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대하여 2


꿈에 대한 집착이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처절하게 죽음만을 갈구하며 달을 바라볼 때 처음 꿈을 품었다. 흉측한 몰골로 도망치듯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괴물의 몸으로 4년간 독방에 살 때도, 절대 꿈에 대한 열망을 접은 적이 없었다. 비루하고 남루한 내 인생에서 꿈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생명줄이었다. 매 순간 눈을 감을 때마다, 몸이 부서지고 무너져 내리는 고통을 느껴도, 살고 싶었다. 꿈을 이룰 순 없어도 남들처럼 당당히, 아니면 유유히라도 내 꿈을 좇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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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화월선


꿈을 꾸었소.

님을 보았지.

잘 지내는지 물었고

난 울먹이며 고갤 끄덕였소.

말하고 싶었소.

말하지 못했소.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길을 걸었소.

달빛 아래 장미 사이이

어느새 길은 좁아져 혼자가 되고

님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지금 이렇게 울고만 있소.


달도 지고 꽃도 흩날려

더는 보이지 않는데

눈물은 멈추지 않소.


님아, 잊지 마시오.

그 꽃은 시드는 것이 아니오.

내가 님에게 물들어 가는 것이지.

백만 송이의 장미가

언제나 님 속에 함께 할 것을

님아,

더는 잊지 마시오.



7월 23일 2016년

토요일 오전 8시 30분

양호실에서 꿈을 꾸고,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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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대하여(미완 쓰는 중)


#광고란, 일반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급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그림책을 통하여 전 세계 만인의 공감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기르고자 한다. 

#정치 경제 군사 역사 문화 사회 종교 지리 언어 예술을 막론하고 만인 공통으로 공감할 수 있다. 

#문자 독해 능력도 참 중요하지만, 그림 해석 능력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How-To

그림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며, 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같은 활자 인쇄물이라도 신문, 소설, 수필, 시를 읽는 법이 전부 다르듯, 그림책 또한 그림책만의 접근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글자를 먼저 읽지 말고 그림을 먼저 봐서 그림 속 상황, 배경, 인물들을 복사/붙여넣기를 하듯이 그대로 머릿속으로 옮겨 닮아라. 상상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까지도 상상해라.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한 장의 그림이 누군가에겐 그냥 의미 없이 난해한 동굴 벽화로, 한 폭의 그림이, 사진이, 또 누군가에겐 한 편의 영화로, 또 누군가에겐 더없이 아름다운 대 서사시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책이다.



글자

어른들과는 다르게 아기들은 글자보다 그림을 먼저 본다. 어른들이 그림책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유는 글자 때문이다. 11짜리 글자 크기에 갇혀 제한적인 사고만 한다. 예를 들면, 하늘을 나는 코끼리에 대한 그림책이 있다고 하자. 어른들은 종이를 넘기며 글자인, "남태평양 상공을 날아다니는 분홍색 코끼리"를 먼저 읽고 그 글자들에 맞춰 그림을 해석한다. 바다를 찾고, 하늘을 찾고, 분홍색을 찾고, 코끼리를 찾는다. 앞서 언급한 글자 요소들을 사실적 '사건'으로 상상해 찾기 때문에, 추상적 '그림'으로 이루어진 삽화가 불편해지는 것이다. 


반면, 어린이들은 그림을 먼저 보고, 각각 그림 요소들에 맞춰 글자를 읽기 때문에 코끼리만 보더라도, '다리가 긴 코끼리', '날개 달린 코끼리', '예쁜 코끼리', '화난 코끼리' 등등 글자에 얽매이지 않은 채 훨씬 더 폭넓은 상상을 한다. 그것도 오로지 '나만의' 상상으로.


한 문장으로 요약 정리하자면, 

"서사와 인과의 연결고리를 끊을 때 비로소 그림책은 내 것이 된다."


