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인문 2반 친구들에게.


제가 전에 한 말 지키기 위해, 여러분의 소중한 자습 시간 뺏기 싫어 이렇게 편지를 써요.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 하기 전에 근황부터 말해볼게요.


교실 제일 뒤에 앉아 있으면 반 분위기를 대강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요새 수업 시간이나 자습시간에 꾸벅꾸벅 졸거나 엎드려 자는 친구들이 심심찮게 보여요. 어느 학과 선생님께 들은 건데, 선생님들도 요새 좀 나른해지시고 지치신대요. 겨울에서 봄으로 날씨가 풀리는 환절기 때문이겠죠. 너님 한 명만 그런 게 아니고 모두가 힘든 것이니 너무 자신을 책망하진 말아요.


대신, 이겨내야겠죠. 넘어서야겠죠. 우리, 작은 맘 먹고 여기 온 건 아니잖아요. 남들 다 놀 때 공부하려고 여기 왔잖아요. 어떻게든 이겨내야죠. 그런데, '정신일도 하사 불성'이니 '의지의 문제'니 하면서 그저 무작정 의자에만 앉아있진 말아요. 정신이나 의지는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맞닥뜨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게 정신이고 의지죠. '지금부터 난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겠어!'라 속으로 마음먹으면, 정말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나요? 이미 좋아하는데. 난 이미 그 사람을 좋아하는데. 어쩔 수가 없는데. 그 잘난 의지로 뭐 별수 있어요? 잠도 마찬가지죠. 방법을 찾아야죠.


적으세요. 알림장이든 어디든 좋으니 내가 오늘 교실에서 언제 얼마나 졸았는지 기록해서 내 졸음 패턴을 찾아봐요. 작년 내 얘길 하자면, 전 오전이든 오후든 영어 수업에만 ABCD 할 것 없이 다 졸았어요. 관계대명사니 뭐니 어법 용어를 몰라 수업을 거의 못 알아들었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내 졸음 패턴을 찾고 그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봐요.


뚜렷한 졸음패턴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 뭐라도 시도해봐요. 물을 마시거나 한두 모금 입에 머금는다든지, 목캔디나 아이셔를 물고 있는 다든지, 쉬는 시간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하리보 젤리를 잘근잘근 씹는다든지, 세수하거나 양치를 한 번 더 한다든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요.


그리고 휴가는 되도록 나가세요. 특히 하루 한 시간 이상 자거나 조는 사람들은 특히 더더욱. 조는 시간을 한 달 단위로 계산해봐요. 하루 한 시간이면 한 달에 서른 시간이고, 주말에 더 조는 거 고려하면, 그 시간이 얼마야... 그리고 어제 한 시간. 오늘 한 시간이면 내일은 더 되겠죠. 수능 한 참 멀었는데 결코 적은 시간 아니죠. 차라리 한 달에 한 번 휴가 나가서 체력 재충전하고 와요.


체력 좀 괜찮으신 분들은 5월에 전원휴가 있으니 3월이나 4월에 잔류가 어떤 건 지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배우는 거 다르고 아는 거 다르다고, 한 번 직접 겪고 나면 더는 휴가 고민 할 일 없겠죠.


마지막으로, 제가 늘 당부드리듯이, 교실 밖에선 술담배를 하든 뭘 하든 서로가 서로에게 직접 피해 주진 않아요. 대신, 교실 안에선 쉬는 시간, 식사 시간, 간식 시간 할 것 없이 항상 조용해야 해요. 그건 우리 모두의 일이고 짧게는 우리의 1년이, 대학이, 길게는 우리의 인생이 달린 일이니까요. 자우림 노래에 이런 노랫말이 있어요.

'너를 위해 살 순 있어도, 너를 대신해 살 순 없어.'

그 누구도 여러분 인생을 책임질 수 없어요. 대신, 함께 합시다. 겉으로는 침묵해도 맘 속으론 뜨겁게 손 맞잡고, 우리 당당히 웃으며 나아갑시다. 이렇게.


2월 28일 2016년

일요일 오후 3시

간절하고 절박한

네 마음 그대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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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조기선발 인문 1반 친구들에게.


어제 '공부 분위기 잡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저번 일로 죄송하다'는 말이 담긴 쪽지를 받았어요. 받긴 했는데 뒷모습만 봐서 누가 줬는지 몰라서 이렇게 편지를 써요.


