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말해요.
선생님들께서 그렇게 자주 역설하셨던 4말 5초가 지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무사히 잘 보내셨나요. 저는 요새, 부쩍 절박해진 마음으로 분골쇄신하고 있습니다. 가끔 스스로 울컥해, 까닭 모를 눈물도 남몰래 훔치곤 합니다. 그리고 공부하다 가끔 주위를 둘러보면, 이 마음이 비단 저뿐만이 아닌 모두의 마음인 것 같아 잠시 또 남몰래 웃음 짓곤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편지를 돌리는 이유는 단순한 넋두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무언가 다른 할 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2월 14일 정규반 입소 이래 두 번의 모의고사를 치렀는데, 그 지난 두 번의 모의고사 시험 시간 사이사이 쉬는 시간마다 교실 안이 소란스러웠나 봅니다. 여러분, 모의고사가 이름 그대로 모의고사이어야 한다면, 우리 교실은 수능 시험장이어야 하고 우리 또한 수능 수험생이어야 합니다.
11월 12일 2015년 목요일 오전 10시 5분. 1교시 국어 시험 종료 후 쉬는 시간.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짚어 봅시다. 그때 시험장 안에서 여러분은 뭘 하고 있었나요. 같이 온 친구들과 답 맞추고 있었나요. 점심 도시락 메뉴가 뭔지, 시험 끝나고 뭘 하고 놀 건지 잡담하고 있었나요. 아니요,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뭘 하고 있었나요. 자신 있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 거라, 한 번 더 감히 말해 봅니다. 올해는 어떻습니까. 올해 수능 시험장에선 쉬는 시간마다 뭘 하실 겁니까.
바로 지금입니다. 모의고사가 이름 그대로 모의고사라면, 지금부터 대비해야 합니다. 화작문 다음에 독서 1 풀지, 아니면 문학 먼저 풀지 순서 정하는 것만 전략인가요. 사이사이 쉬는 시간마다 뭘 할지 계획 세우는 것 또한 중요한 전략입니다.
- 6월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시험지를 볼지, 요약정리 노트를 볼지, 시험장 안에서 새롭게 마주하게 될 '내 또 다른 자아'를 위해 한두 달 전에 미리 써 둔 '나에게 쓰는 편지'를 읽을 건지
- 찬/뜨거운 물, 박카스, 캔 커피, 데자와 중 뭘 마실 건지. 수학(100), 사탐(130) 시간을 고려해 음료 한 캔 다 안 마시고 몇 모금 마시고 버릴 건지
- 가나, HERSHEYS, 초코파이, 사탕, 엿 중 뭘 먹을 건지
- 번외로, 책상 위에 뭘 둘 건지, 귀마개 낄 건지, 가채점할 건지.
- 화법, 작문, 문법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