9월 13일 2016년

화요일 오후 8시 30분

가을 하늘 아래 밝은 달을 바라보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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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분가(萬憤歌)

조위


(상략)


내 가슴의 한이 뿌리가 되고

나의 눈물이 가지가 되어

임의 집 창 밖에 있는 외나무 매화로 다시 태어나

눈 속에 혼자 피어 베갯머리에 시드는 듯이

달빛에 그림자가 임의 옷에 비취거든

어여쁜 이 얼굴을 너로구나 반기실까.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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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2016년

 

형 노릇 하고 싶지 않다. 완장질도, 오빠 놀이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대로 나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나는 당당한 손유린이고 싶다. 그 어떤 수식어로도, 손유린이란 이름이 아니면 날 설명할 수 없다. 나는 손유린이다.

 

만인, 만인 앞에서 당당하려면 헐벗고 굶주린 채로 나서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만이 영원한 것이다. 나의 진심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것. 꾸미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들이받는다.

 

가끔은 슬프고, 자주 또 슬프다. 꽃은 나비를 부르고 나비는 꽃을 탐낸다. 눈을 감으면 네가 보인다. 잠깐의 값싼 연민과 동정으로는 세상과 널 바꿀 수 없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나는 누군가를 만나고 모아, 그 누군가를 대표할 텐데, 분명 버거울 텐데, 가끔은, 아니 자주 도망치고 싶을 텐데. 슬프다. 너무 먼 미래가 아닌 그 날이 오늘은 아니라야 한다. 아니라야 한다.

 

할 수 있을까. 감당할 수 있을까. 의연하고 대범하게. 어려운 일이다. 바람 불지 않는다. 혼자다. 외롭다. 나에 대한 회의감이 넘쳐 흐른다. 내게 기대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그 영광의 족쇄들. 바라보지 않는다. 눈을 감아라. 네가 보인다.

 

꽃이 아니면 바라지 않고

달이 아니면 그리지 않는다

비루한 어둠이 되어 별을 비춘다.

 

4월 20일 2016년

수요일 오후 1시 30분

외진 나가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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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소

월선



1을 통해서가 아니면 

널 만날 수 없어.


너와 나만의 사랑은

오직 1만이 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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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제가 아까 앞에서 헛소리를 좀 했는데요. 기침, 재채기하는 게 시끄럽다거나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최대한 제 몸 건강 챙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저 앞에만 서면 떨리고 긴장해서 준비한 대로 말 못하고 반대로 말하게 되네요. 요새 정도 감기 때문에, 제정신 아닌데, 여러분 귀찮게 하는 삽질은 딱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3월 21일 2016년

월요일 오후 6시

헛소리에 대한 용서를 구하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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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지기(秋月知己) - 꽃, 달, 별

화월선


꽃이 아니면 바라지 않고

달이 아니면 그리지 않는다

비루한 어둠이 되어 별을 비춘다.


꽃이 아니면 바라보지 않고

달이 아니면 그리워하지 않는다.

언제나 겸손한 자세로

그늘 속에서 별을 찾아 비추는 나는 

차라리 비루한 어둠이리라.



8월 23일 2016년

화요일 오후 6시 30분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나는 당당한 손유린이다,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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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면 바라는 대로 2

화월선


바라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기쁨이고

가끔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슬픔이라면

기쁨은 너에게 가고 슬픔은 다 나에게 오라!

나, 너의 슬픔을 맞는 기쁨으로 이 땅에 설지니

죽음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나 홀로 가리다.



4월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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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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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인문 2반 친구들에게.


제가 전에 한 말 지키기 위해, 여러분의 소중한 자습 시간 뺏기 싫어 이렇게 편지를 써요.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 하기 전에 근황부터 말해볼게요.


교실 제일 뒤에 앉아 있으면 반 분위기를 대강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요새 수업 시간이나 자습시간에 꾸벅꾸벅 졸거나 엎드려 자는 친구들이 심심찮게 보여요. 어느 학과 선생님께 들은 건데, 선생님들도 요새 좀 나른해지시고 지치신대요. 겨울에서 봄으로 날씨가 풀리는 환절기 때문이겠죠. 너님 한 명만 그런 게 아니고 모두가 힘든 것이니 너무 자신을 책망하진 말아요.


