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화월선


왜 그런 걸까.

왔던 길보다 돌아오는 길이

언제나 더 먼 까닭은. 


아마 그건 한참을 서성이다

미처 돌아오지 못한 

내 맘 때문이리라.



3월 17일 2018년

토요일 오전 8시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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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경험


제목: 보통의 경험

작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출판사: 이매진

초판 1쇄: 2011년 4월 13일

독서 기간: 2월 24일 ~ 2월 26일 2018년


소감: 

인상 깊은 구절:

내가 겪은 일의 가장 확실한 목격자는 바로 나라는 점을 스스로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통 역시 피해 경험자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내 마음속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고 기쁨과 해방감을 되찾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이죠.


내 몸도 주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내 판단과 선택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경험자가 제일 정확히 알고 있고, 해결의 방향을 가장 깊이 고민하며, 그 안에 진실을 품은 힘이 있구나.


삽입만 안 당하면 별거 아니고, 당하면 인생 끝이라는 '저렴한' 통념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실제 피해자는 자신을 위해 순간순간 수많은 판단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은 동등하다는 인권의 명제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싸워 얻은 것입니다.


'술을 먹었는데도? 기억이 안 나는데도? 상대도 좋아했던 것 같은데......' 등 계속 질문을 하면서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고 싶어 합니다. 그럴 때 상담소에서는 제삼자의 말로 면제를 받으려고 하기 전에 상대방이 어떻게 느꼈는지 먼저 들어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성폭력을 쉽게 경험하게 되는 이유는, 성폭력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강간, 추행, 성폭행 등으로 불리던 것을 묶어 '성폭력'이라고 부르게 된 까닭은 행위 자체보다 그것이 폭력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행위들 사이에서 더 심한 것, 가벼운 것, 더 주요하고 덜 중요한 것을 제삼자가 멋대로 판단하지 말자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법을 대할 때 두 가지 태도가 필요합니다. 현재의 법을 잘 알고 활용하는 태도와 현행법에서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태도입니다.


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이끌거나 적어도 사회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고요.


한국성폭력상담소 2009년 상담 통계를 보면 사례 중 85%가 아는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였습니다.


이상하거나 특수한 사람이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가족, 직장, 연애, 부부 관계 등 평범한 공간 속의 권력 관계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사건 자체보다 나중에 날아오는 이런 비난이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와 충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것을 2차피해라고 합니다.


술 때문에 범행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범행을 위해 술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폭력은 성욕을 억제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억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무리해서 다 호응하다가 나중에 펑크를 내는 사람보다 정확하게 거절한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되는 법입니다.


흔히 상담자는 '피해자보다 지나치게 앞서가지도, 뒤에 있지도 말라'고 합니다. 이것은 '피해자 중심'이라는 해결 원칙을 지키면서도 피해자에게 시의적절한 도움을 주자는 이야기입니다. 즉, 주변 사람은 피해자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가 돼줘야 합니다.


설령 상대를 어느 정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강제로 원치 않는 행위를 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해자를 의심하지 않은 마음과 거기에서 오는 배신감, 상처 등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믿음을 이용했다고 반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법적 해결이나 제도적 해결과 비교해 개인적인 해결 시도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고죄란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리거나 증거가 허위로 판명된 경우, 수사력을 낭비시킨 죄를 묻는 것입니다.


직장 내 성폭력을 없애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조직 사회와 노동 환경에 만연한 성차별적 문화,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말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라는 말을 기억합시다.


자신의 감정을 왜곡하거나 억누르지 마세요. 피해자가 느끼는 불쾌함과 불편함은 결코 잘못되거나 틀린 감정이 아닙니다.


피해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응할 권리가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불쾌함을 제대로 살피고 잘 돌보는 것부터 성폭력에 맞서는 일이 시작됩니다.


회사에서 생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것 역시 커리어에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폭력은 대부분 회사 전체의 문화와 위계의 문제이니, 사실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회사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할 필요도 있지만, 개인의 고유한 공간과 시간, 감정을 돌보며 너와 나 사이의 거리를 유지할 필요도 있습니다.


나에게 위해를 가한 남자친구나 애인을 '가해자'라고 명명해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꼭 필요한 일입니다. 가해자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비로소 가해자가 나에게 저지른 폭력의 성질이 확실히 보이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니까요.


진지한 태도로 내가 어떤 피해를 보았으며, 앞으로 가해자와 단절하거나 지금까지와 다른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을 설명하면 주변 사람들도 내 생각과 감정에 공감할 것입니다.


내 애인이 나쁜 놈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 그 의심을 묻어두지 말아야 합니다. 위험 신호를 발견하면 빨간 불을 켜야지요. 폭력을 눈감아주면 더 큰 폭력을 부르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한다면, 위기 상황에서 나를 지켜주고 내 상처와 아픔을 위로해줄 것입니다.


가해자가 두렵다고 자꾸 가해자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달래는 형태로 협상하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가해자와 맺고 있는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가끔 가해자와 협상만 잘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가해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거나 나의 사랑으로 가해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구원 심리에 빠지기도 하지만, 많은 상담 사례를 볼 때 그것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가해자와 관계를 지속하는 동안 우리 자신은 계속해서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자기 소유물이기 때문에 통제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일은 오롯이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이면서, 많이 하면 할수록, 잘하면 잘할수록 좋은 일입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안에 사랑이 가득한 사람은 밖에서 사랑을 구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 것이겠지요.


외로움은 인간적인 감정이지만, 외로움을 잘 견디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나쁜 상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폭력적인 상대에게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연애가 잘 풀리는 상태라도, 모든 시간과 공간을 애인과 함께 보내지 말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분산 투자'라는 개념을 기억하면 도움이 되겠죠.


성 문제는 단순히 욕구나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정체감과 깊이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


세상에 수많은 형태의 다양한 가족이 있습니다. '정상 가족'이라 불리는 가족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많고, '정상 가족'으로 분류되지 않는 가족 안에서 행복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편협한 가족의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나만의 새로운 가족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험한 일을 겪은 대상으로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 대신, 피해자가 외롭지 않게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탄탄한 사회적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확한 인식을 가진 보호자라면, 피해자를 가해자와 분리하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안심시키며 치유를 도우려고 애쓸 것입니다.


만약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부끄러워하면서 숨기려고 한다면, 네 잘못이 아니며 놀라고 아팠던 마음은 나눌수록 작아지는 거라고 말해줘야겠지요.


상처받은 어린 내가 울고 있는 걸 알아차린다면, 이제는 모른 척하지 말고 안아주세요. 잊어버리라고, 털어버리라고 하기 전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먼저 물어봐 주세요.


내가 고민하는 크고 작은 문제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함께 경험하고, 고민하고, 바꾸려 하는 수많은 여성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입니다. 내가 걷는 속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힘들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닙니다.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미해결 과제이죠.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을 해친 가해자와 싸우기보다 소중한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믿고 있던 사람에게 기대에 어긋난 말을 들으면 더욱 마음이 아프지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내 마음이 어떻게 찢어져 나뉘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어떤 부분이 날 힘들게 하는지 스스로 알아차려야 하지요.


