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6,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6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1월 23일 ~ 1월 26일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2장: 허허실실
1. "그런 싸움을 하는 건 필부의 용기지."

제 7장: 시대의 흐름
1. "그러면 이번 난세의 종식까지 크게 나누어 세 가지 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소? 그 하나는 모든 인습을 세차게 타파해 나가는 오다 우대신의 시대. 그리고 다음으로 그 파괴된 세상에 비로소 한 줄기 새로운 길을 열어 대지에 씨를 뿌리는 간파쿠 히데요시님 시대. 그리고 셋째는, 뿌린 씨앗의 성장을 기다렸다가 수확을 시작하는 누군가의 시대……그 사람이 누군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요. 그러나 도쿠가와님은 아마 여기에……자신을 적용시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오. 그렇지요, 자야님, 그렇게 안보입니까?"

제 18장: 동쪽을 향해
1. 나무나 풀꽃들은 마음이 아무리 쓰라리고, 간절히 원하는 게 있어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야 그렇지만……."
"그리고 봄이 오면 모자라는 것은 모자라는 대로 힘을 다하여 꽃을 피웁니다."

제 24장: 남과 여
1. "육친의 애정도 때로는 자연의 섭리에 질 때가 있다. 남자와 여자……이것은 아무래도 나이며 지위, 의리며 사려에 있는 것 같구나.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사람에게서 사람이 계속 태어나고 있는 것이겠지."

제 27장: 아내 아닌 어머니
1. 인간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견디는 슬픈 숙명을 지니고 있다.

제 29장: 인생의 가시
1. 꼭대기 다음에 있는 것은 하늘이다. 하늘로 오르려고 발버둥칠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의 여느 길인 영광 쪽으로 걸음을 옮길 것인가? 몇십 명의 애첩을 거느려도, 그 어떤 향연 속에 몸을 내던져도 누구 하나 탓하는 자가 없다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소름끼치는 인간의 위기였다.

제 31장: 입정야화(立正夜話)
1. 이에야스의 가신들이 강한 까닭은 그 자신의 소박검소함에 있었다. 그는 결코 신하들 누구보다 사치하지 않았다. 아니, 사치한 자들의 통솔력은 속이 들여다보인다. 더욱 잘 통솔하기 위해 더욱 사치하게 되고, 녹을 늘려주지 않으면 필시 감당할 수 없게 마련이다. 더 줄 땅이 무한정 있지 않은 한 이 통솔력은 머잖아 한계점에 이르러 힘없이 허물어지고 만다.
이에야스가 요리토모 이후의 가마쿠라 역사에서 배운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이었다. 스스로 검소함을 보여 부족한 것을 불평하지 못하게 하는 데에서 단결과 희망이 생긴다. 불평이란 어떤 경우에도 정체와 분열의 원인이 된다. 젊은 고에쓰가 이것을 '입정안국-'이라는 말로 분명히 설명한 것은 기쁜 일이었다.

제 32장: 오다와라의 계산
1. "그 말씀을 그대로 귀하의 내일에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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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5,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5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12월 30일 ~ 12월 31일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8장: 사쿠마, 무너지다
1. 시즈가타케의 일곱 자루 창-가토 기요마사, 후쿠시마 마사노리 등 9명(7명이 아니다)

제 9장: 고집의탑
1. "이치를 설복하고 이익을 주어서 움직이는 자는 조금도 무섭지 않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취하려 하지 않고 고집을 관철하려는 자만큼 성가신 게 또 있을까."