대신, 이겨내야겠죠. 넘어서야겠죠. 우리, 작은 맘 먹고 여기 온 건 아니잖아요. 남들 다 놀 때 공부하려고 여기 왔잖아요. 어떻게든 이겨내야죠. 그런데, '정신일도 하사 불성'이니 '의지의 문제'니 하면서 그저 무작정 의자에만 앉아있진 말아요. 정신이나 의지는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맞닥뜨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게 정신이고 의지죠. '지금부터 난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겠어!'라 속으로 마음먹으면, 정말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나요? 이미 좋아하는데. 난 이미 그 사람을 좋아하는데. 어쩔 수가 없는데. 그 잘난 의지로 뭐 별수 있어요? 잠도 마찬가지죠. 방법을 찾아야죠.


적으세요. 알림장이든 어디든 좋으니 내가 오늘 교실에서 언제 얼마나 졸았는지 기록해서 내 졸음 패턴을 찾아봐요. 작년 내 얘길 하자면, 전 오전이든 오후든 영어 수업에만 ABCD 할 것 없이 다 졸았어요. 관계대명사니 뭐니 어법 용어를 몰라 수업을 거의 못 알아들었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내 졸음 패턴을 찾고 그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봐요.


뚜렷한 졸음패턴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 뭐라도 시도해봐요. 물을 마시거나 한두 모금 입에 머금는다든지, 목캔디나 아이셔를 물고 있는 다든지, 쉬는 시간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하리보 젤리를 잘근잘근 씹는다든지, 세수하거나 양치를 한 번 더 한다든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요.


그리고 휴가는 되도록 나가세요. 특히 하루 한 시간 이상 자거나 조는 사람들은 특히 더더욱. 조는 시간을 한 달 단위로 계산해봐요. 하루 한 시간이면 한 달에 서른 시간이고, 주말에 더 조는 거 고려하면, 그 시간이 얼마야... 그리고 어제 한 시간. 오늘 한 시간이면 내일은 더 되겠죠. 수능 한 참 멀었는데 결코 적은 시간 아니죠. 차라리 한 달에 한 번 휴가 나가서 체력 재충전하고 와요.


체력 좀 괜찮으신 분들은 5월에 전원휴가 있으니 3월이나 4월에 잔류가 어떤 건 지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배우는 거 다르고 아는 거 다르다고, 한 번 직접 겪고 나면 더는 휴가 고민 할 일 없겠죠.


마지막으로, 제가 늘 당부드리듯이, 교실 밖에선 술담배를 하든 뭘 하든 서로가 서로에게 직접 피해 주진 않아요. 대신, 교실 안에선 쉬는 시간, 식사 시간, 간식 시간 할 것 없이 항상 조용해야 해요. 그건 우리 모두의 일이고 짧게는 우리의 1년이, 대학이, 길게는 우리의 인생이 달린 일이니까요. 자우림 노래에 이런 노랫말이 있어요.

'너를 위해 살 순 있어도, 너를 대신해 살 순 없어.'

그 누구도 여러분 인생을 책임질 수 없어요. 대신, 함께 합시다. 겉으로는 침묵해도 맘 속으론 뜨겁게 손 맞잡고, 우리 당당히 웃으며 나아갑시다. 이렇게.


2월 28일 2016년

일요일 오후 3시

간절하고 절박한

네 마음 그대로,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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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조기선발 인문 1반 친구들에게.


어제 '공부 분위기 잡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저번 일로 죄송하다'는 말이 담긴 쪽지를 받았어요. 받긴 했는데 뒷모습만 봐서 누가 줬는지 몰라서 이렇게 편지를 써요.


저는 괜찮아요. 혜선이나 지윤으로부터 제 말 전달이 잘 안 된 것 같은데, 저는 제 이름 들었을 때 애들이 날 어려워하지 않는구나 싶어서 되려 좋아했어요. 작년엔, 제가 정말 지랄같이 조용히 시켜서 '유린이 오빠가 절 싫어하는 것 같아요. 너무 차갑게 대해요.'란 피드백을 선생님을 통해 자주 들었기 때문에 전 정말 기분 좋았어요.