'경험'은 그대로 '기억'이 되지 않습니다. 경험이 기억이 될 때는 마음속에서 많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나지만, 가해자가 나를 어떻게 대우했든 나는 변함없이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대가 없이 무작정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용서가 아닙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진실한 사과와 노력을 해야 하며,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고 치르려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나와 친밀한 사람이라도 나에게 나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여전히 나에게 소중한 사람일지 몰라도 그 '행동'은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내가 힘들다면 그것은 별거 아닌 게 아닙니다.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나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지금 하는 작업은 성폭력의 기억을 온전히 끄집어내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입니다. 이것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성폭력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사건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분노'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분노'에 관해 잘 이해하지 못해서입니다.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며 더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합니다.


성폭력은 가해자가 나의 인격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나의 자존감을 해치려 한 부당한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피해자의 '정당한 분노'는 자신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고,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공동체에 용서를 구할 것을 촉구합니다.


분노를 표현할 필요가 있을 때는 내 느낌과 생각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전달합시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인 로라 데이비스는 "섣부르게 용서하라고 피해자에게 권고하는 것은 모욕"이라고 말합니다. 용서가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도 용서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선택이며, 다른 사람이 강요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치유를 위해 애를 쓰듯, 가해자는 당연히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자신을 보호하고 사랑하고 다치지 않게 하려는 모든 움직임은 중요합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려 노력하는 것이니까요.


가해자에게 보상을 받는 것은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이고, 가해자가 자기 잘못을 시인하게 하는 일입니다.


치유의 길에는 다 각자의 속도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상처받은 내가 잘 따라오고 있나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배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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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맞이단 후기

 

작년에 새내기 배움터(이하 새터)에 못 가 생긴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새내기 맞이단(이하 새맞단)에 지원했다. 당연히 붙을 줄 알고, “나 새터 간다!”고 여기저기에 떠벌리고 다녔는데 불합격 통지를 받고 한참 동안 당황했다. 아쉬운 맘을 이내 조금씩 정리하다가, 난데없는 추가합격 전화를 받고 결국 새터에 가게 되었다.

 

새터 첫날은 사흘 중 가장 정신없었지만, 제일 많이 생각나는 날이다. 그만큼 일이 고되고 많았으며 느낀 점 또한 많았던 까닭이다. 아침 7시에 대강당에서 우리 6팀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튿날 새벽 6시 야간근무가 끝날 때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적어본다.

 

야간 근무 시작 전 휴식 시간에 분위기 좀 내보려고 산책하다 설산에 올랐다. 조명은 은은했고 경사는 적당했으며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근처에 움직이는 거라곤 아득히 먼 거리의 정설차 한 대뿐이었으니 분위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일하러 와서 이래도 되는 걸까.’ 걱정돼 멀리 가진 못 하고 가장 가까운 언덕 위를 맴돌며 시간을 보냈다.

 

음악으로 「想望」를 들으며 지나온 날들과 친구들을 한참 생각했다.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는 감정을 맘속 깊이 다시 새기고 포근하며 서늘한 새벽 공기를 맘껏 마셨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맘속 부스럼이 다소 아문 시간이었다.

 

이튿날엔 쉴 시간이 훨씬 더 많았지만, 쌓인 피로 때문인지 온종일 맥없이 보냈다. 그리고 야간 근무 때 자융대 사람들이 즐겁게 노는 걸 보고 재학생들이 참 부러웠다. 나도 후배들 좀 보고 싶은데 첫날은 용기가 부족해서, 둘째 날은 근무시간이 겹친 탓에 그럴 수 없었다.

 

가뜩이나 아쉬운데 셋째 날, 쓰레기 제대로 안 버렸다고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 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좀 더 예쁜 말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즐기자고 온 새터의 마무리를 내 경솔함으로 덧칠한 것 같아 속상함이 가시질 않는다. 때 늦은 사과만큼 덧없는 게 또 있을까. 그래도 전하고 싶다. 나 때문에 맘 상한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새터를 위해 고생한 분들 얘길 안 할 수 없다. 새맞단, 총학생회, 그리고 각 단과대 학생회 등등 사흘 내내 이들이 보여준 헌신을 생각하면, 이번 새터가 성공적이었단 뭇 사람들의 반응이 자못 당연하게 여겨진다.

 

무전 치면 언제 어디서나 수 초 이내 바로 응답하던 우리 단장단만 해도, 이들에게 쉬는 시간이 과연 있긴 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사흘 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쪽잠 잤을 그들 모습이 그려지는 순간이다. 우리 단원들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몸 사리지 않고 언제나 맡은 일 꿋꿋이 해낸 이들이 내 동료라는 사실이 참 든든하고 반가웠다. 새터가 끝난 지금도 흰 롱패딩을 보면 인사하고 싶어 손짓이 머뭇거리는 까닭이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함께한 새맞단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우리 6팀에겐 한 번 더, 그리고 단장단엔 두 번 더 전하며 이 글을 줄인다.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건강 그리고 행복. 이미 이루신 것은 더욱더. 부족한 것은 올해엔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2 28 2018

수요일 오후 730

서울시립대학교 새내기 배움터(2 19~21)

새내기 맞이단 6팀 팀원, 손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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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슬픔

화월선

 

미워서 미워 화병이 나고

슬퍼서 슬퍼 눈물이 난다.

 

둘 중에 하나가 낫다면

그건 바로 슬픔이리라

 

미움은 쌓여 한이 되고

슬픔은 지쳐 날아가므로.



12 27 2017

월요일 오전 4시

이른 새벽에 일어나,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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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을 보고

화월선


우리 학교에 눈이 왔어요.

한애 한 분이 들뜨셨던데

설렘만큼은 그대로겠죠.


나이고도 싶어요.

흰 머리 송송 나 한애가 돼도

설레이고 싶어요.



11월 17일 2017년

금요일 오전 11시

첫눈을 보고,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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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대하여 3


언제부터 꽃을 좋아했던가. 그 기억이 제법 낯설다. 꽃에 대한 내 기억은 중학교 교실에 늘 붙어 있던 김춘수의 시 <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시가 좋았을 뿐, 그 당시 난 꽃에 별 관심이 없었다. 나에게 꽃이란 그저 풀때기 식물이었다.


그러다 늦봄에 벚꽃이 흩날리는 광경을 처음 보았다. 가지에서 바닥까지 너울너울 흩날리는 그 꽃잎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그때부터였다. 꽃이 좋아지기 시작한 게.


하지만, 모든 꽃을 좋아한 건 아니었다. 꽃의 여러 모습 가운데, 오로지 떨어지는 찰나의 가장 화려한 꽃만을 사랑했다. 그리고 거의 10년 동안 내 인생의 기조도 떨어지는 꽃잎처럼 ‘오늘을 즐기자.’가 되었다. 


그러다 3년 전, 직접 꽃을 피웠던 경험이 꽃에 대한 내 마음과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꽃잎이 흩날리는 마지막 순간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다림의 소중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밤새 나 몰래 피진 않았을까, 피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텃밭에 나가면서 두근두근 설레이는 그 마음을 사랑했다.


