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하여 1
3년 전 어느 봄날, 아직 피지도 않은 들꽃을 손수 만든 꽃병에 담아 교실 안으로 들여온 아이가 있었다. 언제 죽을까 싶었던 그 가냘픈 꽃봉오리는, 놀랍게도 다음날 단 하루 만에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만개했다.
학원 사람들 누구나 길가에 핀 들꽃을 보긴 본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느낀 그 아름다움을 다른 누구와 나누는 것까지 하지는 못한다. 덧붙여, 미개(未開)한 꽃 너머 만개(滿開)한 꽃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무료한 일상으로 점철된 잿빛 교실 안으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들여와, '모두에게 하나뿐인 스무 살의 봄이 우리에게도 분명 있었음'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대학에 와서 똑같은 일을 한 사람을 보았다. 동아리에서 몇 번 안 본 사이라 제법 어색했지만, 설렌 마음으로 꽃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단번에 아니란 답을 들었다. 꼭 물어보리라 벼르던 질문이 하나 더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날로부터 또 1년이 다 되어간다.
올해는 어떨까. 꽃 좋은 이를 만나는 일이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 이따금 보이는 꽃집만큼 내 주변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것이다. 다만 길가에 핀 민들레처럼 자연스레 만나 진심으로 묻고 싶다. 그리고 그랬을 때 돌아오는 답이 급히 지어낸 말이 아니라 적어도 언제 한 번쯤은 생각해봤던 답이길 빈다.
2월 15일 2018년
목요일 오전 0시
료마전을 보고, 손유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