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서시(序詩)

화월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 해결이 될까.

하지만 시간을 되돌리지는 못한다.

그래도 어찌어찌하여

우리들의 세상에 조금이라도

남아있을지도 모를 기적이 일어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나는 내가 지금 바라는 대로

행복해 질 자신이 없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이

로마의 영웅들을 존경하고

서태지의 음악을 좋아하며

단 하나의 사랑에 목메 사는

손유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다 하더라도,

내 마음은 아직도 간절히

이제는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그때로 돌아가길 원하나 보다.

이제서야 나는

그때의 그리움을 사랑하고

그때의 슬픔마저 추억으로

간직할 준비가 된 것이겠지.


자, 지금부터 나는 기적을 만나러 가겠다.



내 미래의 유서 혹은 죽음이 임박했을 황혼기에

마지막으로 쓸 수필의 서시. 고1 무렵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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