월 25일 2012년

독서 기간: 2월 17일 2018년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어린 왕자
1. 어른들 모두 처음에는 어린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른들이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2. 아이들은 어른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우리에게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3. "오직 하나뿐인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수백만 개의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예요. 그는 마음속으로 '내가 사랑하는 꽃이 저 별 어딘가에 있겠지.......' 생각할 테니까요."

4. "하지만 불행하게도 양이 그 꽃을 먹어 버린다면 그에게는 세상의 모든 별이 빛을 잃어버린 기분일 거라고요!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요?"

5. "그때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꽃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주고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어요. 떠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단순한 거짓말 뒤에 숨긴 연약한 마음을 알았어야 했어요. 꽃이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지....... 그때 난 너무 어려서 꽃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어요."

6. 내 감기는 그리 심하지 않아요. 서늘한 밤공기를 맞으면 오히려 좋을 거예요. 난 꽃이니까요."

7. 세 번째 별에는 술꾼이 살았다. 술꾼은 짧게 만났지만 어린 왕자를 몹시 우울하게 만들었다. 어린 왕자는 한 무더기의 빈 병과 술이 가득 찬 병을 앞에 두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술꾼에게 물었다.
"아저씨! 지금 뭘 하고 계신 거죠?"
몹시 우울한 표정으로 술꾼이 답했다.
"술을 마시고 있잖니."
어린 왕자가 물었다.
"왜 술을 마셔요?"
술꾼이 대답했다.
"잊기 위해서란다."
어린 왕자는 왠지 술꾼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뭘 잊고 싶은데요?"
술꾼이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부끄러움을 잊고 싶단다."

8. '가로등을 켜는 것은 마치 별 하나 꽃 한 송이를 탄생시키는 것과 마찬가지고, 가로등을 끄면 꽃이나 별을 잠들게 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유익한 일이야.'

9. "그리고 꽃도 한 송이 있어요."
"그래? 하지만 우리는 꽃을 기록하지 않는단다."
"왜요? 얼마나 이쁜 꽃인데요."
"꽃은 한순간일 뿐이잖니."
"한순간이라뇨? 그게 무슨 뜻이죠?"
"지리책은 아주 중요한 책 중의 하나지. 변하지 않는. 산이 자리를 옮긴다는 건 극히 드문 일이고, 바다가 마르는 일도 무척이나 드물잖니. 우리는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만 기록한단다."
"그런데 한순간이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말이란다."
"그럼, 내 꽃도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이지."
어린 왕자는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했다.
'내 꽃은 한순간일 뿐인데,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곤 네 개의 가시가 전부인 꽃을 별에 혼자 남겨 두고 떠나오다니.......'

10. "언제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별이 빛나는 것일까? 내 별을 봐. 내 머리 위에서 반짝이고 있어....... 하지만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아."

11. "사람들은 어디에 있니? 사막은 좀 외로운 것 같아."
뱀이 말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12. 모든 길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13. "그래. 지금 너는 나에게 수많은 아이와 다름없는 작은 소년에 지나지 않아.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물론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지. 나도 너에게 수많은 여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한테 너라는 존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 거고, 너한테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거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많이 달라질 거야. 그러면 수많은 발소리 중에 네 발소리를 구별하게 될 거야. 다른 소리는 나를 땅속 깊이 숨게 하지만, 네 발소리는 마치 음악 소리처럼 나를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좋아하지 않아. 밀은 나에게 아무 필요가 없거든. 그래서 밀밭을 바라봐도 나는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어. 그건 슬픈 일이지. 하지만 아름다운 황금빛 머리카락을 지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밀밭은 내게 아주 근사한 광경으로 보일 거야. 밀밭이 황금물결을 이룰 때 네가 기억날 테니까. 그러면 나는 밀밭을 스쳐 지나는 바람 소리마저도 사랑하게 될 거야."