공부 분위기는 말이에요. 제가 아니라 소영이가 만든 거에요. 너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에요. 난 폭군마냥 억누르는 것뿐이지. 이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귀찮아서 안 할 뿐이지. 그리고 우리가 2, 3반과 달리 그나마 조용한(솔직히 내 기준에선 만족 못 해.) 이유는 저와 소영이 유무보다도 애들(여러분)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2, 3반도 공부 분위기 만들려고 노력하는 애들 분명 있어요. 조용히 하라고 외치는 애들도 분명 있을 텐데, 여러분처럼 침묵으로 동조해주기보다 '너나 조용히 해!'라 되받아치며 깔깔 웃는 애들이 더 많아 그런 거에요. 다시 한 번 강조해 말하건대, 다른 건 제가 아니에요. 소영이도 아니야. 너희들이야. 정규반 가서도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끝으로, 지나가다 보면 간혹 우는 친구들이 보이는 데, 울지 마요. 웃어요, 웃어. 이렇게.


1월 3일 2016년

수요일 오전 6시 30분

정치학의 이해를 읽다가,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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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식객) 장난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2 웨이터 미친놈 1명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3 너덧 명 추가. 남자 웨이터 여럿과 식객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4 남자 전체.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5 여자 소수 (그 사람과 먼 여자)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6 여자 (그 사람과 가까운 여자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7 여자 전체 (그 사람 빼고 전부)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남자 멋있게 등장.



#8 그 남자 (절도 있게 박자 맞춰서)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9 그 남자 (그녀에게 다가가면서)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10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

(다가가며)

멈~~~춰~~~

(키스하며)

라!


3월 6일 2016년

일요일 오후 11시 45분

퇴실하기 전에,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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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에 수틀리면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 소인배인가. 그런 가보다. 마음이 어지럽다. 화난다. 짜증 난다.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싫은 걸까.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이란 없다. 하지만 최선을 찾아야 한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이라도. 제1안이 안 된다고 주저앉는 것은 어린 애들이나 하는 짓이다. 1안이 안 된다면 2안으로, 2안도 안 된다면 3안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먼저 생각나는 대로 읊어 보자. 아, 나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광릉 수목원에 가고 싶다. 사람이 드문 한적한 어느 곳. 아무 말 없이 나무만 바라보고 싶다. 최인호의 소설, '길 없는 길'에서 경허 스님께서 목도하셨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공허를 내 안에서 찾고 싶다. 온갖 더러운 욕망이 꿈틀거리는 이 어지러운 마음을 평정하고 싶다. 시끄럽다 시끄러워. 내 마음속 태풍을 잠재우는 것 또한 하나의 위대한 용기지만, 난 아직 어리구나. 한참 어리구나, 난. 자질이 없는 걸까. 슬프다. 울고 싶다. 꿈은 이리도 원대한데, 내 그릇이 그에 부족해 세상 한가득 품지 못할까 두렵다. 내일 나는 오늘의 나를 두고 뭐라 평할까. 

"겁쟁이. 주제도 모르는 오만한 소인배."

딱 이쯤 어딘가겠지. 눈물이 난다. 이 눈물은 무슨 의미일까. 참회의 의미일까. 나 스스로 안타까워하는 연민일까. 아니다. 그것보단 동정에 가까우리라. 아 횡설수설하는구나. 잠시만 그러자꾸나. 하지만 매일은 안 된다. 매일은 곤란하다. 가끔은, 아주 아주 가끔은 이래도 된다. 이러도록 하자. 잠시만... 아주 잠시만...


2월 8일 2016년

월요일

대망 10권을 읽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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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

이홍민

큰 그릇은 쉽게 차올라 넘치지 않고

큰 새는 날개를 쉽게 펴 날아오르지 않고

큰 강은 바다를 향해 느리게 흐른다.


큰 그릇은 세상 모든 것을 담아도 넘치지 않고

큰 새는 날아오르면 만 리를 날아가며

큰 강은 흐르면 바다를 이루어 간다.


큰 그릇은 어떤 흔들림에도 기울어 넘치지 않고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아오르며

큰 강은 산과 언덕도 막을 수 없다.


크다는 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며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1월 30일 2016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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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정.


하하. 쓸 말이 넉넉지 않아. 네가 그런 것처럼 나 또한 내 변변찮은 소소한 일상을 적어보자니 덧없게 느껴진다. 그저, 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들, 일필휘지로 가볍게 적는다. 석정아, 네 편지 5(화)일에 잘 받았어. 네 이름 그대로 쓰고도 안 잘렸구나. 나는 네가 참 좋다. 네 편지를 읽고 나서 더 좋아졌어. 소소한 일상을 빈틈없이 그리고 즐겁게 채워나가는 이는 너뿐인가 싶다. 언제나 늘 항상 네가 너이길 바란다.