씨앗에서 싹트고 망울이 열릴 때까지, 꽃은 66일 동안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계속 자랐다. 내 인생의 기조도 그에 맞춰, ‘어제보다 오늘 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자.’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지금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더 낫다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인지 내 마음속 이견이 분분하다) 


꽃은 몇 달이 지나더라도 한 번 싹트고 물과 볕만 제때 주면 언젠가는 반드시 핀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봄이 오고 싶다. 꽃이 보고 싶다.


2월 23일 2018년

금요일 오전 0시 30분

얼마 전 입대한 

영제를 위해, 손유린.



2018/02/15 - [수필] - 꽃에 대하여 1

2018/02/18 - [수필] - 꽃에 대하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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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대하여 2


꽃을 좋아한다고 믿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정말 꽃을 좋아하는지 궁금해 직접 텃밭에 심어봤다. 때는 봄이었고 심은 것은 코스모스였다. 매일매일 물을 주니 싹도 트고 줄기는 곧게 자라, 심은 지 약 두 달 만에 처음 꽃이 피었다.


그리고 그 꽃을 작은 병에 담아 제일 존경하는 선생님께 갖다 드리며 말씀드렸다. 꽃이 사글거든 괘념 말고 바로 버리시라고. 꽃에 담긴 제 맘이 당신께 스민 것이니 맘 편히 그러시라고. 떨어지는 꽃잎이 못내 섭하시거든, 추억으로 봐주시라고도 말씀드렸다.


꽃 피길 기다리는 두어 달 동안 들꽃을 보며 내 꽃을 상상했다. 그리고 내 꽃이 피었을 때, 다른 꽃들에 비해 내 꽃만 유달리 이뻐 보인단 걸 깨달았다. 꽃에 대한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장미가 그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그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라고 말했다. 꽃 피길 기다렸던 66일간의 시간은 내게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텃밭에 나가 물을 주고 이따금 말도 걸던 기억이 지금도 내 가슴에 선하다. 내가 내 꽃을 사랑하는 까닭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누군가를) 길들여지면(사랑하면), 눈물 흘릴 일이 생긴다는 여우의 말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비록 시들었지만, 내 연분홍빛 코스모스는 내 맘속뿐만 아니라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 맘속에도 지금까지 고이 피어있을 거라 믿는 까닭이다.



2월 18일 2018년

일요일 오전 0시 30분

어린 왕자를 다시 읽고, 손유린.



2018/02/15 - [수필] - 꽃에 대하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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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제목: 어린 왕자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옮긴이: 베스트트랜스

출판사: 더클래식

초판 1쇄: 4월 25일 2012년

독서 기간: 2월 17일 2018년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어린 왕자
1. 어른들 모두 처음에는 어린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른들이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2. 아이들은 어른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우리에게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3. "오직 하나뿐인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수백만 개의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예요. 그는 마음속으로 '내가 사랑하는 꽃이 저 별 어딘가에 있겠지.......' 생각할 테니까요."

4. "하지만 불행하게도 양이 그 꽃을 먹어 버린다면 그에게는 세상의 모든 별이 빛을 잃어버린 기분일 거라고요!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요?"

5. "그때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꽃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주고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어요. 떠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단순한 거짓말 뒤에 숨긴 연약한 마음을 알았어야 했어요. 꽃이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지....... 그때 난 너무 어려서 꽃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어요."

6. 내 감기는 그리 심하지 않아요. 서늘한 밤공기를 맞으면 오히려 좋을 거예요. 난 꽃이니까요."

7. 세 번째 별에는 술꾼이 살았다. 술꾼은 짧게 만났지만 어린 왕자를 몹시 우울하게 만들었다. 어린 왕자는 한 무더기의 빈 병과 술이 가득 찬 병을 앞에 두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술꾼에게 물었다.
"아저씨! 지금 뭘 하고 계신 거죠?"
몹시 우울한 표정으로 술꾼이 답했다.
"술을 마시고 있잖니."
어린 왕자가 물었다.
"왜 술을 마셔요?"
술꾼이 대답했다.
"잊기 위해서란다."
어린 왕자는 왠지 술꾼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뭘 잊고 싶은데요?"
술꾼이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부끄러움을 잊고 싶단다."

8. '가로등을 켜는 것은 마치 별 하나 꽃 한 송이를 탄생시키는 것과 마찬가지고, 가로등을 끄면 꽃이나 별을 잠들게 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유익한 일이야.'

9. "그리고 꽃도 한 송이 있어요."
"그래? 하지만 우리는 꽃을 기록하지 않는단다."
"왜요? 얼마나 이쁜 꽃인데요."
"꽃은 한순간일 뿐이잖니."
"한순간이라뇨? 그게 무슨 뜻이죠?"
"지리책은 아주 중요한 책 중의 하나지. 변하지 않는. 산이 자리를 옮긴다는 건 극히 드문 일이고, 바다가 마르는 일도 무척이나 드물잖니. 우리는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만 기록한단다."
"그런데 한순간이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말이란다."
"그럼, 내 꽃도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이지."
어린 왕자는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했다.
'내 꽃은 한순간일 뿐인데,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곤 네 개의 가시가 전부인 꽃을 별에 혼자 남겨 두고 떠나오다니.......'

10. "언제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별이 빛나는 것일까? 내 별을 봐. 내 머리 위에서 반짝이고 있어....... 하지만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아."

11. "사람들은 어디에 있니? 사막은 좀 외로운 것 같아."
뱀이 말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12. 모든 길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13. "그래. 지금 너는 나에게 수많은 아이와 다름없는 작은 소년에 지나지 않아.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물론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지. 나도 너에게 수많은 여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한테 너라는 존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 거고, 너한테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거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많이 달라질 거야. 그러면 수많은 발소리 중에 네 발소리를 구별하게 될 거야. 다른 소리는 나를 땅속 깊이 숨게 하지만, 네 발소리는 마치 음악 소리처럼 나를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좋아하지 않아. 밀은 나에게 아무 필요가 없거든. 그래서 밀밭을 바라봐도 나는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어. 그건 슬픈 일이지. 하지만 아름다운 황금빛 머리카락을 지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밀밭은 내게 아주 근사한 광경으로 보일 거야. 밀밭이 황금물결을 이룰 때 네가 기억날 테니까. 그러면 나는 밀밭을 스쳐 지나는 바람 소리마저도 사랑하게 될 거야."

14.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여우가 대답했다.
"인내심이 필요해. 일단은 나와 좀 떨어진 풀밭에 앉아. 내가 하는 것처럼 이렇게. 내가 너를 살짝 곁눈질로 쳐다보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 말은 수많은 오해의 원인이 되거든.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넌 내게 조금씩 다가오게 될 거야."
다음 날, 어린 왕자는 여우를 찾아갔다.
여우가 말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오는 게 좋을 거야.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4시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마침내 4시가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그러면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돼. 그런데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언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잖아. 그래서 의식이 필요한 거라고."
"의식이 뭐야?"
여우가 대답했다.
"이것도 많이 잊은 건데, 의식이라는 것은 어느 날을 평소와 다르게, 어느 시간을 평소의 시간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거야. 예를 들면 나를 쫓는 사랑꾼들에게도 의식이 있어. 그들은 매주 목요일이 되면 마을의 아가씨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내게 편안한 날이야. 그날은 포도밭으로 산책하러 갈 수도 있어. 사냥꾼들이 매일 춤을 춘다면 항상 그럴 거야. 그러면 나도 그날이 그날이고 휴가라는 것도 없어질 테지."