제 31장: 파도치는 성(城)
1. 다시 하나, 둘, 능숙치 못한 솜씨로 쏘더니 이윽고 마지막 화살을 잡았다. 집어들어 활시위에 대자 마음놓인 것은 역시 이것으로 끝난다는 어린애다운 기쁨에서였으리라.
그때였다. 바로 뒤에서 부드럽지만 엄한 목소리로 부른 자가 있었다.
"기다려, 나가마쓰."
이에야스였다.
나가마쓰마루는 당황하여 돌아보고 절했다.
"너는 지금 마지막 화살을 집어들며 무슨 생각을 했느냐? 뭔가 생각한 것이 있을 게다."
이에야스는 엄격한 표정으로 말하고 뒤에 따라와 있는 도리이 마쓰마루를 돌아다보았다.
"마쓰마루, 화살을 20개 더."
"예."
마쓰마루는 놀란 듯 나가마쓰마루와 이에야스를 번갈아보며 시키는 대로 화살을 채웠다.
"나가마쓰."
"예."
"5석, 10석 받는 무사라면 그래도 좋다. 그러나 너는 좀더 쏘아야 해. 계속하여라."
"예."
"마쓰마루, 걸상을 가져와. 나도 여기서 나가마쓰의 솜씨를 보겠다."
나가마쓰마루는 순순히 절하고 다시 서툰 솜씨로 활쏘기를 계속했다. 뒤에 아버지의 시선이 있다……고 생각하니 먼저보다 얼마쯤 긴장되어 감각이 없어진 손 끝으로 화살을 떨어뜨리는 일이 많아졌다.
이에야스는 이즈음 점점 더 뚱뚱해진 몸으로 걸상에 앉아 묵묵히 이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채워놓은 20개의 화살이 마지막 하나 남자 또 말했다.
"20개 더."
"예."
"나가마쓰."
"예."
"졸개대장이라면 그래도 좋다. 그러나 너는 좀더 쏘지 않으면 안돼."
"예."
그러나 이번에는 네 개째부터 과녁에 미치지 못한 화살이 나오기 시작 했다. 그때마다 나가마쓰마루는 뒤쪽에 신경쓰며 동요했다. 꾸중듣지나 않을까 조그만 가슴을 죄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가마쓰마루는 더욱 신중하게 태세를 갖추어 다음 화살은 문제없이 다다르게 했다. 그러나 다음 것은 또 한 칸쯤 앞에서 땅에 꽂혀 그대로 힘없이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이제 나가마쓰마루의 힘이 지쳐버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나가마쓰마루에게 딸린 시종은 이따금 이에야스 쪽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 20개가 끝나자 이에야스는 또 물같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20개 더."
"예."
"5만 석, 10만 석의 무사대장 같으면 그래도 좋다. 그러나 너는 좀더 쏘지 않으면 안돼. 계속하라."
그때 이미 나가마쓰마루의 얼굴을 새빨개져 있었다. 아마 어깨가 부어오륵 있는 지도 모른다. 화살은 거의 모두라 해도 좋을 만큼 도중에 떨어지고 그대신 조그마한 앞머리 언저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났다.
그렇게 그 20개를 끝내자, 이에야스는 비로소 걸상에서 일어나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나가마쓰, 대장이란 괴로운 것이지. 어때, 대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냐? 쏘라고 하면 평생토록이라도 계속 쏘아야 하는 게 대장이다."
그리고는 곧장 그 자리를 떠나가버렸다.