14.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여우가 대답했다.
"인내심이 필요해. 일단은 나와 좀 떨어진 풀밭에 앉아. 내가 하는 것처럼 이렇게. 내가 너를 살짝 곁눈질로 쳐다보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 말은 수많은 오해의 원인이 되거든.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넌 내게 조금씩 다가오게 될 거야."
다음 날, 어린 왕자는 여우를 찾아갔다.
여우가 말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오는 게 좋을 거야.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4시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마침내 4시가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그러면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돼. 그런데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언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잖아. 그래서 의식이 필요한 거라고."
"의식이 뭐야?"
여우가 대답했다.
"이것도 많이 잊은 건데, 의식이라는 것은 어느 날을 평소와 다르게, 어느 시간을 평소의 시간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거야. 예를 들면 나를 쫓는 사랑꾼들에게도 의식이 있어. 그들은 매주 목요일이 되면 마을의 아가씨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내게 편안한 날이야. 그날은 포도밭으로 산책하러 갈 수도 있어. 사냥꾼들이 매일 춤을 춘다면 항상 그럴 거야. 그러면 나도 그날이 그날이고 휴가라는 것도 없어질 테지."

15. 둘이 헤어질 날이 다가오자 여우가 말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네 잘못이야. 나는 네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길들여 주길 원했잖아."
"그래. 그랬어."
"그런데 너는 자꾸 울려고 하잖아."
"그래. 맞아."
"길들여서 좋을 게 없어."
어린 왕자의 말에 여우가 대답했다.
"아니야. 그래도 좋은 게 있어. 밀밭의 황금빛을 사랑하게 되었잖아."
여우가 이어 말했다.
"장미들에게 다시 가 봐. 너의 꽃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다시 내게 와서 작별 인사를 해 줘. 그때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16. 어린 왕자는 다시 장미들을 찾아가서 말했다.
"너희는 나의 꽃과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는 아무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도 길들지 않았으니까. 너희는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와 같아.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도 수많은 여우와 같았어. 하지만 이제 나의 친구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었지."
어린 왕자의 말을 듣고 장미들은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어린 왕자가 이어 말했다.
"너희는 아름답지만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위해 죽을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내 꽃도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너희와 똑같아 보이겠지. 하지만 너희 모두보다 내 꽃 하나가 내게는 더 소중해. 내가 그 꽃에게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 줬으니까. 바람막이로 꽃을 가렸고 벌레를 잡아 줬으니까. 물론 두세 마리 벌레는 나비가 되라고 놓아 주긴 했지만....... 그리고 꽃이 투덜대거나 잘난  체를 해도 받아 줬고, 가끔 말을 하지 않을 때도 곁에서 지켜봤으니까. 내 꽃이었기 때문에!"

17.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하고 여우에게 돌아갔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잘 있어."
여우가 말했다.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안녕, 잘 가."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잊지 않기 위해 되풀이해 따라 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이번에도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잊지 않으려고 따라 말했다.
"내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너는 잊어서는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으니까. 너는 네 장미를 책임져야 해."
"나는 내 장미를 책임져야 해."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되풀이해 웅얼거렸다.

18. 그때 세 번째 기차가 요란하게 지나갔다.
"저 기차 손님들은 처음 지나간 기차 손님들을 쫓아가는 거예요?"
"그들은 쫓아가는 게 아니란다. 기차 안에서 자거나 하품을 하고 있겠지. 아이들만이 유리창에 코를 바짝 붙이고 창밖을 내다볼 뿐이지."
"아이들은 알고 있는 거예요.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말이에요. 아이들은 봉제인형 하나를 찾느라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인형은 아이들에게 아주 소중하니까요. 그래서 인형을 빼앗으면 우는 거예요."
철도원이 말했다.
"아이들은 좋겠구나."

19. 별이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20. 나는 달빛 아래 펼쳐진 모래 언덕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어린 왕자가 덧붙였다.
"사막은 무척 아름다워요."
사실 그랬다. 나는 언제나 사막을 사랑했다. 모래 언덕 위에 앉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침묵 속에서도 반짝이는 무언가가 숨어 있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나는 사막이 신비롭게 빛나는 이유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21. '잠든 어린 왕자가 내게 이토록 감동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꽃 한 송이를 향한 그의 간절한 마음 때문일 거야. 마치 불꽃 같은 장미가 그의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어.'