15. 둘이 헤어질 날이 다가오자 여우가 말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네 잘못이야. 나는 네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길들여 주길 원했잖아."
"그래. 그랬어."
"그런데 너는 자꾸 울려고 하잖아."
"그래. 맞아."
"길들여서 좋을 게 없어."
어린 왕자의 말에 여우가 대답했다.
"아니야. 그래도 좋은 게 있어. 밀밭의 황금빛을 사랑하게 되었잖아."
여우가 이어 말했다.
"장미들에게 다시 가 봐. 너의 꽃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다시 내게 와서 작별 인사를 해 줘. 그때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16. 어린 왕자는 다시 장미들을 찾아가서 말했다.
"너희는 나의 꽃과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는 아무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도 길들지 않았으니까. 너희는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와 같아.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도 수많은 여우와 같았어. 하지만 이제 나의 친구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었지."
어린 왕자의 말을 듣고 장미들은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어린 왕자가 이어 말했다.
"너희는 아름답지만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위해 죽을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내 꽃도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너희와 똑같아 보이겠지. 하지만 너희 모두보다 내 꽃 하나가 내게는 더 소중해. 내가 그 꽃에게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 줬으니까. 바람막이로 꽃을 가렸고 벌레를 잡아 줬으니까. 물론 두세 마리 벌레는 나비가 되라고 놓아 주긴 했지만....... 그리고 꽃이 투덜대거나 잘난  체를 해도 받아 줬고, 가끔 말을 하지 않을 때도 곁에서 지켜봤으니까. 내 꽃이었기 때문에!"

17.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하고 여우에게 돌아갔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잘 있어."
여우가 말했다.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안녕, 잘 가."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잊지 않기 위해 되풀이해 따라 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이번에도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잊지 않으려고 따라 말했다.
"내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너는 잊어서는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으니까. 너는 네 장미를 책임져야 해."
"나는 내 장미를 책임져야 해."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되풀이해 웅얼거렸다.

18. 그때 세 번째 기차가 요란하게 지나갔다.
"저 기차 손님들은 처음 지나간 기차 손님들을 쫓아가는 거예요?"
"그들은 쫓아가는 게 아니란다. 기차 안에서 자거나 하품을 하고 있겠지. 아이들만이 유리창에 코를 바짝 붙이고 창밖을 내다볼 뿐이지."
"아이들은 알고 있는 거예요.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말이에요. 아이들은 봉제인형 하나를 찾느라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인형은 아이들에게 아주 소중하니까요. 그래서 인형을 빼앗으면 우는 거예요."
철도원이 말했다.
"아이들은 좋겠구나."

19. 별이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20. 나는 달빛 아래 펼쳐진 모래 언덕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어린 왕자가 덧붙였다.
"사막은 무척 아름다워요."
사실 그랬다. 나는 언제나 사막을 사랑했다. 모래 언덕 위에 앉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침묵 속에서도 반짝이는 무언가가 숨어 있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나는 사막이 신비롭게 빛나는 이유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21. '잠든 어린 왕자가 내게 이토록 감동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꽃 한 송이를 향한 그의 간절한 마음 때문일 거야. 마치 불꽃 같은 장미가 그의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어.'

22. 우리는 축제를 맞이한 사람들처럼 즐거워했다. 그 물은 분명히 우리가 먹던 물과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별빛 아래를 행진한 끝에 찾아낸 도르래의 노래와 내 두 팔의 노력으로 얻은 물이었다. 그것은 마치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유년 시절에도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린 반짝이는 불빛, 자정 예배 때 울려 퍼지던 음악, 사람들의 다정한 미소들이 있었기에 크리스마스 선물이 더 값지게 느껴지지 않았던가.

23.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마음으로 찾아야 해요."

24. "혹시 일 년이 되어 돌아가려고 했던 거니?"
어린 왕자는 내가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얼굴을 붉혔다. 아마도 내 말이 맞는 듯했다.
"아, 나는 겁이 난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저씨는 이제 일을 해야 하잖아요. 아저씨의 기계가 있는 곳으로 가요. 나는 여기서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내일 저녁에 다시 와요."
나는 두려웠다. 어린 왕자가 들려주었던 여우 이야기를 생각났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길들면 눈물 흘릴 일이 생긴다는.

25. "꽃도 마찬가지예요. 아저씨가 어느 별에 있는 꽃 한 송이를 사랑하게 된다면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어느 별에나 꽃은 필 테니까요."