나는 아주 잘 지내고 있어. 27(일) 첫날부터 오늘까지도 마치 이곳이 내 집인 양 편하게 살고 있어.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지난 1년 내내 같이 지냈던 너희가 없다는 점 하나뿐이야. 이제 열흘이 지났지만, 너희 다 가고 나 홀로 남아 다른 39명과 같이 한 교실에 앉아있다는 사실이 어색해. 그래서 가끔은 마음속으로 이곳 아이들에게 너희 이름을 붙여 부른다. 내 옆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태균이를 너, 석정이라 부르기도 한다(; 청주 산대).


그리고 지금 이 반에 창원 사는 애들 3명한테 ‘마산 불주먹’ 제정수 아느냐고 물어봤는데 아무도 모르더라. 어찌 된 일인지 네가 정수에게 대신 물어봐 줘. 정수가 분명 자기 유명하다고 했는데 기숙학원에 있는 모든 창원 애들에게 물어보면 한 명은 꼭 나오겠지? 이것도 전해줘라.


아직 보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너만 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주번이 다 돌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예준이만 한 인물도 없어. 참 그런데 신기한 게, 위에 말한 청주 태균이가 작년 그믐에 새해 일몰 보고 싶다고 혼자 난리 치는(; 지금 물어보니 청주고래. 그리고 너 모른대.) 바람에 잠깐 즐거웠었어. 너와 캐릭터가 조금 겹치는 것 같다.


아직 산책 나가본 적은 없어. 달을 바라본 적 또한 없어. 친구가 생기면 자연스레 하겠지. 언제 올는지.


석정아,

훗날 머나먼 꿈으로의 여정 속

바쁘디 바쁜 일상으로부터

잠깐의 여유를 틈타 오늘을 들춰보는 너에게

까닭 모를 웃음과, 돌아보고픈 추억을

내 이름 석자에 담아 보낸다.

석정아, 너는 내가 찾은 하나의 별이다.

언제 어디서나 네가 빛 바래지 않도록

허석정, 너를 위하여.

손유린.


1월 7일 2016년

목요일 오전 6시

대망 10권을 읽으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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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에게.


준호야 받아라. 편지 보낸다. 쓴다 쓴다 해놓고 두 달 만에 쓰는구나. 변명하자면 수능이 끝난 후 우리가 너무 자주 연락을 해왔던지라 지난날의 소회를 제외하곤 별로 할 말이 없어 쓰질 못했다. 작년, 네 일기장에 잠깐 쓸 때 다 못 적은 이유 또한 그와 비슷하리라. 이렇게 갇혀 있어 너와 얘기를 못 하니 절로 편지지와 펜에 손이 가는구나. 하하. 매일 밤, 도서관을 나와 누구보다 제일 먼저 널 찾아 전화를 걸었던 한 달 전 그때 그 밤처럼 읊어본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생활-학과 선생님들께서도 대부분 그대로 계시고, 너희 다 가고 나 홀로 남아 새로운 38명과 새해를 맞이한 것 빼고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새로운 애들도 괜찮아. 정말 놀랍도록 전부 괜찮아. 분위기 흐리는 애들도 없고 공부할 때는 정말 매섭게 공부하고 쉴 때는 대학 얘기하며 쉰다(; 처음 들었을 때 소름. 표준점수 520 넘는 애들이 수두룩하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난 올해도 꼴찌로 시작한다. 작년의 3반, 올해의 1반. 괜찮아. 재밌어. 행복해. 만화 속 주인공 같잖아.


가끔 애들 사이에서 네 이름이 나온다. 그리고 나에게 묻지. 박준호는 어떤 사람이었느냐고. 나는 이렇게 답해. ‘올해 나의 본보기’라고. 매 하루를 벽면에 붙은 네 이름을 보며 시작한다. 기쁘다. 네가 잘 된 일. 내 일도 아닌데 이렇게 내 기분이 흐뭇한 것을 보면, 내가 널 좋아하긴 하나보다. 이 편지 또한 그래서 쓰고 있는 것이겠지.