2. "대장이란, 존경받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잘못이 없는지 부하들에게 언제나 탐색당하고 있는 거야.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깔보이고, 친밀한 것 같지만 외면당하고, 좋아하는 것 같지만 미움받고 있는 거지."
나가마쓰마루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벌써 이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무엇에 쫓기는 듯 말을 계속했다.
"그러므로 부하란 녹으로 붙들어도 눈치를 봐서도 안되고, 멀리 해서도 가까이 해서도 안되며, 화내게 하거나 방심시켜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럼……어떻게 해야 좋은가요?"
"잘 물었다! 부하란 반하게 하지 않으면 안돼. 다른 말로 심복이라고도 하는데, 심복은 사리를 초월한 데서 생겨나온다. 감탄시키고 감복시켜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들어야 해."
"예."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행동거지가 가신들과 다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좋은 가신을 히데요시에게 빼앗기게 될 테니까."
들으면서 마쓰마루는 흠칫했다. 이에야스가 신경쓰고 있는 것의 '정체'를 그제야 번쩍 깨달았던 것이다.
'그렇구나, 히데요시에게 구애되고 계시는구나……!'
"가신들이 쌀밥을 먹으면 너는 현미나 보리밥을 먹어라. 부하들이 5시에 일어나면 너는 4시에 일어나라. 이번에 너를 매사냥에 데려가 몇십리나 걷는지 시험해 보겠다. 체력도 가신보다 뛰어나야 한다. 참을성과 아끼는 것도 가신보다 더하고, 생각하는 바도 가신을 넘어서야……가신은 가까스로 너에게 반하고 너를 존경하여 떠나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알겠나? 그 대장 수업을 엄격하게 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제 33장: 저항
1. 울부짖고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위신도 체면도 모조리 버리고, 그것은 분명 한 마리의 사마귀가 하늘을 도려내려고 광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제 34장: 큰 병환
1. "인간의 생애에는 중대한, 중대한 위기가 세 번은 있지."
"세 번……입니까?"
"그래. 아이에서 어른이 될 무렵의 무분별한 색정……. 그리고 장년기의 혈기만 믿는 투쟁심. 그것으로 끝나는가 여겼더니 또 하나 있었어. 불혹을 넘어서 나는 이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자만심……."

2. 생명이 지닌 덧없음과 신비스러움이 새삼스럽게 모두들의 가슴을 죄어댔다. 건강할 때는 거의 있는 줄 몰랐던 생명이, 꺼져가려 하고 보니 무한한 힘으로 저마다의 마음을 내리 압박한다. 싸움터에서 생각하는 '생명'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싸움터에서는 칼날을 쳐들고 나서는 순간 삶도 죽음도 가벼워지고 있는 것이란 오로지 격렬한 투쟁심뿐이지만, 병상에서 보는 그것은 땅거죽에 눌어붙어 벗겨낼 수 없는 큰 바위나 나무 같았다. 아니, 어쩌면 대지 깊숙이 뿌리내려진 불가사의한 덩어리로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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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4,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4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12월 24일 ~ 12월 25일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19장: 대지(大地)의 소금
1. '사랑은 또한 언제나 위대한 전략'

2. "우스꽝스러운 내 꼴 또한 흥취가 되리다."

제 24장: 해지기 전후
1. 이에야스는 쉽게 사람을 믿는 성품이 아니었다. 반년만 지나면 만 40살이 되는 그가 생애를 통해 관찰해 온 인간의 모습에는 대략 네 가지 면이 있었다. 그 가운데 두 가지가 결점이고 나머지 두 가지가 장점이라면 괜찮은 인물이지만, 결점 셋에 장점 하나인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장점이 하나도 없는 인간은 없으며, 장점이 없어 보이는 것은 상대가 장점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기 때문으로 믿고 있었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의 싸움은 그 결점의 충돌로 시작되고 사람의 화합은 장점이 만나는 곳에서 생겨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노부나가와 미쓰히데의 충돌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우려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세 가지 결점을 지녔으면서도 하나의 장점으로 뭇사람들 위에 군림했다. 탁월한 그 장점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이에야스 또한 자신의 아들 노부야스의 자결을 요구받았을 때 노부나가와 정면으로 충돌했을 게 틀림없었다. 그때 이에야스가 자신을 꾹 억누를 수 있었던 것은, 노부나가의 유일한 장점이 '난세의 종식'이라는 만백성의 염원에 집약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천하 통일은 지금 노부나가 한 사람의 야심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만백성의 소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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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3,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3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12월 18일, 12월 21일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27장: 히데요시라는 인물
1. 어떤 때에도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점에 있어 노부나가 다음가는 히데요시였다. 상대가 누구든 제멋대로 큰소리쳐놓고 조금도 거리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 노부나가 속에는 매서운 반골(叛骨) 의지가 드러나보이지만, 히데요시는 꾸밈없는 맑음으로 뒤에 반감을 남기지 않았다. 타고난 그릇으로 말하면 히데요시가 노부나가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한베에였다. 따라서 미쓰나리의 말이 아니어도 히데요시가 변한 것은 한베에의 눈에 먼저 비쳐왔다.

