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인문 P2반 1


내 1년은 오늘까지야.

고마워. 덕분에 넉넉히 웃었어.


화재 대피 훈련할 때 내가 '대충 흉내만 내지 말고 제대로 하자'고 선생님께 말씀드렸었지. 혹시 있을지 모를 절체절명의 순간이 왔을 때 난 너희를 잃고 싶지 않았고 날 믿어주길 바랐어. '손유린, 저 사람, 좀 답답하긴 해도 믿을만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해주길 바랐어.


'학교도 아니고 학원일 뿐인데 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만나고 헤어지는 하나의 인생사일 뿐인데.'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2015년 인문 P2, 잊고 싶지 않아. 나 우리 반 많이 좋아했어. 정말 많이 좋아했지. 주제넘은 말이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담임 선생님들보다도 더 너희를 좋아했다고 생각해.


나중에 지나간 기억 속에서 이 편지를 더듬으며 조금이라도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파. 만날 때의 앞모습은 어찌하지 못해. 아무리 먼저 다가서고 밝게 인사해도 비루한 몸뚱어리는 변하지 않거든. 하지만 헤어질 때의 뒷모습은 달라.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것들의 표상인 뒷모습대로 나는 영원히 기억될 거야.


우리 이제 헤어져서 다시 얼굴 볼 일이 드물겠지만 괜찮아. 이제는 추억이 되어 버린 서로의 기억 속에서 다시 만날 거야.


12월 2015년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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