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제목: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 유시민

출판사: 아름다운사람들

초판 1쇄: 2013년 3월 13일

초판 25쇄: 2017년 12월 27일

독서 기간: 3월 31일 ~ 4월 1일 2018년

추천인: 서영제


소감: 

(프롤로그를 읽고)

어째 나는 정치인도공인도 아니면서 정치적 자기 검열 습관을 갖고 있는가…. 이젠 너무 익숙해 벗어 던질 수 없다글자 하나하나 적는 게 이리도 힘든데계속 적고는 싶다모순이 앞뒤로 치민다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줄곧반대 하나 달기 쉽지 않은 글만 써왔다이제 좀 나도 내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더러는 비난할 것이오또 더러는 비난할 것이다그 빗발치는 비난을 감내할 만한 글감과 열정을 잃지 않길 소원한다생채기 좀 나도 좋다내가내 목소리를 내는데 한 치의 주저도 없길 다시 한번 소원하는 바이다.

인상 깊은 구절: 

1: 어떻게 살 것인가

#1 바람이 불면 사물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쳐 제각기 색깔이 다른 삶을 산다.

 

#2 청년기의 핵심 과제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3 기득권과 더불어 살면서도 그 달콤함과 안일함에 젖지 말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불의와 타협하거나 악에 가담하지 않고 살려면 강력한 내면의 힘이 있어야 한다.

 

#4 세상이,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소망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해준다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세상을 비난하고 남을 원망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극적 선택도 선택인 만큼, 성공이든 실패든 내 인생은 내 책임이다. 그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죄악과 비천함에서 자기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악당이나 괴물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되든, 무엇을 이루든, ‘자기 결정권또는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임생을 살아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5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자유의지로 만들어낸 삶이 아니면 훌륭할 수 없다.

 

#6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 자신도 더 훌륭해져야 한다.

 

#7 재능의 본질은 즐기면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8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우리는 조금씩 죽어 간다. 죽음은 단지 삶의 이면 이면일 뿐이다. 삶과 죽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며 함께 완성도니다. 쉰다섯 해를 산 나는 이미 쉰다섯 해 죽은 것이다. 어차피 죽을 것이기 때문에 삶은 허무하다고 말하지 말자. 그것은 틀린 말이다. 그 역이 옳다.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

 

#9 인생은 그런 것이다.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인생 전체가 의미 있으려면 살아 있는 모든 순간들이 기쁨과 즐거움, 보람과 황홀감으로 충만해야 한다.

 

#10 자기의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타인의 위로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11 자기가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문제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2 이 시련을 견뎌야 하는 것은 세대가 아니다. 청년들 각자 이겨내야 한다.

 

#13 ‘왜 자살하지 않는가?’ 카뮈의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 그때 조금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면 된다. p.56

 

#14 카뮈가 주장한 바는 명확하다. 지금 이 순간 자유로운 존재로서 있는 힘을 다해 살라는 것이다.

 

#15 가난은 가난한 아이의 책임이 아니다. 그렇지만 가난한 아이들은 흔히 가난을 부끄럽게 여긴다.

 

#16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은 사랑, , 놀이이다. 사람들은 이 셋 말고도 연대solidarity’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17 삶과 세상에 대해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적은 수의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세상과 민중에 대한 추상적 사랑보다는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몸으로 껴안는 실체적인 사랑을 더 많이 나누고 싶다.

 

 

2: 어떻게 죽을 것인가

 

#1 이천 서씨의 집성촌 종가 맏며느리로 살면서 ~ 정체 모를 두려움과 슬픔이 밀려왔다. Pp.68~69.

 

#2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3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젊은 사람들과 수평적으로 대화한다.

 

#4 나름 의미는 있겠다 싶었지만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았다. 설렘이 없으니 열정이 솟을 리 없었다. 마음의 설렘이 없는 일에 인생을 쓰고 싶지 않았다.

 

#5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시민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었던 것이다.

 

#6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고 도저히 이겨낼 수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시련은 아이들을 죽인다.

 

#7 사람은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조차 지킬 수 없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8 누구도 가벼운 마음으로 자살하지 않는다.

 

#8 자존감을 회복할 수 없는 양상으로 파괴할 때, 인간적 존엄성을 회복할 수단이 남아 있지 않다고 느낄 때 자살은 탈출구가 된다.

 

#9 많은 사람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주는 제도와 관습, 문화는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치지 않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도와 관습, 문화를 바꾸려면 투쟁해야 한다. ‘투쟁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투쟁하면서 즐거울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투쟁이 성공하면 혜택은 모두가 함께 누리지만, 드는 비용과 스트레스는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10 공부의 출발은 호기심이지만 그 과정은 의심이다. 공부한 모든 사상을 다 받아들인다면 누구도 특정한 주의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11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12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죽음은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지성적 자아의 소멸을 의미한다.

