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정.


하하. 쓸 말이 넉넉지 않아. 네가 그런 것처럼 나 또한 내 변변찮은 소소한 일상을 적어보자니 덧없게 느껴진다. 그저, 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들, 일필휘지로 가볍게 적는다. 석정아, 네 편지 5(화)일에 잘 받았어. 네 이름 그대로 쓰고도 안 잘렸구나. 나는 네가 참 좋다. 네 편지를 읽고 나서 더 좋아졌어. 소소한 일상을 빈틈없이 그리고 즐겁게 채워나가는 이는 너뿐인가 싶다. 언제나 늘 항상 네가 너이길 바란다.


나는 아주 잘 지내고 있어. 27(일) 첫날부터 오늘까지도 마치 이곳이 내 집인 양 편하게 살고 있어.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지난 1년 내내 같이 지냈던 너희가 없다는 점 하나뿐이야. 이제 열흘이 지났지만, 너희 다 가고 나 홀로 남아 다른 39명과 같이 한 교실에 앉아있다는 사실이 어색해. 그래서 가끔은 마음속으로 이곳 아이들에게 너희 이름을 붙여 부른다. 내 옆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태균이를 너, 석정이라 부르기도 한다(; 청주 산대).


그리고 지금 이 반에 창원 사는 애들 3명한테 ‘마산 불주먹’ 제정수 아느냐고 물어봤는데 아무도 모르더라. 어찌 된 일인지 네가 정수에게 대신 물어봐 줘. 정수가 분명 자기 유명하다고 했는데 기숙학원에 있는 모든 창원 애들에게 물어보면 한 명은 꼭 나오겠지? 이것도 전해줘라.


아직 보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너만 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주번이 다 돌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예준이만 한 인물도 없어. 참 그런데 신기한 게, 위에 말한 청주 태균이가 작년 그믐에 새해 일몰 보고 싶다고 혼자 난리 치는(; 지금 물어보니 청주고래. 그리고 너 모른대.) 바람에 잠깐 즐거웠었어. 너와 캐릭터가 조금 겹치는 것 같다.


아직 산책 나가본 적은 없어. 달을 바라본 적 또한 없어. 친구가 생기면 자연스레 하겠지. 언제 올는지.


석정아,

훗날 머나먼 꿈으로의 여정 속

바쁘디 바쁜 일상으로부터

잠깐의 여유를 틈타 오늘을 들춰보는 너에게

까닭 모를 웃음과, 돌아보고픈 추억을

내 이름 석자에 담아 보낸다.

석정아, 너는 내가 찾은 하나의 별이다.

언제 어디서나 네가 빛 바래지 않도록

허석정, 너를 위하여.

손유린.


1월 7일 2016년

목요일 오전 6시

대망 10권을 읽으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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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에게.


준호야 받아라. 편지 보낸다. 쓴다 쓴다 해놓고 두 달 만에 쓰는구나. 변명하자면 수능이 끝난 후 우리가 너무 자주 연락을 해왔던지라 지난날의 소회를 제외하곤 별로 할 말이 없어 쓰질 못했다. 작년, 네 일기장에 잠깐 쓸 때 다 못 적은 이유 또한 그와 비슷하리라. 이렇게 갇혀 있어 너와 얘기를 못 하니 절로 편지지와 펜에 손이 가는구나. 하하. 매일 밤, 도서관을 나와 누구보다 제일 먼저 널 찾아 전화를 걸었던 한 달 전 그때 그 밤처럼 읊어본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생활-학과 선생님들께서도 대부분 그대로 계시고, 너희 다 가고 나 홀로 남아 새로운 38명과 새해를 맞이한 것 빼고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새로운 애들도 괜찮아. 정말 놀랍도록 전부 괜찮아. 분위기 흐리는 애들도 없고 공부할 때는 정말 매섭게 공부하고 쉴 때는 대학 얘기하며 쉰다(; 처음 들었을 때 소름. 표준점수 520 넘는 애들이 수두룩하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난 올해도 꼴찌로 시작한다. 작년의 3반, 올해의 1반. 괜찮아. 재밌어. 행복해. 만화 속 주인공 같잖아.


