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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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가 끝나지 않는다.
더위 때문에 밖에 나갈 엄두조차 못 내고,
온종일 선풍기만 바라보며 하루를 보낸다.
이따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설레여 창 밖을 바라보면
무엇하나 변한 것 없이 눈 부신 태양과 하늘만이 보이고
그러다 아차 하는 순간, 또다시 밀려오는 더위에
체념한 채, 대(大) 자로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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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꽃의 소묘(素描), 백자사,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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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글을 남긴 지 1년하고도 반 정도가 지났습니다. 계절이 다섯 번이나 바뀌는 긴 시간이죠. 예전에 쓴 글 말마따나, 이 곳에 꾸준히 글을 쓰려 했지만, 고질병을 이겨내지 못해 단 두 개의 글 1만을 올리고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조금씩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더는 연락이 닿지 않는 옛 친구들을 수소문하여 만나기도 하고, 또 겨우 알아볼 법한 서투른 글씨로 꾸밈없는 진심을 담아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여전히 단어 하나하나 남기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인터넷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무얼 말하고 싶은지를 틈틈이 적어두었습니다. 다시 여러 사람 앞에 나설, 언제 올지 모를 그날을 위해 잊지 않으려 적어두었죠.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습니다. 세상과 등지고 자신을 옭아매어 밀실 안에 가두는 것은 오늘까지 해두고, 이제 당당히 광장으로 나가려 합니다. 광장은 저 혼자만이 아닌 모두의 공간이다 보니, 좋든 싫든, 많은 일을 겪게 되겠죠. 따스한 햇볕 아래 꽃내음을 맡으며 유유히 걷는 좋은 일도 있을 것이고, 새 찬 비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좋지 못한 일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뭐가 되었든, 혼자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연하게도, 청명 2이 시작되는 오늘은 출사표를 내기에 참 좋은 시기입니다. 겨우내 꽁꽁 언 땅을 녹이고 싹을 틔워줄 봄비가 내리기 전에 논밭을 갈며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이죠. 이렇게 지금의 제 상황과 비슷한 것을 보면, 하늘조차 제 뜻을 반기는 것만 같습니다. 농부가 한 곳에 터를 잡아 일 년 내내 땀 흘려 일할 논밭을 일구는 것처럼, 저 또한 오늘부로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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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화월선 유한나
손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어떤 꽃이 되길 바라느냐.
유
곧 멀리 날아갈 민들레 같은 너에게
난 꽃이기보단 바람이고 싶어라.
한국에 들어온 지 3년 차. 아토피가 어느 정도 호전되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지 말지 고민을 하던 차.
문답으로 같이 지은 내 인생 최고의 시.
가장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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