 

#13 세상은 그대로 있는데 의 존재만 무로 바뀐다는 것, 이것보다 더 처절한 상실이 있을까.

 

#14 인간의 의식과 행동의 밑바닥에는 현실의 사회제도나 문화양식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생물학적 본능이 도사리고 있다. 제도를 바꾸어도 이것은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15 다윈 또한 인간이 단지 이기적 욕망만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며, 진화 과정에서 이타 행동을 하는 사회적 재능을 획득했다고 보았다.

 

#16 자기 자신을 로 인식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주체, 지성을 가진 자아는 언제나 단 한 번만 존재한다.

 

#17 태양계 두 번째 행성인 금성은 지구에서 보이는 천체 에 해와 달 다음으로 밝다.

 

#18 눈비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떨어지듯, 치매도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19 지는 해가 만드는 낙조는 일출만큼 눈부시지 않다. 하지만 아름다움으로 치면 낙조가 일출을 능가할 수 있다.

 

#20 2011년 기준, 사망자 열 명 가운데 일곱은 병원이나 요양 병원에서, 두 명은 집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나머지 한 명이 사망한 장소는 사회복지시설, 도로, 일터 등 병원도 집도 아닌 곳이었다. 아픈 사연이 많은 죽음일 것이다.

 

#21 2011년 한 해 동안 16천여 명, 하루 평균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2 10대 사망자는 넷 중 하나, 20대 사망자는 둘 중 하나, 30대 사망자는 셋 중 하나가 자살이었다.

 

#23 김옥경 할머니 유족은 생명과 죽음 가운데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존엄을 선택했을 뿐이다.

 

#24 유언장은 써두는 것이 좋겠다.

 

#25 어떤 것의 가치는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하는지, 인정한다면 얼마만큼 높게 평가하는지에 좌우된다. 그러나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은 가치를 따질 수 없다. 도덕적 차원을 가진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의 선택을 나타내는 것만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인간다움, 존엄성이 그런 것이다. 인간 존엄성의 필수 조건은 자유의지이다.

 

3: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1 훌륭함, 존엄, 품격이란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가치이고 쓸모는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타인의 상대적 가치 평가이다.

 

#2 천부적 재능이란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3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가 빚어내는 인생의 비극을 어린아이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4 ‘축구는 그만하고 공부나 해라.’ ~ 충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Pp.169~170

 

#5 아이들은 마음대로 꿈을 정한다.

 

#6 결단이 너무 늦는 법은 없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이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쪽으로 직업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바람직하다고 본다.

 

#7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회피하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이다. 재능이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면 제일 좋다. 그러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기만 하다면,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되는 만큼 하면서 살면 된다.

 

#8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평생 해도 즐거울 것 같은 일을 찾는 것이다.

 

#9 무슨 일을 하든 사람들과 소통을 잘해야 하니 스스로 글쓰기 훈련을 하라.

 

#10 남들과 잘 소통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그 자체가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직무를 잘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11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층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혁신의 동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옳은 개혁도 실패한다.

 

#12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가치관이 뚜렷하고, 정책에 밝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기본일 뿐이다. 정치를 잘하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자기의 마음을 잘 다스려 다른 사람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13 뜻이 아무리 옳아도 사람을 얻지 못하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14 연대는 아픔과 기쁨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사회적인 선과 미덕을 실현하는 행위이다.

 

#15 정치는 본질적으로 이상과 비전, 정책과 아이디어 경쟁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인 것은 아니다. 정치는 열정과 탐욕, 소망과 분노, 살수와 암수가 밪부딪치는 권력투쟁이기도 하다.

 

#16 갑작스럽게 찾아든 영원한 이별에 대한 상상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색깔과 맛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다.

 

#17 가족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책임 의식으로 맺어진 어른과 아이들의 생활공동체이다.

 

#18 사랑하면 주고 싶다. 깊이 사랑하면 무엇이든 줄 수 있다.

 

#19 따지고 드는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일찍 발달하는 아이일수록 지적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 말을 하기 전에 아이들은 먼저 말을 알아듣는다. 뱃속에 들어 있을 때부터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완전한 문장으로 아이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21 자녀를 사랑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 사람은 아주 작은 일에도 쉽게 행복을 느끼게 된다. P.218

 

#22 어떤 경우에도 딸 아들과 손녀 손자들이 좋아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 언제나 정치적으로 청년들의 편에 설 것이다.

 

#23 누군가를 지지하는 것은 그 후보가 패배할 가능성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24 정치가 해야 할 일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폭력을 선용함으로써 사람들이 저마다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25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이 측은지심을 발휘하면 만인의 삶을 고통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26 저녁 무렵 구로공단 진입로와 이화여대 앞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목격할 수 있었던 강렬한 콘트라스트contrast.