26. "밤마다 별을 바라보세요.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줄 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게 더 좋을 거예요. 그래야 아저씨가 어떤 별을 바라보든 즐거울 테니까요. 밤하늘의 모든 별이 아저씨의 친구가 될 거예요. 이제 아저씨에게 선물을 하나 줄게요."
이렇게 말하고 어린 왕자가 웃었다.
"아! 그래. 난 네 웃음소리가 좋아."
"내가 주려던 선물이 바로 그거예요. 물과 같은 거예요."
"그게 무슨 뜻이지?"
"사람들은 누구나 별을 바라보지만, 모두에게 같은 의미는 아니에요.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빛일 뿐이지만 여행객에게 별은 길잡이가 돼주잖아요. 학자에게는 연구 대상이고 장사꾼에게는 별이 황금과도 같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별은 말이 없어요. 아저씨는 누구도 갖지 못한 별을 갖게 될 거예요."
"그건 또 무슨 말이니?"
"아저씨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때 그 별 중 하나에 내가 살고 있을 테니 말이에요. 또 내가 그 별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 아저씨는 모든 별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러면 아저씨는 미소 짓는 별을 갖게 되는 거잖아요."
어린 왕자가 또 웃었다.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무뎌지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아저씨도 언젠가 슬픔이 지나가면 나를 알게 된 것이 기쁨이 되겠지요. 아저씨는 언제까지나 내 친구로 남을 거고, 나와 함께 웃고 싶어질 거예요. 그래서 가끔 괜스레 창문을 열게 되겠지요. 아저씨가 밤하늘을 보고 웃음 짓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놀라면 '저 별들은 항상 나를 웃음 짓게 해.' 하고 말해 주세요. 친구들은 아저씨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내가 아저씨에게 아주 짗궂은 장난을 친 게 되겠네요."
그리고 그는 또 웃었다.
"끄건 별 대신에 웃을 줄 아는 조그만 방울을 잔뜩 준 셈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 어린 왕자는 또 웃었다. 그러더니 곧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밤에는....... 오지 마세요."
"난 네 곁에 있고 싶어."
"난 무척 아파 보일 거예요. 죽어 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오지 마세요. 올 필요 없어요."
"난 네 곁을 떠나지 않아."
그러나 어린 왕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아저씨에게 오지 말라고 하는 건 뱀 때문이기도 해요. 뱀이 아저씨를 물면 안 되니까. 뱀은 아주 심술궃어서 장난삼아 아저씨를 물 수도 있거든요."
"그래도 네 곁을 떠날 수는 없어."
그러나 어린 왕자는 조금 안심이 된다는 듯 말했다.
"하긴 뱀이 두 번째 물 땐 독이 없긴 하지."
그날 밤 나는 어린 왕자가 떠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는 조용히 떠나 버렸다. 내가 어린 왕자의 뒤를 쫓았을 때 그는 빠른 발걸음으로 서슴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아! 아저씨 왔네요."
그러고 나서 내 손을 잡으며 걱정했다.
"아저씨가 여기 온 건 잘못이에요. 많이 힘들 텐데....... 내가 죽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저씨도 알다시피 내 별은 아주 멀어요. 이 몸으로 갈 수가 없어요. 너무 무겁거든요."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몸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껍데기처럼 보일 거예요. 낡은 껍데기만 남았다고 슬퍼할 건 없어요."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조금 풀이 죽어 보였다. 하지만 곧 힘을 냈다.
"정말 근사할 거예요. 나도 별들을 바라볼 거예요. 모든 별이 도르래가 있는 우물로 보이겠지요. 모든 별이 나에게 마실 물을 줄 거예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재밌을 거예요. 아저씨는 5억 개의 작은 방울들을 갖고, 나는 5억 개의 우물을 갖게 될 거니까요."
그리고 그도 입을 다물었다. 그는 울고 있었다.
"저기예요. 이제 혼자 갈게요."
어린 왕자는 무서웠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저씨...... 난...... 내 꽃에게 책임이 있어요. 내 꽃은 아주 연약하고 순진해요. 하찮은 가시 네 개로 자신을 지키려고 해요."
나도 더는 그대로 서 있을 수가 없어 주저앉았다. 그가 말했다.
"자...... 이제 다 끝났어요......"
어린 왕자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 한 발 한 발 발을 내디뎠다. 나는 꼼짝할 수 없었다.
순간, 어린 왕자의 발목에서 노란빛이 반짝였다. 그는 잠시 그대로 서 있었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무가 쓰러지듯 어린 왕자는 스르르 무너졌다. 모래밭이어서 작은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27. 벌써 여섯 해 전의 일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친구들은 내가 살아 돌아와서 기쁘다고 했다. 나는 몹시 슬펐지만, 친구들에게는 그저 피곤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제는 슬픔도 웬만큼 무뎌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슬픔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무사히 돌아갔다고 확신한다. 다음 날 해가 떴을 때, 그의 몸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의 몸은 그다지 무겁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나는 밤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별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것들은 5억 개의 작은 방울 소리를 낸다.
그런데 요즘 문득 떠올랐다. 어린 왕자에게 그려 준 양의 입마개에 가죽끈을 다는 걸 깜빡 잊었다. 끈이 없으면 양을 매 둘 방법이 없다. 궁금했다.
'어린 왕자의 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양이 꽃을 먹어 버렸을까?'
어떤 때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럴 리 없어. 어린 왕자가 밤이면 밤마다 꽃에게 유리 덮개를 씌워 주고, 양도 잘 돌보고 있을 테니까.'
그러면 나는 행복해진다. 그리고 밤하늘의 모든 별이 내게 미소 짓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구나 가끔 방심할 때가 있잖아. 그러면 큰일인데. 어느 날 밤 유리 덮개를 씌우는 걸 잊었는데, 양이 밤에 소리 없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그러면 작은 방울이 눈물방울로 변한다. 참으로 신기하다.
정말 수수께끼 같은 일이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여러분이나 나나 잘 알지 못하는 양 한 마리가 장미를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상상하는 것에 따라 세상이 아주 달라 보이니 말이다.

28. 하늘을 올려다보라. 양이 장미를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대답에 따라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것이다. 이 그림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풍경이다. 어린 왕자가 이 세상에 왔다가 간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자세히 봐 두었다가 언젠가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하게 되면, 이와 똑같은 풍경을 꼭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혹시 그곳을 지나게 되거든 부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별빛 아래서 기다려 보라.
그때, 한 아이가 다가와 미소 지으면, 그 아이가 황금빛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면 내게 친절을 베풀어 내가 마냥 슬퍼하고 있지 않도록 한 통의 편지를 보내 주길 부탁한다.
그가 다시 돌아왔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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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화월선


처음 보면 우연이고

또 보면 인연이라지.

그 인연 넘고 넘어
운명까지 이어지도록

두근두근 설레이는
이 마음을 사랑해야지.



11월 25일 2017년

토요일 오전 1시

눈을 보고 설렘 가득,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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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민다, 사랑일까

화월선


스민다.

사랑일까.
그런가보다.

스미는 사랑을
심고 키워
꽃이 피고

꽃잎만 곱게 엮어
밤하늘에 던지면

이 밤이 매서워도
단비는 곱게 내려
꽃길이 펼쳐지고
향기가 가득하여
우리 추억 영원하리.


2월 17일 2018년
토요일 오후 10시

어린 왕자를 다시 읽고,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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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8,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8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2월 16일 2018년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상중의 잉어

1. "이시다님, 세상에는 새하얀 사람도 새까만 사람도 없소. 하지만 아녀자는 억지로 그렇게 정하며 상대하고 싶어하지. 기타노만도코로님이 만일 명백하게 이에야슨느 적이라든지 자기 편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다면, 여성으로서 뛰어난 분별이 있으신 분......반신반의라도 좋소. 반신반의라면 뒷일의 대비에 소홀함이 없을 것이고, 만약 실수가 있더라도 잘못이 반으로 끝나오. 그렇지 않소?"


구름 움직이다

1. "저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중장님 아내입니다."


2. "호랑이 입에 뛰어들 때까지 토끼는 자신의 약함을 모르는 게 아닐까요."


3. "칭찬할 만한 인물은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아. 그런데 칭찬하는 건 마음에도 없는 아부, 상대에 대한 모욕이다."


4. "사람은 결코 사람을 얕잡아 보아선 안돼. 자신감을 잃게 하는 욕설이나 꾸지람도 삼가야 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칭찬만 하는 것도 무책임한 짓. 칭찬하면 사람들은 대게 강아지처럼 꼬리치겠지. 다이코는 그 호흡을 잘 알고 있어서 인심을 모으는 데 이를 곧잘 썼다. 그러나......나는 달라. 칭찬하지 않는다. 뜻없이 칭찬을 늘어놓는 것은 상대를 모욕하는 일로 보기 때문이야."


5. "지금의 나는 달이라고 했어. 여기저기에 구름이 낀 하늘의 달 말이야."

"하늘의 달......이란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구름에 따라 초생달로도 보이고, 저물어가는 그믐달로도, 열흘쯤 된 달로도 보일 거야. 하지만 보름달로는 보이지 않아, 구름이 많으니까."


에도의 각오

1. "돈으로 말미암은 고생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2. 기회는 아직 거기까지 무르익지 않았다.


스쳐서 울리는 것

1. 경계와 당황이 엇갈리는 감정을 어떻게 억누를지 초조해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소데도 잠자코 있었다. 이러한 경우 더 이상 추구하면 위험했다. 남을 용서하지 않는 성격인 남자의 약점은 곧잘 이치의 옳고 그름을 초월한 노여움이 되어 터져나오는 법이다.