2. "과연 떨어지는 저녁해보다 새벽의 아름다움을 사랑해야만 했어."

3. 하늘은 삶이냐, 죽음이냐의 갈림길을 헤매는 사나이에게 외곬으로 순결한 사랑을 쫓을 여유 따위 주지 않았다. 만약 그것을 쫓고 있었다면 아마도 그 뒤의 히데요시는 큰 일을 하지 못했을 게 틀림없다.

제 30장: 쌍거울
1. "첫째도 책략, 둘째도 책략이라면 서글픈 일. 모든 행동이 하늘의 뜻에 어긋난다면 언젠가는 책략 때문에 쓰러지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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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2,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2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12월 16일 ~ 12월 17일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3장: 잠자는 호랑이

1. "대장의 단련과 졸개의 단련은 근본부터 달라야 해. 어때, 다케치요도 차라리 누군가의 부하가 되는 게?"

다케치요는 대답하지 않았다.

"부하가 되면 마음편하지. 목숨도 입도 주인에게 맡기면 되니까. 그런데 대장이 되면 그렇게 안되거든. 무술은 물론 학문을 닦아야 하고 예의도 지켜야 해. 좋은 부하를 가지려면 내 식사를 줄여서라도 부하를 굶주리게 해서는 안되지."


2. "가신들에게 빚이 있는 주군은 암군(暗君), 가신들이 의지하고 그 믿음에 응하는 주군은 명군(明君)이라고 이 모토타다는 생각합니다. 이래도 저더러 대신 만나라고 분부하시고 빚을 더 쌓아가시렵니까?"

다케치요는 슬며시 모토타다의 시선을 피해 얼굴을 돌렸다. 그렇다. 그저 위함만 받아서는 빚이 된다. 의지하고 매달릴 가치가 있는 주군이라야 진정한 주군이리라.



제 14장: 난세의 모습

1. "할아범, 내 결심은 이미 정해져 있어. 이야기해 줄 테니 말내면 안돼."

"결심…… 이라니요?"

"나는 처자에게 속박되지 않겠다. 그 영역에서는 이미 벗어났어."

사카이는 얼굴을 바짝 가까이 하고, 모토야스의 번뜩이는 눈에 비치는 별을 응시했다.

"나를 속박하는 것은 단 하나, 오카자키에 남은 가신들이 오늘날까지 해온 인내다. 알겠나, 내 말을?"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슨푸 성을 떠난 순간부터 그대들 것이 되리라. 아내도 생각하지 않겠다. 자식도 버리겠다……."

"주군!"

"그것으로 나를 용서해 줘. 그리고는 싸울 뿐이야."

"……예."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겠다. 승패며 생사에 대한 것을 인간 힘으로 어쩌겠는가. 이것만은 내 힘이 미치지 못하고, 요시모토나 노부나가의 힘도 미치지 못한다. 할아범! 하늘을 봐."

"예."

"숱한 별이 반짝이고 있잖나."

"예."

"봐, 또 하나 떨어졌어. 저 속의 어느 것이 내 별인지 그대는 아는가?"

사카이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지. 나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 떨어질지 모르면서 다만 반짝이고 있을 뿐이다."

"할일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리시겠다는 분부이신지."

"아니, 할일을 다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하는 것임을 깨우치라는 거야."

"예."

"살아남으려고 떨어지는 순간까지 저마다의 지혜만큼, 힘만큼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는 게 인강의 본성이지. 나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믿어줘. 그리고 나에게 지혜도 힘도 없다면, 그때는 모두 함께 죽을 결심을 해 줘."


