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대하여 2


꿈에 대한 집착이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처절하게 죽음만을 갈구하며 달을 바라볼 때 처음 꿈을 품었다. 흉측한 몰골로 도망치듯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괴물의 몸으로 4년간 독방에 살 때도, 절대 꿈에 대한 열망을 접은 적이 없었다. 비루하고 남루한 내 인생에서 꿈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생명줄이었다. 매 순간 눈을 감을 때마다, 몸이 부서지고 무너져 내리는 고통을 느껴도, 살고 싶었다. 꿈을 이룰 순 없어도 남들처럼 당당히, 아니면 유유히라도 내 꿈을 좇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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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화월선


꿈을 꾸었소.

님을 보았지.

잘 지내는지 물었고

난 울먹이며 고갤 끄덕였소.

말하고 싶었소.

말하지 못했소.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길을 걸었소.

달빛 아래 장미 사이이

어느새 길은 좁아져 혼자가 되고

님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지금 이렇게 울고만 있소.


달도 지고 꽃도 흩날려

더는 보이지 않는데

눈물은 멈추지 않소.


님아, 잊지 마시오.

그 꽃은 시드는 것이 아니오.

내가 님에게 물들어 가는 것이지.

백만 송이의 장미가

언제나 님 속에 함께 할 것을

님아,

더는 잊지 마시오.



7월 23일 2016년

토요일 오전 8시 30분

양호실에서 꿈을 꾸고,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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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대하여(미완 쓰는 중)


#광고란, 일반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급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그림책을 통하여 전 세계 만인의 공감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기르고자 한다. 

#정치 경제 군사 역사 문화 사회 종교 지리 언어 예술을 막론하고 만인 공통으로 공감할 수 있다. 

#문자 독해 능력도 참 중요하지만, 그림 해석 능력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How-To

그림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며, 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같은 활자 인쇄물이라도 신문, 소설, 수필, 시를 읽는 법이 전부 다르듯, 그림책 또한 그림책만의 접근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글자를 먼저 읽지 말고 그림을 먼저 봐서 그림 속 상황, 배경, 인물들을 복사/붙여넣기를 하듯이 그대로 머릿속으로 옮겨 닮아라. 상상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까지도 상상해라.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한 장의 그림이 누군가에겐 그냥 의미 없이 난해한 동굴 벽화로, 한 폭의 그림이, 사진이, 또 누군가에겐 한 편의 영화로, 또 누군가에겐 더없이 아름다운 대 서사시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책이다.



글자

어른들과는 다르게 아기들은 글자보다 그림을 먼저 본다. 어른들이 그림책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유는 글자 때문이다. 11짜리 글자 크기에 갇혀 제한적인 사고만 한다. 예를 들면, 하늘을 나는 코끼리에 대한 그림책이 있다고 하자. 어른들은 종이를 넘기며 글자인, "남태평양 상공을 날아다니는 분홍색 코끼리"를 먼저 읽고 그 글자들에 맞춰 그림을 해석한다. 바다를 찾고, 하늘을 찾고, 분홍색을 찾고, 코끼리를 찾는다. 앞서 언급한 글자 요소들을 사실적 '사건'으로 상상해 찾기 때문에, 추상적 '그림'으로 이루어진 삽화가 불편해지는 것이다. 


반면, 어린이들은 그림을 먼저 보고, 각각 그림 요소들에 맞춰 글자를 읽기 때문에 코끼리만 보더라도, '다리가 긴 코끼리', '날개 달린 코끼리', '예쁜 코끼리', '화난 코끼리' 등등 글자에 얽매이지 않은 채 훨씬 더 폭넓은 상상을 한다. 그것도 오로지 '나만의' 상상으로.


한 문장으로 요약 정리하자면, 

"서사와 인과의 연결고리를 끊을 때 비로소 그림책은 내 것이 된다."


9월 13일 2016년

화요일 오후 8시 30분

가을 하늘 아래 밝은 달을 바라보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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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분가(萬憤歌)

조위


(상략)


내 가슴의 한이 뿌리가 되고

나의 눈물이 가지가 되어

임의 집 창 밖에 있는 외나무 매화로 다시 태어나

눈 속에 혼자 피어 베갯머리에 시드는 듯이

달빛에 그림자가 임의 옷에 비취거든

어여쁜 이 얼굴을 너로구나 반기실까.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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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2016년

 

형 노릇 하고 싶지 않다. 완장질도, 오빠 놀이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대로 나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나는 당당한 손유린이고 싶다. 그 어떤 수식어로도, 손유린이란 이름이 아니면 날 설명할 수 없다. 나는 손유린이다.

 

만인, 만인 앞에서 당당하려면 헐벗고 굶주린 채로 나서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만이 영원한 것이다. 나의 진심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것. 꾸미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들이받는다.

 

가끔은 슬프고, 자주 또 슬프다. 꽃은 나비를 부르고 나비는 꽃을 탐낸다. 눈을 감으면 네가 보인다. 잠깐의 값싼 연민과 동정으로는 세상과 널 바꿀 수 없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나는 누군가를 만나고 모아, 그 누군가를 대표할 텐데, 분명 버거울 텐데, 가끔은, 아니 자주 도망치고 싶을 텐데. 슬프다. 너무 먼 미래가 아닌 그 날이 오늘은 아니라야 한다. 아니라야 한다.

 

할 수 있을까. 감당할 수 있을까. 의연하고 대범하게. 어려운 일이다. 바람 불지 않는다. 혼자다. 외롭다. 나에 대한 회의감이 넘쳐 흐른다. 내게 기대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그 영광의 족쇄들. 바라보지 않는다. 눈을 감아라. 네가 보인다.

 

꽃이 아니면 바라지 않고

달이 아니면 그리지 않는다

비루한 어둠이 되어 별을 비춘다.

 

4월 20일 2016년

수요일 오후 1시 30분

외진 나가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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