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제 3

 

안녕, 영제야. 오랜만에 네 목소리가 참 반가웠다. 핸드폰 너머에서 들리는 네 목소리에 생기가 가득해 혹시라도 거기 사는 게 수월찮진 않을까 했던 걱정을 고이 접었다. 다행이다.

 

네가 고른 세 권 가운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지금 막 다 읽었다. 쉽게 술술 읽힐 책을 골랐는데 역시 예상대로 평이했다. 작가는 삶의 다른 말은 곧 죽음이라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죽음에 대해 줄곧 해왔던 내 생각과 비슷해 반가웠다.

 

작가는 언젠가 반드시 맞이할 죽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 지난 생일에 난 유서를 썼다. 죽으려 쓴 게 아니다. 나 몰래 소리 없이 올지 모를 죽음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내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추억하기 위함이었다. 유서 첫 문장을 쓸 땐 참 비장했는데, 마지막 서명을 할 땐 마음이 가벼웠다. 값진 경험이었다. 앞으로 매년 의례 할 것 같다.

 

앞으로 보낼 책들엔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옆에 뜻을 따로 적고, 맘에 드는 문장엔 밑줄을 그어 내 생각을 적어 보낸다. 그래서 네게 보내는 책들 모두, 내가 적어도 한 번은 꼭 읽은 것들이리라. 다음에 만날 땐, 그동안 읽은 책들 얘길 하면 좋겠다.

 

내가 쓴 수필 세 편을 같이 보낸다. 내가 깨달은 것들에 대한 소회이다. 너와 더불어 살 날을 그린다. 함께하자, 영제야.

 

 

412018

일요일 오후 11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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