가끔 애들 사이에서 네 이름이 나온다. 그리고 나에게 묻지. 박준호는 어떤 사람이었느냐고. 나는 이렇게 답해. ‘올해 나의 본보기’라고. 매 하루를 벽면에 붙은 네 이름을 보며 시작한다. 기쁘다. 네가 잘 된 일. 내 일도 아닌데 이렇게 내 기분이 흐뭇한 것을 보면, 내가 널 좋아하긴 하나보다. 이 편지 또한 그래서 쓰고 있는 것이겠지.


언제나 열심히 사는 네가 좋다. 지난 세월 모든 힘 다 쏟아부었던 대망의 수능이 끝난 뒤에도, 넌 언제나 그랬듯 소리소문없이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지. 감탄스럽다. 대단해. 훌륭해. 존경스럽다. 올해가 끝나갈 무렵, 나 또한 너처럼 할 수 있을까 싶다. 고대 철학과라면 네가 꿈꾸는 법조인도 문제없겠구나. 그렇게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면 노력하는 대로, 바라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또, 언제나 네가 너이길 바란다.


p.s. 네가 대신 어머니 아버지께 안부 전해드려 줘.


1월 9일 2016년

토요일 오전 6시 30분

2015 인문P2 박준호를 생각하며,

너의 친구,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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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안녕하세요. 미래엔 교과서가 간절히 필요한 늦깎이 학생입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로 유학 갔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귀국했었습니다. 그 뒤, 한국에서 어영부영 아무것도 안 하며 세월만 보내다가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 싶어 2014년 9월부터 수능을 준비했습니다. 몇 년 만에 책을 펼치고 연필을 잡았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공부가 잘 안 되다가 어느 정도 공부습관을 들이고 그해 12월에 기숙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모든 과목이 처음이라 쉬운 과목 하나 없었고 특히 수학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정상적으로 중고등학교를 6년 다닌 아이들 수준에 맞춘 수업을 따라가기엔 제 수준은 상상 그 이하여서 중등수학부터 공부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늘 교과서의 중요성을 역설하셨는데 그때의 저는 그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가 9월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지만, 수능을 바로 코앞에 둔 그 시점에서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부담스러워 아쉬움을 접어 넣고 하던 대로 공부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부터라도 교과서를 보며 기초를 한 번 더 다졌어야 했는데, 후회됩니다. 그래서 재수합니다. 한 해가 더 지났으니 이제 제 나이 26. 수능을 준비하기에 절대 적지 않은 나이지만 다시 해보렵니다. 작년의 아쉬움을 교훈 삼아 교과서를 구하려는데 몇 시간을 들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가 보아도, ktbook.com에 문의해 봐도 2월 전까지는 절대 안 된답니다. 이미 제 마음은 11월 수능을 향하고 있는데, 2월까지라니 가혹합니다. 물론 까짓거 한 달간 다른 교재로 공부해도 되긴 하지만, 제가 만난 모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교과서의 중요성을 젖혀두기엔 제 마음이 너무 간절합니다.


제가 많고 많은 대한민국 교과서 출판사 중에 미래엔 교과서를 꼽은 이유는 한때 교직에 계셨던 학원 선생님의 추천 덕분입니다. ‘교육부 검인정을 받을 정도면 다 믿을 만하지만, 그래도 하나 말해보자면 미래엔 교과서가 제일 믿을 만하지 않을까.’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귀사께 편지를 써봅니다. 괜찮으시다면 교과서를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외부와의 연락이 제한된 기숙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양손에 뭐라도 들고 귀사에 직접 찾아가 이것저것 여쭈며 책들을 얻어오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예의 없이 이렇게 서면으로 부탁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제가 필요한 교과서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맞는 교과서입니다.


과목은 수학I, 수학II, 미적분I, 확률과 통계, 경제, 동아시아사, 한국사입니다.


p.s. 결코, 공짜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책값을 몰라 5만 원을 동봉해 보냅니다. 저에게 도움을 주시기 어려우시다면 반송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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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면 바라는 대로 1 

화월선

바라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기쁨이고

가끔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슬픔이라면

애써 슬픔을 피해 기쁨을 좇기보다

당당히 슬픔을 맞이하며

절로 오는 기쁨을 향유할 줄 아는

네가 되길 바란다.


1월 12일 2016년

화요일 오후 9시 30분

유리함수를 공부하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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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린

Caesar.yrs@gmail.com

Www.July12.net

010-8684-0712

강대기숙학원 인문1반 입소


12월 27일 2015년

일요일 오전 9시 30분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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