2. '만일 그 엄동의 대지에 새 봄의 싹틈을 기대하며 헛되이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하나의 결의

1. "이미 살 수 없다, 십중팔구 베어져 죽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말할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그런데 살려줄 테니 이야기하라구요. 호호......살려준다고 하는데 어찌 미움받을 참된 소리를 하겠어요. 그런 계산도 못하는 분이야, 대감님은......"


찻잔의 마음

1. "인간은 곤혹의 밑바닥에서 이따금 혼잣말을 중얼대는 법이다. 그러나 그것이 혼잣말인 한 자기 사색의 울타리 안에서 좀처럼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런데 들어주는 이가 있어 때로 대꾸하며 맞장구쳐 주면 크게 창문이 열리는 경우도 있다. 지금의 오소데와 고에쓰의 대화는 그 역할을 한 모양이다. 결국 오소데는 고에쓰가 되돌려주는 메아리에 의해 자신을 비판하고 자기의 지혜를 꺼내온 모양이다.


기회 무르익다

1. 그날 밤 두 사람은 밤늦도록 이별을 아쉬워했다. 어느 쪽이나 주량이 넘도록 마시고 50년에 걸친 과거를 회상하며 서로 흠뻑 취했다. 도리이 모토타다는 벌써 엄숙히 죽음을 내다보고 있다.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이에야스도 마찬가지였다. 생사를 초월한 경지에서 자신은 분명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히데요시가 세상떠난 뒤 반년만에 어지러워진 천하를 그의 손으로 다시 굳건히 할 수 있느냐? 아니면 50여년의 은인자중(隱忍自重), 괴로움을 쌓아온 귀중한 생애를 마쓰나가 단조나 아케치 미쓰히데처럼 헛된 수고로 끝장낼 것이냐......

'과연 이것은 큰 도박임에 틀림없다......'

이따금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맞잡고 울고 웃었다.


2. 개인의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새로운 계획은 봄눈보다 더 허무하다고 술회하듯 의견을 말했다.


3. 기회가 이미 무르익었다고 판단하여 시위에서 화살을 날려보냈으나, 이에야스에게 이번 계획은 무조건 낙관적인 것은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이마가와 요시모토며 다케다 신겐과 같은 최후를 맞을지도 모른다. 59살된 육체의 피로는 싸움터에서 지내기에 적합지 않으며, 도중에 한가롭게 들놀이삼아 즐기던 히데요시도 히젠에서 나고야까지 가는 동안 눈에 띄게 부쩍 늙어가던 모습을 눈으로 똑똑히 보아왔다. 그러므로 똑똑한 세상사람들에게 이렇게 보이게 되는 게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무엇이 좋아서 이제 새삼 그따위 싸움을 하러 가는가......"

간토 8주가 손 안에 있고 가문이 멸망할 염려는 이제 없다. 만족할 줄 아는 자라면 은퇴해 여생을 즐기는 게 인생의 명인(名人)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새삼 모든 것을 걸고 결전을 벌이려 한다. 아마 세상에서는 이에야스를 끝없는 야심가라고 평하리라. 그 가운데 누구보다도 깊이 히데요시를 이해하고 있는 고다이인의 이렇듯 은근한 성원은 캄캄한 밤에 비쳐드는 한 줄기 빛처럼 여겨졌다.


4. 생각해 보면 기요스의 후쿠시마를 비롯하여 이들 여러 장수들은 모두 이에야스를 누르기 위해 배치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한결같이 이에야스 편이 되어 있다. 그 옛 영지를 다스려 보고 비로소 이에야스의 숨은 일면을 깨달아 깊이 탄복한 게 틀림없으리다.


파멸의 진리

1. 요시쓰구는 숨도 쉬지 않고 있는 듯 조용히 물었다.

"그럼, 내대신을 적으로 삼을 생각이시오?"

"짐작하시는 대로."

"미쓰나리님."

"무슨 말씀이오?"

"귀하는 설마 다이코 전하의 말씀을 잊지 않았을 테지요."

"그렇소. 이에야스와는 태생이 다르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소."

"다이코 전하는 우리들에게 늘 이런 말씀을 하셨소......이에야스를 예사 인물로 보아서는 안된다. 내가 볼 때 그야말로 진정 지용(智勇)이 겸비된 자, 그대들은 이에야스를 좋은 상담역으로 생각하여 언제나 친숙하게 지내라고 하셨소."

"그런 말씀을 분명 하신 적 있었지요."

"미쓰나리님......귀하는 그 이에야스를 상대로 싸우면 모든 일이 끝장날 것으로 생각지 않으시오? 다이코 전하도 손대지 못했던 분에게 싸움걸어 이기려 생각한다는 것은 미친 노릇이라고 여기는데, 어떻소......?"

미쓰나리는 순간 유록빛 천에 싸인 눈없는 얼굴을 지그시 지켜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겠지요."

"그럼, 질 줄 알면서 싸우겠다는 거요?"

"그렇소."

"그리하여 편드는 사람들에게 떳떳하리라고 생각하오?"

"떳떳치 못하겠지요."

요시쓰구는 비로소 낮게 신음했다.

"흠. 그럼, 떳떳하지 못하더라도 싸우겠다는 거요?"

"그렇소."

"편들 사람이 적을 거요. 이에야스님은 가문으로 보나 관직으로 보나 귀화와 비교도 되지 않소. 지금 일본 땅에서는 겨룰 자 없는 대영주, 간토 8주 300만 석의 정병을 거느렸으며 귀화와 정반대로 영주들은 물론 미천한 자를 길에서 만나셔도 일일이 극진하게 인사하시오. 귀하는 거만하고 언동이 모날 뿐 아니라 자기 편도 곧 적으로 돌리는 성품......이런 때 지는 게 뻔한 싸움을 벌인다면 어떻게 되겠소? 마침내 내 편에서 목이 잘려 후세에까지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말하는 편도 대답하는 편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것도 각오하고 있소."


2. 요시쓰구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지는 것도 각오, 자기 편에 폐를 끼치는 일도 각오, 스스로 어떤 치욕을 받는 것도 각오하고 있다고 잘라말하는 데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충고는 일체 필요없다고 거만하게 버티어 보였던 지난날 미쓰나리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런 때 미쓰나리는 한 조각의 이성도 갖지 못한 감정덩어리로 보였었다. 이 괴이한 성격 때문에 얼마나 많은 적을 만들어온 것인지.


3. "그렇지요. 모리 가문에 유리한 일이 못되면 편들 수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도요토미 가문을 위해, 대의를 위해......라는 것은 이를테면 말의 꾸밈새로, 이것도 불필요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세상의 찬성을 얻기 위해서는 이 꾸밈새도 중요한 무기의 하나지요. 그러나 꾸밈새만으로 싸움을 할 수는 없습니다. 심술궃은 것 같지만 한 번 그 꾸밈새를 벗기고 생각해 보는 것도 대사를 치르는 데 긴요한 일이지요."


동행서탐

1. 나오카쓰도 가쓰시게도 후지타의 꾸밈없는 발언에 온싱경을 지그시 모으고 있다.