제 21장: 오케 골짜기 전주(前奏)

1. 모든 인생을 걸고 하는 도박만큼 상쾌한 것은 없다. 더욱이 그렇게 하리라 여겼던 노부나가가 예상한 대로 주사위를 던지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도키치로 역시 온갖 지혜를 쥐어짜 이 승부에 임해야 한다. 그는 죽을 때까지 달릴 터인 노부나가라는 폭주마(暴走馬)에 자기 생애를 걸었던 것이다.


제 22장: 용호(龍虎)

1. 노래를 마치자 작은북을 치고 있는 북잡이에게 부채를 휙 내던지듯 건네고 노부나가가 칼로 베는 목소리로 물었다.

"원숭이! 깨우러 왔냐!"

"예."

"도키치로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마루네는 이미 떨어지고 와시즈는 고전하고 있다 합니다."

노부나가는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물었다.

"요시모토의 본대는?"

"오늘 아침 구쓰카케를 출발, 오타카 성으로 향하는 게 확실하다고……야나다의 부하가 가져온 정보입니다."

노부나가는 싱긋 웃으며 거듭 세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홑옷 웃통을 홱 벗고 벌거숭이 배를 탁 치며 노호(怒號)같은 소리를 질렀다.

"갑옷을 가져와!"

세 측실은 깜짝 놀라 얼굴을 마주보았지만, 노히메 부인만은 과연 사이토 도산이 '형제자매 가운데 으뜸'이라고 사랑해 온 딸이니만큼 무릎을 세우고 야무지게 명했다.

"준비해 놓은 갑옷을 어서 이리로 가져오너라."

"예."

두 근위무사가 튕기듯 일어나 나간다.

노부나가는 배를 탁 치며 우뚝 선 채 다시 외쳤다.

"밥!"

"저,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아침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으므로 오루이 부인이 되물었을 때, 끝자리의 미유키가 구르다시피 일어나려 했다.

"이봐요……."

노히메는 그 미유키를 제지하고 시녀에게 말하듯 엄하게 지시했다.

"중대한 출전이니 준비한 술과 승리를 기원하는 밤을 잊어선 안돼요."

갑옷을 내오자 노부나가는 도키치로조차 눈을 둥그렇게 뜰 만큼 재빠른 속도로 그것을 입었다.

슨푸의 용은 이미 오와리에 이르고 있었다. 기요스의 호랑이는 끓어오르는 투지를 누르며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호랑이는 들에 있는 것, 구름 속의 용에게 싸움걸지 않고 그가 먼저 지상에 내려설 때를 기다려 도약을 개시한다. 적도 아군도 농성하는 것으로 믿게 해놓고서.

갑옷을 입고 나자 노히메 부인이 옆에서 물었다.

"칼은 어느 것을?"

"미쓰타다(光忠), 구니시게(國重)!"

그 응수는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도 빈틈없는 마음의 합일(合一)이 느껴진다.

노히메가 묻고 노부나가가 대답하자, 오른팔이 없는 하세가와가 어느새 미쓰타다 소도를 내밀고 있었다.

"예, 미쓰타다는 여기에."

노부나가는 싱긋 웃으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구니시게는?"

"아마 그것일 거라고 짐작하고, 구니시게도 여기에."

"하하하……."

노부나가는 높다랗게 웃었다.

"이겼다, 원숭이!"

"예."

"하세가와까지 건방지게 내 마음을 읽었어. 이겼다, 이 싸움은!"

애도 하세베 구니시게를 받아 옆에 놓자, 미유키가 날라온 작은 상이 노부나가 앞에 놓였다.

그러나 그는 갑옷궤에 걸터앉으려 하지 않고 우뚝 서 있었다. 그것을 보고 노히메는 재빨리 잔을 내밀어 자기 손으로 술을 따랐다.

"자, 잔을."

노부나가는 단숨에 마시고 이번에는 오루이가 바치는 밥공기를 들었다. 그리고 네 아리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전쟁이란 이렇게 하는 거다. 잘 봐둬."