22. 우리는 축제를 맞이한 사람들처럼 즐거워했다. 그 물은 분명히 우리가 먹던 물과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별빛 아래를 행진한 끝에 찾아낸 도르래의 노래와 내 두 팔의 노력으로 얻은 물이었다. 그것은 마치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유년 시절에도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린 반짝이는 불빛, 자정 예배 때 울려 퍼지던 음악, 사람들의 다정한 미소들이 있었기에 크리스마스 선물이 더 값지게 느껴지지 않았던가.

23.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마음으로 찾아야 해요."

24. "혹시 일 년이 되어 돌아가려고 했던 거니?"
어린 왕자는 내가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얼굴을 붉혔다. 아마도 내 말이 맞는 듯했다.
"아, 나는 겁이 난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저씨는 이제 일을 해야 하잖아요. 아저씨의 기계가 있는 곳으로 가요. 나는 여기서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내일 저녁에 다시 와요."
나는 두려웠다. 어린 왕자가 들려주었던 여우 이야기를 생각났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길들면 눈물 흘릴 일이 생긴다는.

25. "꽃도 마찬가지예요. 아저씨가 어느 별에 있는 꽃 한 송이를 사랑하게 된다면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어느 별에나 꽃은 필 테니까요."

26. "밤마다 별을 바라보세요.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줄 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게 더 좋을 거예요. 그래야 아저씨가 어떤 별을 바라보든 즐거울 테니까요. 밤하늘의 모든 별이 아저씨의 친구가 될 거예요. 이제 아저씨에게 선물을 하나 줄게요."
이렇게 말하고 어린 왕자가 웃었다.
"아! 그래. 난 네 웃음소리가 좋아."
"내가 주려던 선물이 바로 그거예요. 물과 같은 거예요."
"그게 무슨 뜻이지?"
"사람들은 누구나 별을 바라보지만, 모두에게 같은 의미는 아니에요.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빛일 뿐이지만 여행객에게 별은 길잡이가 돼주잖아요. 학자에게는 연구 대상이고 장사꾼에게는 별이 황금과도 같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별은 말이 없어요. 아저씨는 누구도 갖지 못한 별을 갖게 될 거예요."
"그건 또 무슨 말이니?"
"아저씨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때 그 별 중 하나에 내가 살고 있을 테니 말이에요. 또 내가 그 별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 아저씨는 모든 별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러면 아저씨는 미소 짓는 별을 갖게 되는 거잖아요."
어린 왕자가 또 웃었다.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무뎌지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아저씨도 언젠가 슬픔이 지나가면 나를 알게 된 것이 기쁨이 되겠지요. 아저씨는 언제까지나 내 친구로 남을 거고, 나와 함께 웃고 싶어질 거예요. 그래서 가끔 괜스레 창문을 열게 되겠지요. 아저씨가 밤하늘을 보고 웃음 짓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놀라면 '저 별들은 항상 나를 웃음 짓게 해.' 하고 말해 주세요. 친구들은 아저씨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내가 아저씨에게 아주 짗궂은 장난을 친 게 되겠네요."
그리고 그는 또 웃었다.
"끄건 별 대신에 웃을 줄 아는 조그만 방울을 잔뜩 준 셈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 어린 왕자는 또 웃었다. 그러더니 곧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밤에는....... 오지 마세요."
"난 네 곁에 있고 싶어."
"난 무척 아파 보일 거예요. 죽어 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오지 마세요. 올 필요 없어요."
"난 네 곁을 떠나지 않아."
그러나 어린 왕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아저씨에게 오지 말라고 하는 건 뱀 때문이기도 해요. 뱀이 아저씨를 물면 안 되니까. 뱀은 아주 심술궃어서 장난삼아 아저씨를 물 수도 있거든요."
"그래도 네 곁을 떠날 수는 없어."
그러나 어린 왕자는 조금 안심이 된다는 듯 말했다.
"하긴 뱀이 두 번째 물 땐 독이 없긴 하지."
그날 밤 나는 어린 왕자가 떠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는 조용히 떠나 버렸다. 내가 어린 왕자의 뒤를 쫓았을 때 그는 빠른 발걸음으로 서슴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아! 아저씨 왔네요."
그러고 나서 내 손을 잡으며 걱정했다.