"이거 참, 놀라운 질문을 하십니다. 칼가게에 칼을 사러 갔다가 좋은 칼과 나쁜 칼을 내놓는다면 누구든 좋은 칼이 탐날 것입니다."

"그럼, 그대는 나를 좋은 칼로 여긴단 말이지. 그 이유를 말해 보게."

똑바로 질문받고 후지타의 둥근 얼굴이 순간 벌개졌다.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더듬거리며 그는 말했다.

"저는......내대신님처럼 큰 도박을 용감히 하시는 분을 본 적 없습니다."

"허, 도박이라니 뜻밖이로군. 도박이라면 나보다 미쓰나리나 가네쓰구 편이 더 잘하는 도박사 아닌가."

후지타는 고개를 흔들며 가로막았다.

"아니지요! 도박의 크기가 다릅니다. 가네쓰구는 고작해야 가게카쓰의 고집에 걸고, 미쓰나리는 도요토미 가문과 자기 야심에 걸지요. 그러나 내대신님께서 걸고 계시는 건 신불의 뜻에 맞느냐 안맞느냐는 것. 맞지 않는다면 어디서든 벌을 내려다오!......라는, 도박의 크기와 용감성이 비교도 안됩니다."

"허, 그렇다면 내가 큰 도박을 하고 있다는 건가. 그럼, 그대는 내가 우에스기, 이시다 쌍방에서 공격받더라도 내 쪽에 걸 텐가......"

"내대신님, 그 일이라면 염려마십시오. 가게카쓰와 이시다가 양편에서 내대신님을 칠 리 없습니다. 그러니 물론 내대신님에게 걸지요......"


2. "사람의 한평생에 눈 앞의 승패나 야심을 떠나 움직이는 일이 한두 번은 있어도 좋은 법이야."


서쪽의 도전

1. 모토타다는 반쯤 쉰 목소리로 담담하게 모두들을 둘러보았다. 비장감은 때로 조용한 담소 속에 한결 깊어지는 경우가 있다. 모토타다의 목소리며 표정에는 조금도 동요하는 데가 없다. 그것이 오히려 모두들의 머리 위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펼쳐가는 것 같았다.


돌풍 전야

1. 어떤 종류의 불평이나 반항심은 같은 인간이면서 자기 쪽이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싹튼다. 자기에게 상대보다 더 재능이 있다고 믿으면서 그 상대에게 눌린다고 생각하는 만큼 불행한 생활은 없다.


2. 이것을 이면에서 보면 마음의 가난에서 비롯되는 열등감에 지나지 않는다.


3. "지금의 말씀을 듣는다면 장수들은 아마 모두 눈물을 흘리며 용기가 솓겠지요. 승부는 이제 참으로 결판났다고 하고 싶군요. 미쓰나리와 요시쓰구 같은 무리는 대감님에게 불원천리 달려오려는 사람들을 억지로 오사카에 붙들어놓았습니다. 그와 반대로 대감님은 이곳에 계신 분들에게까지 마음대로 돌아가라고 하시오. 이 두 사람이 지닌 각오의 차이도 모를 만큼 어리석은 무장이 와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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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7, 야마오카 소하치


제목: 대망 7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출판사: 동서문화사

초판 1쇄: 1970년 4월 1일

2판 1쇄: 2005년 4월 1일

2판 14쇄: 2012년 3월 1일

독서 기간: 2월 15일 2018년

추천인: 


소감:

인상 깊은 구절:
제 7장: 에도(江戶)의 마음
1. "신념없는 행동만큼 세상일을 그르치게 하는 것은 없다. 요리토모는 무서운 신념으로 살았다. 그러므로 혈육 사이에서 불행한 문제가 잇따라 일어났지만 그가 연 막부는 16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어쨌든 가마쿠라 무사의 유풍과 치적을 남겼다. 그런데 그뒤 일어난 아시카가 씨에게는 그게 없었다. 오직 천하를 손아귀에 넣는 일에만 급급한 나머지 인간의 욕심에 의지했다. 이익을 미끼로 낚으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뒤 그 욕심 때문에 하극상의 난세를 스스로 초래하여 자리를 빼앗겨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에야스는 엄격한 사람이다. 상은 내리지 않겠다. 그러나 능력있는 자에게는 능력을 뻗을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에도에 들어가거든 저마다 능력을 발휘해 보아라.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모두들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날 새 영지는 256만 석에 이를 것이다."

인생승부
1. 일찍이 사람과 대결하여 져본 기억이 없는 히데요시였다. 강하면 부드럽게, 부드러우면 강하게, 노하면 웃고, 울면 위로해 반드시 상대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자부하는 히데여시였다.

구름과 용을 부르다.
1. "두쿠가와님이 정토로 가버리시면 정토로 갈 수 없는 백성들은 모두 도쿠가와님과 헤어져 지옥에 떨어져버릴 게 아닙니까? 그래서는 너무 몰인정하지 않을까요?"
"허, 참으로 묘한 말씀이시군. 그럼,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요?"
"신이 되십시오."
그 말투가 너무도 솔직하고 거침없었으므로 이에야스는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묻겠는데, 신과 부처는 어떻게 다르오?"
"신은 무한하게 백지로 창조를 되풀이할 것입니다. 결코 나 혼자 정토로 가서 구원받을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끈질기게, 아침에 나와 저녁에 저무는 태양같이 나날이 번성하도록 끊임없이 생성의 위업을 되풀이하지요. 어떤 사태, 어떤 비극이 일어나더라도 다음에 올 밝은 그 날을 위해 지상의 만물, 생성의 과업과 영위를 버리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뒤 덴카이는 이에야스의 얼굴에 나타나는 반응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도쿠가와님이 3만 석, 5만 석짜리 작은 영주라면 모르되 지금의 신분으로 내 일신만의 극락행을 도모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래가지고는 정토에도 갈 수 없을걸요. 어떻습니까?"
"불교에는 여덟 종파가 있습니다. 신사(神社) 수도 무척 많지요. 그러나 그 일종(一宗) 일신(一神)에 구애되어 내 한 몸의 구원을 그런 곳에서 찾으려는 심정으로는, 커다란 포부를 펴볼 도리가 없을 거라는 말씀입니다. 이를테면 수많은 가신들 중에는 선을 선봉하는 사람, 정토종 신사, 니치렌 신자, 예수교 신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 가운데 어떤 자와도 충돌하지 않고 저마다의 생성을 따뜻하게 돌봐줄 수 있는 풍요롭고 너그러운 마음을 간직하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에 부는 바람
1. 쓰루마쓰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히데요시 한 사람만이 아니고 기타노만도코로 또한 낙담 끝에 몸져누웠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낙심은 히데요시의 그것보다 아름다운 거라고 이에야스는 생각했다.

2. 한때는 슬하에서 기르다 도로 빼앗겨버리고 만, 요절한 쓰루마쓰를 위해 몸져누울 정도로 슬퍼한다는 것은 그녀의 애정이 얼마나 사사로움 없고 아름다운지 증명하고도 남았다.

출진

1. "오히려 10년 전에 이런 생각을 했어야 하는 것을......사람의 걸음걸이란 참으로 느려서......"