저는 괜찮아요. 혜선이나 지윤으로부터 제 말 전달이 잘 안 된 것 같은데, 저는 제 이름 들었을 때 애들이 날 어려워하지 않는구나 싶어서 되려 좋아했어요. 작년엔, 제가 정말 지랄같이 조용히 시켜서 '유린이 오빠가 절 싫어하는 것 같아요. 너무 차갑게 대해요.'란 피드백을 선생님을 통해 자주 들었기 때문에 전 정말 기분 좋았어요.


공부 분위기는 말이에요. 제가 아니라 소영이가 만든 거에요. 너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에요. 난 폭군마냥 억누르는 것뿐이지. 이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귀찮아서 안 할 뿐이지. 그리고 우리가 2, 3반과 달리 그나마 조용한(솔직히 내 기준에선 만족 못 해.) 이유는 저와 소영이 유무보다도 애들(여러분)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2, 3반도 공부 분위기 만들려고 노력하는 애들 분명 있어요. 조용히 하라고 외치는 애들도 분명 있을 텐데, 여러분처럼 침묵으로 동조해주기보다 '너나 조용히 해!'라 되받아치며 깔깔 웃는 애들이 더 많아 그런 거에요. 다시 한 번 강조해 말하건대, 다른 건 제가 아니에요. 소영이도 아니야. 너희들이야. 정규반 가서도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끝으로, 지나가다 보면 간혹 우는 친구들이 보이는 데, 울지 마요. 웃어요, 웃어. 이렇게.


1월 3일 2016년

수요일 오전 6시 30분

정치학의 이해를 읽다가,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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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식객) 장난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2 웨이터 미친놈 1명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3 너덧 명 추가. 남자 웨이터 여럿과 식객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4 남자 전체.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5 여자 소수 (그 사람과 먼 여자)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6 여자 (그 사람과 가까운 여자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7 여자 전체 (그 사람 빼고 전부)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남자 멋있게 등장.



#8 그 남자 (절도 있게 박자 맞춰서)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9 그 남자 (그녀에게 다가가면서)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10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

(다가가며)

멈~~~춰~~~

(키스하며)

라!


3월 6일 2016년

일요일 오후 11시 45분

퇴실하기 전에,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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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에 수틀리면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 소인배인가. 그런 가보다. 마음이 어지럽다. 화난다. 짜증 난다.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싫은 걸까.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이란 없다. 하지만 최선을 찾아야 한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이라도. 제1안이 안 된다고 주저앉는 것은 어린 애들이나 하는 짓이다. 1안이 안 된다면 2안으로, 2안도 안 된다면 3안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먼저 생각나는 대로 읊어 보자. 아, 나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광릉 수목원에 가고 싶다. 사람이 드문 한적한 어느 곳. 아무 말 없이 나무만 바라보고 싶다. 최인호의 소설, '길 없는 길'에서 경허 스님께서 목도하셨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공허를 내 안에서 찾고 싶다. 온갖 더러운 욕망이 꿈틀거리는 이 어지러운 마음을 평정하고 싶다. 시끄럽다 시끄러워. 내 마음속 태풍을 잠재우는 것 또한 하나의 위대한 용기지만, 난 아직 어리구나. 한참 어리구나, 난. 자질이 없는 걸까. 슬프다. 울고 싶다. 꿈은 이리도 원대한데, 내 그릇이 그에 부족해 세상 한가득 품지 못할까 두렵다. 내일 나는 오늘의 나를 두고 뭐라 평할까. 

"겁쟁이. 주제도 모르는 오만한 소인배."

딱 이쯤 어딘가겠지. 눈물이 난다. 이 눈물은 무슨 의미일까. 참회의 의미일까. 나 스스로 안타까워하는 연민일까. 아니다. 그것보단 동정에 가까우리라. 아 횡설수설하는구나. 잠시만 그러자꾸나. 하지만 매일은 안 된다. 매일은 곤란하다. 가끔은, 아주 아주 가끔은 이래도 된다. 이러도록 하자. 잠시만... 아주 잠시만...


2월 8일 2016년

월요일

대망 10권을 읽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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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

이홍민

큰 그릇은 쉽게 차올라 넘치지 않고

큰 새는 날개를 쉽게 펴 날아오르지 않고

큰 강은 바다를 향해 느리게 흐른다.


큰 그릇은 세상 모든 것을 담아도 넘치지 않고

큰 새는 날아오르면 만 리를 날아가며

큰 강은 흐르면 바다를 이루어 간다.


큰 그릇은 어떤 흔들림에도 기울어 넘치지 않고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아오르며

큰 강은 산과 언덕도 막을 수 없다.


크다는 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며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1월 30일 2016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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