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개운함.


11월 12일 2015년

목요일

수능을 치르고 학원에 돌아가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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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지기(秋月知己) - 후속

화월선


나는 그렇게 비루해지고 비루해져서

이 세상 모든 별들을 한가득 끌어안고

인민에게 내려와


모든 별들의 어둠으로서

모든 풀꽃의 거름으로서

만인의 달빛과 함께하리라.


12월 12일 2015년

토요일 오후 11시

강대기숙 인문P2 쫑파티를 계획하며,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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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쿨 지영이에게.


반가워요. 동생 표현을 빌려 쓰자면 나는 유린쓰라 해요. 아마 동생은 내가 누군지 모르겠죠. 하지만 놀라지 마세요. 어제저녁을 먹고 2층을 걷다 편지 장을 주웠는데, 우연히도 불행히도 편지가 바로 동생 편지였던 거죠. 화정이와 나영이가 편지를 읽었으면 좋으련만, 나는 모르겠네요. 동생이 혹시 실망할까 싶어 외박 나가는 남자아이 틈에 편지를 끼워 보네요.


바깥세상은 어떤가요. 편지를 받아 읽고 있을 즈음이면 비가 정도는, 좋은 날이면 눈도 정도는 내렸을 테죠. 나는 매년 눈이 세차게 때마다 눈사람을 만들곤 해서 또한 곳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예쁜 눈사람을 만들려 했는데 선생님들께서 못하게 막아 안타까웠었죠.


동생 편지를 유심히(; 미안해요) 읽어보니 아직 3 같군요. , 친구들과 산책도 수다도 좋아하는 같구요. 나이만 다를 나도 그래요. 먹을 때도, 숙제 때도, 언제나 친구들과 얘기하고 싶어지고, 시작하면 봇물 터지듯 끝없이 쏟아내죠. 이것은 비단 나만의 즐거움일 뿐만 아니라 모두의 즐거움일 테죠.


재훈이와 준용이를 좋아하나 봐요. 어떤 점이 좋은지 궁금하네요. 사진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동생도 알다시피 곳에서는 인터넷을 없죠. 그저 동생 이름 자와 우연히 읽게 편지 장으로 동생의 얼굴과 동생이 좋아하는 것들을 상상해 뿐이에요나는 파스타를 좋아해요. 봉골레도 좋고 까르보나라도 무척 좋아해요. 친구들과 한참 수다 떨며 먹다 보면 어느새 접시는 비어 있고, 그리고 우리는 딸기 케이크나 (; 가끔 초콜릿도 먹어요) 슈크림 빵을 먹으러 가죠. 달달한 케이크나 슈크림 그리고 라떼나 모카 잔을 같이 마시면 뭐가 부러울 있을까요. ,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파스타도, 케이크도, 슈크림도 그리워요. 동생은 밖에서 모든 것을 먹을 있겠죠. 부러워요. 앞으로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생각도 번씩 해주길 바라요.


지영이는 지난 동안 견디고 열심히 해서(; 그랬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예쁘고 착해요. 지영이가 노력한 만큼, 혹은 이상의 보상이 반드시 주어질 것이에. 언제 어디서든 힘내요. 감기도 조심하구요. 매일 말로서 응원하고 속으로도 기도할게요. 편지 보내고 싶으면 보내주세요. 그래도 따분하고 심심한데 손편지 하나 제대로 써줄까요.

그럼, 지내요. 안녕.


2 1 2015

오전 9 일요일

편지 속의 동생을 생각하며, 인문 손유린



윈터스쿨 애들이 쓰던 교실을 산책하다 우연히 그네들의 편지를 주웠고

그 편지를 가지고 어떤 장난을 할까 고민하다가 '그 편지의 주인에게 여자인척 편지 보내서 답장받기'를 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여자였 적이 없어서

여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춘향유문(春香遺文)의 서정주 시인처럼 나도 수려한 여성 화자를 갖고 싶었다.

그래서 연습삼아 이렇게 여자인척 편지를 썼고, 외박 나가는 룸메이트에게 대신 편지 부쳐달라 부탁했지만

시간이 안 맞아 부치질 못했고 그렇게 전하지 못한 편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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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1)

화월선


영원히 바라볼 수 있는 것은

함께할 때 잠깐의 즐거움이 아니라

태산같이 높다란 빈자리의 여운 뿐이다.


어찌할 수 없는 누추한 네 앞모습보다

잊혀지지 않을 단 하나의 넋으로 기억될

네 뒷모습을 위하여.



4월 19일 2015년

월요일 오후 5시 50분

지수함수 문제를 풀다가, 화월선



무제(2)

화월선


영원히 바라볼 수 있는 것은

함께할 때 잠깐의 즐거움이 아니라

태산같이 높다란 빈자리의 여운 뿐이다.


어찌할 수 없는 누추한 네 앞모습보다

일어나라 울부짖는 이

단 하나의 광야와도 같은

네 뒷모습을 위하여.



4월 29일 2015년

수요일 오후 2시

한국사 아이들에게, 화월선



이 세상 그 누구라도 너와 함께 있지 않은 시간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더 오래일 수 없다.

만나면서 기억되는 시간보다 등 돌려 헤어지는 즉시부터

기다리고 돌아보며 눈으로 다시 맞을 그 순간까지의 시간이 훨씬 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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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욱이에게.


어느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지난 4년에 대해 후회하느냐 묻는다면,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유는 내가 세월을 성실히 보냈기 때문이 아니고(; 시절의 나는 하루가 12시간이어도 충분했을 정도로 게을렀다.) 책을 많이 읽어서도 아니다내가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 까닭은 지금 내가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길을, 조금 넘어지고 넘어져서 여기까지 뿐이다. 분명, 험한 여정이긴 했어도 순전히 나의 의지만으로 옳은 선택(지금 내가 믿고 있기를)을 해 지금  자리에 앉아 있다앞으로도 내가 어떤 잘못이나 실수를  똑같은, 아니 어쩌면 험난한 고행길에 오른다 해도 결국에는 스스로 정답을 찾아낼 것이라는 확신을, 나는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자신감이오, 자존감이다. 너 스스로 믿고 행하라. 네가 무얼 하든 내일의 너는 오늘의 너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자신감의 용기로, 자존감의 이름으로.


1 22 2015

목요일

大器晩成욱이를 생각하며, 손유린



성욱이에게 퇴소 권유를 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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