 

#27 진보주의를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라고 말한다.

 

4: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1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신념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대하는 태도이며 그 신념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신념이 잘못된 것이 아닌 경우에도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잘못 선택하면 삶이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2 신앙이나 이념은 훌륭할 수 있다. ~ 자연이 준 본성과 욕망을 긍정적으로 표출하고 실현하면서 영위하는 기쁜 삶이다. P.275

 

#3 신념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4 헬렌 켈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보거나 만질 수 없으며 오로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5 행운에 대해서는 감사하되 불운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6 무엇인가를 새로 알게 될 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7 기쁜 삶,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삶의 유한성과 관련한 허무 의식을 이겨내야 한다.

 

#8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 세운 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그것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하라.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에필로그

#1 연암 박지원은 노환으로 거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약을 물리치고 술상을 차려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친구들이 말하고 웃는 소리를 들으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2 미국의 유명한 회계법인 KPMG 회장이었던 유진 오켈리는 삶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편지와 전화로 작별 인사를 했다.

 

#3 고백하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써 남는 자의 삶과 떠나는 자의 죽음이 더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4 해와 달, 밤하늘의 별, 풀과 나무와 물과 바람에게로 돌아가게 하자. 내 몸과 우주의 모든 것들이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5 내가 죽은 후에 남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진 나에 대한 기억과 느낌뿐이라고 생각한다.

 

#6 내 자식들은 촛불을 켜고 음식을 차린 제사상 앞이 아니라 새가 노래하고 바람이 숨 쉬는 자연의 품에서 그런 기회를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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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시여 2

화월선

하늘이시여

이 긴긴밤 다 가고

내일이 오면

밤새 고이 품었던

그 별빛들 다 제게 주소서.

 

님으로 말미암은

제 뜻도 살펴주시고

스물세 날 중 하루는

꼭 제게 웃어주소서.

 

그 밖의 모든 날들엔

제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굽어살펴주소서.

 

 

3 31 2018

토요일 오후 7 30

드뷔시의 달빛을 듣고,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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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제 3

 

안녕, 영제야. 오랜만에 네 목소리가 참 반가웠다. 핸드폰 너머에서 들리는 네 목소리에 생기가 가득해 혹시라도 거기 사는 게 수월찮진 않을까 했던 걱정을 고이 접었다. 다행이다.

 

네가 고른 세 권 가운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지금 막 다 읽었다. 쉽게 술술 읽힐 책을 골랐는데 역시 예상대로 평이했다. 작가는 삶의 다른 말은 곧 죽음이라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죽음에 대해 줄곧 해왔던 내 생각과 비슷해 반가웠다.

 

작가는 언젠가 반드시 맞이할 죽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 지난 생일에 난 유서를 썼다. 죽으려 쓴 게 아니다. 나 몰래 소리 없이 올지 모를 죽음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내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추억하기 위함이었다. 유서 첫 문장을 쓸 땐 참 비장했는데, 마지막 서명을 할 땐 마음이 가벼웠다. 값진 경험이었다. 앞으로 매년 의례 할 것 같다.

 

앞으로 보낼 책들엔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옆에 뜻을 따로 적고, 맘에 드는 문장엔 밑줄을 그어 내 생각을 적어 보낸다. 그래서 네게 보내는 책들 모두, 내가 적어도 한 번은 꼭 읽은 것들이리라. 다음에 만날 땐, 그동안 읽은 책들 얘길 하면 좋겠다.

 

내가 쓴 수필 세 편을 같이 보낸다. 내가 깨달은 것들에 대한 소회이다. 너와 더불어 살 날을 그린다. 함께하자, 영제야.

 

 

412018

일요일 오후 11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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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제안_여자 화장실 구멍



얼마 전, 여학우 세 명에게 학생자치에 뭘 바라는지 물었습니다. 5초 정도 생각하다 한 명이 여자 화장실 구멍 얘길 꺼내고, 듣고 있던 두 명도 단번에 그렇다며 맞장구치더라고요.


여자 화장실 칸막이마다 구멍이 송송 뚫려있단 얘기였어요. 그것도, 몰래카메라가 설치되기에 딱 좋은 위치에 말이죠.


문고리나 휴지 걸이를 바꿔 달다 생긴 구멍이라 착각할 법해서, 제가 바로 남자 화장실을 돌아보니 신기하게도 그런 구멍이 없거나 적더라고요.


다시 여학우들에게 돌아와 물어보니 사실 이게, 비단 우리 학교 화장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하철, 관공서, 상가 등등 대다수 화장실 문제라 익숙하다네요.


그래서 볼일을 볼 때, 칸막이에 들어가 구멍이 있나 여기저기 살핀 뒤, 구멍이 있으면 휴지로 틀어막고 볼일을 본다더라고요. 살면서, 언제 한 번쯤은 반드시 찍혔을 거란 자조 섞인 농담까지 하면서요….