"아저씨가 여기 온 건 잘못이에요. 많이 힘들 텐데....... 내가 죽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저씨도 알다시피 내 별은 아주 멀어요. 이 몸으로 갈 수가 없어요. 너무 무겁거든요."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몸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껍데기처럼 보일 거예요. 낡은 껍데기만 남았다고 슬퍼할 건 없어요."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조금 풀이 죽어 보였다. 하지만 곧 힘을 냈다.
"정말 근사할 거예요. 나도 별들을 바라볼 거예요. 모든 별이 도르래가 있는 우물로 보이겠지요. 모든 별이 나에게 마실 물을 줄 거예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재밌을 거예요. 아저씨는 5억 개의 작은 방울들을 갖고, 나는 5억 개의 우물을 갖게 될 거니까요."
그리고 그도 입을 다물었다. 그는 울고 있었다.
"저기예요. 이제 혼자 갈게요."
어린 왕자는 무서웠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저씨...... 난...... 내 꽃에게 책임이 있어요. 내 꽃은 아주 연약하고 순진해요. 하찮은 가시 네 개로 자신을 지키려고 해요."
나도 더는 그대로 서 있을 수가 없어 주저앉았다. 그가 말했다.
"자...... 이제 다 끝났어요......"
어린 왕자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 한 발 한 발 발을 내디뎠다. 나는 꼼짝할 수 없었다.
순간, 어린 왕자의 발목에서 노란빛이 반짝였다. 그는 잠시 그대로 서 있었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무가 쓰러지듯 어린 왕자는 스르르 무너졌다. 모래밭이어서 작은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27. 벌써 여섯 해 전의 일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친구들은 내가 살아 돌아와서 기쁘다고 했다. 나는 몹시 슬펐지만, 친구들에게는 그저 피곤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제는 슬픔도 웬만큼 무뎌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슬픔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무사히 돌아갔다고 확신한다. 다음 날 해가 떴을 때, 그의 몸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의 몸은 그다지 무겁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나는 밤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별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것들은 5억 개의 작은 방울 소리를 낸다.
그런데 요즘 문득 떠올랐다. 어린 왕자에게 그려 준 양의 입마개에 가죽끈을 다는 걸 깜빡 잊었다. 끈이 없으면 양을 매 둘 방법이 없다. 궁금했다.
'어린 왕자의 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양이 꽃을 먹어 버렸을까?'
어떤 때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럴 리 없어. 어린 왕자가 밤이면 밤마다 꽃에게 유리 덮개를 씌워 주고, 양도 잘 돌보고 있을 테니까.'
그러면 나는 행복해진다. 그리고 밤하늘의 모든 별이 내게 미소 짓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구나 가끔 방심할 때가 있잖아. 그러면 큰일인데. 어느 날 밤 유리 덮개를 씌우는 걸 잊었는데, 양이 밤에 소리 없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그러면 작은 방울이 눈물방울로 변한다. 참으로 신기하다.
정말 수수께끼 같은 일이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여러분이나 나나 잘 알지 못하는 양 한 마리가 장미를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상상하는 것에 따라 세상이 아주 달라 보이니 말이다.

28. 하늘을 올려다보라. 양이 장미를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대답에 따라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것이다. 이 그림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풍경이다. 어린 왕자가 이 세상에 왔다가 간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자세히 봐 두었다가 언젠가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하게 되면, 이와 똑같은 풍경을 꼭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혹시 그곳을 지나게 되거든 부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별빛 아래서 기다려 보라.
그때, 한 아이가 다가와 미소 지으면, 그 아이가 황금빛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면 내게 친절을 베풀어 내가 마냥 슬퍼하고 있지 않도록 한 통의 편지를 보내 주길 부탁한다.
그가 다시 돌아왔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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