고뇌하는 다이코

1. 영원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본다면 인간의 일생이란 참으로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히데요시가 술회한 것처럼 오만도코로와 히로이는 이미 조그마한 차이로 엇갈려버리고 말았다. 그렇듯 만나기 어려운 한순간에 서로 만나는 인간들의 이상한 인연이 지금 히데요시를 사로잡고 있었다.


요시노 참배

1. 그대의 생각과 내 말 사이에는 간격이 있어.


파국

1. "나는 자신의 출세나 녹봉을 위해 일한 게 아니다. 나는 이에야스에게 반했어. 사나이는 말이야, 자신이 반한 사나이를 위해서는 이해를 떠나 일하는 법이거든."


2. "...참된 사나이란 샛별보다 귀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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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대하여 1


3년 전 어느 봄날, 아직 피지도 않은 들꽃을 손수 만든 꽃병에 담아 교실 안으로 들여온 아이가 있었다. 언제 죽을까 싶었던 그 가냘픈 꽃봉오리는, 놀랍게도 다음날 단 하루 만에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만개했다. 


학원 사람들 누구나 길가에 핀 들꽃을 보긴 본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느낀 그 아름다움을 다른 누구와 나누는 것까지 하지는 못한다. 덧붙여, 미개(未開)한 꽃 너머 만개(滿開)한 꽃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무료한 일상으로 점철된 잿빛 교실 안으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들여와, '모두에게 하나뿐인 스무 살의 봄이 우리에게도 분명 있었음'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대학에 와서 똑같은 일을 한 사람을 보았다. 동아리에서 몇 번 안 본 사이라 제법 어색했지만, 설렌 마음으로 꽃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단번에 아니란 답을 들었다. 꼭 물어보리라 벼르던 질문이 하나 더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날로부터 또 1년이 다 되어간다.


올해는 어떨까. 꽃 좋은 이를 만나는 일이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 이따금 보이는 꽃집만큼 내 주변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것이다. 다만 길가에 핀 민들레처럼 자연스레 만나 진심으로 묻고 싶다. 그리고 그랬을 때 돌아오는 답이 급히 지어낸 말이 아니라 적어도 언제 한 번쯤은 생각해봤던 답이길 빈다.



2월 15일 2018년

목요일 오전 0시

료마전을 보고, 손유린.



2018/02/18 - [수필] - 꽃에 대하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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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방

화월선


동방에 앉아 누어 천장을 보니

네가 있고 내가 없어

외로움만 가득한데


이 넘치는 외로움에

이 따라 저 따라 걷노라면

시간이 더디게 가아.


캄캄한 이 긴 밤 속

일렁이는 저 별 하나

너에게 줄까.


못다 핀 꽃 한 송이

바닷노래 고이 타고

너에게 일까.


흰머리 송송 나 한애가 돼도

아름다운 우리달 껴안고

너에게 갈래.



5월 28일 2017년

일요일 오후 10시

베토벤 교향곡을 다 듣고,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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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선


끗은 끝이 아니다.

그래서 끗이다.


끗.



1월 29일 2018년

월요일 오전 12시 30분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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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 #170

화월선


#161

생채기 하나 없는 너

구김살 하나 없는 너


#162

거룩한 님의 뜻을 함께하소서.

일천 개의 별들을 제게 주어


#163

천 개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


#164
별들아

모진 밤들을 헤쳐내고 나에게 오라
내리는 달빛을 밟고 넘어 나에게 오라
멀고 먼 꿈자리를 돌아 건너 나에게 오라

#165
모진 밤들을 헤쳐내고

내리는 달빛을 밟고 올라


#166
비가 오니 밤하늘 위 별들이

바닥을 기네.


#167
더러는 가심애펴 울어도


#168

평범한 일상 속 따스히 밴 특별함을 찾고 있어요.


#169

더러는 떼도 좀 쓰고 욕도 좀 하고. 

또 넌 좀 못돼질 필요도 있어. 

어차피 원래 넌 좀 착한 아이니까

많이는 아니고 조금은 나빠져도 괜찮아.


#170

네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만나길 바라. 

그 어려운 일을 해내려면, 
우선 너만의 빛깔과 향기를 가져야 하고, 
적당히 드러낼 줄도 알아야겠지. 
지나치게 쉬우면 헐랭이들만 몰릴 테고, 
반대로, 너무 어려운 수수께끼는 매력 없으니까.



1월 23일 2018

화요일 오전 1시 30분

고마워요,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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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 #160

화월선


#151

어떻게 네 맘에 들 수 있을까. 운명인 걸까. 

안 되는 걸까. 태어남이 부족한 걸까. 

노력이 부족한 걸까. 그래야만 해.


#152

케케묵은 딴나라의 기억도

너에게 줄게.


#153

없던 맘을 무슨 수로 만들어.


#154
이상도 하지.

스민다는 게 이런 걸까.
가랑비에 옷 젖는단 것도.


#155
빚어낸 꿈 위에 꽃을 얹어 

너에게 줄게


#156
네가 쏘아낸 빛들이

내 방 따스히 가득채우니


#157
네가 쏘아낸 볕들이 내 맘 가득 스미고


#158

고마워. 오늘도 내일도.


#159

추억이란 넝마를 벗어던지고


#160

넝마와 몽니



1월 23일 2018년

화요일 오전 1시 30분

고마워요,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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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 #150

화월선


#141

너 하나의 별을 비추고

저 하늘의 바람을 듣고


#142

꽃 같은 얼굴,

달 같은 자태.
화용월태, 공월선.
너를 그린다.


#143

어째서일까. 들리지 않아.

왜 그런 걸까. 보이지 않아.


#144
없던 맘을 무슨 수로 만들어.


#145
쩔쩔매는 널 보고 화가 치밀고


#146

이상도 하지.

스민다는 게 이런 걸까.
가랑비에 옷 젖는단 것도.

#147
아득히 먼 기억 속

지독한 맘을 담는다.


#148

당길 맘 하나 없다.

스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내가 어찌 그럴까.

바라만 보아도 아름다운 널
그저 기다려야지. 사랑해야지.

#149

너와 더불어 한세상 살 날이 그립다.


#150

어쩔 수 없어.

내 맘, 네 맘 다 재고 나면
남는 거 하나 없는데
그럴 순 없지.



1월 23일 2018

화요일 오전 1시 30분

고마워요,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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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 #140

화월선


#131

어떻게 네 맘에 들 수 있을까. 운명인 걸까. 

안 되는 걸까. 태어남이 부족한 걸까. 

노력이 부족한 걸까. 그래야만 해.


#13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133

선이 만나고 모여 면을 이룬다.


#134

이 선물을 너에게 주면

내 죄책감이 조금은 줄어들까.


#135
있는 그대로의 네 마음을 사랑해야지.


#136
흐드러진 봄날,

아린 내 맘을 누가 알런지.


#137
누구나 으레 꼭 한 번은 했을 법한 일들을

너 또한 지금 해봤노라고


#138

케케묵은 딴나라의 기억도

너에게 줄게.

#139

내 미운 눈물을 얼려 붙여


#140

온종일 쏘다니는

내 머릿속 널 잡아
철렁이는 파도 위에 내던지고파.



1월 23일 2018년

화요일 오전 1시 30분

고마워요, 화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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