그래서 총학생회 정후보에게 제안했어요. 실리콘이나 뭐로 화장실 칸막이 구멍을 메꾸면 어떨까 해서요. 정후보도 제 친구들 얘기를 듣고 바로 수긍해 공약으로 넣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아직 안 한 얘긴데 이 글에 덧붙여 처음으로 제안합니다. 사실, 학교 화장실 문제는 우리 학생자치 힘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교 밖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화장실 스티커 캠페인은 어때요? 남학우, 여학우 할 것 없이 모두 다 받아가서, 당장은 우리 학교 주변부터, 멀리는 이 세상 모든(공용 포함) 화장실까지!!! 모든 불순한 시선들을 다 막아보자구요!!!


*다른 제안이 있다면 여러분도 말해주세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총학에 전달되지 않을까요?


*첨부된 사진은 우리 학교 화장실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여자 화장실 구멍이란 키워드로 검색해 얻은 사진입니다.


*이 글은 스물세 명가량의 여학우들의 제보와 검수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솔직한 얘기를 나눠준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3 23 2018

금요일 오전 1

동아리방에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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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제 2

 

편지가 왔다. 영제가 왔다. 반갑다, 영제야. 그 힘든 곳에서도 잘 지낸다지. 껌과 레모나를 보낼 때도 걱정 좀 했는데 잘 받았다니 여간 다행이 아니다. 사실, 편지 하나 딸랑 보내 놓고 늦는 답장에 심술 나던 찰나, 네 편지를 받아 부끄러움이 한가득이다. 그래서 이번 편지엔 고마움 위에 미안함도 조금 더 담아 보낸다.

 

영제야,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 먼저 사랑을 한다지. 나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말하는아름다운 사람은 조건 없이 나누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엔 그런 사람이 보이질 않으니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오랜 생각은 아니다. 기껏해야 이번 겨우내 찬찬히 한 것뿐이다.

 

한참이나 부족한 내 탓이겠지만, 이전에도 내 주변엔 그런 사람이 드물었거나 아예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그릇이 될 만한 젊은 친구들도 얼마 못 본 것 같다. 하지만 영제야, 나는 그런 사람을 정말 만나고 싶다. 한두 명이 아니라 두 손, 두 발 전부로도 다 못 셀 만큼 많이 만나고 싶다. 또 나는, 그 많은 사람에게 내줄 만큼 널찍한 품도 갖고 싶다. 영제 너도 그런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젠 일상 얘기다. 면접까지 봤는데멋쟁이 사자처럼에 떨어졌다. 경쟁이 치열했나 보다. 그런데 문득 면접 때 날 당혹게 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그 질문에 답할 때너무 내 신념을 고집한 건 아닌가란 생각도 잠깐 든다.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 거짓을 말할 순 없다. 언제나 진심만을 말하려 노력할 뿐이다.

 

요새,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들의 고백이 잇따르고 있어 그분들을 위한 칼럼 하나를 쓰고 있다. 어디서 다른 누구와 하는 건 아니고 나 혼자 하고 있다. 어려운 주제라 꽤 골치 아프지만, 내 글이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희망이 돼주었으면 좋겠단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내 소소한 바람이다.

 

‘LG 글로벌 챌린저란 팀 단위 공모전도 준비 중인데, 그동안 갈아엎은 주제만 오늘로 벌써 두 개째이다. 뭐 좀 하려고 하면 누가 이미 하고 있어서 막다른 길의 연속이라 영 시원찮다. 그래도 끝까지 해보련다.

 

봉사도 하고 있다. ‘동행이라고 한번 들어봤을는지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은 방과 후 초등학교 1~3학년 애들을 돌보는 일이다. 목요일마다 지금까지 두 번 했는데, 첫날은 힘들었던 기억뿐이다. 내 상상 속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은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기운 뿜뿜 활기찬 애들뿐이었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게, 나랑 같이 봉사하는 친구도 나도, 첫날엔 어지간히 고생했지만, 신기하게도 둘째 날엔 그렇지 않았다. 첫날에 그렇게 날 괴롭히던 아이 두 명이 글쎄 내 그림을 그렸지 뭐냐. 자기와 친구 얼굴을 그리는 미술 시간에, 그리라는 친구 얼굴은 안 그리고 내 얼굴을 그렸다. 지금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로 그 그림이다. 일주일을 꼭 건너 날 위해 그린, 오래 간직할 그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바쁘고 어려운 일들뿐이다. 하지만, 먼 곳에서 땀 흘리며 고생하는 네 것만 할까. 다시 한번, 부끄럽고 고마운 맘이다. 보고 싶다 영제야. 사랑한다 영제야.

 

 

3 17 2018

토요일 오후 11

너의 친구,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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