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게임 1
오늘 간식 시간에 이미지 게임을 했다. 내 건의로 하게 됐는데, 할 때는 기분이 좋았는데 하고 나서의 뒷맛이 씁쓸하다. 건의하지 말았어야 했다. 후회한다.
하기 잘한 것 같다.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 세상 그 어디든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다수와 소수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뉜다. 오늘도 그 명암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미지 게임의 질문지가 총 12개였는데, 나와 문석이가 각각 4관왕, 3관왕을 했다. 그리고 내가 눈여겨본 사실 중 하나로, 그 열두 질문지 중, 36명의 선택을 단 한 번 받은 사람이 두 명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두 명이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길/드러나길 굳이 원치 않는다면 상관없을 텐데. 그건 그 둘만 알 뿐이다.
나중에, 내가 내 맘에 든 사람들만 모아 파티를 할 때 또한, 오늘과 같은 일이 또 벌어질 텐데. 그때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말하며 무시해야 할까. 소외당하는 사람들 수가 너덧 명, 열댓 명, 사오 십 명이라면. 힘들겠지만 나 홀로 그들 전부를 책임질 수 있겠지만, 그 수를 넘어서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 훗날이 아니다. 당장 7월 12일만 해도, 수십 명이 참가할 텐데…
나만 해도 이러한데 정치인은 어떨까. 수만에서 수십만의 지역구 주민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소외계층을 바라볼까. 슬프다. 난 지금,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서 내가 모르는 그 누군가를 위해 울어줄 감성을 갖고 있구나. 사업가로서 실격이다. 날카로운 이성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내가 모를 불특정 다수는 차치하고서라도, 내 손을 잡고 나와 같이 나아가는 사람들만이라도 온전히 챙길 수 있으려면, 잠깐의 눈물보다 냉엄한 눈빛이 더 필요할 것이다. 정진하자. 내, 나의 사람들을 위하여.
4월 17일 2016년
일요일 오후 11시 40분
이미지 게임을 끝내고, 손유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