역시 꾸짖는 말투였으므로 기묘마루만이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겁먹은 듯 유모에게 착 달라붙었다.

"하하하……."

노부나가는 순식간에 두 공기를 먹고 젓가락을 놓는 것과, 투구를 잡는 것과, 고둥을 불라고 명령하며 칼을 움켜잡는 것과 내전을 달려나가며 외치는 것이 동시였다.

"원숭이, 따르라!"

도키치로는 깡충 뛰다시피 노부나가의 앞장을 섰다.

"타실 말은 질풍이다! 출전이시다. 서둘러라, 서둘러."

고함치며 도키치로는 문득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 불 같은 성미로 열흘 가까이 자신을 꾹 억눌러온 노부나가의 심정을 생각하자 일종의 감동이 번갯불처럼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여기까지 할 수 있는 상대라면, 이 도키치로 역시 죽어도 좋다…….'

뒤에서 고동이 연거푸 울리고 있었다.

"출전이다! 주군이 벌써 말에 오르셨다."

회의실로 모여들던 여러 장수들이 허둥지둥  무장을 갖추고 있을 무렵, 노부나가는 벌써 애마인 질풍을 몰아 성문에 이르고 있었다.


제 23장: 질풍

1. 노부나가는 난세를 바로잡는 것은 모든 게 '힘-'하나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신하들을 다스리는 것은 덕입니다."

히라테 마사히데가 살아 있을 때 그렇게 간언하자 노부나가는 코웃음치듯 웃었다.

"난세란 낡은 도덕이 가치를 상실했을 때 생겨나는 것이다. 덕이란 뭔가. 덕이란……앗핫핫하."

노부나가는 '덕'이란 무엇인지 윗사람도 아랫사람도 모두 깨닫게 될 때 난세가 끝난다고 비웃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힘으로 처리했다. 하나하나 사람의 의표를 찔러 혈육 사이의 다툼도 중신의 배신도 벌벌 떨도록 만들어 굴복시켰다.

그래서 지금 노부나가의 영내에는 도둑마저 종적을 감추고 있었다. 위로는 엄하고 아래로는 너그러운 것도 원인이지만, 도둑의 무리까지 노부나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제 29장: 주춧돌

이 두 사람이 말고삐를 나란히 기요스 성문을 나설 때 두 집안의 근시들은 이미 으르렁대지 않았다. 노부나가에게는 이와무로 시게요시와 하세가와 쿄스케. 모토야스에게는 도리이 모토타다와 혼다 헤이하치로. 두 사람씩 근시를 거느리고 아무 불안도 없는 명랑한 표정으로 노부나가와 모토야스는 아쓰타로 향했다.

"우리 둘만이 되고 싶었소."

수행원을 일부러 뒤에 떨어지게 하고 노부나가가 싱긋 웃자 모토야스도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와와 오와리의 국경 말인데."

"분명하게 정해 놓아야 되겠지요."

"내 쪽에서는 다키가와 가즈마스와 하야시 사도를 보내겠소. 그대 쪽은?"

"이시카와 가즈마사와 고리키 기요나가를."

"장소는 어디가 좋겠소?"

"나루미 성이 어떨까요?"

"좋소, 그렇게 정하지! 딱딱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그치세."

겨우 몇 초 동안에 그들의 교섭은 모두 끝났다.

어느덧 나고야 성 망루가 남빛 겨울하늘 속에 뚜렷이 떠오르고, 햇볕을 받은 덴오 사 기와지붕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것은 꼭 한 번 물어보려고 생각한 일이었는데."

"무엇이오? 사양하지 말고 말하오."

"노부나가님은 덴카쿠 골짜기 싸움 뒤 어떤 순서로 가신을 칭찬하셨습니까?"

노부나가는 웃었다,

"후후후, 교활한 사내로군, 그대는. 그것을 묻는 건 노부나가의 수법을 모조리 알아내려는 거겠지. 그러나 숨기지 않겠소. 난 첫째로 야나다 마사쓰나를 칭찬해 주었소."