언제나 열심히 사는 네가 좋다. 지난 세월 모든 힘 다 쏟아부었던 대망의 수능이 끝난 뒤에도, 넌 언제나 그랬듯 소리소문없이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지. 감탄스럽다. 대단해. 훌륭해. 존경스럽다. 올해가 끝나갈 무렵, 나 또한 너처럼 할 수 있을까 싶다. 고대 철학과라면 네가 꿈꾸는 법조인도 문제없겠구나. 그렇게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면 노력하는 대로, 바라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또, 언제나 네가 너이길 바란다.


p.s. 네가 대신 어머니 아버지께 안부 전해드려 줘.


1월 9일 2016년

토요일 오전 6시 30분

2015 인문P2 박준호를 생각하며,

너의 친구,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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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안녕하세요. 미래엔 교과서가 간절히 필요한 늦깎이 학생입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로 유학 갔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귀국했었습니다. 그 뒤, 한국에서 어영부영 아무것도 안 하며 세월만 보내다가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 싶어 2014년 9월부터 수능을 준비했습니다. 몇 년 만에 책을 펼치고 연필을 잡았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공부가 잘 안 되다가 어느 정도 공부습관을 들이고 그해 12월에 기숙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모든 과목이 처음이라 쉬운 과목 하나 없었고 특히 수학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정상적으로 중고등학교를 6년 다닌 아이들 수준에 맞춘 수업을 따라가기엔 제 수준은 상상 그 이하여서 중등수학부터 공부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늘 교과서의 중요성을 역설하셨는데 그때의 저는 그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가 9월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지만, 수능을 바로 코앞에 둔 그 시점에서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부담스러워 아쉬움을 접어 넣고 하던 대로 공부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부터라도 교과서를 보며 기초를 한 번 더 다졌어야 했는데, 후회됩니다. 그래서 재수합니다. 한 해가 더 지났으니 이제 제 나이 26. 수능을 준비하기에 절대 적지 않은 나이지만 다시 해보렵니다. 작년의 아쉬움을 교훈 삼아 교과서를 구하려는데 몇 시간을 들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가 보아도, ktbook.com에 문의해 봐도 2월 전까지는 절대 안 된답니다. 이미 제 마음은 11월 수능을 향하고 있는데, 2월까지라니 가혹합니다. 물론 까짓거 한 달간 다른 교재로 공부해도 되긴 하지만, 제가 만난 모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교과서의 중요성을 젖혀두기엔 제 마음이 너무 간절합니다.


제가 많고 많은 대한민국 교과서 출판사 중에 미래엔 교과서를 꼽은 이유는 한때 교직에 계셨던 학원 선생님의 추천 덕분입니다. ‘교육부 검인정을 받을 정도면 다 믿을 만하지만, 그래도 하나 말해보자면 미래엔 교과서가 제일 믿을 만하지 않을까.’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귀사께 편지를 써봅니다. 괜찮으시다면 교과서를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외부와의 연락이 제한된 기숙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양손에 뭐라도 들고 귀사에 직접 찾아가 이것저것 여쭈며 책들을 얻어오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예의 없이 이렇게 서면으로 부탁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제가 필요한 교과서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맞는 교과서입니다.


과목은 수학I, 수학II, 미적분I, 확률과 통계, 경제, 동아시아사, 한국사입니다.


p.s. 결코, 공짜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책값을 몰라 5만 원을 동봉해 보냅니다. 저에게 도움을 주시기 어려우시다면 반송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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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면 바라는 대로 1 

화월선

바라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기쁨이고

가끔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슬픔이라면

애써 슬픔을 피해 기쁨을 좇기보다

당당히 슬픔을 맞이하며

절로 오는 기쁨을 향유할 줄 아는

네가 되길 바란다.


1월 12일 2016년

화요일 오후 9시 30분

유리함수를 공부하며,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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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린

Caesar.yrs@gmail.com

Www.July12.net

010-8684-0712

강대기숙학원 인문1반 입소


12월 27일 2015년

일요일 오전 9시 30분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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