"어째서지요?"

"그의 척후가 때를 놓쳤다면 승리도 없었을 거요."

"둘째로는?"

"맨먼저 창을 들이댄 핫토리."

"목을 친 모리는?"

"셋째."

"흠."

두 사람의 문답은 여기서 끊어졌다. 이것만으로도 모토야스는 노부나가의 부하 다루는 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목을 치지 못하는 것은 시운(時運)이고, 맨먼저 창을 들이댄 용맹이야말로 그 위에 두어야 하는 것.


제 38장: 쌍학도

1. "스즈키."

"예."

"싸움터에서 목숨을 버린다면 또 모르되, 잉어 한 마리 때문에 죽는다는 것이……분하지 않나, 그대는?"

스즈키는 다시 눈을 뜨고 이에야스를 쳐다보았다. 맑은 심경임을 환히 알 수 있는 잔잔한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주군! 싸움터에서 죽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평소의 충성에 목숨을 거는 것은 퍽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아버님에게 가르침받았습니다."

"그것을 묻는 게 아니야. 잉어 한 마리 때문에 베이는 게 충성이냐고 묻는 거다."

"허참, 잘못이라고 여겼다면 진작 달아났겠지만, 충성이라고 생각하므로 목을 내밀고 있는 것입니다."

"깊이 생각한 뒤의 일이란 말이지?"

"스즈키가 베이지 않는다면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차라리 사소한 일, 중대한 일은 그게 아닙니다."

"건방진 소리. 말해 봐, 생각하는대로."

"두렵게 여기는 상대에게서 보내져온 선물이면, 잉어 한 마리와 가신 한 사람의 값어치 계산도 못하게 되는 그런 주군이라면 큰 뜻을 이룰 수 없습니다. 잉어를 거느리고 싸움을 할 수 있습니까? 스즈키의 죽음은 주군께 그것을 생각하게 하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충성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어떤 분이 주신 것이든 기물(器物)은 기물, 잉어는 잉어일뿐 인간 이상의 것이 아님을 아십시오."

이에야스는 긴칼을 겨누어든 채 희미하게 볼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그러나 그것과 이것은 다르니, 주군께서 해선 안된다고 말씀하신 명을 어긴 저의 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를 처벌하시고, 앞으로는 소홀하신 명을 내리지 마시도록 한결같이 부탁드리는 바입니다……그럼, 베십시오."

"나이토!"

이에야스는 다시 나이토를 부른 다음 말을 이었다.

"벨 것까지 없다. 이 칼을 저기 넣어둬라."

"예."

"스즈키."

"옛!"

"내가 잘못했다. 내가 미숙했어. 앞으로는 취소해야 할 명령은 내리지 않겠다. 오늘의 취소는 웃어넘겨다오."

스즈키는 홱 물러나듯하여 꿇어엎드렸다.

"비록 어떤 분이 주신 것이더라도 잉어는 잉어……라고 잘 말했다. 이것은 노부나가님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심정 다음에 곧 있어야만할 중대한 마음가짐! 내가 미숙했어. 좋아, 앞으로 잉어는 잉어로 다루라."

말하고 나서 이에야스는 곧 마루로 올라갔으나 스즈키는 여전히 땅바닥에 엎드린 채 있었다.

별빛으로는 그 어깨의 흔들림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울고 있어 얼굴을 들지 못하는 것임을 잘 알 수 있었다.


제 39장: 암독수리 성

1. 그녀의 마음은 이제 알았다. 조용히 농성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차례차례 가신들을 망명시키고 마지막으로 자결할 게 틀림없다.

이에야스는 생각했다.

'얄미운 여자다-'

항복하여 이에야스 가까이에서 살아가기보다는 열렬한 향기를 남기고 죽는 편이 훨씬 더 이에야스의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도 이에야스는 평생 동안 그녀를 잊을 수 없게 되리라.

"벨 것 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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